기도하는 공작 부인 (양장본 Hardcover)

기도하는 공작 부인 (양장본 Hardcover)

$14.50
Description
뛰어난 심리 묘사와 복선, 우아한 거짓과 치명적 진실이 켜켜이 쌓인 연애 단편 둘
현대 독자들이 읽어도 낯설지 않은 이디스 워튼의 100년 전 연애 이야기
이디스 워튼의 〈기도하는 공작부인〉은 니케북스 문학선 《불멸의 연애》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표제작 〈기도하는 공작부인〉과 워튼의 대표적 단편 〈로마 열병〉이 수록되어 있다.

〈로마 열병〉은 성격, 외모 등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두 명의 중년 여성이 로마의 석양 아래, 콜로세움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젊은 시절 함께 로마를 여행했던 오랜 친구이자 미묘한 라이벌인 두 사람은, 겉으로는 우아한 대화를 나누지만, 그 이면에는 질투와 비밀이 잠들어 있다. 대화가 과거로 향하자, 그들의 담소는 점차 오래된 기억과 숨겨진 감정을 건드리며, 서로의 삶에 감춰진 치명적 진실로 다가간다. 고요한 도시의 폐허를 배경으로 한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워튼은 사랑과 질투, 그리고 세련된 사회의 표면 아래 흐르는 인간 감정의 잔혹한 진실을 드러낸다.
표제작 〈기도하는 공작 부인〉은 이디스 워튼의 공간과 건축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배경으로 억압된 욕망, 뒤틀린 감정, 파국적 결말을 담고 소름 끼치도록 정교하게 풀어낸다. 구두점 하나까지 신경 쓴 세밀한 묘사, 강렬한 갈등 구조, 읽는 재미를 자아내는 인물 간 대화 등이 압권이다. 출중한 외모를 지닌 남녀 주인공과 의심 많고 소심한 훼방꾼이 나오는 연애소설의 정석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그런 연애를 그리기에 이디스 워튼의 문학적 토양은 너무나 다채롭고 풍요롭다.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정원을 설계한 정원사이자, 건축학적 지식도 풍부했던 이디스 워튼은 폐허가 된 대저택이 바로 눈앞에 있어, 이를 직접 보면서 설명하듯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이 장엄하지만 폐쇄적인 대저택이 자유분방한 공작 부인을 옭아매는 감옥 같은 공간이자 그녀에게 가해지는 제약과 압박의 상징물이었음을 일찌감치 깨닫게 되는 독자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팽팽한 긴장의 끈에 얽혀 놓여났다 풀려났다를 반복하게 된다. 비밀스러운 로맨스 서사와 함께 주변을 맴도는 감시자의 눈길, 영원한 구속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공작부인의 조각상에 대한 탁월한 묘사는 연애 장르에 고딕적 요소까지 가미한다. 〈기도하는 공작 부인〉은 뉴욕 상류층 출신으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는 대신 집안의 명령으로 애정없는 남편과 억지로 결혼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영위한 이디스 워튼의 자전적인 요소가 가미된 단편으로 당시 여성들에게 억압과 족쇄가 되었던 결혼 제도의 실상을 절규하듯 생생하게 전달한다.
〈로마 열병〉과 〈기도하는 공작 부인〉은 각각 웅장한 콜로세움과 이탈리아의 대저택을 무대로, 일견 낭만에 대한 기대치를 극대화한 상태로 시작된다. 하지만 금빛 로맨스에 대한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기만적인 반전과 파멸적인 파국의 결말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두 작품은 파격적인 설정과 흥미로운 전개에 반전 요소까지 포함하여 100년이 지난 현대인들이 읽어도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연애 단편들이다. 워튼의 주인공들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제도적·도덕적 한계 속에서 좌절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래서 그들의 연애가 더욱 강렬하고 영원히 기억되는지도 모른다.

왜 지금 이디스 워튼인가?
미국에서 손꼽히는 작가 이디스 워튼은 이미 10대 초반부터 문학적 재능을 발견하여 70대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여 편의 장편과 80여 편에 이르는 중단편 소설 이외에도 시, 에세이, 여행기, 회고록 등 20여 권의 논픽션을 남긴 다작 작가이다.
신랄한 독설과 위트, 아름다운 표현력까지 갖춘 뛰어난 문장력을 가졌지만 과하지 않고 절제된 기법으로 이를 승화하여 술술 읽히는 것이 워튼 문체의 특징이다.
저자

이디스워튼

저자:이디스워튼(EdithWharton)
1862년1월24일미국뉴욕에서태어났다.어린시절부터문학,철학,종교서적을탐독했고다양한독서의내공으로1878년첫시집을출간했다.1885년열세살연상의에드워드로빈스워튼과결혼했으며1894년부터심각한신경쇠약을앓았다.이를치료하기위해유럽으로이주,이후여러나라를옮겨다니며유럽지역의역사,건축,미술에대한글과소설을썼다.

1905년장편소설『환락의집』을발표하면서베스트셀러작가가되었고헨리제임스,싱클레어루이스,장콕토,앙드레지드등유명한문인들과교류했다.이후발표한『순수의시대』(1920)로1921년여성최초로퓰리처상을수상했다.평생소설,시,에세이,여행기,회고록등40여권이넘는책을남겼으며1937년일흔다섯의나이로프랑스파리에서생을마감했다.

역자:김혜림
서울대학교심리학과를졸업하고,미국하버드대학교대학원에서사회심리학박사과정을수료했어요.지금은출판기획및번역을하고있습니다.그동안번역한책으로는《돌봄의언어》,《젠더모자이크》,《이중언어의기쁨과슬픔》등과,어린이책으로《열두살궁그미를위한의학아고마워!》,《열두살궁그미를위한정치》,《차별의벽을넘어세상을바꾼101명의여성》등이있습니다.

목차

작가소개
로마열병
기도하는공작부인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니케북스의‘불멸의연애’시리즈
이룰수없었기에시공을초월해살아남은얻은100년전사랑이야기

연애는시대마다다른얼굴을하고나타나지만,인간의가장보편적이고근원적인경험으로서문학속에서늘중요한위치를차지했다.니케북스‘불멸의연애시리즈’는고전과근대문학에담긴사랑의모습들을현대의독자와다시마주하게하기위해기획되었다.

이시리즈는연애를단순한낭만이나감정의발현으로한정하지않고,사회적제약,개인의욕망,자유와억압,행복과상처가교차하는장으로서조명한다.19~20세기의작가들이남긴사랑의서사는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질문을던진다.우리는그속에서사랑의빛과그림자,그리고연애를둘러싼인간존재의복합성을발견하게될것이다.특히불확실한시대를살아가는독자들에게문학속불멸의사랑이야기를통해스스로의감정과관계를성찰할수있는기회가되었으면한다.


책속에서

“뭐라고했어?”
“아,아무것도아냐.그저네딸바버라가어떻게그렇게모든일을자기뜻대로이끌어가는지궁금해하는중이었어.그캄폴리에리집안아들은로마에서도손꼽히는신랑감이잖아.모른척하지마.너도다알면서.그래서말인데,이렇게말하기조심스럽지만,너와호러스같이점잖은부부에게서어떻게저렇게활동적인아이가나왔는지참궁금해.”
슬레이드부인은약간날이선웃음을지으며덧붙였다.
로마열병,
---p.30

“맞아,해리엇할머니.해가진후에여동생을포럼으로내보내서자기앨범에꽂을‘밤에피는꽃’을꺾어오라고했다는분이지.우리할머니세대는모두말린꽃을모아놓는앨범을가지고계셨거든.”
슬레이드부인이고개를끄덕였다.
“사실은둘이같은남자를사랑해서동생을밖으로내보냈다고했지?”
로마열병,
---p.35

“더는못참겠으니까!”
앤슬리부인이휙고개를들었다.그녀의눈은크고창백했다.
“못참겠다니,뭘?”
“왜……나는처음부터그날밤네가거기왜갔는지알고있는데,너는내가알고있는걸모르잖아.”
“내가왜갔는지……”
“그래.지금내가거짓말한다고생각하지,그렇지?하지만넌내약혼자를만나러갔던거잖아.너를나가게만든그편지내용을나는토씨하나빼지않고다말할수있어.”
로마열병,
---p.38

그는내가지금껏본사람중가장나이가많았다.너무먼과거로빨려들어가있는듯,살아있는존재라기보다차라리하나의기억처럼보였다.그노인을실재하는세계와연결해주는유일한징표는,내가들어올때문지기의아이에게리라한닢을꺼내주었던주머니를집요하게바라보는그의파충류같은작은눈빛뿐이었다.그는주머니에서시선을떼지않은채말을이었다.
기도하는공작부인,
---pp.55-56

공작부인은황홀경에잠긴듯했다.천상에서부는바람결에레이스가하늘거리고하얀두건밑으로흘러내린애교머리가날리는것같았다.천재조각가는갸웃하게기울어진그녀의머리와부드러운곡선을이루는어깨선을절묘하게표현했다.그러나가까이다가가얼굴을들여다보니……그것은공포에얼어붙어있었다.이토록강렬한증오와반발,그리고고통이담긴얼굴은처음이었다.
기도하는공작부인,
---p.64

공작은학자였어요.그가책을든모습으로초상화에그려져있는것을보셨지요?글을읽을줄아는사람들은그속에온갖놀라운것들이가득하다고들합니다.마치산너머장터에다녀온이가집에돌아와선늘,‘그곳은당신들이평생볼수없는세상’이라고자랑하듯이말이지요.
그에비해공작부인은음악과연극,젊은손님들과어울리는것을무엇보다좋아했어요.
기도하는공작부인,
---p.74

아스카니오는빼어난청년이었어요.마치성세바스티아누스를옮겨놓은듯아름다웠고,보기드문음악가였답니다.그가직접만든노래를류트에맞춰부르면제할머니는마음이녹아내리고따뜻하게데운포도주처럼노래가온몸을적셨다고합니다.또누구에게나살갑게말을건넸고,언제나세련된프랑스식옷을입고다녔으며,콩밭의풋향기처럼달콤하고싱그러운냄새를풍겼답니다.그래서저택사람이라면누구나그를반갑게맞이했지요.
기도하는공작부인,
---pp.77-78

침구실에서는저택의앞마당이보였는데,할머니는갑자기이상한광경이다가오는것을목격했답니다.먼저,모두가로마에있다고알고있는공작의마차가길을따라다가왔고,그뒤로노새와소가긴줄로연결된수레를끌고왔습니다.수레위에는수의같은천으로감싼,무릎을꿇은듯한형상이보였습니다.이낯선모습에소녀는어안이벙벙해졌고,공작의마차가문앞에다다랐을때야비로소공작의도착을알려야한다는생각이들었답니다.한편그장면을본넨시아는얼굴이하얗게질려방에서뛰쳐나갔습니다.
기도하는공작부인,
---pp.92-93

그곳은비어있고어두컴컴했으나,앞쪽으로나아가자어디선가낮은흐느낌이들렸습니다.그리고조각상앞에이르렀을때그얼굴을보았답니다.전날까지만해도그렇게상냥하게웃던얼굴이지금은손님도아는그표정으로변해있었고,흐느낌은그입술에서흘러나오는듯했다는것입니다.할머니는온몸이얼어붙는듯했는데,무슨이유에선지소리치거나비명을지를수없었다고나중에얘기하더군요.
기도하는공작부인,
---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