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의 살인- 비명과 침묵 5

개화기의 살인- 비명과 침묵 5

$13.80
저자

아쿠타가와류노스케

저자:아쿠타가와류노스케
일본근대문학을대표하는작가.1892년도쿄의서민지역인시타마치에서태어났다.외가에양자로들어가두이모가그를양육하는환경에서자랐다.도쿄제일고등학교를거쳐도쿄제국대학영문학과에입학해차석으로졸업했다.기쿠치칸,구메마사오등과재학생시절동인지『신사조』를발간해『라쇼몬』『코』등의단편을발표했는데나츠메소세키로부터단편『코』가절찬을받으며일약다이쇼시대문단의총아로떠올랐다.전공인영문학을비롯해프랑스,독일,러시아문학으로부터크게영향을받아간결하면서도평이하고명쾌한필치가특징이지만한문에도조예가깊었다.왕조물’,‘기독교물’,‘에도물’,‘개화기물’,‘현대물’등의다양한소재를가지고,『나생문(羅生門)』,『마죽(芋粥)』등150편정도의단편소설을남겼다.
초기에는일본고대설화문학에서소재를취해보편적이면서현대적인인간에고이즘의내면으로재해석한작품들을썼고,이후예술지상주의적인경향의작품들,에도시대그리스도교박해를다룬기리시탄작품들,일본의근대화를주제로한작품들등을쓰다가말년에는자살을염두에둔듯자신의삶을무자비하게조롱하고야유하는자전적인작품들이많다.1927년7월24일새벽,비가세차게내리는가운데다바타의자택에서치사량의수면제를복용하고자살했다.그가밝힌자살의이유는‘장래에대한그저막연한불안’이었다.아쿠타가와의자살은관동대지진과더불어일본근대사에서다이쇼라는한시대의종언으로느껴질정도로사회적으로큰충격을던졌다.1935년아쿠타가와의친구였던문예춘추의사주기쿠치칸이아쿠타가와상을제정했고현재까지도이상은일본최고의권위를자랑하는문학상으로인정된다.

역자;최혜수
고려대학교통계학과를졸업한뒤,일본와세다대학교대학원문학연구과에서석사학위를받고박사과정을수료했다.옮긴책으로다카하시도시오의『호러국가일본』(공역),가라타니고진의『세계사의구조를읽는다』,다자이오사무전집중『사랑과미에대하여』『정의와미소』『쓰가루』『사양』,마이조오타로의『쓰쿠모주쿠』,스즈키이즈미의『여자와여자의세상』,미시마유키오의『미시마유키오의편지교실』등이있다.

목차

작가소개
보은기
덤불속
그림자
개화기의살인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사건보다기묘한것은인간

표제작〈개화기의살인〉은메이지유신으로신분제와전통적질서가크게흔들리고,서양의과학과문물이빠르게유입되던시대를배경으로한다.이야기는죽음을앞둔한남자의고백으로시작한다.그는지난3년동안마음속에감춰두었던비밀을밝히고자신의“추악한마음”을세상에드러내겠다며살인에얽힌이야기를털어놓는다.

새로운문명과과학,합리주의가밀려들던시대.그러나새로운지식을받아들였다고해서인간의마음까지합리적으로변하는것은아니다.사랑과욕망,질투앞에서이성은흔들리고,그균열은결국살인이라는극단적인사건으로이어진다.

아쿠타가와는살인의동기를추적하면서사건의비밀너머에있는인간의마음을들여다본다.근대적이성과인간의본능사이에놓인간극.‘개화’라는빛아래에도인간의어둠은여전히존재한다.제목속‘개화기’와‘살인’이라는두단어의강렬한대비가작품전체를관통한다.

라쇼몽효과,하나의사건과여러개의진실

〈덤불속〉은아쿠타가와식미스터리의정수를보여주는작품이다.한남자의죽음을둘러싸고여러인물이각자의기억과경험을증언하지만,그들의진술은서로엇갈린다.누구의말이진실인지판단할결정적인단서는끝내주어지지않는다.오히려각각의증언에드러나는모순과욕망이사건을더욱미궁에빠뜨린다.독자는흩어진진술을따라가며사건의실체를스스로조합하고,서로다른진실가운데무엇을믿을지판단해야한다.

〈덤불속〉은훗날구로사와아키라감독의영화『라쇼몽』에중요한모티프를제공했다.하나의사건을경험한사람들이자신의관점과이해관계에따라서로다르게기억하고설명하는현상을가리키는이른바‘라쇼몽효과’를떠올리게하는작품이기도하다.
하지만아쿠타가와가던지는질문은단순히“누가거짓말을하고있는가?”에그치지않는다.인간은자신에게불리한진실까지있는그대로말할수있는가?범인을찾는것보다인간의말과기억을믿을수있는지를묻는다는점에서〈덤불속〉은지금읽어도놀랍도록현대적인미스터리다.

선의와악의를쉽게판단할수있을까?

〈보은기〉는‘은혜를갚는다’는행위를서로다른인물의시선에서바라보며선의와악의의경계를흔든다.한사람에게은혜였던일이다른사람에게는원한이되고,누군가의희생은예상치못한또다른보은으로이어진다.같은사건을바라보면서도인물들이부여하는의미는전혀다르다.

아쿠타가와는누가옳고누가그른지를쉽게판단하지않는다.대신하나의행동이사람의입장과욕망에따라얼마나다른의미가될수있는지를보여준다.〈덤불속〉이서로다른‘증언’을통해사실의불확실성을드러낸다면,〈보은기〉는서로다른‘관점’을통해선과악의판단을흔든다.

의심하는순간,현실도흔들리기시작한다.

국내에는잘알려지지않은단편〈그림자〉는네작품가운데가장기묘하고환상적인미스터리다.불륜에대한의혹과질투에서시작된이야기는살인의가능성으로이어지고,도플갱어와꿈이뒤섞이며현실과환상의경계마저흐려진다.의심이깊어질수록무엇이실제로일어난일이고무엇이인간의불안이만들어낸환상인지판단하기어려워진다.여기서가장두려운것은범인의존재가아니다.한번시작된의심이인간의마음을장악하고,결국자신이보고있는현실마저믿지못하게만드는과정이다.아쿠타가와는외부에서벌어진사건을추적하던미스터리를인간의내면으로끌어들인다.사건이인간을불안하게만드는것인지,불안한인간의마음이현실을왜곡하는것인지그경계가무너지는순간,〈그림자〉는범죄소설에서심리적공포소설로넘어간다.

범인을찾은뒤에도미스터리는끝나지않는다

아쿠타가와에게사건은진실에다가가기위한출발점이다.단서를따라갈수록기억은흔들리고,욕망은사실을왜곡하며,진실과거짓의경계는모호해진다.‘무슨일이있어났는가’를묻던추리는어느순간‘인간은왜그렇게말하고,믿고,행동하는가’를묻는탐색으로바뀐다.그래서그의미스터리는범인을찾아냈다고해서끝나지않는다.사건뒤에남겨진인간의마음이더큰수수께끼가되기때문이다.아쿠타가와는그수수께끼에하나의정답을제시하지않는다.흩어진증언을맞추고,인물들의말뒤에숨은욕망을의심하고,무엇을진실로받아들일것인지를판단하는마지막몫은독자에게남겨둔다.『개화기의살인』은범인을찾아가는네편의이야기가아니라,사건을통해인간을추리하게만드는네편의미스터리이다.

·시리즈소개

니케북스문학큐레이션

니케북스문학큐레이션은‘단숨에읽는손안의고전’을지향합니다.고전을통해오늘을이해하고,오늘의감각으로고전을새롭게만나는경험이되길희망합니다.이기획은큐레이션이라는이름에걸맞게서로다른주제아래작품을선별한하위시리즈들로구성되어있습니다.시대를초월해독자들의사랑을받는고전의깊이는놓치지않되,부담없이펼칠수있는만듦새까지고려했습니다.니케북스는오래된이야기들이다시살아나는순간을독자와함께만들어가고자합니다.

니케북스의‘비명과침묵’시리즈

공포와미스터리,가장먼저읽어야할고전들

니케북스문학선‘비명과침묵’은미스터리와공포문학의원형을이루는고전들을새롭게소개한다.인간은오래전부터설명할수없는사건과감춰진진실,그리고이름붙일수없는공포에매혹되어왔다.이시리즈는범죄와추리,기이한환상과심리적불안을통해인간내면의어두운심연을탐색한작품들에주목한다.오늘날의추리소설과스릴러,호러장르를가능하게한상상력의기원을여기에서만날수있다.

비명은공포와경악앞에서터져나오는인간의가장원초적인목소리이고,침묵은범죄와죽음이남긴가장완전한흔적이다.‘비명과침묵’은공포와미스터리라는두장르를상징하는이름으로,두려움의순간과진실이드러나는순간사이에서탄생한고전들을소개한다.

이시리즈에실린작품들은단순히범인을찾거나공포를자극하는데그치지않는다.욕망과광기,죄와양심,이성과미신이교차하는경계에서인간존재의본질적인질문을던진다.시대와언어를넘어살아남은이고전들은오늘의독자에게여전히낯설고도강렬한경험을선사한다.각언어권전문번역가들의원문에충실한번역과작품의역사적맥락및장르적의의를짚어주는해설은고전과현대독자사이의거리를좁혀준다.한여름밤의서늘한전율부터오래도록마음에남는불안과공포까지,‘비명과침묵’은미스터리와공포문학의가장오래된목소리를현재로불러오는시리즈다.


책속에서

‘아무리부족한게없어보여도나름의고생은있는모양이군.’
-그런생각이들어저도모르게미소를지었습니다.미소를,-말은이렇게하지만호조야부부에게악의가있었던건아닙니다.저처럼사십년동안악명만떨치며사는사람이라면타인의,-특히행복할법한타인의불행을보면절로미소를띠는법입니다.그때도저는그부부의탄식이가부키를보는듯유쾌했습니다.하지만이건저한사람에게국한된일은아닐겁니다.누구에게나사랑받는소설은반드시슬픈이야기이기마련이니까요.
---「보은기」중에서

저는소란스러운인파속에서창백한머리를보자마자무심코우뚝멈춰섰습니다.그머리는그사내의머리가아니었습니다.아마카와진나이의머리가아니었습니다.저두꺼운눈썹,저툭튀어나온광대뼈,저미간의흉터……무엇하나진나이와닮지않았습니다.하지만-저는갑자기햇빛과제주변인파들,청죽위에얹혀있는머리,그모든것들이어딘가아득한세계로흘러가버렸나싶을정도로엄청난충격에휩싸였습니다.그머리는진나이가아니었습니다.제머리였습니다.이십년전의저,-진나이의목숨을구했던그무렵의저였습니다.
---「보은기」중에서

사실한남자를죽인다는게당신생각처럼대단한일은아닙니다.어차피여자를빼앗을거라면남자는반드시죽여야합니다.다만저는죽일때허리에찬검을쓰지만당신들은검을쓰지않고그냥권력으로죽이거나,돈으로죽이거나,그게아니면상대를위하는체하면서자기실속만차리는말몇마디로죽이겠지요.그러면피를흘리는일없이그자는멀쩡하게살아갈지도모르지요.-하지만그래도그건죽인겁니다.죄의경중을따진다면당신이나쁜지제가나쁜지,어느쪽이더나쁜지알수없지요.
---「덤불속」중에서

진사이는맥주를다마시고는덩치큰몸을천천히일으켜계산대앞으로다가갔다.
“진사장님.나한테반지언제사줄거예요?”
여자는이렇게말하는동안에도여전히연필을움직이고있었다.
“그반지가없어지면.”
진사이는잔돈을뒤지면서턱으로여자의손가락을가리켰다.거기엔이미이년전부터,금을얇게펴서양끝을붙인약혼반지가끼워져있다.
“그럼오늘밤에사주세요.”
여자는순식간에반지를빼더니계산서와함께그의앞에내던졌다.
“이건호신용반지예요.”
---「그림자」중에서

“아무일도없었습니다.부인은의사가돌아가고난뒤저녁까지하녀를상대로무슨이야기를하고계셨습니다.그리고목욕과식사를마치고열시까지는축음기를듣고계셨구요.”
“손님은한사람도없었습니까?”
“네,아무도오지않았습니다.”
“감시를그만둔시간은?”
“열한시이십분입니다.”
요시이는시원스럽게대답했다.
---「그림자」중에서

저는저의최후에앞서지난삼년동안늘제마음속에응어리져있던저주스러운비밀을고백하고,그로써경들앞에서저의추악한마음을폭로하고자합니다.경들이어쩌면이유서를읽은후고인인저를기억해주시고조금이나마연민의정을느끼신다면,그건저로서는뜻밖의큰행복이되겠지요.하지만또한저를죽어도싼미치광이로여기고시신에매질을하는게마땅하다고한들저로서는유감스러운마음이추호도없습니다.다만제가고백하려는사실이너무도뜻밖이라는이유로함부로저를신경쇠약환자라고부르지않기를바랍니다.
---「개화기의살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