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럽학

양자럽학

$16.80
저자

전진명

저자:전진명
세상을더자세히관찰하고이해하기위해노력하고있는작가전진명.
각자의취향과세계관을보듬어주는글을쓰고있으며,
그의호기심과생각을바탕으로독자들과소통하는작가이다.

저서:별아래,와인바

목차

1장.우연일까요?운명일까요?-04
2장.모든순간,너와함께-17
3장.눈에보이지않는작은입자들의이동-34
4장.꼭너를찾으러올게,여기로-54
5장.로런츠힘의발견-68
6장.첫날밤-84
7장.과거에대한터치-100
8장.로런츠힘과블루문의상관관계-109
9장.관찰자효과의부작용-120
10장.매서운의심의눈초리-128
11장.조금은야릇한이야기-142
12장.피에몬테산네비올로-152
13장.로제와인을만드는사나이-162
14장.Rain-172
15장.화학적의문-184
16장.뫼비우스의띠-199
17장.선택의갈림길-211
18장.BeforeYouExit-231
19장.GoldenHour-244
20장.기회의부재-256
21장.집이라는공간,그리고그림-270
22장.만남과이별-282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사랑이어떻게생기냐고요?문득하나의원자가다른원자에게찾아와화학적반응을계속일으킨다면사랑이사라지지않고존재하겠죠.”
“흠….너무딱딱하게사랑의생성과정을표현한것일까요?그렇다면조금단어를바꿔보죠.크게의미가달라지는건아니니까.”

양자럽학제1법칙:사랑은만남이라는우연성을가지고시작하여나는너를사랑한다는선언을지속적으로방출함으로써영원을향해나아간다.

“이렇게정의하면조금더인간의언어로사랑이생기는과정을표현한것일까요?”
“가끔제어머니가그러시더라고요.우리아들은사람들의호기심을자극할순있어도따뜻하다는느낌은못주겠다고요.”
“사실그게꼭나쁘지만은않아요.이사람저사람에게따뜻한사람으로각인되고싶은마음이없는것도사실이고.”
“추울때따뜻한곳을찾아차갑게얼은몸을녹이고나면,사람들은다시그자리를뒤돌아보지않거든요.”
“그래서겨우내쌓아둔장작을굳이여기저기나눠줘야하나싶어졌어요.누구나조금만노력하면얼어죽지않을만큼의장작은가지고있는데위기에처하면남의것을써서따뜻해지고싶어하죠.”

-우연일까요?운명일까요?-중에서


소니의말이끝나자,모래바람이불어왔다.미세한모래는소니의볼을쓰다듬었고두사람의손등을어루만졌다.모래는따뜻했다.그모래입자는12사도바위에서떨어져나왔다.시간을돌아오게만든비밀의재료는한줌도안되는이모래였을까?
12사도바위로가는길양옆은낮은풀들이무성했다.건조한사막기후에서자라난뾰족한이파리들은얼마나대견한가.거친해풍과바다향은그들에게익숙하다.새로태어난이파리들은적응의시간을가질것이다.나이든이파리들이새로태어난이파리들을다독이고인생의진리를알려줄테다.그리고쭈글쭈글해진몸을떨구고새로운세대에게햇빛을선사할것이다.저풀들은기억할까?나지막이울려퍼진사랑의선언을말이다.나는12사도바위앞에서소니에게말했다.
“저바위가다사라지기전에나랑다시이곳에와줄래,소니야?”

4년전내앞에갑작스럽게나타났던소니는미국교환학생을마치고호주로워킹홀리데이를떠났다.마지막으로그녀를공항에데려다주던날은잘기억나지않는다.정확히말하자면기억하지않고싶다는편에가까운것같다.그냥그날일어난모든일을부정하고싶었다.언젠가는일어날일이라는것을알고있었지만내심그날이오지않기만을바랐다.소니는떠나기3일전부터짐을싸느라짜증을냈다.무엇을빼야할지도저히몰랐기때문이다.그녀는아주작은기념품에도각각의의미를부여했다.
“이수건같이생긴건뭐야,소니야?”내가말했다.
“교환학생들오리엔테이션때나눠줬던기념품세트에들어있던목도리야.수건이아니라.”
“나는왜이런것못받았지?나는교환학생도아니고여기정식학생인데.엄청예쁜데?”
“그렇지?해리포터보면학교마다다른문양의가운을입고있잖아.이렇게살짝만두르면헤르미온느같지않아?”소니가까르르웃으며말했다.
“응,예뻐.조금탐나는데?이거도가져갈거야?갑갑하다고목도리도잘안하면서.”
“당연하지.내가여기서받은첫선물인데.”
소니는컵,엽서,피규어등,방안에있는모든물건에의미를담았다.그걸다기억하는소니도대단했다.더이상캐리어에작은향수병도들어가기힘들때가되어서야그녀는체념했다.
“아...이제진짜공간이없는데….포스터모은것들은어떻게하지?구겨넣을수도없고.”
“그러게,포스터보관함은캐리어에안들어갈건데.버리기에는너무아깝다.우리빈티지가게랑벼룩시장가서샀던것들도있는데.”
“이건네가잘보관하고있어.우리가언제다시만날지모르지만,그때나챙겨줘야해.알았지?”
“야...나도여기떠날때가지고갈짐들이한가득일텐데어떻게그때까지가지고있냐.양아치니?”

-매서운의심의눈초리-중에서

방으로돌아온나도침대에걸터앉아한동안멍하니창밖을바라봤다.어둠이내려앉은포도밭에반짝이는별만가득하다.태양이지구반대편에서누른스위치는별들을밝히고있다.별자리는길을찾는데유용하지만오늘은별자리를아무리봐도길을찾지못하겠다.나침반이고장나면당황스러워진다.지금의나는너무당황스럽다.모든것이다부서져서어느부품부터주워담아야할지모르겠다.천국을떠받치던네개의기둥이산산이조각났다.그위에정성스럽게하나하나심었던꽃들이다뽑혀나와사방에흩뿌려졌다.내가5년동안만든천국의몰락이었다.그리고그자리는곧바로지옥으로바뀌었다.사랑이라는감정은모든것을가능하게했다가모든것을불가능하게만들기도한다.부서진조각들을주워담는일은얼마간의시간이흘러야다마칠수있을지가늠하기힘들다.어떤사람은6개월만에그일을끝내고또다른천국을짓기시작하고,어떤사람은50년내내주워담기도한다.종종자신의부서진천국을그냥내버려두고다른사람이만든천국에올라가는쪽을택하는사람들이있다.그러나정말위대한천국을만든사람들은부서진천국을가진사람들을쉽게알아본다.그들이가진낮은자존감은온몸에서역한냄새를풍기며뿜어져나오니까.

-BeforeYouExit-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