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장은별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겨레 아동문학작가교실에서 동화를 공부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존재들을 위한 여행사』로 제4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림 : 모예진
바닷가 마을에 산다. 오전에는 수영을 하고 오후에는 그림을 그린다. 『그런 일이 종종 있지』 『어디로 가게』 『가르마 이발소』 『어디 사는 누끄 씨』 『텅 빈 콩 통조림 통』을 쓰고 그렸고, 『내 여자 친구의 다리』 『30킬로미터』 『시간을 굽는 빵집』 『단어의 여왕』 『아무네 가게』 『기타 등등 동아리를 신청합니다』 『마음 수선』 등에 그림을 그렸다. 2015년과 2016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유노는 육상 트랙 위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해 달렸다. 하지만 오늘 육상 대회에 출전한 유노는 달리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날은 엄마 아빠의 이혼 소식을 듣고 둘 중 누구와 살지 결정해야 하는 약속일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경기를 망치고 최악의 기록을 낸 유노는 혼자 집으로 돌아오다 그만 낯선 골목에 들어선다. 한참 제자리를 맴돌다가 도꼬마리 풀숲을 헤치고 나온 유노는 그곳에 홀로 불을 밝힌 여행사를 보고 도움을 청하러 들어간다. 그런데 여행사 직원 양진 이모는 오히려 유노에게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묻는다. 여행비가 없는 유노는 얼떨결에 일일 아르바이트생이 된다. 상냥한 양진 이모를 도와 새로운 연못을 찾아야 하는 물귀신, 이십 년 전 목공소로 돌아가고 싶은 목공소 할아버지 그리고 영원히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곳을 찾는 경주마 마파람의 여행 가이드가 된다. 손님들의 사연에 녹아들수록 유노는 조금씩 자기 마음을 들여다본다.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방황하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야말로 비로소 진짜 내 마음과 마주하는 가장 확실한 시작점일 수 있다. 유노의 여정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사는 어린이들에게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정해진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가는 법
유노는 규칙대로 하는 쪽이 편하고 쉬운 아이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정해 준 선택지를 벗어나지 않고, 코치님이 정해 준 훈련을 성실히 소화해 냈다. 그런 유노에게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은 낯설기만 하다. 심지어 여행사에서도 유노는 과거를 함부로 바꾸지 말라는 양진 이모의 규칙을 지키려 애쓴다. 그런데 목공소 할아버지가 과거로 돌아가 까맣게 잊고 있던 약속을 기어코 지키려고 할 때, 유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규칙을 어기기로 마음먹는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떠나, 더 이상 남이 그려 놓은 트랙 위에서만 달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유노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여행사를 찾은 존재들을 도우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공감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 앞에서 도망치는 대신 슬픔과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의 트랙을 다시 달려 나갈 단단한 용기를 갖게 된다.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경험
유노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손님은 경주마 마파람이다. 관절염 때문에 쓸모없다는 냉정한 말을 듣고 여행사에 들어온 마파람은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놀랍게도 유노가 아주 잘 아는 곳이 있었다. 5년 전 유노가 미아가 되었던 바로 그 놀이공원이다. 누구에게나 가장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고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엄마 아빠가 싸울 때마다 유노가 미아가 되었던 그날의 이야기를 되풀이했기에, 유노에게 그 기억은 오랫동안 자기 탓처럼 느껴진 큰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유노는 마파람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함께 그날로 되돌아간다. 놀이공원에 혼자 남겨졌던 어린 ‘나’와 재회한 유노는 어떤 선택을 하고 마파람에게는 어떤 여행을 선물하게 될까? 이 여행의 끝에서 유노가 어떤 결말을 마주하든 이미 자기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본 것만으로도 유노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누군가가 답을 찾아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선택할 때 비로소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100% 어린이 독자 심사로 선정된 길 잃은 존재들과의 특별한 여행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은 전문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최종심에 오른 두 작품 가운데, 120명의 어린이 독자 심사위원이 투표를 통해 대상과 우수상을 결정한다. 어린이 심사위원들은 유노가 겪는 혼란과 고민에 깊이 공감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흔들리는 존재들이 맞춤 여행을 통해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마음을 내주었다. 장은별 작가는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선택과 관계, 두려움의 순간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리고 작가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순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하고 묻는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알아채고, 그곳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모든 어린이에게, 길을 잃은 그 순간마저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위로와 다시 일어나 달릴 용기를 건넨다.
“여러분은 주인공답게 마음껏 헤매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달리면 됩니다. 유노처럼요.” _작가의 말에서
줄거리
초등학교 6학년 육상 선수 유노는 부모님의 이혼 소식과 함께 누구와 살지 선택하라는 말을 듣고 혼란스러워한다. 그 여파로 육상 대회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유노는 길을 헤매다 시간이 멈춘 듯 노을이 드리운 거리에서 길 잃은 존재들을 돕는 '도꼬마리 여행사'를 발견한다. 현실로 돌아가려면 여행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데, 여행비가 없던 유노는 여행사의 임시 아르바이트생이 된다. 그곳에서 물귀신과 목공소 할아버지 등 특별한 손님들의 여행을 도우며 조금씩 자신의 마음과도 마주하게 된다. 유노는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책 속에서
“물론 길을 잃었으니 우리 여행사에 들어왔겠지요. 워낙 복잡한 세상이잖아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존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게 바로! 우리 도꼬마리 여행사랍니다. 참고로 손님의 목적지가 어디든 이 거리에서 나가려면 저희 여행사 상품을 이용해야 해요.”_21쪽
시선은 자꾸만 물귀신에게로 향했다. 마냥 성가시게만 느껴졌던 물귀신이 다르게 보였다. 물귀신은 더는 바닥에 납작하게 그어진 결승선 같은 게 아니었다.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저 머리카락 뒤로 나랑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인간들, 아니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에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건 나나 물귀신이나 다를 바 없었다._39쪽
양진 이모가 대뜸 낡은 축구공 사진을 들이밀었다. “이 손님, 만난 적 없어요? 우리 여행사 단골이에요.” “축구공이 손님이라고요? 축구공이 여행 중이라는 거예요?” “네. 주인을 잃어버리고 나서 전국의 초등학교 운동장을 순회하고 있어요. 이 손님은 터질 때까지 놀고 싶다고 했거든요. 신나게 놀다가 그 학교 아이들의 발길이 뜸해지면 다시 여행사로 돌아오는 거예요. 유노 양 학교에도 있지 않나요?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르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그런 축구공이요.” 나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학교 운동장 한구석에 굴러다니는 축구공이 떠올랐다. 터질 때까지 놀고 싶다니. 축구공다운 소원이었다._59쪽
나는 여기서 얌전히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원하던 트랙이 깔린 거니까 말이다. 어른이 정해 준 길을 따라가면 문제가 생긴다 한들 적어도 내 탓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규칙대로 하는 쪽이 편하고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내 안에서 지금까진 없던 어떤 결심이 불쑥 솟아올랐다. 할아버지는 나처럼 길을 잃고 도꼬마리 여행사에 들어온 사람이었다. 길을 잃은 사람을 못 본 척하면서 착한 아이가 될 바에야 혼나도 좋으니 내 마음이 향하는 길을 선택하고 싶었다._79쪽
아직 나는 트랙 밖에 어떤 길이 있는지 몰랐다. 달릴 수 없는 말은 어디로 가야 할까? 쓸모를 증명할 수 없게 되면? 마파람을 향해 던진 질문들이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왔다. 내가 본 건 마파람의 사연이지 마파람의 마음이 아니었다. 마파람은 계속 뛰고 싶을까? 아니면 다시는 뛰고 싶지 않을까? 이제 달릴 수 없어서 슬플까? 아니면 달리지 않아도 돼서 편할까?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_94쪽
노을이 얼굴 바로 앞에서 타올랐다.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앞이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가 바라보는 곳이 앞이고, 내 발이 닿는 땅이 길이니까. 눈을 감고 걸어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됐다._125쪽
* 인증유형 : 공급자 적합성 확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존재들을 위한 여행사- 파란 이야기 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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