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섶을 베다 - 파란시선 161

말의 섶을 베다 - 파란시선 161

$12.00
저자

천영애

저자:천영애
1968년경상북도경산에서태어났다.
경북대학교철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
시집[무간을건너다][나무는기다린다][나는너무늦게야왔다][말의섶을베다],
산문집[곡란골일기][사물의무늬][시간의황야를찾아서]를썼다.
대구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말의섶을베다11
사랑,말없음에대하여12
ㅅㆍ랑거즛말이14
손아귀에담긴일종의구토증16
약속의서18
여우도굴이있고새도둥지가있는데20
잦아들다22
그대의핑경소리24
귀얄무늬청화백자가잠든무덤에26
오다셔럽다라28
사랑의구조에관하여30
선재미술관의마그리트32
그리운것속에묻혀있다33
셰이커춤을추는날이면우리도뜨거워지리라34
그리고나는가네36
바라우는소리38
사랑한다그리하여존재한다40

제2부
초록의목곽분에대해43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44
절박한환대늙은환멸46
주황얼룩무늬밤나방의치명적통점48
가만히바라보는것50
다말이다말아래앉아있다52
통점이없는뇌의통증54
IAM56
태백에서58
점무늬병에대한변명60
사막으로가는길61
하나를놓아하나를더옵기62
무량공처63
미간을찡그리다64
궁상각치우66
고작68
무제70
거두절미71
거처를잃은72
예언의말,시73

제3부
섧은자리77
얼음경78
비의수작80
배후습지81
코발트블루의말82
최후를견디는법84
베이다85
귀래86
환멸처럼다시87
사그락거리다88
그만하면89
우물과동굴은같은가다른가―경산코발트광산의기록90
울음우는것들에게묻는다92

해설이병국우리가무엇을더꿈꿀수있는가94

출판사 서평

추천사

“죽음뒤에남을말을벤다”는곡진한문장이세상여기저기떠돌고있을터인데(말의섶을베다),이또한천영애시집의신체일부라고저장한다.시인의중언부언에의하면천영애는말을찾아내고말에시달리는사람이다.그말은능동적으로사유하면서,쌓이고반복하고겹치고깊어지거나확장되기까지,세계운동의거부할수없는가역반응을남기고시인에게돌아와속삭인다.말없음을포함하되그말은가혹함의영역까지도달한다.심지어말들은“거즛”이란역설을움켜쥔다(ㅅㆍ랑거즛말이).말과침묵과거즛의종류는풍화와진화를거쳐예언의입을가진다.온전히발화하려는말의치열함은세계/생활을이해하고공유하려는시인에게어느통점에서‘사랑’으로번안된다.이시집이연가의형태를가지면서사람/존재에대한끝없는환대와애도를시도하는이유가설명된다.그사랑은천영애의은유에의하면“페르시안흠집”같은아름다움이면서죽음에저항하는방식의이름(들)이다.약속이자꾸어긋나는죽음은살아있음의건너편(의식이사라진)이아니라살아있음(의식이가능한)의대자이기에,천영애시의시작과정체성은분명하다.천영애의말을다시생(生)이라는어휘로변환가능케하는설명이기도하다.천영애의사랑과생은일별하면김상용의시조,사르트르의[구토],향가인모죽지랑가와풍요,[만엽집],‘귀얄무늬청화백자’,‘목곽분’,‘일미진중함시방’,‘주황얼룩무늬밤나방’등에게연속성을가진다.이매혹적인질료들은서로의공감각에헌신한다.마찬가지로말들의자리라는미학을펼친이시집의독특함은빼곡한“모스부호”이면서(IAM),그해독은난해하지만정결하고어둡지만드맑다.
친밀한독자들이여,천영애의‘말’과‘사랑’은당신에게도착해서당신의어떤운명이되려고하는가,하회를기다린다.
―송재학시인

시인의말

무성한말의그늘에서
풍화된말을생각한다
뜨겁고
얽히고
소멸하는
말들

책속에서

<말의섶을베다>

녹우당은행나무돌계단에앉아비버의로자리오소나타를듣는다해남의바람이비자나무를흔들어소리를벤다수백년돌계단이몸으로스며허술했던생을돌이킨다권태롭고현기증일던생이동백열매처럼부서진다말들이춥다

낙타를타고사막을달릴때사자가낙타의목을할퀴었다죽어야끝나는일이많다수천년을사는암각화처럼흔적을새기는일의무서움을안다약속은죽었어도말은살아돌계단을오른다자꾸만춥다삶이추위에떠는일이었고비로소생이끝나는지점을알것도같다음악은잠긴녹우당문을두드린다

이제생의백기를들어야할때인가열어둔유튜브에서피가로의결혼식이열린다도망갈기회를잃어버린사자가무섭게낙타의목을물어뜯는다까닭없이마음이상하고울음이고인다유리에벤몸이가렵다유리를들어말의섶을벤다죽음뒤에남을말을벤다

<그대의핑경소리>

오래전에넘어진적이있다그대의핑경소리에은신처를잃은적이
발을헛디딘만어사돌틈에서핑경소리울린다소리가청명하여그리움이짙어지니당신오시기에좋은날이다

환속의핑경소리너풀거리며당신이올것이다외눈박이사랑에는시간이필요하다날개의떨림을멈추면서바위틈으로숨어드는물고기가즈문눈을반짝이며외줄을탄다고요한소리의너울이장엄한꽃살문을두드린다협문외문짝이열리고그대는바랜시간의무채색꽃비로오시니

은목서가하루에두번씩피었고핑경소리도두번씩피었다당신은꽃이지고핑경마저잠든시간에고즈넉이스며들었다환대의의식이다리를놓았으나변방을돌던당신은만어사에서한마리돌이되었다당신오시기에좋은날이다

하늘강의위쪽에는훌륭한다리를놓고
아래쪽에는배를띄워두어비가오나바람이부나
치마를적시지않고멈추는일없이오시라고이아름다운다리를놓네

*하늘강의위쪽에는~이아름다운다리를놓네:[만엽집].

<오다셔럽다라>

볼수없는무한의뼈하나덜그덕거리는공간으로낯설고무한한몸이귀환한다백련암적광전이침묵을열어고요를깬다귀환한몸사이로바람이스미고느린선녀벌레가귀를간질인다

몽상의시간이다녀가고그대의몸이둥글게부풀어오른다거울은깨어졌고그곳에서우리는긴장마를기다리며파멸의선고를기다린다운명을볼수없는물방울이가혹하게그대의몸위로스친다

그대의열반에물방울을잡고운다뒹굴며잦아들듯길게운다아득한산길따라진달래꽃잎처럼열반에든그대드디어몸으로귀환한다드디어파멸한다그리움으로파계의문에들어선그대문득서럽더라

적광전에등기대고앉아오래그대를기다린다초록의가느다란그늘이짙어꺼지지않는울음을운다

오다오다오다
그대문득오다셔럽다라

*오다오다오다그대문득오다셔럽다라:향가풍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