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를 잃은 시인들 (홍신선 비평에세이집 | 양장본 Hardcover)

하프를 잃은 시인들 (홍신선 비평에세이집 | 양장본 Hardcover)

$33.00
Description
고졸(古拙)과 앎의 시학

[하프를 잃은 시인들]은 홍신선 시인의 비평에세이집으로, 「도시적 감성과 시의 새로움-김경린의 초기시를 중심으로」 「문학사와 창조적 비평의 예술혼-조연현론」 「기억의 소환과 생명의 리듬-전봉건의 시와 삶」 「내 시의 이즘 민낯들」 「시와 선, 하나 혹은 둘?-나의 시, 나의 부처님」 「앎의 시학과 선의 관법(觀法)」 등 55편의 평론과 에세이 등이 실려 있다.

홍신선 시인은 1944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1965년 [시문학] 추천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서벽당집] [겨울섬] [삶, 거듭 살아도](선집) [우리 이웃 사람들] [다시 고향에서] [황사 바람 속에서] [자화상을 위하여] [우연을 점찍다] [홍신선 시 전집] [마음經](연작시집) [삶의 옹이] [사람이 사람에게](선집) [직박구리의 봄노래] [가을 근방 가재골], 산문집 [실과 바늘의 악장](공저) [품 안으로 날아드는 새는 잡지 않는다] [사랑이란 이름의 느티나무] [말의 결 삶의 결] [장광설과 후박나무 가족], 비평에세이집 [하프를 잃은 시인들], 저서 [현실과 언어] [우리 문학의 논쟁사] [상상력과 현실] [한국 근대문학 이론의 연구] [한국시의 논리] [한국시와 불교적 상상력]을 썼다. 서울예술대학, 안동대학교, 수원대학교, 동국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녹원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노작문학상, 문덕수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하프를 잃은 시인들]엔 비평도 실려 있고, 시집 해설도 실려 있고, 단평도 실려 있다. 그런가 하면 시인이 자신의 시를 담담히 읽은 단문도 실려 있고, 시 창작법을 간략히 제시한 글도 실려 있고, 이런저런 다정한 회고담들도 실려 있으며, 수상 소감도 두 편 실려 있다. 그러니 [하프를 잃은 시인들]은 증증한 비평집도 아니고 순일한 에세이집도 아니다. 그렇다고 비평에세이집이라고 적는 일이 온전히 마땅하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세속의 갈래들은 단지 갈래들이 아닌가. 이 책은 그러한 갈래들을 넘나들며 아니 더 온당하게 말하자면 여하한 유형과 분량과는 상관없이 시랍(詩臘, 홍신선 시인이 불가에서 쓰는 ‘법랍(法臘)’에 기대어 빚은 용어) 60년을 맞이한 시인의 일생이 어떤 순정한 정신 하나로 집결되는 장면을 거룩하게 보여 준다. 어느 글이나 어느 지면이나 어느 행간이나 시의 길에서 어긋남이 없고 벼리지 않은 문장이 없다. 그러니 [하프를 잃은 시인들]은 통째로 시학이다. [하프를 잃은 시인들] 곳곳에 적힌 바대로 그 시론을 꿰뚫는 두 가지는 ‘고졸(古拙)과 앎’이다. 홍신선 시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고졸이란 말은 작품에 기교가 없는 듯 서툴러 보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아한 맛이 거기 있을 마련이라 한다. 달리 말하자면 솜씨는 거칠지만 그 나름의 격(格)을 온존시켰다는 의미다. 짐짓 거칠지만 그 가운데 세련미를 갖춘다.” 그리고 ‘앎’이란 “삶이나 세계의 실상을 짚어 낸다는” 맥락이다. “여기서 앎이란 정보나 단순 지식도, 체계적 담론도 아니다. 시 속에 직수입된 생경한 철학이나 종교적 담론은 더더욱 아니다. 그보다는 시인 개인에게 육화되어 제시된 시적 담론이라야 한다. 그 같은 육화된 담론이 내가 뜻하는 앎이다. 최근 시는 나를 그런 앎의 공간으로 몰아넣고 있다. 암튼 도저한 인식이 작품 심층에 뿌리박고 있는 시-나는 그걸 곰곰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고졸과 앎’의 시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도야하는 일이다. 책에 적힌 바를 또한 그대로 옮기자면 “무릇 예술가는 자기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 가야 한다. 철저하게 자신의 것, 자신의 일체가 담긴 예술을 만들어 가야 한다. 예술가에게 있어 삶이란 그 같은 자신을 만드는 과정일 뿐이다.” 요컨대 시란 영원히 지양되는 과정으로서의 자기를 구현하는 이행이다. 홍신선 시인이 자호(自號)로 삼은 ‘운보(耘甫)’는 따라서 다만 ‘터앝을 김매는 사람(농부)’에 그치지 않는다. 이 겸양 어법 속엔 등단한 지 한 갑자를 이룬 시인이 부단히 스스로를 갱신하고자 한 여무진 결기가 서려 있고 더불어 문자를 넘어 이 세계 전체를 경전으로 삼은 자의 그윽하고 서늘한 눈매가 맺혀 있다. 가히 장엄하다.
저자

홍신선

1944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1965년 [시문학] 추천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서벽당집] [겨울섬] [삶, 거듭 살아도](선집) [우리 이웃 사람들] [다시 고향에서] [황사 바람 속에서] [자화상을 위하여] [우연을 점찍다] [홍신선 시 전집] [마음經](연작시집) [삶의 옹이] [사람이 사람에게](선집) [직박구리의 봄노래] [가을 근방 가재골], 산문집 [실과 바늘의 악장](공저) [품 안으로 날아드는 새는 잡지 않는다] [사랑이란 이름의 느티나무] [말의 결 삶의 결] [장광설과 후박나무 가족], 비평에세이집 [하프를 잃은 시인들], 저서 [현실과 언어] [우리 문학의 논쟁사] [상상력과 현실] [한국 근대문학 이론의 연구] [한국시의 논리] [한국시와 불교적 상상력]을 썼다.
서울예술대학, 안동대학교, 수원대학교, 동국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녹원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노작문학상, 문덕수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책머리에 - 5

제1부 우리 시의 얼굴들 1
근대 자유시의 두 개성-홍사용과 주요한 - 13
도시적 감성과 시의 새로움-김경린의 초기시를 중심으로 - 16
문학사와 창조적 비평의 예술혼-조연현론 - 26
기억의 소환과 생명의 리듬-전봉건의 시와 삶 - 40
탐미와 풍자의 시학-김영태 시의 한 독법 - 51
이치의 시학과 형이상 시법-박진환론 - 57
보유 비판적 상상력과 풍시조 - 70
바다와 삶의 길고 오랜 극들-김명인 시의 한 독법 - 78
환한, 그리고 드높은-김윤배 시인의 초상 - 88

제2부 우리 시의 얼굴들 2
자아 성찰, 혹은 ‘춤’의 미학-이숙이론 - 97
일상의 성찰과 ‘당신’의 호명-정재영의 시 세계 - 115
일상성과 자아의 성찰-김용구론 - 127
여성적 삶과 앎의 시학-최병숙 작품론 - 141
타자 지향, 혹은 ‘너’의 시학-서정임의 시 세계 - 155
지적 통찰과 서정의 구조화-조승래 작품론 - 169
가족사, 혹은 사랑의 시학-박인옥론 - 184
일탈과 회귀, 혹은 ‘찰떡같은’ 삶-이우근의 시와 삶 - 199
내 ‘안’의 성찰과 정언(定言)의 시법-이원로의 작품 세계 - 211

제3부 내 시의 밑그림과 시론들
내 시의 이즘 민낯들 - 223
시와 선, 하나 혹은 둘?-나의 시, 나의 부처님 - 227
앎의 시학과 선의 관법(觀法) - 237
연작 「마음경(經)」과 그 둘레 이야기들 - 246
시간이 고인 옛 마을과 느림의 미학-시 「누가 주인인가」의 밑그림들 - 249
절집 기행, 혹은 어떤 가야산 - 253
절집과 늙은 고양이-시 「내 안의 절집」과 관련한 일들 - 257
바다의 시, 바다의 상상력 - 260
나의 시 창작법-시 습작에서의 유의 사항 - 267
시의 반세기, 나그넷길에 서서 - 272

제4부 여행길의 낙수(落穗)와 지리지(地理志)
능안뜸, 과거로의 짧은 기행-옛 고향 마을을 찾아서 - 279
화성의 박물지, 혹은 나를 찾는 도정-[화성 소나타]를 읽고 - 284
삶의 무늬와 방법론적 대화-[한반도 소나타]를 읽고 - 293
화성문협, 문학의 장(場)을 열다-한국문협 화성지부의 창립과 뒷얘기들 - 305
노포의 아우라와 옛시조의 한 거봉-해남 기행 - 312
민어와 튤립, 혹은 작은 낙토-임자도 기행 - 317

제5부 오류헌 시화, 그리고 단장들
시화(詩話) 세 토막 - 325
오류헌 시화 - 329
운보시실(耘甫詩室) 명(銘) - 334
약졸(若拙)과 ‘참’ - 336
하프를 잃은 시인들 - 338
봄꽃과 꽃달력 - 341
하프와 서권기(書卷氣) - 345
산골 자연과 보내는 한 시절 - 348
고졸(古拙)과 인식 - 350
시업(詩業)과 헛발질 - 353
귀촌 제1장 제1과 - 357
자연도 경전이다 - 360
당음과 폭염 - 363
시업의 품새와 글 나이-수상 소감 두 편 - 365

제6부 내가 짓고 만든 인연들
열정과 방황, 그 길고 짧았던 한 시절-나의 등단 전말기 - 371
술, 혹은 독서와 스포츠-박제천의 젊은 날 초상 - 377
강직한 기개와 미완의 꿈들-정의홍의 인간적 면모 - 380
글의 서슬과 은일의 정신-조정권의 삶과 시 - 384
근본 성찰과 시인의 농사-장옥관 시의 한 독법 - 391
설국 또는 한 편의 추억-이홍섭과의 만남 - 393
일상과 기억-김린주의 시를 읽고 - 396

출판사 서평

[하프를잃은시인들]엔비평도실려있고,시집해설도실려있고,단평도실려있다.그런가하면시인이자신의시를담담히읽은단문도실려있고,시창작법을간략히제시한글도실려있고,이런저런다정한회고담들도실려있으며,수상소감도두편실려있다.그러니[하프를잃은시인들]은증증한비평집도아니고순일한에세이집도아니다.그렇다고비평에세이집이라고적는일이온전히마땅하다고도할수없다.그런데이러한세속의갈래들은단지갈래들이아닌가.이책은그러한갈래들을넘나들며아니더온당하게말하자면여하한유형과분량과는상관없이시랍(詩臘,홍신선시인이불가에서쓰는‘법랍(法臘)’에기대어빚은용어)60년을맞이한시인의일생이어떤순정한정신하나로집결되는장면을거룩하게보여준다.어느글이나어느지면이나어느행간이나시의길에서어긋남이없고벼리지않은문장이없다.그러니[하프를잃은시인들]은통째로시학이다.[하프를잃은시인들]곳곳에적힌바대로그시론을꿰뚫는두가지는‘고졸(古拙)과앎’이다.홍신선시인의말을그대로옮기자면,“고졸이란말은작품에기교가없는듯서툴러보인다는뜻이다.하지만고아한맛이거기있을마련이라한다.달리말하자면솜씨는거칠지만그나름의격(格)을온존시켰다는의미다.짐짓거칠지만그가운데세련미를갖춘다.”그리고‘앎’이란“삶이나세계의실상을짚어낸다는”맥락이다.“여기서앎이란정보나단순지식도,체계적담론도아니다.시속에직수입된생경한철학이나종교적담론은더더욱아니다.그보다는시인개인에게육화되어제시된시적담론이라야한다.그같은육화된담론이내가뜻하는앎이다.최근시는나를그런앎의공간으로몰아넣고있다.암튼도저한인식이작품심층에뿌리박고있는시-나는그걸곰곰생각하고있다.”이러한‘고졸과앎’의시학이궁극적으로지향하는바는예술가로서의삶을도야하는일이다.책에적힌바를또한그대로옮기자면“무릇예술가는자기자신만의예술을만들어가야한다.철저하게자신의것,자신의일체가담긴예술을만들어가야한다.예술가에게있어삶이란그같은자신을만드는과정일뿐이다.”요컨대시란영원히지양되는과정으로서의자기를구현하는이행이다.홍신선시인이자호(自號)로삼은‘운보(耘甫)’는따라서다만‘터앝을김매는사람(농부)’에그치지않는다.이겸양어법속엔등단한지한갑자를이룬시인이부단히스스로를갱신하고자한여무진결기가서려있고더불어문자를넘어이세계전체를경전으로삼은자의그윽하고서늘한눈매가맺혀있다.가히장엄하다.


책속에서

그동안우리모더니즘시는주지주의와아방가르드가혼재된것으로논의돼왔다.그리고이같은혼재현상은모더니즘에대한잘못된인식과왜곡을가져오기도했다.이러한잘못된인식은이내바로잡히고정리될터이다.김경린은모더니스트이되주지주의경향을보인시인이었다.그는과격한형태실험이나근대예술의합리적기반을전복하지는못했다.대신도시공간에서의시민적삶의애환과그정서를충실하게새로운방법으로제시코자노력했다.그같은시작업에서도시문명어와외래어를무람없이사용했다.그런가하면시어의긴장을높이기위한독특한시적조사(措辭)를구사하기도했다.시어들의돌올하고폭력적인결합을통한시성(詩性)의추구가그것이다.이는그가새로운시세계의추구이자국제적동시성을주장한사실과궤를같이한다.(「도시적감성과시의새로움-김경린의초기시를중심으로」)

조연현은삶의구체적인현실을영위하는인간의생리를중요시하고강조했다.결국문학이인간의표현인한에서생리는그중심적인요소라는것이다.이는일찍이김동리가순수문학론에서강조한,개성을축으로한구체적인생의구경에닿아있는점이기도하다.
아무튼평론가조연현은이념문학을거부하고삶의구체적인생리에기반한문학을옹호했다.비평역시이같은문학을대상으로한예술적형상화를지향해야한다고했다.곧비평을예술창작의경지로끌어올리고자한것이다.이점에서그는우리문학사에서누구도추종키힘든창조비평의선구였다고할것이다.여기서한가지사실을더지적하자면이렇다.
조연현은범박한의미의에세이스트로서도많은작품을남겼다.이는본격비평과는달리가장자기고백적성격이강한수필창작으로나아간결과였다.이역시개인적삶의구체적표현을중시한그의비평적자의식의또다른표출이라고하리라.실제로그는비평이든수필이든“내가인생을어떻게체험하고어떻게표현했는가”가문제라고수필에대한생각을밝히기도했다.그의남겨진저작가운데상당수가바로수필집들이었음은주지의사실인것.(「문학사와창조적비평의예술혼-조연현론」)

범박하게말해전봉건의시세계는두기둥이떠받치고있다.하나는폭력에관한깊은성찰이고다른하나는‘생명의리듬’인에로스의천착이그것이다.전봉건시의폭력성찰은이미잘알려진그대로다.그는6.25전쟁에사병으로참전했다.전쟁도폭력의양상만으로치자면집단폭력이다.그것도국가간의인적?물적자원을쏟아붓는폭력행위다.이같은폭력앞에개인은무참히침탈될마련이다.곧역사의수레바퀴밑에참혹하게깔리고일방적인희생물이되는것이다.전봉건은,그의회고에따르자면,23세되던1950년12월징집돼입대했다.그리고이듬해중동부전선에서부상을당하고제대한다.이개인적체험은커다란정신적외상(外傷)으로남는다.그의시적역려(逆旅)40여년동안이체험은기억의소환형식으로끊임없이얘기된다.말하자면평생지울수없는정신적외상으로덧나곤했던것이다.후년돌밭을헤맬때에도이전쟁체험은불쑥불쑥나타나곤했지않던가.그만큼깊고어둡게6.25는그의내면에드리워져있었던것이다.(「기억의소환과생명의리듬-전봉건의시와삶」)

일찍이김영태는‘문화인’이란말을즐겨썼다.그가의도한문화인은단순히인문적교양을갖춘사람을뜻한것일까.아니면예술각영역을두루꿰뚫고있는또다른인물형일까.나로서는후자에가까운뜻으로이해한다.그것은그의작품전반을통독할때일련의시적대상이회화나음악,그도아니면무용,연극등의작품이거나그로부터비롯된교양체험들이기때문이다.이점에서그는다종의예술영역을아우른예술지상주의자내지는명상적심미주의자라고할만하다.그의말그대로는‘문화인’이라할만하다.특히그는속악한현실에대한좌절과실망을경험하면서그대척적인보상을앞에서말한예술세계에서만구하고자했다.이는19세기말서구의보헤미안이나댄디즘에견줄만한김영태의기품이라할만하다.두루알려진대로보헤미안들은예술을고유한별도의공간/세계로이해하고그세계에서는일상적가치나삶을무의미한속류의것으로여겼다.그런가하면부르주아생활방식을거부하며거기서의좌절을예술의창조활동을통해극복하고보상받고자했다.이러한그들의삶의태도와김영태의정신적지향은서로일맥상통한다.실제로그는선배시인가운데우리시대의보헤미안이라고불린김종삼이나박용래에게서말할수없는정신적근친성을느꼈다고한다.김종삼에게서는내용없는아름다움을,박용래로부터는‘나이50에날샌’동류의식을품었던것이다.그의시편들에서공공연히읽히는이같은사실은실은그가이들에게서정신적친연성내지동류의식뿐만아니라자기자신을발견한행위이기도하다.(「탐미와풍자의시학-김영태시의한독법」)

그의시를읽다보면바다의심상(心象)들을수시로만나게된다.초기시로부터최근시에이르기까지바다는줄곧작품의밑그림노릇을해오고있다.가령해거름녘에책을읽다문득바닷속에든것같다는착란만해도그렇다.이같은착란은단적으로그가평소얼마나심층무의식속에바다체험을가득쟁여두고있는가를증거하는것.굳이말을덧붙이자면저1930년대이상(李箱)이자연물/현상도도시적풍물을매개로그려냈던사실과닮았다고나할지.그는뭍의일들을물을매개로묘사한다.당대일급의시비평가이숭원이말하는탁월한표현미학은그렇게출발했다.시적정황을세밀하게묘사하되독특한비유를구사한그의작품스타일은이숭원의말처럼가히독보적인것이다.(「바다와삶의길고오랜극들-김명인시의한독법」)
시인김윤배의작품엔힘과서슬이서있다.과연그강렬한힘은어디서오는것일까.작품들을통독하며나는그걸생각했다.우선그의시문장은짧으면서정언(定言)형식을취하고있다.“교복은소녀의보이지않는몸이었다”,“거미는언제나단문이다”등등.그문장예들은텍스트들도처에있다.짧은문장엔부가적인요소들이없을마련이다.그래서그정언형식의문장은종종숨가쁜육성처럼느껴진다.그런데이정언형식의단문들은은유,그것도컨시트의틀을대부분갖췄다.여기서우리는말의폭력적결합에따른서슬/텐션을맛본다.뿐만인가.이런저런전문용어,이국의지명,인명등등도자주읽힌다.이런비일상적언어의구사역시힘과서슬을우리에게안겨준다.(「환한,그리고드높은-김윤배시인의초상」)

개나고양이,푸나무들과몇해어울려지내며깨달은게있다.바로인간이얼마나자기위주의편향된독선에함몰된존재인가하는점이다.예나이제나인간은도구적이성을앞세워다른자연물들을끊임없이착취하고수탈해왔다.동식물들의삶을들여다보고알아갈수록이같은내생각은더욱확고해진다.저들도알고보면그나름얼마나고되고힘든삶을사는목숨들인가.크게잘난것도없는인간-호모사피엔스들은이들을수탈과억압의대상으로만대해왔다.이제나는또인식의표지판을옮겨야할것같다.그들의이야기를시로기록해야할마련이기에.(「내시의이즘민낯들」)

나는선사들의가르침인분별과집착을끊어낸마음자리는어떤것일까생각한다.솔직한말로나로서는상상도못미치는경지의마음일터이다.다만,시에관한지식을모탕삼아가늠하자면그마음은대략‘오브제’와비슷한무엇아닐까.이를테면여느사물에서기존관념,곧통념의뜻이나값,기능같은걸벗겨내면거기순수물상이드러난다고한다.그순수물상을오브제라고할때선사들의가르침인분별과집착을끊은관점에서의사상(事象)도그비슷하지않을까싶은것이다.그래이때의사상을본디의사상,곧참사물이나현상이아닐까나는생각한다.그리고이들‘참사물’,‘참현상’을범박하게불교식언술로는불성이라고부르는게아닐까.흔히같은대상도깨침전과후가각각다르게보인다고한일이이러한까닭이리라.(「시와선,하나혹은둘?-나의시,나의부처님」)

고정관념이든도구적의미든통상적의미를깨고새로운참의미를발견하려는일체의노력은그대로선불교의인식방법에연결된다.잘알려진대로선불교는분별과집착을버리도록가르친다.여기서분별이란너와나,중심과변두리,정신과물질,삶과죽음등등서구형이상학에서말하는이항대립이나짝패같은구분을뜻한다.선불교는이러한분별을지양하고통합적?직관적인식을하도록가르친다.그런가하면어느일변을취하지말고중관(中觀)을지향하도록일러주기도한다.곧모든사물을어느한쪽으로치우쳐해석해서는안된다는것이다.이는뭇사물이절대적이며고정적인의미/존재일수없음을강조한것일터이다.이중관적사유는결국모든것이서로상관관계로얽혀있음을인식토록한다.한쪽이다른쪽과상즉상자(相則相資)하는의타적관계에있다는말도바로이같은사실을의미한다.(「앎의시학과선의관법(觀法)」)

욕망은그것이소유론적욕망이든존재론적욕망이든사람을짓누른다.나는그욕망을내려놓거나벗어버리는정신적해방과마음의자유를누리고자했다.일찍이조주스님은일갈하지않았던가.‘네가들고있는걸내려놓으라고아니면여전들고있으라고.’마음의자유를누리는일이어찌나만의바람일까.인간들누구나희망하는일이기도할터이다.아마도이일은더나아가내삶의내부어딘가에꼭꼭숨어있는본래면목을찾는일이기도할터이다.범박하게말해이들탐색의기록이곧내시이기도하리라.그리고이탐색의행로를걷다보니심경(心經)은불전(佛典)에만있는게아니라유학(儒學)쪽에도있음을알았다.[심경부주(心經附注)]를읽은일-이는작품쓰는일밖의내망외(望外)소득이랄수있겠다.(「연작「마음경(經)」과그둘레이야기들」)

무릇예술가는자기자신만의예술을만들어가야한다.철저하게자신의것,자신의일체가담긴예술을만들어가야한다.예술가에게있어삶이란그같은자신을만드는과정일뿐이다.시인역시예술가인한시인으로서의자신을만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