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학교 가는 길 (오산균 시산문집)

키르기스스탄 학교 가는 길 (오산균 시산문집)

$18.00
Description
나와 당신도 외국인이었다
[키르기스스탄 학교 가는 길]은 오석균 시인의 시산문집으로 94편의 시와 그에 잇따른 짧은 산문, 그리고 흑백사진이 실려 있다.

오석균 시인은 2022년 9월 1일부터 2023년 7월 31일까지 334일 동안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의 해외 파견 교원 사업에 선발되어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오시국립대학교 한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였는데, 이 책에 실린 시와 산문은 그때 쓴 것으로 일자순에 따라 실려 있다. 즉 오석균 시인은 키르기스스탄으로 떠나기 전의 설렘과 두려움, 도착해서 얼마 동안 겪은 곤란과 불편, 낯선 문화에 대한 이질감과 호기심, 그리고 서서히 키르기스스탄과 그곳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서로 스미고 배어드는 과정,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뒤 키르기스스탄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등을 꾸민 바 없이 담백한 문장들로 차곡차곡 개켜 보여 준다. 그래서 [키르기스스탄 학교 가는 길]을 읽다 보면 어느덧 스스로가 악부라 강을 따라 학생들을 만나러 가는 것만 같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할머니가 팔고 있는 사과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만 싶고, 그렇게 키르기스스탄에서 일 년 가까이 체류하다 돌아온 것만 같아 마지막 시를 읽을 때면 못내 아쉽고 그립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이 책은 우리를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지금 살고 있는 바로 그곳으로 데려다 놓는데, 이는 덧붙일 것 없이 오석균 시인이 쓴 담담하고 순일한 문장들의 힘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오석균 시인의 순정한 눈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나아가 자신 안의 외국인을 발견하는 데 이른다. 이때 외국인은 물론 키르기스스탄인과 한국인을 서로 맞바라보고 있는 말이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에 “그래서 감정을 제대로 온전히 다 전달하지 못하고” “그래서 손을 잡거나 아니면 눈을 오래 들여다보거나”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따라서 오석균 시인이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난 ‘외국인’은 키르기스스탄인도 아니며 그렇다고 한국인인 자신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국적과 언어를 넘어 공감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외국인이며 그것을 진정으로 인정할 때 비로소 서로를 만날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이다.
저자

오석균

저자:오석균
충청남도공주에서자라인천을거쳐강원도에머물고있다.
1996년[문학21]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기억하는손금][기린을만나는법][수인을위하여][우리에겐시간이충분했던적이없다],수어책[프리미엄수화](공저),시산문집[키르기스스탄학교가는길]을썼다.
현재횡성송호대학교에서극작과한국어를가르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키르기스스탄_떠나기이십일전12
키르기스어를배운다_삼일전14
키르기스스탄가는길16
사막도시_키르기스스탄에서의첫날18
집구하기_둘째날20
선_셋째날22
프라부름_넷째날24
물_열두번째날26
말소리_열네번째날28
정전_열다섯번째날30
시차_열여섯번째날32
슬픈라면_열여덟번째날34
열쇠수리_스물두번째날36
눈썹_스물다섯번째날38
꿈꾸지않으면_스물여섯번째날40
구름_스물여섯번째날42
술레이만투_스물일곱번째날44
삼사_스물일곱번째날46
부고싶다_스물여덟번째날48
쇼로_스물아홉번째날50

제2부
이식쿨_서른두번째날54
암각화_서른두번째날56
새벽공항_서른세번째날58
펜스_서른네번째날60
낡은조연_서른다섯번째날62
사과_서른아홉번째날64
속도_마흔한번째날66
비자_마흔두번째날68
이름_마흔다섯번째날70
도서관_쉰번째날72
사진을보며_쉰세번째날74
시장구경_쉰네번째날76
선물_예순한번째날78
비가와서_예순네번째날80
실크로드_예순다섯번째날82
적선_예순아홉번째날84
낙엽_일흔두번째날86

제3부
발음_일흔네번째날90
번역_일흔일곱번째날92
희망고문_여든한번째날94
이반일리치의죽음_여든두번째날96
방과후_여든네번째날98
감_여든일곱번째날100
서시_여든아홉번째날102
새벽밥_아흔번째날104
눈내리면_아흔다섯번째날106
짧은여행_아흔여덟번째날108
번거로울지몰라_백다섯번째날110
사랑_백여섯번째날112
꿈에서도_백열번째날114
휴대폰을바꾸며_백열세번째날116
크리스마스_백열다섯번째날118
악부라_백스무번째날120
새벽공항_백스물두번째날122
아야소피아_튀르키예에서의두번째날124
갈라타의꿈_튀르키예에서의세번째날126
피에르로티_튀르키예에서의여섯번째날130
새벽공항_키르기스스탄에서의백서른번째날132
눈녹으면_백서른일곱번째날134

제4부
슬픈외국어_백마흔두번째날138
할머니의말_백마흔네번째날140
낮달_백쉰네번째날142
이별의약속_백쉰일곱번째날144
신발_백예순번째날146
봄눈_백예순두번째날148
입덧_백예순아홉번째날150
햇살오후_백일흔다섯번째날152
저물녘에고려인_백여든번째날154
실낙원_백여든두번째날156
똥간_백여든세번째날158
발끈해서_백여든다섯번째날160
수말렉_백아흔일곱번째날162
살구꽃핀_백아흔아홉번째날164
오빠생각_이백두번째날166
라마단_이백세번째날168
긴머리소녀_이백아홉번째날170
일안하는_이백열세번째날172
수인을위하여_이백열네번째날174
잠자는숲속의공주_이백스물한번째날176
헨젤과그레텔_이백스물세번째날178
구석에서_이백서른한번째날180
아무도미워하지않는자의죽음_이백마흔일곱번째날182

제5부
콜라한잔_이백여든여덟번째날186
답장_이백아흔번째날188
눈부셔갇힌_이백아흔아홉번째날190
빈방_삼백두번째날192
푸시킨파르크_삼백세번째날194
문학의자리_삼백열네번째날196
사랑한다는것은_삼백스물세번째날198
발톱을깎으며_삼백스물다섯번째날200
떠나와도_키르기스스탄에보내는편지하나202
너무많아서_키르기스스탄에보내는편지둘206
변명_키르기스스탄에보내는편지일곱208
글의이마를짚고_키르기스스탄에보내는편지여덟210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나는지금
히잡을쓰고눈썹이긴학생들을만나러
그옛날실크로드를걸어서
학교에간다

톈산산맥을넘어온바람은
파미르고원하늘을사과처럼만들고
설산의눈녹은물은
몸을뒤집으며따라온다

책속에서

저녁을먹고키르기스어를공부한다
물이‘수-우’인데‘수-루우’하면예쁘다란다
한국어의예쁘다는가련하다에서왔는데
키르기스의예쁘다는물에서태어났나보다

건조한사막길에서물같은사람을만나면
늙어도오래오래가슴이촉촉하려나
비가오나해서창밖을내다보니
계절모르는차들이차선없는도로를질주한다

저길끝에도근대화가있을까
도로를가득채울것이비단차만은아닐텐데
가을은한뼘더내려앉고
귀뚜라미소리낭창하다

두주쯤지나니안보이던것들이하나둘씩보이기시작한다.처음으로비구경도하고,학생들의표정속에뭔가가있어보인다.
언어가다르면표정도다를까.사람들은다비슷하지않을까.머뭇거리다가슬쩍다가가말을걸어본다.그래봤자간단한안부같은인사정도지만.그들도나를따라말을머뭇거리며대답한다.
한말을또하고또다시하고,나혼자만같은말을반복하고있는것같다.마음은간절히만류하는데말은저혼자길을가고있는듯.
---「물_열두번째날」중에서

눈썹이길고겉눈썹이찐한
움푹한눈의히잡여인들을보면서
낙타를생각한다
긴긴사막길을물도없이걸어가는

마른땅엔안개처럼먼지가피어나고
종일바람이몸주변을감싸는곳에서
긴눈썹만이내숨을가리고
먼길을멀리바라볼수있으리

집에서한번물을먹고나오면
종일목마른표정한번없이
햇살속을꼿꼿이걸어간다
더운바람이분다

사람들대부분눈도크지만,눈썹도진하고길다.인조눈썹을붙인것처럼길고,숯으로그린것처럼진해서,안보는척하면서한참씩쳐다보는무례를범하기도한다.
수업시간에는아이들이칠판글씨를받아적는동안물끄러미그눈을보다가묻는다.너희들이보기에한국은어때?
눈이좀작아요.
---「눈썹_스물다섯번째날」중에서

따뜻한호수는없다
바라보는사람의마음이따뜻했던거지
눈덮인톈산아래
바람도살금살금지난다

빛이비치기시작하는얼굴을본다
솜털처럼흔들리는낯
잠시돌아누워도될텐데
그저당신처럼

내일도따뜻하기를
오래만난것처럼기쁘고
처음손잡을때처럼설레기를
다시못볼지라도

‘이식쿨’의뜻은따뜻한호수란다.해발3,4천정상에쌓였던눈들이일년내내천천히녹아흘러이호수를채운다고한다.둘레가차로부지런히돌아도대략여섯시간쯤될이넓은호수는돌소금이잔뜩녹아있는건지겨울에도얼지않는다.
가도가도이어지는톈산(天山)과드넓게펼쳐진호수,그속에나를두고,또다른내가나를바라본다.
---「이식쿨_서른두번째날」중에서

아이들이돌아간교실에서
햇볕과수업을이어간다
창가자리에앉아
유창한현지어로가을을읽는다

늦게들어온햇빛이
세시가안되어빠져나가기시작한다
벌써보내기에아쉽지만
갈곳이멀다하니

톈산을넘어와서우즈베키스탄쪽으로
비자도없이기울어간다
내일도있으려나
나도있으려나

시간은흘러가는것이라고배우고인식했었는데,지금와서다시생각해보니시간은그저있는것이다.나도그저있다.햇살처럼머무는그대,나도비추어주길….
---「방과후_여든네번째날」중에서

여행의절반은기다림이다
오시정류장에서버스운전사를기다리고
비슈케크마나스공항에서푸른하늘이피어나기를기다리고
커피를시켜놓고향이잔에가라앉기를기다리고

그렇게기다리는동안
아이는할머니에게배고픔을속삭이고
할머니는아이에게기다려왔던자신의역사를
손바닥에담아어깨를토닥이고

기다림의계단을밟고비행기에오른다
내좌석은꺾어져세걸음아니서른두걸음
어디선가따뜻한아침국밥이토렴되어
나를기다려줄까

여행안의여행,휴가를내고떠나기로결정한곳이튀르키예다.새벽공항에서비행기를기다린다.잠시떠남도이리쓸쓸한데남겨짐은또어떨까.기다림의끝에시간이다가오고,그렇게또당신을생각하고….
---「새벽공항_백스물두번째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