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숟가락

꽃과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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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린 믿어요 당신과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처럼
[꽃과 숟가락]은 김효연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집으로, 「꽃과 숟가락」 「지역 뉴스」 「나의 미성년」 등 59편이 실려 있다.
김효연 시인은 2006년 [시와 반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구름의 진보적 성향] [무서운 이순 씨] [꽃과 숟가락]을 썼다.
김효연의 시는 부조리한 세계를 냉소로 대응하지만 결코 현실을 회피하거나 좌절을 말하지 않는다. 권력의 폭력을 거부하고 여리고 약한 이들과 공감하며 소수자를 옹호한다. 그녀의 시적 변증법은 냉소의 태도를 냉소주의로 기울게 하지 않으며 슬픔을 절망의 나락으로 빠트리지 않는다. 존재의 울음을 웃음으로 상승하는 기운을 지녔다. 그만큼 의지적인데 「간극」처럼 여자의 울음이 종내 웃음으로 나타나며, 「비등점에 서다」의 경쾌한 활력과 「쿡, 쿡쿡」의 유쾌한 유머 그리고 「축, 합격」과 「종편」의 풍자도 같은 맥락을 지닌다. 실존의 감각인 슬픔을 명랑으로 끌어올린다. 김효연의 시는 밥과 일과 함께하면서 생의 명랑한 슬픔으로 피어나고 있다. “속이 꽉 찬 양털구름/더는 떠돌고 싶지 않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비행접시 타고 몰래몰래 내려와/다 같이 터 잡고 벙글어/조잘대는/수다들”(「수국입니다」). 시인은 여전히 할 말이 많다. “놓치고 깨지는 박자와 리듬”을 거머잡아야 하는 단독자의 숙명이 있다(「이 모든 것은 금붕어」). (이상 구모룡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김효연

저자:김효연
2006년[시와반시]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시집[구름의진보적성향][무서운이순씨][꽃과숟가락]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꽃과숟가락-11
소주병-12
애벌레가두번째-14
돌고레스엔카르나시온델산티시모사크라멘토에스투피냔오타발로야화-16
뒤끝-18
나무랄데없는-20
지역뉴스-22
관계의예의-24
잔인한위로-26
비활성폭탄-28
간극-30
보사노바혹카사노바-32
가시돋친봄-34
동상이몽-36
비타500-38

제2부
동생이나타났다-41
오른손의가수면-44
모텔수도원감옥-46
나의미성년-48
위대한요플레-50
이전의세계-52
우리의북두칠성-54
메토이소노-56
압생트-58
출처-60
쿡,쿡쿡-62
용봉탕-64
수국입니다-65
축,합격-66

제3부
종편-69
그들의독서-70
날아라바퀴-72
상냥한월말-74
비등점에서다-76
도배J-78
날뛰는마법주머니-80
피노키오를낳았어-82
나는가정합니다-84
상투를올리자-86
알리바이연인-88
안씨할머니-90
삿뽀르참치식당말인가-92
이모든것은금붕어-94
꼬리보호구역-96

제4부
북어사람-101
배틀-102
불안한추천-104
닭발-106
아담과루루-108
가정통신문-110
강남은따뜻한가요-112
크라우드펀딩-114
이쑤시개가슬프지않다-116
사이다-118
흑백한식(寒食)-120
2017년5월8일-122
미쳐야미친다-124
우리의증거-126
happynewyear-128

해설구모룡냉소와명랑한슬픔-130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비오는경주

초록보를두른무덤들
꿈틀대는저죽음들은전갈처럼불친절하고

능과능사이
경계를지우는푸른안개

삶이든죽음이든먼저하는것은
앞서가는것이다


책속에서

꽃과숟가락

주먹만한저건강렬(剛烈)한주먹이아니다.주먹은순간에활짝필수있다.빨강노랑강렬(强烈)하게오므리고있는저건입이아니다.입이벌어지면금방이다.밤새말을긷느라입안이다헐어거무튀튀떨어진입술은튤립이아니다.주먹을펴거나입이벌어질때는노래일까울음일까.숟가락만한저건입이다.목젖이닳도록꿀을짜낸다.입과숟가락은연인이다.오슬오슬조마조마다투어피어나는새포름한입,잎들■


지역뉴스

유채꽃축제가벌어지는공원에선손가락이찰칵브이가찰칵꽃무더기사람무더기

큰길옆에서우렁차고확신담긴투쟁가
‘죽을수는있어도비워줄수는없다’는붉은글씨

부엌칼가위아님짜장면같은걸쭉한입만가진사람들
저거대한철벽을어떻게베고자를수있어허접한사생활다까발리며독올라대들고있는지

이제저들은평범한주민이아니고축제함께할이웃도아니다이념이나구호만큼단단해지려웃음모두삼켜버렸다아무리핏대올려도보잘것없는가게들결국텅텅지워지고말텐데

봐,고개올려쳐다봐높이볼수록뭐죽는게별거라고

국밥집아주머니와미장원이모치킨집삼촌이달려들어내머리카락을쥐어뜯는다해도결코별것은아니야그런죽음은그냥흔해서귀하지도않으니까순간허공에걸린현수막이달려와따귀를철썩

보잘것없는것들이뭉치면확성기가되고투쟁조끼가되어주머니마다신념이담긴다

행상트럭위오렌지사과도일렬횡대한치흐트러짐없다■


나의미성년

한마디로엿같은

엿가락에끈적끈적달라붙는쥐새끼
창문틈새나술병에가학적으로쑤셔넣는담배꽁초
습한지하방에서불결한바늘로수놓은화려하고거친문신
퀵서비스로애인을모시는오토바이
나날이삐딱해지는베개
할머니쌀통냉장고를파고뒤지는넝쿨손
지평선을줄넘기하며튀기는화성언어
발랑까뒤집힌시꺼먼개털
영혼의순수를갈아넣는게임방
거침없이회전하고상승하는칼
인생에절대없을기숙사담장
내일까지물고있는다이너마이트
날마다상영되는마술쇼
때가둥둥떠다녀도흘러넘쳐선다치는욕조
타자마자나가라울어대는엘리베이터
죽기살기로여닫는금지된장난
엄마아빠열쇠를노리는복면
뒷면은없고오직나아가는정면

그래서헌법과공장이돌아가고
뒷골목에선팡파르의계보가울리며
금간창문은악을쓰며울어재낀다
지루한머리통에누리끼리한오줌발사
가래침에딱성냥을그어대는

그러니까시들어가는지구를살리고있는나의미성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