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사랑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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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구로 자전거를 만들었어요 화성에 갔다 올게요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사랑한다]는 김문자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으로, 「물의 방향」 「자전거를 타고 화성으로」 「직사각형으로 살아가기」 등 51편이 실려 있다.

김문자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났고, 202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사랑한다]를 썼다.

김문자 시인의 시적 상상력은 기하학에 토대를 두고 있다. 김문자 시인의 시들은 이 기하학을 도구로 하여 사물을 인식하고 재배치한다. 하지만 김문자 시인의 첫 시집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사랑한다]의 상상력은 사물을 설명하는 기하학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을 설계하는 기하학이다. 원, 직사각형, 선, 회전 같은 도형적 형상과 물, 중력, 바람 같은 물성이 서로를 관통하며, 정태적 자아를 해체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조절하는 주체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사랑한다]에서 기하학은 단순한 도식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윤리의 언어다. 세계의 힘을 억누르지 않고 “힘을 빼” 흐름을 내주거나(「물의 방향」), 직립하는 몸을 직사각형으로, 연결과 금지의 경계를 선으로 재명명하거나(「직사각형으로 살아가기」), 행성의 회전과 자전거의 브레이크로 귀환의 기술을 가르친다(「자전거를 타고 화성으로」). 이러한 형상 변화 위에 사랑, 상실, 이주, 기억의 감정이 얹히면서, 시는 형태의 사유→운동의 감각→관계의 윤리로 확장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사랑한다]는 형태로 사유하고 운동으로 말하는 시집이다. 원・직사각형・선・회전, 물・중력・바람, 심장・자전거・장미・망고에 이르기까지, 시는 세계의 형상을 윤리의 설계도로 전환한다. 그 결과, 사랑은 동일성의 증명이 아니라 속도와 간격을 설계하는 기술이 되고, 상실은 종말이 아니라 비중을 조절해 다시 뜨는 운동이 되며, 돌봄은 전시가 아니라 야생의 자기결정을 보장하는 정치가 된다. (이상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김문자

저자:김문자
제주에서태어났다.
2024년[경인일보]신춘문예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다른사람을사랑해도사랑한다]를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물의방향-11
아무것도없는사람-12
침묵이길어지면-14
유혹사용설명서-16
사월의객관적상관물-18
자전거를타고화성으로-20
깊어서그래요-22
면식범-24
자유민주주의여자-26
로마에서온편지-28
처음보다끝이아름다운-30
케이프타운에서온펭귄의서사-32

제2부
유물론자-37
친해질뻔했잖아-40
문득,서간문-42
얼마나뜨거워야전해질까요-44
사랑하면앙큼하기-46
분리되는섬-48
딴주머니속눈물보자기-50
여수의진심-52
홍등-54
내바다-56
돌아갈수없다면-58
태우면캄캄하니까-60
다른사람을사랑해도사랑한다-62

제3부
밟히면보이는것들-67
동사로살았다-70
쏟아지는기분-72
릴리트의별식-74
비바체로내리는하이든-76
착한여자-78
구피는꽃-80
느타리를포르노로해석함-82
비로소-84
목적지를벗어날때-86
돌하르방-88
직사각형으로살아가기-90
부부별곡-92

제4부
무-97
어린무잎실루엣-98
돌아오는맛-100
바람의적도-102
애플망고-104
달로가는나무-106
스캔들-108
오후다섯시장미-110
서귀포여자-112
잘죽어야맛있는것들-114
황제의꽃-116
강의반대편에앉아-118
바다우물-120

해설
황정산기하학적서정과동사적상상력-122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물결인사람

당신을보았던기억이납니다


책속에서

물의방향

멀구슬나무뿌리가물길인가요입구가터진동그라미인가요물길의강약은흐르면서저울질하죠물에빠져본사람도그깊이를몰라요물은중력을믿지만힘을빼니까물길을거스르면물의저항으로뿌리가박혀버릴지도몰라요박힌뿌리가낙타의등이라면믿을수있나요사막의모래는물길을보호하는식물그늘을만들어주는모든식물의뿌리는아래로두고낙타와상인에게오래된약속으로오아시스를선물하죠물의형태로바위밑이나흙더미를만나면‘물길’이라고동그랗게말해보세요호흡을가다듬고다시한번길게말해보세요물방울이모여큰물줄기로흐르는소리가들리죠그때귀를아래방향으로늘여보세요옆집멀구슬나무뿌리가당신의물길일지도모르죠■

자전거를타고화성으로

너무뜨거워서반으로잘랐어요
중력으로중심을잡고달리고있어요
처음부터덩어리라서한방향으로가고있어요
앞쪽으로힘을줄게요
지구의중심은나니까
지구가굴러가는속도는다리의힘이아니에요
간격이죠

지구는비타민같아요
푸른이끼가자라는땅이라면바람이지구를자라게하겠죠
페달에힘을주세요
분리된지구는뒤쪽에심장이있어요
소식을마라톤으로전한다면지구가조금이라도서늘해지겠죠

지난밤얼마나뜨거웠는지
소리를질렀어요
토론하면더늙어버리는얼굴,지구를닮았어요

심심해서지구로자전거를만들었어요
앞과뒤는중요하지않아요
어느곳을잘라도지구는둥글게굴러가는회전문
손잡이에브레이크를걸면처음으로돌아갈수있어요

바람으로가는자전거를만들겠어요

화성인들이지구를식히려고도착했어요
화성에서온지구인들이자전거를타고지구를돌리고있어요

지구의심장소리에자전거가날고있어요

화성에갔다올게요■

직사각형으로살아가기

열여덟살까지늘어나는직립입니다

그건머리통이나두팔이나두다리도포함되는
선이지만잘라보면길고가는원통으로
함부로손댈수없는길도되는도형입니다

내가살던최초의물은원입니다

원은낮잠자는우주비행사의웅크린중력,아주작은꿈으로시작되지만
나는당신의높이로걸어다니는직사각형의태몽이죠

직사각형은구부러지고접히는고도로발달된로봇입니다
로봇은수많은도형으로이루어졌고중심을잡아주는이등변삼각형도있습니다
그건두팔이거나두다리로직사각형의유의어입니다
변이가아닙니다진화도아닙니다
걸을수있다는믿음입니다

직사각형은열여덟살까지늘어난탄력입니다
작은직사각형으로교집합이된손과발
직사각형이된몸통은원에서분화된유도체입니다
직사각형은걸어다니는영장류의특징입니다
적당히밀어주고끌어주는중력이라고하더군요
결국중력도원의일부라는증거겠지요

난직사각형을이어주는선입니다
서로다른도형을이어주는선은다른것과섞여서는안되는
독특한분화구입니다

분화구가흐르기시작하면함부로손댈수없을때
예민해진선이길을막고직사각형을가둘지도모릅니다
길은직사각형의숨은기관입니다

직사각형은수학으로설명되는생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