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란 - 아케이드 Arcade 23

착란 - 아케이드 Arcade 23

$30.00
저자

고광식

저자:고광식
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학예술학과를졸업했다.1990년[민족과문학]을통해시인으로,2014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문학평론가로등단했다.시집[외계행성사과밭],평론집[착란]을썼다.청구문화제시부문대상을수상했고,아르코발간지원,아르코발표지원,인천문화재단발간지원을수혜했다.추계예술대학교에서시창작연습,현대시강독,문학과신화,시창작과퇴고등을강의했다.현재시와비평전문지[포엠피플]편집인이다.

목차


책머리에질문들5

제1부문학장안톺아보기
시와비평의관계에대한질문―2020년대시의좌표계15
문학장안에서의헤게모니투쟁―지금여기의한국시단을중심으로29
ChatGPT,시인으로서의(불)가능성―한국의명시7선과ChatGPT의명시7선을중심으로50
신춘문예,개혁을허(許)하라73

제2부고립의사회학적상상
타자를소유하는두가지방식―김선우와강정의시93
낯설고불편한묵시록―김희업과김성규의시111
감정,부조화와조화의시간―구현우와김기형의시128
페미,회복을위한아카이브―이소호와권박의시146
파편화와고립의시간―정영효와박연준의시162
퀴어,무지개깃발을흔들다―김현의시182

제3부원본없는시간들
폭력성에관한붉고긴질문―한강의시201
시뮬라시옹하는원본없는시간들―김행숙의시219
이성너머의조각난사유들―최하연의시234
현상을치유하는착란의순간들―조연호의시250
원초적공간을걷는감각적주체―안희연의시265
아포리즘푸른그늘아래서―박찬일의시282

제4부서로다른파편화된고백
파편화(fragmentation)된주체의고백―하린의시303
비선형적질서에관한메타시선―안미옥의시311
서로다른합목적성―임승유의시321

제5부영화가던지는상처적질문
춤으로통(通)하다―이준익감독사도339
페르소나(persona)의자의식혹은균열―오승욱감독의무뢰한342
레퀴엠(requiem),‘소수자’라는분열증적상처―신수원감독의마돈나357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이러한질문에도불구하고시의본질적속성은새로운물결을타는데있다고보아야한다.왜냐하면시란창작이기때문에발상단계부터전통의기시감을뜯어낼필요가있다.전통적서정시는대상에대한이미지를만들때그위에교훈과의미를얻는것을당연시한다.그러나지금여기의현대시는무교훈적이미지를만든다.시속에내재된교훈과의미를지우기위해젊은시인들은전통과단절해야했다.이제시인들은자신의방식대로세상을들여다본다.시쓰기는우리가모르는우주의영역에발을딛는것으로시작한다.따라서전위시를쓰는시인들은선과색과구성으로감정을표현하는추상화를닮으려노력한다.이러한자의식에서출발한일군의젊은시인들의시쓰기는2010년대를넘어2020년대까지시단에영향력을행사했다.2020년대의시는더욱더실험적이다.시인들은전통적서정시의문법보다는새로운서정시의문법을만들어내는데여념이없다.시는2010년대보다더길어지고실험의영역은넓어졌다.심지어전통적서정시가강세였던신춘문예에서도2020년부터새로운문법으로창작된시들이자주당선된다.시의경향이분화되고파편화되는데비평은본질적분석을하지않는추세이다.당혹스러운작품에대해선이론의틀에맞추어재단한다.
―시와비평의관계에대한질문―2020년대시의좌표계

아비투스는프랑스사회학자피에르부르디외가만든용어로한인간의행위와인식을결정하는틀이다.인간은사회화과정을통하여자신이속한집단의규범을배우고가치에동화되어간다.각자처한계층에따라가치체계는다르게형성된다.이렇게무의식적으로자기삶의규범을내면화한다.현재우리나라시단의시인들도부르디외가말한아비투스자장안에서활동한다.전통과권위가있는문예지나신춘문예로등단한시인들은부르디외가말한사회자본과상징자본을갖고자신들만의에토스를만든다.반면에권위지나신춘문예가아닌매체로등단한시인들은그들과다른에토스를만든다.시단은어느매체로등단했느냐에따라등급을정한다.이러한문단의실재적인상황은시인의의식과행위를결정한다.권위지로등단한시인들은선민의식을갖고자신들만의카르텔로결집한다.문단의중심부로진입하지못한비권위지출신시인들은실력이있는경우에도불구하고끊임없이소외되고파편화되어고립된다.이두집단은문학장안에서헤게모니투쟁을한다.그리고제3지대의등단장사꾼들과출신들도그들만의독특한에토스를만들어문학장안으로들어온다.
―문학장안에서의헤게모니투쟁―지금여기의한국시단을중심으로

자크랑시에르는자신의저서[감성의분할]에서“기계예술들은‘기계’예술들로서결국예술패러다임의변화,그리고예술과그주제들의새로운관계를초래할것이다.”라고확신에차서말한다.랑시에르가대화형인공지능인ChatGPT를예견한듯한발언이다.ChatGPT가출시되고우리사회는충격에빠졌다.특히예술가세계에선‘AI가예술가를대체할것이다’라는우려가크다.ChatGPT가시를쓴다.요구하는대로방대한정보를가지고시를쓴다.어떤주제의시이든물어보면한편의시를순식간에만들어낸다.이제문학작품집의판매가급감할수있다.사람들은자신이원하는주제와키워드를입력값으로ChatGPT가생성한작품을감상하면되기때문이다.즉,누구나창작자가될수있다는사실이다.창작자인동시에독자인이들은위축된예술계를더욱더벼랑끝으로몰아갈수있다.ChatGPT는매년학습규모와속도가개선된버전이개발되어출시된다.따라서개선될때마다예술작품창작수준도높아질것이분명하다.이렇게되면상위4%안에들지못하는예술가들은기계예술의패러다임에적응하지못하고도태될가능성이커진다.이를극복하기위해대부분의창작자들은ChatGPT를도구로활용하여창작하는기계예술의시대를거리낌없이즐길것이다.다윈이주장한적자생존의원리가적용되는시대를예술가들은맞이했다.
―ChatGPT,시인으로서의(불)가능성―한국의명시7선과ChatGPT의명시7선을중심으로

표절은남의작품을전부또는일부를베껴자기작품처럼발표하는경우를말한다.그리고다른사람의아이디어를자기것처럼작품화시키는것도포함된다.이때문에남의글을인용할때는출처를분명히밝혀야한다.논문에서는6단어이상연쇄표현이일치할때표절로간주한다.하지만,이것은논문의경우이다.짧은시에는더엄격해야할것이다.대부분시에서표절하는경우는좋은작품을쓰고자하는열망은강한데아이디어가부재할때나타난다.특히등단에대한욕망이크다보면가이드라인을넘게된다.시인지망생들에게신춘문예는화려한등용문이다.신춘문예에서표절사건은시부문이많다.있어서는안될일이일어나는것이다.신문사마다신춘문예당선작을발표하면문인지망생들은당선작을읽고,표절작인지를검증한다.특히신춘문예공모나라같은카페에서활동하는문인지망생들의활약이크다.이카페는회원수만7,500명이넘는다.이들은카페를무대로집단지성을발휘한다.당선작이표절임이드러나면해당신문사에제보하는등의행동으로잘못을바로잡는다.
―신춘문예,개혁을허(許)하라

우리는서로에게밥이어야한다.식물은동물의밥이되고,동물은결국식물의밥이된다.이왕밥이되어야한다면,멜랑콜리(melancholy)한감정이나연민을벗어버리고따뜻한밥이되어야할것이다.때로는환각제를복용했을때처럼‘그대’와‘나’동시에입을벌릴수있지만,타자라는밥상앞에서‘나’는‘내’몸속의부드러움이나딱딱함을점검해야한다.‘내’몸속에서‘그대’가아주편안히누워있을것에대한걱정이다.‘내’몸속은아주아늑하고부드럽다.타자와하나되기위해준비된몸이다.그래서인가‘내’몸속에받아야할타자가이별에는끊임없이태어나고,‘나’는그들이소름끼치게그립다.‘나’는아,대상과의합일을위해입을벌리고,사뭇괴로운시늉만한다.그러므로김선우에게있어서소유행위는타자와하나되는호모루덴스적인동일시의몸짓이다.
―타자를소유하는두가지방식―김선우와강정의시

처절하게파멸로가기를원하는<우는심장>은세상의중압감에시달려망가진영혼을표현한다.시적화자는“심장은나에게묻지/왜아직살아있는거지”라고특별한질문을건넨다.현재화자가떠맡은삶의무게가“나를죽이고김이나는심장을꺼내가”라는진술에농축되어있다.현재를무효화시키고싶은열망은스스로자아를소유하기를거부한다.자아가상실되는지점에서그는정신적그림을그리고있다.시적화자는자기가세계안에있다는사실을거부하며,자신을몰락하는자로정립한다.왜냐하면,세계안에서자신이떠맡고지향해야할것들이자신을둘러싼환경적층위에서무너져내렸기때문이다.그는본질적환멸속에서몰락하고자하는존재로처절하게무르익는다.그러므로김성규의시적화자는깨진거울을들고뜨거운자기애로존재론적기능을펼쳐보인다.
―낯설고불편한묵시록―김희업과김성규의시

낯선감정의발견은감정의투영때문에가능해진다.감정은부조화로혼돈을겪다가대조조화나조화로질서를잡는다.조화는우리마음속깊은곳에정동으로자리잡고있다.감정의투영은살고자하는의지를이끄는동력이다.이때문에미래로나아가기위해사물과타자에게감정을투영하는것은필요하다.구현우와김기형시인은조화의정동이발현될때마다가깝고먼곳에감정을투영한다.이러한행위로두시인의시세계는스스로통합적원리를찾아낯설어진다.
―감정,부조화와조화의시간―구현우와김기형의시

오래된젠더적악몽을극복하고자천성적인상태로의회복을노래하는두명의시인이있다.거침없이쏟아내는페미의시적전개에서이소호와권박은특유의풍경을만든다.새로운기록을하는과정에서이소호([캣콜링],2018)의시는억압된조형적섹슈얼리티의표정을짓는다.반면에권박([이해할차례이다],2019)의시는‘젠더’로길든육체에대한강박을재현한다.두시인은가장최적화되어있는시로성의구분이잘못된이데올로기라는점을밝히는데열중이다.이소호는2020년이후더욱더첨예해지는페미논쟁을예견하는듯억압된섹슈얼리티의표정들을발화하고,권박은최근의증폭되는생존논리를뒷받침하는듯육체에대한심리적상태를자신의시집에담아냈다.시가가지고있는주술적힘이사라지지않고계속되고있음을두명의시인은증명한다.이소호와권박의시가발화하는지점에서두줄기강렬한토네이도가일기시작한다.젠더적악몽에서깨어나고자강력한시의기둥이만들어지는중이다.
―페미,회복을위한아카이브―이소호와권박의시

4차산업은기술의융합으로사회의진화를급속하게이루어냈다.특히인공지능과로봇공학은세계와상호작용을하는방식을완전히바꾸어놓았다.또한산업화이전의공동체속에존재하던자아를완전히무너뜨렸다.이제다수의현대인은물질문화의변화를따르지못해문화지체현상을겪는다.이러한물질과비물질간의속도차이로현대인들은파편화되고고립되는시간이늘어난다.현대인들의다수는주체가탄생하는것을극히꺼리고자기정립보다는익명의존재로남기를원한다.그리고우리의자아는기술의속도를따라가지못해과거회귀적인태도를보인다.따라서공동체속에서전체와함께했던시절의향수에젖어있다.우리는태어나면서부터공동체의일원이었기때문에익명의존재였을때가없었다.산업화이전의시대에우리는모두자기정립이된상태로정체성이분명했다.하지만산업화시대에는주체의출현은기대할수없게된다.주변으로몰린현대인은혼자있는시간이많았다.우리의시간은고립된순간에만오로지자기것이다.그러므로주체의파편화와고립은확장을거듭한다.
―파편화와고립의시간―정영효와박연준의시

이성애는생물학적성이다른사람에게성적으로매력을느낀다.절대다수의사람들이이성애자들이다보니성에있어서이성애를진리인것처럼인식한다.하지만,이성애는진리가아니다.퀴어들은생물학적성이같은사람에게성적으로끌리고성적행위를갈망할뿐이다.이성애자들은자신과다른성적지향을가지고있는동성애자와양성애자들을이해하지못한다.그뿐만아니라무성애자와범성애자그리고트랜스젠더등성소수자를증오하고멸시한다.이성애자들은이성애주의를강화하여이성애이데올로기를갖는다.따라서이들은이성애를벗어난성적지향을일탈로보고심지어는범죄자취급한다.이러한증오는일부종교인들까지합세하여끊임없이증폭되고확장된다.혐오와증오의대상이된퀴어들은협박과살해위협에노출되기도한다.
―퀴어,무지개깃발을흔들다―김현의시

파스칼은그의저서[팡세]에서“인간은모두가미치광이이기때문에,미치지않은사람도다른형태의광종으로보아미치광이라고볼수있다.”라고말한다.파스칼이인간의본성을꿰뚫어본이러한아포리즘은우리의일상생활과역사속에서얼마든지만날수있다.한강은광기로촉발하는폭력을정면에서응시한다.폭력은치유하기어려운상처를남긴다.직접적인희생자와그가족에게폭력은트라우마로남아평생심리적고통을준다.이들이건강한삶을사는것은사실상어렵다.정신적이고신체적인상처가너무넓고깊기때문이다.폭력의생존자와그가족에게는지속적인치유로안정적인삶을살게해야한다.그러나우리사회는사실을왜곡하며끊임없이2차가해를일삼는일그러진사람들이존재한다.특히그것이국가폭력일경우가해자편에서서생존자와그가족을왜곡된시각으로보고공격하는경우가많다.이것은분단으로인한전쟁과반공을지배이데올로기로삼았던독재자때문이다.국가는국민의생명과안전을지킬의무가있다.하지만,우리역사에는국가가무고한국민을학살한사실이존재한다.그피해가너무크고끔찍해마주하기가어려울정도이다.국가폭력에의한상처의치유는지연되면안된다.
―폭력성에관한붉고긴질문―한강의시

시(詩)뮬라시옹하는과정에서김행숙의시는시적대상을촉발하는감성으로시의공간을끊임없이확장한다.상상력이그려내는이미지가특별한감성으로우리의가슴에달라붙기도하고,사물을가공하는몸짓으로세계에통일성을부여하기도한다.시적주체는“구름의창과구름의창이그들의지붕위에서부딪치고있다.구름의창같은것이아니라구름의창”(구름전쟁)처럼독자에게구름의이미지가서로포개진가상적실재를경험하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