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밤을 빛으로 해석한다 - PARAN IS 18

아침은 밤을 빛으로 해석한다 - PARAN IS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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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현락

저자:신현락
1992년[충청일보]신춘문예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따뜻한물방울][풍경의모서리,혹은그옆][히말라야독수리][그리고어떤묘비는나비의죽음만을기록한다][아침은밤을빛으로해석한다],수필집[고맙습니다,아버지],논저[한국현대시와동양의자연관]을썼다.
2012년시산맥작품상을수상했다.

저자의말
밤을건너온문장들이라서어쩔수없이쓸쓸하고,그럼에도불구하고환하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詩자를못붙이는밤-11
백지의물음-12
시간은시간을모른다-14
잃어버린비망록-16
별빛의시차-17
조각배,섬,사이프러스나무-아르노트뵈클린,죽음의섬(1880),캔버스에유채,111×115㎝-18
원경-19
사강-20
문장의표정-22
저물무렵의생-24
노랑의현재시각표-26
영원속의순간,혹은-28
귀향-30
비행운-32
낙화-33
제2부
달의지문-37
폐염전을지나며-40
흰빛의인과율-41
풍경의뒷전-46
내일,너를만났다고쓴다-48
행간-50
종의기원-51
열치매,misty-54
바람의후서(後書)-56
밤하늘의국적-58
기억을운구하다-60
무반주연주-62
날-64
제3부
작별-어머니기일에-69
돌부처-70
감잡는다는것-72
부부의얼굴-74
쌀집-76
낯선이의어깨에머리를기댄적이있다-78
미늘-80
불꺼진동네책방앞에서-82
별다방-84
복기-86
팔월의책-89
가을나무-90
철새의독도법-92
가계(歌系)-94
아침달-96
제4부
문밖의문-99
배교의봄-100
소실점이통점이되는순서-101
매미채를든아이-102
푸른생의거푸집-104
가정방문-106
세간-108
내향-110
각질의내력-112
내마음의집-114
이야기가음악이될때-116
그리운,풍진얼굴-서산용현리마애여래삼존상앞에서-118
몸은해독되지않는다-121
거울의기하학-126
회귀-128
해설
오민석존재의밤과시간-129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시간은시간을모른다

나는나의시간을모른다

걸핏하면마음은먼하늘가구름위를거닐었다
거기있다고생각했던그대안의극지에서
시간이사라지는순간

기억밖에서찬란하게
아침창가에부서지는햇살이무슨색으로빛나는지
가끔그시간이나에게왜푸르게찾아오는지

시간은안개로떠돌다
어느새들판에서서들어보면
한겨울저수지물밑속꽝꽝한얼음장을지나가고있으며
그리하여망각의주변을떠도는자에게
시간은푸르다,희다
온몸에푸른멍이들도록겨우내뒤척이던슬픈짐승
검푸른대해를꿈꾸던지느러미가지나간흔적이다

나는나를모르고
시간은시간을모른다

며칠째식탁위에놓인소주병에푸른곰팡이가핀다
저녁이면서녘으로나는길,왜나에게흰빛으로보이는지
아무도마루에등불을내다걸지않는밤이언제끝나려는지

오색의별빛을파종하던계절을돌아광야로부터
백년이흐르는동안
아직도씩씩하게걷는걸음
세상밖으로이미출발하였으나
여기에는아직도착하지않은영원의부음

먼하늘아래구름을지나는

이제나는빈들의맨발이다■


영원속의순간,혹은

잠의문전에누군가다녀갔다
꿈에도잊지못할이름이다

구름의속도에따라해가되거나비가되는계절도모두지나고
백일홍의화사한향기끝에오랜칩거를깨치는소낙비
빗줄기를헤아리다문을나서던날들
지금은다음의첫발자국이고망각은기억의근친이었으므로
아침에내리는비를대기권에서타오르는별똥별로읽고
저녁에다시태어나는별을내일의탄생석이라쓰기도했었다

내안의울지않은소년과지금울고있는노년의거리는
단지시차의문제가아니었으므로어둠이깊어갈수록
돌아보면문턱이고아이이고청춘이며빈들이고절간이고저잣거리이고……

눈물어린생의굴절마저
몇개의단어로줄어들고마는삶너머로
사라지는사람들이름도가물가물하여
나도그들의기억속에서서성이다가잊혀지겠지
이런저런상념으로떠오르고사라지는시간은
망각의속도에따라영원속의순간으로흘러가고
돌아눕는순간마다뒤척이는마음은
누군가의연인이되거나별이되어도좋았어라

한밤에잠못드는버릇이생겼다불면은불망이다
나는망각의문을열고나와기억의길로들어섰지만
기억이나를붙잡고있는것이아니라내가집착하고있는것임을안다

비록지난생이비문투성이였을지라도
기어코찾아오는아침은밤을빛으로해석한다
꿈을꿈꾸었으나무슨상관이랴
한때나마우연히옛날의지금에서만나
세월의인과율을벗어났던마음이었으므로■


달의지문

1.

달빛이한장한장떨어지는물가에
파문이인다
눈먼물고기가나뭇잎을물고간다
누군가수색(水色)처럼차가운주검한장을들여다본다

2.

한때이나뭇잎에도싱싱한시절이있었으리라
바람이불어오면
아름답고푸른이파리들
어린물고기비늘처럼반짝일때
살아있다는게얼마나벅찬일이었으랴

하루에도십만번이나흔들리던이파리에는
단일초도멈추지않은생명의흐름이있었고
저혼자서
하루에도십만번씩뛰던심장에는
단일초도멈추지않은사랑의역사가있었다

3.

삶과죽음사이의거리란
심장을시간으로측정하는게아니라
시간을심장으로느끼는일이다

4.

하루살이는수천개의알을낳고
일생에단하루의시간을가진다
죽기전까지저녁을가지지못하는심장은
달의시간을알지못한다

5.

검시관은사망시간을달포전
달뜨는저녁으로추정하였다
시간을심장으로측정하는새로운수사법덕분이었다

그러나달의지문은끝내발견되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