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염소 - 파란시선 179

눈 오는 날의 염소 - 파란시선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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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택희

김택희
충청남도서산에서태어났다.
2009년[유심]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바람의눈썹][눈오는날의염소]를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바다로간바람은비를몰아올테지
라쿰파르시타―뿌리박기11
눈오는날의염소12
둥글게둥글게14
토마토론(論)16
가을걷이17
겨울엔재즈를켜두세요18
홍페페20
색채가담긴오후다섯시22
먼레시피24
전갈(全)25
레드콩고의몸짓으로26
메콩27
시시포스블루28

제2부보이는것너머의향기
요한슨의크리스마스33
봄34
이맘때36
액자안모과나무38
슬하40
상강42
저녁한뼘44
언덕위팔베개46
어떤외출47
길고양이48
더운날냉동실에서꺼내진물병처럼50
루나(luna)52
그해,붉디붉은54

제3부제풀에놀라날아오르다
카페프로키온57
겉잠58
맨드라미60
화본역61
오해62
깜박이지않는자세63
소한64
뒤라스뒤라스66
뿔얼음67
착68
우화별곡70
타인의연못71
돌연,잠72

제4부나를들어올리는새
앙시도(仰視圖)77
르네하우스78
배봉산초록일지80
맨발걷기82
한나절뽀리뱅이가피기도전에84
꽃무릇85
비오는날텃밭에물주기86
간단특급레시피87
혼자있는것에질리고싶은88
격발의수칙90
태릉지나강릉간다92
곡우무렵94
페르시안96

해설이병국낙관의의지97

출판사 서평

추천사

김택희시인의시를요약하면‘달리보기’와‘다른것되기’이다.그러나그는그것을야단스럽고자극적인언어로과장하지않는다.낮고차분하게사물과풍경을오래바라보며,익숙한일상안에숨어있는또다른숨결을천천히드러낸다.강물을바라보다나무가되고,눈오는날의고요속으로스며들고,길고양이와어린잎의생을제안으로받아들이는방식으로그의시들은세계를새롭게느끼게한다.
무엇보다김택희의시가아름다운이유는모든존재를대하는따뜻한시선에있다.꽃과나무,새와동물,바람과저녁의적막까지도이시집에서는저마다의의미를가진이웃으로다가온다.오래바라보고,천천히불러보고,끝내그존재가되어보려는시인의다정한노력은삶의상처와쓸쓸함마저도부드럽게감싸안는힘으로이어진다.세계는삭막하고관계는자주어긋나지만,시인은작은잎하나,어린생명의눈망울하나,어둠속을지나는미미한기척하나를놓치지않는다.이렇게그의시는우리모두를환대의자리로이끌고간다.
―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

시인의말

순해진귀로모으는말들
햇빛과바람,비와눈을,
행운을가져다준다는히스(heath)라부른다

수초가꽃대를세우고물방개가숨어든월든호숫가
둥지튼아비새
두번째시집을낳는다

갖가지풀들이어우러져있다
이태전우리에게온윤과더불어
길어진봄볕을따라걷는다

봄의꽃샘에서겨울의폭설에이르기까지
나에게로
당신에게도행운이!

여전히
모르포나비의색을찾아나선다

책속에서

<라쿰파르시타―뿌리박기>

파초가제꽃빛에큰의미를두지않는다는것을알고놀랐지만강물오래바라보다나무가되었다두팔은나뭇가지되고손바닥에잎맥선명해졌다중랑천줄기따라목백일홍들이강물에가지를세운다맑은날엔왜가리가목세워근원의물음표를던지고그림자로달리는자전거옆오리부부가커다란물주름을만들며지나간다새끼오리뒤로작은삼각형의물주름이따른다잘걸어간길이물살을넓힌다시들지않는물결따라바른걸음으로걸어갈뿐이다길은어디에나있다고지나가는개미가발끝간질이지만가만눈을감는다오래서있다보니보이지않던것들을볼수있게되었다어느새몸이강줄기에닿아있다

<토마토론(論)>

피비린내다

눈앞번쩍하더니눈물솟구친다

급히베어문붉은문장들

무심코살지말라며한방날린다

생살너덜거린다

방방의씨앗들

왈칵아린말을쏟아낸다

<뿔얼음>

소한부근,천변가장자리가
설핏한얼음을안았다속살다보인다

들끓었던부유물가라앉혀강심정돈하는한낮
물빛이고스란히하늘받아안았다

스스로거슬러오르지않는물
어깨살짝흔들린다

한발더가까이기울기에필요한시간만큼
볕으로물빛데우기에강심은조금더깊다

어디에도머물지않을바람이물주름을낳는다
나아갈방향을정한쇼스타코비치의교향곡

결심굳어질때비로소

중심에단단한뿔을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