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와 함께 달리는 아침 - 파란시선 182

퓨마와 함께 달리는 아침 - 파란시선 182

$12.00
저자

최주식

저자:최주식
1964년부산에서태어났다.
2023년[국제신문]신춘문예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밤의도로에서
운전에대하여11
밤의도로에서112
밤의도로에서214
밤의도로에서315
내비게이션블루스16
명태를듣는아침17
퓨마와함께달리는아침18
경로를다시,20
하지21
한입의세계22
주차금지24
정오의올림픽대로26
빗방울유희28
정오의희망가요30
오늘의교통정보31
코발트블루스32
호모아딕투스가있는풍경34
강남가는길36

제2부풍경
풍경139
풍경240
묵호41
양양42
제주43
함덕44
속초46
부여48
삼천포49
언양50
채석장가는길51
백마숯불돼지갈비집52
일월산54
홍시56
얼굴이일치하지않는다57
얼음축제58

제3부어떤그리움
어떤그리움61
덫62
눈물63
가봉64
모과나무아래서66
달과매미68
풀70
노크71
신혼72
복사꽃을보러가요73
소나기74
그해여름의피부76
재활용을버리는밤77
파지의밤78
스쿼트를하다80
우산위송골송골맺힌슬픔을털어내고81
블랙홀에는설인이산다82
시울에살다83

해설남승원아스팔트위의산책자84

출판사 서평

[추천사]

최주식시인의시는길위에있다.그러나그길은단순히자동차가달리는물리적공간이아니다.그것은삶의방향을묻고존재의의미를탐색하는사유의공간이다.도로위를안내하는분홍색선과녹색선사이에서그의시는목적지를향해나아가면서도끊임없이목적지너머를응시한다.내비게이션이가리키는경로와시인이꿈꾸는길은언제나일치하지않는다.그불일치의틈에서시는탄생한다.
시인은정해진좌표보다아직가보지못한세계에더깊은관심을기울인다.그래서그의시선은길끝에도달하는데머물지않고,늘‘원산저너머’의미지의풍경을향한다.현실을안내하는기계적언어와인간의상상력이충돌하는지점에서그의시적성찰은더욱선명해진다.내비게이션이알리는‘노인보호구역’은단순한교통정보가아니다.그것은“더이상보호해야할아이들”이없다는(밤의도로에서1)지역공동체의현실을역설적으로드러내는사회적징후다.
시인은일상의풍경속에숨겨진시대의표정을읽어내며,익숙한사물을통해우리사회의변화와상실을포착한다.그의시가현실에단단히발을딛고있으면서도깊은울림을남기는이유가여기에있다.
오래전부터자동차전문가로살아온그의이력또한시세계를이해하는중요한단서가된다.길위에서보낸수많은시간은그에게독특한감각과언어를선물했다.그의시에서헤드라이트는“반사를모르는두개의눈”이되고(밤의도로에서3),갈림길은“사람도아닌것이사람을희롱하는”존재로변모한다(내비게이션블루스).사물은기능을넘어상징이되고,풍경은철학이된다.이러한전환의힘은오랜관찰과깊은사유가축적된결과다.
무엇보다그의시가소중한이유는속도를단순한이동의수단이아니라언어를생성하는힘으로전환시키기때문이다.달리는자동차안에서풍경은사유가되고,사유는이미지가되며,이미지는마침내찬란한어휘로피어난다.최주식의시는길위를달리면서도목적지보다여정을,도착보다발견을중시하는시의미학을보여주기에,최주식의시와함께길위에오르는순간,우리는어느새시인이바라보는세계의동승자가되어있는것이다.
―정일근시인

[시인의말]

길을가다
뒹구는문장을본다.

그것들이
나를깨운다.

그리곤
이제어쩔거냐하며
턱을괸다.

아침이오고
밤은머문다.

책속에서

<밤의도로에서1>

밤의도로에서여자가말을건다
여기서부터속도를줄여야한다고
분홍선을따라가야한다고
나는녹색선을따라가고싶지만
이정표가원산을가리킨다고
원산까지차를몰고갈수
없다는것을안다

밤의도로에서여자가말을건다
여기서부터노인보호구역이라고
그러니까속도를줄여야한다고
나는그래알았다고중얼거리지만
이곳에는더이상보호해야할아이들이
아무도없다는것을안다

밤의도로에서여자가말을건다
여기서부터안개주의구간이라고
속도를줄이지않으면아무것도
볼수없는세상을보게될거라고
나는내심그런세상을보고싶지만
보고싶다고다볼수없다는것을안다

밤의도로에서여자가말을건다
여기터널만지나면목적지부근이라고
이제길안내를종료할때가되었다고
나는그러지말고,그러지말고
술이나한잔하자고
여기서살짝샛길로빠지면
미나리전을기막히게하는집이있다고
거기선오래된비가내리고
여자는이미알고있다는것을안다

밤의도로는외롭지않다

<코발트블루스>

지중해라도한번가보았으면
이정도감탄사는해줘야하지
와코발트색이다코발트블루야
어쩌면어떤시인이노래했는지몰라
어떤노래는왕조를무너뜨리기도하지
코발트는독의왕아님왕의독
신비로운빛교회의스테인드글라스
지금은독한언어가비소가되는시대

코발트가가장많이나는나라
아프리카무슨민주공화국
거기서는푸른눈의아이들이
지하칠백미터에서맨손으로
푸른빛을찾아하루를살고

모두잠든시간코발트는
우리의내일을충전하는중이지
스마트폰,노트북,전기차,그리고
배터리없으면멈춰서는영혼들
어쩌면어떤시인이노래하는지몰라
달이지구에서한뼘멀어지는밤
코발트블루,처럼깊고푸른밤에

<소나기>

생각이너무많아서
소나기쏟아지는밤
이러다떠내려갈지몰라
너는자고가라는말은
한번도안하더라
이미신발끈은풀어졌고
허리를숙이기에는
비가너무많이와

신청곡은여기에써주세요
낡은LP판의먼지를털며
너는꼭그렇게말하더라
못에수북꽂힌종이처럼
찔러도하나아프지않고
버스차창에서본너는
다른사람과우산을같이쓰고있더라
그사람한쪽어깨는너무젖고
여긴비가계속많이와

시간을병속에담고싶다고
내주머니에손을넣고걸으며
그렇게말한건누구였더라
손끝에서떨어져발에밟힌건
상심의바다,신청곡을쓴종이
남항항구에불빛이들어오면
핏속의소금기는묽어질것이다
눈에담은풍경은눈감으면사라질것이다
근데여긴비가너무많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