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잊는뇌가더똑똑하다:기억중심사고의전환
우리는대개기억력이좋을수록더똑똑하다고생각한다.시험을잘보고,약속을잊지않고,오랫동안정보를머릿속에저장하는능력은사회적으로높이평가된다.하지만이책의저자이와다테야스오교수는전혀다른시각을제시한다.그는오히려“잘잊는뇌가더건강하고똑똑하다.”라고말한다.뇌건강을관리하고뇌수명을늘리고싶다면망각이뇌에얼마나중요한지알아야한다고강조한다.
이책은우리가그동안당연시해온‘기억중심의뇌사용법’을근본부터다시생각하게만든다.기억은뇌의기능중하나일뿐이며,뇌는실제로불필요한기억을스스로지우는방향으로진화해왔다는점이과학적으로제시된다.최신뇌과학이밝혀낸사실은이렇다.
“뇌는기억을적극적으로지우기위한기능을갖추고있으며,이를위해상당한에너지를소모한다.”
그이유는명확하다.기존의기억을적절히지우지않으면새로운기억을받아들일수없고,기억을바탕으로한사고역시깊이있게확장될수없기때문이다.가령,중요한대화내용을기억하지못하거나며칠전했던고민조차가물가물해지는현상은건망증이아니라뇌가중요하지않다고판단한정보를능동적으로걸러낸결과일수있다.
뇌의생존전략:중요한것만남기고,나머지는지우는것!
어릴때부터우리는‘망각은나쁜것’이라는인식을주입받아왔다.이제이러한인식을전면적으로뜯어고칠때가되었다.뇌가새로운기억을저장하기위해서는망각이필요하기때문이다.실제로뇌는기억을남기는것보다‘잊는일’에더많은에너지를사용한다.뇌속에서는신경아교세포가끊임없이시냅스를청소하고회로를정돈하면서오래된기억이점차사라진다.이러한뇌의작동방식은복잡한정보를단순화하고,사고력을보존하기위한전략이다.기억이많다고해서무조건좋은것이아니라오히려기억이넘치면사고에잡음이일고판단이흐려질수있다.
특히뇌는감정과연결된정보는강하게기억하고,그렇지않은일상적이고반복적인경험은쉽게지워버린다.기분좋은대화,충격적인사건,자기존재와직결되는경험은잘남는다.그러나점심메뉴나어제본뉴스의세부내용은빠르게사라진다.이것은뇌가중요도를평가해정보의생존여부를결정하여작동하는기전이다.
이책의흥미로운지점은단순히뇌과학적설명에그치지않고,뇌가기억을지우는이유를삶의맥락에서풀어낸다는점이다.기억은과거를저장하기위한것이아니라,현재에집중하고미래를준비하기위한수단이다.인간은모든것을기억하기보다는의미있는경험과감정을선택적으로남기고,나머지를놓아버림으로써더유연하게사고하고적응해왔다.이는생존을위한진화적결과이기도하다.
이와다테야스오교수는나이가들면서기억력이저하되는현상을‘노화’나‘질병’으로바라보는시선도거두기를권한다.나이들수록잊어버리는일이잦아지는것은자연스러운흐름이다.실제로는나이가들면단기적인일화나자잘한기억은줄어들지만,감정적인통찰이나의미중심의기억은더깊어진다.즉,나이듦은단순히기억이흐릿해지는게아니라,삶을정리하고본질에집중하도록뇌가바뀌어가는과정이라할수있다.
잊는능력=지적자산:뇌과학이말하는기억과망각의균형
이책은기억의정체와망각의과정을통해망각이뇌기능을높이는데어떤역할을하는지를흥미롭게풀어낸다.‘잊어도되는기억’은어떻게빨리잊고,‘잊어서는안될기억’은어떻게오래유지할수있을지를뇌과학적방법론으로소개한다.이와더불어수면,운동,생활습관이기억과망각에어떤영향을주는지를살펴보며,더건강한뇌와삶을위한구체적인실천법도알려준다.
현대사회는과잉된정보,끊임없는자극,멀티태스킹을요구하며뇌를지치게만든다.저자는‘기억을지키는법’이아니라‘정보를덜어내는법’을배우기를권한다.수면,운동,예술활동등뇌를정돈하는습관이기억력보다망각력을강화하고,정서적안정과창의적사고를회복시키는데얼마나도움을주는지설득력있게제시한다.
이책은기억을덜어내는것이삶을더잘살아가는방법이며,‘잊는능력’이야말로오늘날우리에게꼭필요한지적자산임을조용히,그러나단호하게설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