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풍자,비유와상징이장기인정통시법
-손해일(시인,문학박사,국제펜한국본부제35대이사장)
[1]들어가면서
최경순시인의두번째시집『O은공(空)이요』발간을진심으로축하드린다.
베스트셀러작가를많이배출한베스트셀러명품브랜드〈샘문시선〉에서출간한다고하니축하드린다.특히이번시집은〈한용운문학상〉대상수상기념시집이어서더의미가깊다.한용운문학상은사단법인문학그룹샘문이정록이사장이한용운선생유가족에게문학계에서는유일하게허락받아제정한저명한상인데,이한용운문학산중견부문공모전에응모하여중견부문〈대상〉을수상한수상기념시집이라고하니더의미가있는시집이다.
최경순시인의이번시집을관류하는전체적인특징은독특한착상에해학과풍자,비유와상징을능란하게구사함으로써,시가깔끔하고읽는재미를준다는점이다.낭만적영탄조가아니라이미지를중시하는현대적인모더니즘시류이기때문이다.
한국문학의모더니즘은1920년대부터영미주지주의와이미지즘의영향으로태동하여1930년대에본격화되었다.정지용선생은한국모더니즘운동의선구자로현대시에도시적감각과이미지즘을강조하였다.김기림과최서해선생은영미주지주의시이론을주도하였다.
첨단문명이고도화된현대에는시의갈래가다양하게분화되고있지만,모더니즘의뿌리가여전히그바탕을이루고있다.본작품에서는크게해학과사회풍자가두드러진시들과일반적인서정시의두부류로나누어살펴보고자한다.
[2]해학과풍자와역설과아이러니의세계
최시인은이시집에서‘해학’‘풍자’‘역설’‘아이러니’기법등을즐겨사용하고있다.한마디로착상이나시어구사에능숙하다는이야기다.
부연하면‘해학’은단순한농담을넘어따뜻한시선과너그러운태도로현실을보며웃음을통해공감과비판을동시에이끌어낸다.‘풍자(諷刺)’는사회나인간의모순,부조리를비판적이고날카롭게표현하는기법이다.유머도사용하나주목적은비판이나조롱에있다.‘역설(逆說,Paradox)’은겉보기에는모순되거나이치에안맞아보이나,곱씹어보면진리를담고있는표현이다.‘아이러니(Irony)’는기대와는전혀다른결과가나오는상황,혹은말과실제의미가반대인표현이다.이밖에도말장난,과장하기기대깨기,모방과패러디,몸개그등이있는데,시를읽는재미와웃음을유발하는기법들이다.
이시집에수록된71편의시중거의절반이이범주에속한다.「야동세상」「소래포구를먹다」「대장내시경」「경을치다」「복싸리비」「모기의역습」「악어의눈물」「수작질」「사유를낚다」「심방세동」「카르텔」「부러진못」「자아도취에빠진나르시스트」「미투」「O은공(空)이요」「군홧발에짓밟힌무궁화」「민들레」「대중목욕탕군상들」「수상한푸들」「갈대와떠난억새」「우생」「달팽이관스위치」등등이다.
먼저표제시「O은공(空)이요」와몇작품을통해이를확인해본다.
각은모서리다/삼각,사각,오각,육각/
각진것들을깎고다듬으면결국에는둥긂이된다//
인간의구조상모든끝은모서리다/
관절,뒤꿈치도,퇴화한꼬리뼈도모서리다/
모서리라고생각하는것에는모서리가없다/오로지둥긂뿐,//
뾰족한각을세운말은상처가된다/상처는모난것이다/
상처는부메랑되어돌아온다/모난것은잡념들이박힌것/
모난것들을버리면둥긂을얻는다//둥긂은곧○이다//
空은비운다는것,/○은채운다는것,/
채움은욕심이다,욕심은부푼다/부품은부패요/
모두가걷고뛰어온뒤편이/욕심처럼부푸니다덧없음이요//
○은버리는것이아니라/마음을채우는것이요/
긍휼矜恤을품는것이다//
○이라는지구에서/잠시쉬어가는나는여행자//
비우고나면봄은온다//○은空이다//
-「○은공空이요」전문
이작품은마치'O과공(空)’을불교의화두나선문답처럼전개하고있다.
불교의‘공(空)사상’은모든존재가본질적으로고정된자아나실체를갖고있지않다는가르침이다.특히대승불교,그중에서도중관(中觀)사상의핵심이다.
한마디로“모든것은인연따라생겨났으며,고정된자아나본질이없기때문에,그실체에집착하지말라.”는것이요점이다.
이작품의개요는각은모서리인데,꺾고다듬으면둥글게된다.인체의모든끝은모서리인데,관절,뒤꿈치,꼬리뼈도모서리다.각진말은상처가되는데,상처는모서리다.모난것을버리면둥근O이된다.O은채우는것인데채움은욕심이다.O은버리는것이아니라,긍휼의마음을품는것이다.결국“O은공(空)이다”
모든꽃/무더위에짓무르다/고개떨궈툭툭바닥에눕는다//
홀로밤을능가하며우뚝솟아/한뼘두뼘키를재더니/
요염한율무기,벽을타고/달빛그림자를지우며월담한다//
허리를꼿꼿이치켜세워/독을품은통꽃요염한자태로/
이성異性의발목을휘감고수작을건다/....
독품은능소화피고지는/이땅위에천년동안뿌리박고
이듬해에도수작을걸어온다,또
-「수작질」일부
이시에서는담장을넘어맹렬히꽃을피우는능소화를,수작질하는꽃뱀‘율무기’로비유하고있다.너무예뻐서미인계로수작질을한다고풍자하고있다.‘수작(酬酌)’이란‘수(酬)=보답하다’‘작酌)=술’이란뜻이다.술자리에서손님과주인이말이나술잔을주고받으며,공경의뜻을나타낸다는것이원래의미이다.그런데이것이나쁜의미의‘수작’으로변질되었다.
“모든꽃이무더위에짓무르다/고개떨궈툭툭바닥에눕는다”그런중에도능소화는한뼘두뼘키를재듯벽을타고월담하여“독을품은통꽃요염한자태로발목을휘감고수작을건다”이땅에천년동안뿌리박고“이듬해에도또수작을걸어온다”
망망대해수술대위,푸른마스크의/포경선이사방에서조여온다/...
팔은갑판의지느러미처럼묶이고/잠망경으로본솟아오른고래지느러미가/
엉거주춤한다//사각사각회뜨는소리너머탈태奪胎하는고래/
하느님보다높은의느님의잔치/,
수입보존을위해잘려나가는/어린고래의무지,//
경鯨을칠노릇이다//...
대한민국만세/일등인데부끄럽다//
-「경鯨을치다」
원래‘경(更)을치다‘는옛날에북이나꽹과리를쳐서시간을알린다는뜻이다.아울러호된꾸지람이나나무람으로벌을받는다는뜻도있다.이작품에서는한자를’고래경(鯨)‘자로대체하여불법고래잡이의범죄를“경을치다”로비틀고있다.망망대해에서포경선이고래를잡아와하느님보다높은’의느님‘인의사가인체수술하듯부위별로해체한다.“사각사각회뜨는소리너머탈태하는고래”“수입보존을위해잘려나가는어린고래의무지”“경鯨을칠노릇이다”
마운드에선글러브/오만가지생각이자란다/...
심오한감정따위알지못하는/그녀는자위질하듯침을삼킨다/...
오로지,직구로만승부를건투구/방패막없이몸부림치던그녀/...
생전처음맛보는/고도의태크닉이필요한변화구/
그녀가흥분한다/유인구에번트성공하면도루/
주자가짧은시간에죽으면조루/...
그녀의마음을훔치려다/병살타삼진아웃이다/...
타자가휘두른방망이가/그녀의욕망을채우고도남았다/
한방의결정타,만루홈런/짜릿한쾌감이자쾌락,/만만찮다//...
야구동영상은한방에읽히니/눈이호강하고
귓전에와닿는함성이솔깃하다
-「야동세상」일부
이작품은일반독자가읽기에는좀난해하다,‘야동세상’이라는제목이“야한섹스동영상”인지‘야구동영상’인지헷갈리는중층의뜻이있다.야구를보며흥분하는‘그녀’와마운드에선투수,또는타자는섹스상대의남성을암시하는듯하다.다음구절들이야릇하다.
“그녀는자위질하듯침을삼킨다”“방패막없이몸부림치던그녀”“생전처음맛보는/고도의테크닉이필요한변화구”“그녀가흥분한다”“주자가짧은시간에죽으면조루”"타자가휘두른방망이가/그녀의욕망을채우고도남았다.“맨마지막연에”야구둥영상은한방에읽히니/눈이호강하고/귓전에와닿는함상이솔깃하다.“로반전하며시치미를뗀다.
탈의하고가운으로갈아입으실께요/침대에누우실께요/
수면에드니/뽕맞은것처럼몽환적이다//
그의손으로거시기를엉덩이에/은밀하게밀어넣는다/
피지컬이역역하다//...
빼도박도못하게/찰칵찰칵여러번,박더니/만족한환한미소다/...
비몽사몽에듣는첫마디말/환자분일어나실께요/
거시기끝났습니다//
-「대장내시경」일부
이시는대장내시경의풍경을코믹하게해학적으로그렸다.가운으로“갈아입으세요”를“갈아입으실께요”하는식으로,“침대에누우실께요”“환자분일어나실께요”로말장난(fun),언어유희를한다.강제설사약으로속을다비우고검사하는대장내시경은참고약하다.수면내시경은몽환상태라좀덜하지만,마치항문섹스하듯의사가카메라가달린장비(거시기)를억지로밀어넣으면너무도불쾌하다.“빼도박도못하게/찰칵찰칵여러번박더니”“거시기끝났습니다”로마무리한다.
사군자중으뜸은대나무요/지조와절개를지키는군자는/
마디마다속을다비웠다//
비운속에찹쌀,황기,/대추로채운영계/
다리를배시시꼬아죽염바르고/죽통에서합방하니//
남녀칠세부동석이라했거늘/부끄러움에체통이서질않는다/...
영계와합방이라니/세상에금계를깨는일/
허나,군자의체통이뭐가그리중헌디//
궁합이묘하니/참맛나구나//
-「군자와영계」일부
이작품도풍자와해학이넘친다.보양식으로먹는‘대통삼계탕’이별미다.절개와지조의상징인대나무(대통)가속을다비우고,어린닭영계와합방한다는설정이다.속을비운어린영계뱃속에찹살,황기,대추로채우고“다리를배새시꼬아죽염바르고/죽통에서합방하니”선비체면이말이아니다.“허나,군자의체통이뭐가그리중헌디”“긍합이묘하니/참맛나구나”
[3]비유와상징이능숙한서정시편
현대시의주요테크닉은비유와상징이다.시뿐아니라글을잘쓴다는것은‘비유와상징’을얼마나잘구사하느냐에달렸다,최시인은이에능통하여시를읽는재미를준다.시대가변하고문명이발달함에따라현대시도복잡다기해졌지만,시의본령은역시서정시다.앞에서언급한작품들을제외하면대부분이이범주의서정시들이다.그중몇편을살펴본다.
타닥!타닥!타닥!/자연이숨쉬는선율의아름다움/
유리창오선지를밟는소리가/3/4박자경쾌한춤곡비엔나왈츠다/
창밖에는비릿한흙냄새,//
풍경속사색에젖은/물감대신진한커피향에취한/
운율서사가되는정물이있는곳/그녀를시음詩吟하는나른한오후,/
시원한빗소리듣다보면/마음이가라앉는다//
딱한잔의여유/포트에서도너츠처럼/물끓는소리가눈에익어요/
그녀는오늘첫시음이다//
-「첫시음詩吟」전문
이작품은어느여성그녀가봄비소리를들으며카페에서커피향에취해망중한을즐긴다는모티브이다.창밖의봄비소리는타닥!타닥!“자연의선율”“유리창오선지밟는소리”“3/4박자경쾌한춤곡비엔나왈츠”등비유가신선하다.“그녀를시음하는나른한오후”“그녀는오늘첫시음이다”여기서‘시음(詩吟)’은시를가락에맞추어읊는것을말한다.
자봐라!/불두佛頭,내가진짜부처요//
비바람안맞고맺은열매는없을것이요/
시련과역경은누구나다있다/내가그러하니//
나무의끝이눕는것이하늘위가바닥이듯/
떨어져눕는것은바닥이내집이요//
나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