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인연 (한용운문학상 수상 기념시집 | 정승기 감성시집)

유랑인연 (한용운문학상 수상 기념시집 | 정승기 감성시집)

$12.00
저자

정승기

시인,수필가
경기도안산시거주
(사)한국문인협회안산지부회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예술인등재
(사)문학그룹샘문이사(시분과)
(사)샘문학(구,샘터문학)이사
(사)샘문그룹문인협회이사
(사)한용운문학편집위원
(주)한국문학편집위원
(사)샘문뉴스회원
이정록문학관회원
샘문시선편집위원

〈수상〉
2021월간시사문단시등단
2022빈여백동인문학상본상
2022경인일보공모전입상
2022풀잎문학상
23~24안산시민백일장연속입선
2024샘문학상특별작품상
2023한용운문학상특별작품상
2024한용운문학상우수상(샘문)
2025신춘문예샘문학상최우수상

〈시집〉
유랑인연

〈공저〉
위대한부활,그위대한여정
호모노마드투스
〈한국문학시선집/샘문〉

이별은미의창조
불의詩님의침묵
〈한용운시선집/샘문〉

개봉관신춘극장
만화방창랩소디
〈컨버전스시선집/샘문시선〉

봄의손짓외다수
〈안산문학〉

목차

여는글/4
평설_불교적사유와능란한시어구사시편-손해일/7

제1부:사랑애愛
소행성무족영원/28
첫눈/30
정의定義/31
가을시류詩流/32
영원의서사/34
당신은누구신가요?/35
가을의유서/36
라그랑주점/38
흰동백/40
사랑유통기한/41
하루살이여자,하루사랑남자/42
무한한사랑/44
내사랑이얼지않기를/46
꽃말/48
서시序詩/50
묘환생猫幻生/51
봄날빨래를널며/52
사랑밥/54

제2부:헤어질별別
환승역,환승이별/56
엉키다/58
슬픔을먹는반추동물反芻動物/59
칼의춤/60
환멸적사랑/61
파문波紋/62
애처로운간절꽃/63
인디언썸머/64
멸종위기육식동물의죽음/66
깨달음/68
외로움한그릇을먹으며/69
미완의생生/70
12월달력이전하는말/71
사랑을탐한죄/72
간이역에이별을내려놓고/73
못의진화론/74
여름한철의소나기/75
유랑인연1/76
유랑인연2/77
유랑인연3/78
유랑인연4/79
천사의탄식/80
축복과형벌/82
절취선截取線/83
원죄론原罪論/84
애별리고愛別離苦/85
내열매가아니었음을/86
남은마음,떠난마음/88
귀를닫고눈을감으며/89
간절함없이산다는것/90

제3부:떠날리離
환상방황環狀彷徨/92
날것들의생生/93
주머니없는수의壽衣/94
한寒,한恨,한限/96
박제剝製사랑/97
내가죽은이틀째/98
강에는물만흐르지않는다/99
헌정시獻呈詩/100
마중물/101
문둥이탈춤/102
촛불예찬/104
낙화落花/105
평행선사랑/106
나의유품遺品을태우며/107
사해에서는눈물을흘리지마라/108
우중雨中/109
서러운용서/110

제4부:괴로울고苦
벌초길에만난유랑인연1/112
벌초길에만난유랑인연2/114
늙은소년은이미바다가되어있었다/116
솟대와장승/117
무탈한불편의저주/118
생生이란보편적논제/119
희망에대한소고小考/120
함부로끈을잡지말자/121
백설공주설화/122
폐차장/124
세상에서가장맛난술상/126
주인없는시집한권/128
어느창작자에게권면勸勉/130
은비령隱秘嶺/131
신발끈,마지막매듭/132
시인의책갈이/134
시인,그비극의업業/136
수족관속의게/138

제5부:신信과신神
이사가던날/140
달맞이꽃해방둥이소녀/142
비탄의피에타Pieta/144
권면勸勉/146
어머니의쌍가락지/148
창조론,진화론/149
슬픈눈을가진여인을보았네1/150
슬픈눈을가진여인을보았네2/152
슬픈눈을가진여인을보았네3/153
미물성도微物聖徒/154
신神의저울질/155
견우와직녀/156

출판사 서평

불교적사유와능란한시어구사시편

-손해일(시인,문학박사,국제펜한국본부제35대이사장)

1.머리말
정승기시인의첫시집『유랑인연』발간을진심으로축하드린다.특히한용운문학상기념‘감성시집’이라고명기한것은이시집이‘이성’보다는‘감성’‘감정’에특화되어있음을암시한다.여는글에서정승기시인(이하정시인)은“나만의글을써야겠다는다짐이꽃처럼”피어나“시인이라는비극적업(業)”을시작했다고술회한다.즉시어와문장속에산다는것은“불가항력적중독이며,허우적거리는비련”이므로창작의기쁨보다는‘산고(産苦)’의고통을강조하고있다.이번첫시집을내는비장한의미와역설적기쁨을말하고있다.

흔히시를“말하기시”와‘보여주기시’로나누기도한다.전자는시를대화처럼설명하고서술하여감정에호소하는시이며,후자는설명대신비유와상징으로그림처럼보여주는시를말한다.정시인의이번시집은‘말하기시’에속하므로쉽게읽힌다.시가길고짧음은있지만,표현된행간의의미를음미하는게요점이라고생각한다.
필자는정시인의이번시집특징을한마디로“불교적사유와능란한언어구사의묘미”라규정하고논의를시작한다.

2.불교적사유와‘애별리고’의세계
이번시집제목『유랑인연』이나,각장의주제를‘애별리고(愛別離苦)’로나누어져있음은,정시인이불교적사유를바탕으로시를쓰고있음을말해준다.
일반적의미의‘유랑(流浪)’또는‘방랑(放浪)’은정해진거처가없이떠돌아다니는무숙상태를의미한다.이시집에서는‘자유로운영혼’의‘노마드nomad)적'감성이풍부함을암시한다.

‘애별리고(愛別離苦)’는불교의팔고(8苦)가운데하나이다.부연하자면사고(四苦)는(1)생고(生苦):출생으로인한고통,(2)노고(老苦):늙음으로인한고통,(3)병고:질병으로인한고통,(4)사고(死苦):죽음의공포와이별이다.

여기에네가지고통(1)애별리고(愛別離苦):사랑하는사람과의이별로인한고통,(2)원증회고(怨憎會苦):원망하고,미워하는사람과의만남으로인한고통,(3)구부득고(求不得苦):권력,재물,사랑등원하는것을얻지못하는고통,(4)오온성고(五蘊盛苦):오온五蘊(색,수,상,행,식)의집착으로인한정신적고통등을더하여‘팔고(八苦)’라고한다.

장드리부뤼에르는“세상은느끼는자에겐비극이며,생각하는자에겐희극”이라고했는데,불교의‘팔고(八苦)’는느끼는자의고통이라하겠다.정시인이특히‘애별리고(愛別離苦)’즉‘사랑하는사람과의이별로인한고통’을강조하는것은,이시집의분위기가감성위주임을말해준다.정시인의각챕터나눔순서대로몇작품씩살펴본다.

제1부사랑애(愛)

‘애별리고’의첫째는사랑의고통이다.기독교에서는“믿음,소망,사랑”중으뜸은‘사랑’이라고강조한다.“사랑이란다른사람이나대상에애정과관심을갖고그존재자체를소중히여기는감정”이다.사랑을고통으로여기는불교와,축복으로여기는기독교를비교하면아이러니요,역설적이다.

고대그리스철학자들은사랑을일곱가지로분류했다.(1)에로스:육체적,열정적사랑),(2)필리아(philia):우정,동료애,(3)스토르게(storge):가족간의사랑(4)아가페(agape):무조건적,헌신적사랑,(5)루두스(ludus):놀이같은사랑(6)프라그마(pragma):실용적사랑,(7)필라우투아(philautia):자기존중,자기애등이다.이시집에서는남녀간의에로스적사랑을주된모티브로하고있다.

죄를지었습니다/들판에너무나아름다운꽃한송이에반해/
뿌리째뽑아서집화분에심었습니다/꽃이당신을닮았다는이유였습니다/
꽃이시름시름앓습니다/꽃도당신처럼떠나겠지요

-「애별리고愛別離苦」전문

이작품에서“애별리고”는꽃=당신이라는등가관계입니다.너무나아름다워서꺾어온꽃이지만,‘떠난당신처럼’시들면버려져야하는것이안타까운숙명이다

첫눈이내립니다
눈雪은나의발에밟히고
당신은나의눈目에밟힙니다
당신도나의첫눈인가요?

-「첫눈」전문

짧은이작품에서도눈(雪)과눈(目)을,‘발에밟힌다’와‘눈에밟힌다’로언어유희를하며,“당신도나의첫눈인가요?”라고반문한다.
그대향한사랑과그리움은/태초이래시작된처음과끝이라
그어떤神도만물의무한함을/인간의사랑에비교하지말지니//
사랑은무한無限과영원泳遠/시간과공간을넘어존재하리라
이순간을영원으로기억하리니/우리의사랑은끝없는서사敍事가되리라

-「영원의서사」일부

그대를향한그리움과사랑은“태초의처음과끝”이다.“그어떤신도인간의사랑에비교하지말라”“우리의사랑은끝없는서사가되리라”라며사랑의절대적가치를강조합니다.무조건사랑지상주의자이다.

시인의시詩를시류詩流에흘려보내도/흐르지않는것이있습니다
그것은당신을향한애증뿐입니다./아.어찌할까요?
슬픔이라쓴우리의표석이/산산이부서집니다
재빨리사랑이라첨삭합니다

-「가을의시류」일부

흐르지않는것은“당신을향한애증뿐”이며,슬픔대신“사랑”으로대체한다.성경에서‘믿음,소망,사랑“중제일은’사랑‘이라한것과같다.


어두운절망속에서/빛으로다가오신그대여/
그대는누구신가요?/환한봄꽃으로다가오신여인이여/
당신이꽃을피우라하시면/저는꽃을피우며당신을반기겠습니다//
언젠가만나겠다하시면/나는그곳에서기다리겠습니다/
나는당신을노래합니다/나는당신을위한찬미讚美의시詩를씁니다//
나의여왕이시여,나의창조자시여/당신아래피조물이무릎을꿇습니다/
사랑아래두려울것이없습니다/도대체당신은누구신가요?//

-「당신은누구신가요?」일부

그대는누구신가요?“절망속에서빛으로다가오신그대”“환한봄꽃의여인”이다.그대가꽃을피우라면피우고,떠나겠다면기다리고,당신을노래하고,찬미의시를씁니다.사랑아래두려움이없다고한다.
“사랑이라는돌덩어리를밀며/매일같이산봉우리정상을향하지만언제나그돌을밀어내는것은당신뿐/끝없는시지프스의형벌.정승기「서시」일부”이다.
당신이창조한사랑을/너무오래방치하지마세요/
사랑도오래두면변질이돼요/
사랑을보관할때는끓여서냉동실에넣어요/
그래야그사랑이오래갑니다//
당신이만든사랑을오래방치하지마세요/
사랑이오래가려면한번씩은충전을해두세요//
당신이만든사랑을녹슬게하지마세요/
오래된사랑은한번씩기름을뿌려주세요/
유통기한내에사랑을가끔꺼내서확인하세요/.
사랑의제조일자는없어도/유통기한은있답니다

-「사랑유통기한」일부

사랑에도유통기한이있다는발상과비유가신선하다.당신이창조한사랑을오래방치하지말라.변질된다.사랑이오래가도록보관할때는끓여서냉동실에넣어라.한번씩충전도해라.한번씩기름도뿌려주고,가끔은꺼내서확인도해보라고권면합니다.“사랑에제조일자는없어도/유통기한은있기때문입니다.

메마른가지에/쭈그렁그리움하나가매달려있습니다//
긴밤지새우며기다리는애틋함에/
마침내그리움의마음을이해할수가있었습니다
사람으로태어나서슬픕니다/
본디당신의사람으로태어났기때문입니다
이겨울,내사랑이얼지않기를/
부디내사람이얼지않기를기도합니다

-「내사랑이얼지않기를」일부

메마른감나문가지에남겨진까치밥처럼,“그리움하나가매달려있습니다”본디당신의사람으로태어났기에태어남자체가슬픔입니다.그럼에도부디내사랑이얼지않기를기도합니다.

제2부헤어질별(別)

우리인생에서만남과헤어짐,즉‘회자정리(會者定離)’는숙명이다.만물은유전하고우리생명또한유한하기때문이다.공간적인이별,시간적인이별,늘같이있어도사랑없는정신적이별등이다.대부분직설적인‘이야기시’들이므로간단한멘트만붙인다.

환승역은언제나슬픔이모이는곳
비탄과눈물에몸부림치는군상群像들의눈물에
쇳덩이궤도조차무뎌진다

만남의사랑,떠나는이별
그리고환승이별을예고하는진행형이별
이별의당사자만큼더욱비참한것은없었다

-「환승역,환승이별」일부

환승역은탑승객이행선지를바꾸어갈아타는역이다.만남과이별이교차하는곳이다.이시의퍼스나가인식하는환승역은“언제나슬픔이모이는곳”이며,그눈물에쇳덩이궤도조차무너진다.“만나는시랑”“떠나는이별”이교차하는환승역에선이별의당사자가가장비참하다고생각한다.

사랑은거북이처럼다가왔다가/이별은도적처럼떠나갔다//
그리워해도/그리워해도/닿을수없는나의애처로움이여!//
사랑이죽던날/나의애처로움도/당신과함께묻어야했다//
애처로움의무덤에는풀한포기,/꽃한송이자라지못하는폐허였다//
어둠은언제나죽은간절꽃의무덤/

-「애처로운간절꽃」일부

사랑은거북이처럼왔다가이별은도적처럼떠나갔다.“사랑이죽던날/나의애처로움도당신과함께묻어야했다.”‘간절꽃’이상상인지,실제꽃인지는알수없으나,”어둠은언제나간절꽃의무덤“이다.

눈이수북이쌓인간이역을들어간/한쌍의발자국,//
되돌아나오는길은/외쪽의발자국만선명하다/...
간이역에이별을두고왔지만/여전히몸과마음은슬픔이짓누른다//``
아뿔싸!/이별의그림자를데리고왔구나!

-간이역에이별을내려놓고」일부

간이역과이별이라는셋팅설정은약간신파조이다.눈이수북이쌓인간이역에한커플이들어갔으나나올땐한쪽발자국만찍혔다.이별을내려놓고왔지만,몸과마음이아직도슬픈건‘이별의그림자’를데려왔기때문이다.

강물에흘러가는인연하나가/잠시머물러숨고르기를한다//
내게로멈춘사람의사랑은/언제나종착점으로믿었다//
나는그대에게나무가되고/,큰산이되고행복의화목제가되어도/
유랑하던당신의사랑은/내게머물러주지않았다//
사람이,사랑이또흘러간다/찰나刹那의유랑인연은상처가되고,/
흔적이되어/영겁永劫의슬픔으로남는다//

-「유랑인연1」전문

정시인이서두에서강조하던주제가‘유랑인연’이다.“인연이란억지로맺어지는것이아니며,바람처럼물처럼찾아와서스치며머물다가는흐름“이라규정한다.“잠시만남이있었고,다시흩어짐과아우름”이있었기에’유랑인연‘이라는것이다.“강물에흘러가는인연하나가/잠시머물러숨고르기를한다.”내가나무요,산이요,큰화목제가되어도“유랑하던당신의사랑은내게머물러주지않았다.”그사랑이흘러가면,내겐상처가되고,흔적이되어영겁의슬픔으로남는다.

제3부떠날리離

여기서는일시적인이별이나헤어짐보다,운명처럼영원히떠나버리는슬픔을노래한다.생이별이아니라사별의아픔이라고나할까?「주머니없는수의」「박제사랑」「내가죽은이틀째」「마중물」「촛불예찬」「나의유품遺品을태우며」등이이에속한다.

당신과함께했던/아름다운사랑의추억과/
슬퍼했던아픔도고이접에넣었네/
넣어도넣어도공허한주머니는/먼허공에손짓하네/
그무엇도담을수없네/
주머니없는수의/어쩌면처음부터비어있었을지도/...
그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