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부재를극복하는시적아우라
- 이종탁시인의시집『사랑이였음을알았네』에대해
- 심종숙(시인, 교수,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회자정리, 이말은인생의길에서만남이있으면이별이있다는불가의말이다. 이별은우리시문학사에서만해한용운의『님의침묵』에서부재하는님에대한시적주체의이별의정한, 떠난뒤의후회와성찰, 님에대한굳은사랑의맹세, 님과의재회를이루어가는과정을연작시의전편에서노래하였다.
사람에게각각의이별이있겠지만이종탁시인의시집『사랑이였음을알았네』는노년을살아가는많은사람들에게공감을줄시집이라고생각한다. 왜냐하면사람들은회자정리의이치로부터벗어날수없기때문에누구한사람이먼저가고나중에가는것이정해진이치인것이다. 부부의연이되어오랜시간을한몸같이살아오다가어느한쪽의죽음으로인해겪는상실의아픔은그무엇에도비길수가없는일이다. 이종탁시인은아내의죽음을슬퍼하고상실의아픔을겪으면서아직마음에서떠나보낼수없는배우자에대한기억과현재배우자가없는일상의부재감을그렸다. 아내의부재로인한공허감, 상실감과부재감, 고독감이시인으로하여금불안과외로움, 정신적두려움은공황으로까지몰고간다.
이고통을이겨내기위하여시인은시쓰기를통하여이겨내고있다. 그에게시쓰기는아내의죽음으로인한상실감을극복하는과정이다. 그나마슬픔과우울의정서를넘어시를쓰면서점점정서의안정을얻어가고있다고해야할것이며시쓰기가상실의상처를극복해나가는데도움을주고있다는생각이다. 이종탁시인이겪고있는사별의아픔은비단그만이겪는고통은아니다. 우리가겪는혹은겪게될상실의고통이다. 존재가비존재로될때그낯섦에대한공포와불안, 두려움, 슬픔과우울, 짝을잃은외로움은말할수없는고통이기에어떤경우에는그모든고통이그대로무의식으로내면화되어병증을일으킬수도있다. 그러나이종탁시인이느끼는감정은지극히정상적이며자연스럽기까지하다. 이러한자연스러운과정을통하여이종탁시인은상실의고통에서벗어날수있을것이다.
특히어떤사람들은망자가살아있었을때자신을고통스럽게하였다면그의부재는해방일수있고자유일수도있다. 그러나망자가자신에게이루말할수없는사랑스러운대상이었다면그부재는견디기힘들고평생잊지못하고살아갈수도있다. 이런경우는망자를그리워하면서그의죽음을슬퍼하면서평생을살아가기도한다. 망자에대한그리움을안고평생살아가는사람은홀로고독하게살아가는것을받아들인사람들이다. 사랑했기에더욱아픈사람들은그고통을묵묵히받아들이며천상에있는대상을그리며살아가기도한다.
이종탁시인의시편들은정서적으로사별의아픔으로슬픔과우울, 외로움을겪었지만어둡지만은않다. 오히려밝고, 명랑한분위기의시들도많다. 이것은어쩌면그가어린아이와같은동심으로사별의아픔을되새기고있는지도모른다. 그의많은시편들이맑고밝은느낌을주는것은자신의이별감정을시로써봄으로써시속에서사랑하는아내를만나기때문에오히려밝은느낌을죽있는지도모른다. 그의시편들은슬픔과우울로인해불안과외로움의어둡고무겁고침울한정서보다밝은정서인것은거기에그의아내가있기때문이다. 이런느낌은시속에서자신의아내와대화하는느낌에가깝다고해야할것이다. 어떤시들이꽤, 요설적인느낌을주는것도이런태도에서나오는것이라여겨진다. 어떤시들은매우정제되어있거나함축적인느낌을주기도한다.
시인은아내가없는일상을자세히기록하기도한다. 출퇴근시의상황을잘묘사하기도한다. 이런시들은독자들로하여금눈물을자아내게한다. 마치순진한아이처럼어미가죽은줄도모르고젖을빠는아이처럼말이다. 그것은어쩌면이성적으로는부재를알지만그의마음은여전히아내를사랑하고있기에아내에게말을걸고즐거워하는것이다. 시를쓴다는것은무언가그에게. 그의시쓰기는망자에대한진혼일수도있고아내의부재감을달래거나느끼고싶지않기때문이거나아내가생각나기때문일것이다. 이는아내아닌다른사람을그리워하거나받아들일수도없는, 그의아내에대한깊은사랑때문이다. 이사랑은그가상실과슬픔을느낄때까지일지그이상일지는예상할수가없다.
그러나누구나사별하게되면다양한감정의층위가있겠지만이종탁시인의시편들에서는그가자신의감정에대해꾸밈없이, 여과없이쓰고있다는점이다. 어쩌면이점이독자들이다가오게할수있지않을까생각한다. 사랑하는사람이죽게되면부재감으로혼란스럽거나슬프거나우울해지거나절망속에빠지는것이보통의감정이다. 그러나이런속에서망자에대한진혼과자신을추스린다음에는여러가지선택지가있다.
삼년상을끝내고망자로부터자유로워져서새로운인연에대한그리움과기다림의감정이찾아올수도있다. 이종탁시인의시편들에는이모든감정이엿보이기에그가솔직한심정으로시를쓰고있다고생각한다. 그의많은시편들이동심을지니고시를쓰면서아내를더욱그리워하고자신이많이사랑했었다는것을뒤늦게야깨닫기도한다. 그이유는현재그는아내의부재감을견디며홀로있기때문이다. 그가홀로있는현재가시를생산하는절대적인시간이아닐까도생각한다.
“여보, 회사잘다녀올게”
이른아침출근을서두르며
액자속여인에게말을건넨다
“여보안녕, 나왔어, 잘지냈지?”
사내는무거운현관문을밀치며
썰렁한집안을지키고있는
여인을향해퇴근인사를건넨다
사내는외로운출퇴근길발걸음마다
오늘도역시액자속그녀에게
핫트를날리며다정히속살거린다
돌아오지않는그녀의답변을
문드러진공허한가슴을윤색하여
상상으로각색하고추억으로채색하며
매일매일 4년반을한결같이
절절한인사를건네면서
현상계와저승사이에현관문을드나들고있다
기쁠때는기쁜미소로보이고
슬플때는슬픈노래로들리고
힘들때는위로하는몸짓이니
액자속여인의표정은
단아한현모양처다
내일은또어떤표정으로
홀아비의인사를정답게받아주고
홀아비는그녀에게어떤인사를건낼까!
- 「아내의화석」전문
이시는평범한일상안에서시인이아내에대해, 대화형식으로쓴것으로시의전반부에실었다. 아내는영정사진속에존재한다. 출퇴근인사를하는시인의마음이느껴진다. “현상계와저승사이에현관문”을드나들고있다고하듯이망자의기억과영정사진이있는시인의집, 내실은그녀의무덤일수도, 저승일수도있다. 시인의집현관문은바로이승과저승의경계를가르는문이다. 그처럼그는 4년반을이승과저승을오갔다는말이다.
영정사진속아내는단아한현모양처의모습으로만존재한다. “돌아오지않는그녀의답변을/ 문드러진공허한가슴을윤색하여/ 상상으로각색하고추억으로채색하며”살아온 4년반의세월이고스란히녹아있는시구절이다. 여기에서놓쳐서는안될것이이종탁시인은자신을‘사내’, ‘홀아비’로삼인칭으로서술하고있다는것이다. 이것은이미그가자신을객체화하고있고자신의모든것을객관적으로바라보고있다는점이다. 그래서공허감을윤색하고, 상상력으로각색하고추억으로채색하였다고밝히는 4년반의시간이었음을고백한다. 시쓰기란그의말대로상실의고통을재현하는시간이었던것이다. 이시에서시제를‘아내의화석’이라했던것도영정사진속에존재하는아내는이미사진속사람으로사진과함께물질화되어있으나그대상을추억하는나의감정은여전히살아있고현상계와천상계를오가며사랑하는대상인아내에대해공허감을윤색하고있다.
길을걷다가, 문득
누군가가부르는듯하여
혹여당신일까!
흠칫뒤를훔쳐보니
그저밤하늘별들사이사이를오가며
별들에부딪히는무심한바람소리였을뿐
혹시나저바람속에
임이부르는소리도섞였을까!
두귀를쫑긋세워
눈을감고가만히세어보니
들리는건, 그리움에속삭이며부르는
별들의옛사랑노래였을뿐
- 「혹여, 당신일까? 」전문
이시는공허감을윤색하는시편이다. 그러나이시편에서도「아내의화석」에서처럼천상의이미지를직조한다. 별들이존재하는천상계로시인의상상력은연장되고있다고해야할것이다. 길을걷다가누군가부르는듯한환청을의식하여뒤돌아보니별들사이를오가는바람이었고바람속에임이부르는소린가기대했으나들리는건별들의옛사랑노래였다는 2연구조의이시는공허감과부재감을표현한시이다.
그러나시인이연속적으로천상계의이미지들을직조하는것은, 즉윤색하는것은아내가천상계로떠났기때문이고시인은천상계에있는아내에게마음이가있기때문에상상력으로천상계의이미지를직조한다, 시인의시쓰기는윤색과각색, 추억을회상하는채색의시간으로모두상상력을필요로하는것이었다. 아내의부재속에서그가버티어날수있었던것은시적상상력을궁굴리는시간덕택이었다. 이시는임의부재로인한공허감을잘노래한시편이라고할수있다.
이종탁시인의공허감은천상지향으로이미지가직조되어가는데집, 하늘의별에서하늘의옹달샘으로이미지의나뭇가지가뻗어가고있는것은상상력의힘이었고하늘=옹달샘으로표현된다.
그대는옹달샘
하늘도담기고
바람도담기고
풀잎도담기고
새소리도담긴
그대는마음샘
내모습도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