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불, 오백나한도 (한용운문학상 수상 기념 시조집)

인불, 오백나한도 (한용운문학상 수상 기념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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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봉아” 불러주신 어머니의 풍경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형제의 새끼줄에 엉켜서 살아온 굽이진 세월 속에서도 수작秀作의 시맥을 찾아 떠돌며 눈물을 삼켜 써내려온 시어의 향기는 예순아홉 끝자락에서 다시금 생생
불식生生不息 돋아납니다.

영광도, 즐거움도, 행복도 품어 안아준 시조의 울타리 앞에 서니 고희의 고갯마루, 붉은 여명이 시뻘겋게 떠오릅니다.

시인의 인생은 어느덧 황혼에 접어들어 첫 시집, 고향을 그리며 눈물을 감추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높지도 낮지도 않아 어머니의 품 같았던 “모악산아 말해다오” 시인의 향촌을 지켜주던 그리운 수풀林, “마음에 파문이 일어 햇살과 봄물을 담아 눈물을 삼켜 살아온 시인의 삶, 어머니 가슴 깊숙이 묻어둔 유언처럼 풀어냅니다.

만경강에 상앗대를 높이 세워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글의 궤적 모래성처럼 쌓여 이제는 시인의 그림자에도 풍성한 나뭇가지처럼 달과 일곱의 별이 만산홍엽 단풍잎처럼 붉게 물들어 잔잔히 누벼봅니다.

땅에는 희망의 꽃이 피어 새봄을 맞이하고 행성처럼 떠도는 엇나간 길에서도 언제나 너는 할 수 있어, 라는 시그널을 보내준 인불人拂이여, 마음에 담아온 시어를 읊어 봅니다.

문학의 길 또한 송심란성松心蘭性처럼 곧고 부드럽게 이어졌습니다. 얼음장을 깨고 나온 세월도 어느덧 스무해가 훌쩍 지났고 산광수색山光水色, 삼절三絶의 술래가 되어 인생을 찾아 삿갓 끈을 고쳐 맬 것이고 가슴속에 차오르는 그 무언가는 어느 봄날, 남새밭을 떠돌던 강아지처럼 소박하고도 즐갑던 날들을 다시 꺼내어 불태우게 합니다.

아직 문학의 행로 그 끝은 알 수 없으나, 그 무지無知가 오히려 더 큰 행복을 전해 준다는 믿음으로 다시금 인불人佛, 오백나한도를 별빛보다 더 아름답게 풀어내어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지만, 고향의 만추가비비정에서 보는 석양만큼이나 울먹거리어 글씨 위로 번지는 눈물이 더욱 붉습니다.

모악산을 품은 만경창파 강가에서 붉은 억새의 목울대로 울고 싶은 적막한 날에 조선팔도 선비仙飛처럼 세상에 경배드리고 이번 생에도 중산中山을 또 하나 넘어, 시조집을 세상에 내어드립니다.

2026. 01. 01
丙午年 만경강 비비정에서
仙飛 임 정 봉 드림
저자

임정봉

아호: 仙飛
전북 완주 구이 출생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거주
(전)현대건설 주식회사 재직
(전)우성건설 주식회사 재직
(현)토문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CM 전무이사
(전)안양시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 시위원
(전)국보문인협회 사무총장 역임
(전)국보문인현회 시조분과 회장 역임
(전)한국문학신문사 기자 역임
(전)국보문인협회 자문위원
(현)청류문학회 회원
(사)문학그룹샘문 자문위원
(사)샘문학(구,샘터문학) 자문위원
(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샘문)
(사)한국문학 편집위원(샘문)

〈수상〉
2007 한맥문학 시 등단
2009 국보문인협회 시조 등단
2011 한국문학신문사 시조 대상
2011 한민족통일문예대제전 시조 우수상
2016 한국문학신문사 시조 대상
2025 한국문학상 시조 특별창작상(샘문)
2025 향촌문학상 시조 대상
2025 한용운문학상 시조 특선상(샘문)
2026 신춘 QR코드 대상

〈등재〉
2017 국회교육문화예술대전 명인
2021 한국민족정신진흥회 현대한국인물사전

〈시조집〉
2025 모악산아 말해다오

〈공저〉
문예빛단(시선집)
향촌문학회(시선집)
김동리 각문(한국문학시선집/샘문)
만해 문심지도(한용운시선집/샘문)
내 마음의 숲(국보.월간시선집)

목차

여는 글 / 4
평설 : 불성佛性과 민중 역사를 품은 시조의 현재형 / 6


제1부 : 인불人佛, 오백나한도
광명이시어 / 28
노익장 선풍기 / 29
농부의 한숨 / 30
님의 침묵 / 31
담쟁이 화백 / 32
돌탑 / 33
범계역, 밤 블루스 / 34
부처의 집 / 35
안중근, 나라 사랑 / 36
억새, 바람의 눈물 / 37
엄마의 길 / 38
연리지 사랑 / 39
인불人佛, 오백나한도 / 40
인생 / 41
전설의 방랑시인 / 42
지옥의 사다리 / 43
집시 인생 / 44
천년의 꿈 / 45
첫눈의 거리 / 46

제2부 : 신성神聖, 님의 침묵
친잠례 / 48
고행의 길 / 49
벌거벗은 좀비 / 50
비비낙안 / 51
사색의 등불 / 52
삼성산, 영가 길에서 / 53
석화의 눈물 / 54
안세영의 일기 / 55
신성神聖, 님의 침묵 / 56
어머님 전상서 / 58
엄마의 강 / 59
연구 대상 / 60
인불人拂, 불탑 / 61
인어의 눈물 / 62
일수불퇴 고해성사 / 63
추억을 누비다 / 64
한가위 / 65
해바라기 밥상 / 66
허수아비 일생 / 67
화점의 행복 / 68

제3부 : 댕그랑, 미륵반가사유상
효행의 길을 걷다 / 70
님의 침묵 / 71
댕그랑, 미륵반가사유상 / 72
무릉도원 / 73
무소유 삶 / 74
무탈하길 비나이다 / 75
문원폭포에서 / 76
바람의 눈물 / 77
벼락 맞은 오동나무 / 78
부처의 미소 / 79
빨래하는 마음 / 80
사계의 소식 / 81
수도꼭지 연정 / 82
신록의 운길산에서 / 83
아리수의 내력 / 84
어머니의 동화 / 85
인불人拂 / 86
책거리 / 87
추억을 누비는 황혼 / 88

제4부 : 만경강, 비비정에서
한마당 청류의 밤 / 90
가을 소풍 / 91
고즈넉한 남고산성에서 / 92
군산항, 밤바다에서 / 93
굴렁쇠 사모곡 / 94
나른한 오후 / 95
뚱딴지 감자 / 96
만경강, 비비정에서 / 97
모란꽃 일생 / 98
모천의, 고향에서는 / 99
무인도에서 / 100
바스락 누빈다 / 101
바우고개 / 102
반딧불, 연리지 사랑 / 103
변태 / 104
삼성산에서 / 105
섬에 떨어진 날벼락 / 106
소원 수리, 송~ / 107
시문의 기원을 찾아 / 108
태화강은 알고 있다 / 109
평화의 용접기 / 110

제5부 : 한바탕, 향촌의 밤
10월의 단상 / 112
골동품 인생 / 113
무상하다 / 114
넙죽 / 115
동백꽃 눈물 / 116
만추, 바람의 뒷골목 / 117
만추의 계절 / 118
망부석 님의 향기 / 119
메콩강 제비 고향길 / 120
묘비명에는 / 121
삼성산, 영가 숲에서 / 122
유월의 수채화 / 123
자웅 / 124
작은 영웅의 함성 / 125
전설의 방랑 가객 / 126
첫눈의 거리 / 127
하룻밤 연정 / 128
한강의 달 / 129
한바탕, 향촌의 밤 / 130

출판사 서평

불성佛性과 민중과 역사를 품은 시조의 현재형
(임정봉 제2시조집 “인불, 오백나한도” 평설)

- 염월 강소이(시인, 교수, 수필가, 문학평론가)

1. 머리말

임정봉 시인의 시편에는 정갈한 율조 속에, 깊이 사유하는 시의 울림, 영혼의 웅비가 있다. 한 사람의 인간, 남성으로 겪은 개인적 감수성에 머물지 않고 현실 참여, 세태 풍자적인 앙가주망 적 시편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시인은 신변잡기의 시 세계를 보인다. 임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이나 고향에 대한 향수, 부모님에 대한 회한이 대부분의 소재로 다뤄지는 것을 보아왔다.

그러나, 「모악산아 말해다오」 시조집에 이어 두 번째 시조집을 낸다며 보내온 시조 원고에는 불성, 민중, 역사를 품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시편에서도 신변잡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시 세계는 오로지 만해처럼, 불교적인 시선으로 역사를 껴안고 있었으며, 5·18에 대한 사유, 해양의 환경 문제를 다루며 만경강의 농경 - 민중들의 삶, 4·3사건과 군함도를 소재로 하고 있었다. 그의 시 세계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과 보편적 가치를 고양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 주는 앙가주망의 시 정신을 담고 있다.

시조는 고려말에 발생하여 현대 시대, 오늘날까지 지어지고 향유되며 장수(長壽)하고 있다. 경기체가나 향가 등의 다른 시가에 비해, 시조는 우리나라 민족 정서에 걸맞으므로 오늘날까지 장수하는 문학 장르다. 임정봉 시인의 「인불, 오백나한도」의 시편들은 대부분 연시조를 취하고 있다. 초/중 / 종장에 평시조의 율격을 지키면서도,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의 네 계절을 변화있게 다루면서, ‘댕그랑“이라는 의성어를 사용하여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독창성을 보이기도 한다.

요즘처럼 풍시조, 민시조, 하이쿠시 등의 다양한 시의 질퍽임과 변화 속에서도 전통적인 평시조의 단정함을 보이면서도 시조의 전통을 살리면서, 동시에 정신적 전통성과 맥을 잇고 있는 임정봉 시인의 시 세계를 볼 수 있다.

언어가 주는 어감과 반복성을 살리며 운율과 리듬감을 보이며, 시 정신의 탄탄한 안정감은 그가 시로써 보이려는 보리심 - 자비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울림이 강한 그의 시조 세계의 면면을 살펴보기로 하자.

2. 시편 들여다보기

1) 시인의 「인불, 오백나한도」 내용은 열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불교적 세계관을 노래한 시편들 - 〈인불, 오백나한도〉, 〈댕그랑, 미륵반가
사유상〉, 〈인불, 김삿갓 일기〉, 〈무상하다〉

②만해 한용운 선생의 정신적 계보를 잇는 시편들 - 〈신성, 님의 침묵〉,
〈님의 침묵, 만해 해바라기의 미소〉

③사회 현실 참여에 앙가주망의 시편들

④역사 시, 독립운동을 사유하며 역사를 외면하지 않는 앙가주망의 시 - 〈석화의 눈물〉

⑤해양 생태계,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앙가주망의 시편 - 〈인어의 눈물〉
⑥4·3 사건에 대한 진혼(鎭魂) - 〈이어도 진혼곡〉

⑦5·18에 대한 사유 - 〈민들레, 5·18 기억 버스〉

⑧조국 분단에 대한 응시 - 〈님은 백두산 등불〉

⑩농경 공동체, 민중에 대한 사유 - 〈만경강, 비비정에서〉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임정봉 시인의 시 세계는 불교적 사유, 민족사, 민중의 고통, 진혼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깨달음은 저잣거리에서, 미륵은 일상의 사유 속에서 조국은 몸의 고통과 눈물 속에서 발견된다. 이 시편들은 관념적 민족주의나 종교적 도취를 넘어서서 기억, 몸, 시간이라는 구체적 매개를 통해, 서정의 축을 구축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형의 책임을 묻는 시적 증언으로 읽힌다.

2) 불교적 세계관을 노래한 시편들 - 〈인불, 오백나한도〉, 〈댕그랑, 미륵반가사유상〉, 〈인불, 김삿갓 일기〉, 〈무상하다〉

임정봉 시인의 시는 불교적 사유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초월적 언어로 고립시키지 않고, 역사와 몸, 민중의 고통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일관된 시 세계를 보인다. 여기서 불성(佛性)은 수행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저잣거리와 난전, 심해와 분단의 현장에서 고통을 건너며 드러나는 인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불, 오백나한도〉에서 나한도는 덕이 높은 고승을 그린 그림을 뜻한다. 오백 명의 나한을 그린 오백나한도는 성상(聖像)이 아니라 ”난전에 던져놓은 이 한 몸 고깃덩이/ 추녀에 걸어놓고 삭혀지는 생의 궤적/ 오늘도 반딧불처럼 세상을 여는 천심// 저잣거리/ 떠돈 짐승 길섶의 불자라면/ 인생의 깨우침에 고해성사 덜어내고/ 나한도 걸린 무저갱 극락정토 열리겠지”라고 했다.

화자(話者)는 불성을 고행이나 경전에서 찾지 않고, 몸에 삭힘과 부패의 시간에서 발견한다. “민들레 떠도는 불심”이라는 이미지가 이것을 상징한다. 이 시에서 해학(기괴한 눈)과 천심(엷은 미소), 반딧불로 형상화된 불심은 불교적 숭고함을 일상 속의 웃음과 빛으로 환원되며, “고해성사 덜어낸” 삶의 태도에서 극락은 열린다고 보고 있다. 오백나한도는 종교화(宗敎畵)가 아니라, 인간 군상의 자화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님의 침묵〉과 〈댕그랑, 미륵반가사유상〉에서 ”댕그랑“은 침묵과 사유를 깨우는 소리로 읽힌다. 개인의 수행과 민족사의 고난을 청각적 경험으로 연결하여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한국 불교 미술의 정수인 미륵반가사유상을 네 계절의 시간 속에 배치하며, 사유상은 정지된 조각품이지만, 시 속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수행의 모습을 보인다. 여름의 “백팔번뇌 걸어놓고”와 겨울의 “한 점 촛불”은, 수행은 삶의 무게를 감내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가을 연에서 “백척간두”와 같은 매우 위태로운 지경(세상 근심)에서도 자비의 길이 열린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삭풍 몰아치는 겨울에도 “한 점 촛불”을 밝혔기에, 반가사유상이 새 아침을 열어준다는 열린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에서 “댕그랑”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사유를 여는 리듬이며, 조각은 침묵하지만 시는 그 침묵을 수행하는 “지금”이라는 현재의 희망 언어로 번역되는 것이다. 〈댕그랑, 미륵반가사유상〉은 네 계절의 다른 모습으로 형상화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매우 독창적인 우수성이 인정되는 수작(秀作)이다.

〈인불, 김삿갓 일기〉는 제도와 중심에서 벗어난 침묵의 수행자였던 김삿갓을 그리고 있다. 중장에서, 삿갓은 자연과 시맥을 벗 삼아 핍박 속에서도 시를 놓지 않는 존재로 형상화되고 있다. 종장에서는, 죽장과 그림자만이 남아 팔도강산에 비문을 남겼다고 했다.

이 시조는 김삿갓의 방랑은 실패가 아니라, 인불(人佛)로서 “소쩍새/ 집을 떠나 은밀하게 떠돈 인생/ 세월 강 둘러봐도 발자취 묵언 침묵/ 세상과/ 담을 쌓은 넋, 유구무언 삶이로다”라고 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없이 세상을 거부한 태도는 가장 강한 증언 방식으로 그려지고 있다. 종장의 끝 행에서 “방랑 시인 무상하네”라는 표현으로써 불교의 공(空)사상 - 인생의 무상함을 드러내는 불교적 사유가 두드러진 시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무상하다〉는 시에서 시인은 불교적 무상관(無常觀)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무소유 등불 수평선 붉은 깃발//…. 해거름 느티나무에 잠시만 묶어놓고”라고 함으로써 “붉은 깃발”과 “느티나무”의 회화적 심상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해 내는 재치를 보인다.

“선술집 코를 박고서 외상 술값 덜고 갈까”라고 함으로써, 비장함 대신 웃음으로 무상(無常)을 통과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3연에서 “막걸리”와 “성주풀이”는 삶의 무게를 과장하지 않으면서 진솔하게 드러낸다.

중장에서 허수아비와 물레방아는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상징, 종장에서 화자는 “무상은 개나 주라”라고 말함으로써 허무마저 유머로 전환한다. 이 시조에서도 끝 행에서 “댕그랑”은 죽음의 종소리는 황천의 길, 범종의 종소리이자, 집착을 내려놓는 해탈의 음향으로 볼 수 있다. 이 시조는 비장함보다는 웃음으로 허무(무사함)를 통과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임정봉 시인은 불성, 역사, 민중, 인생무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전통 방식 속에 절제하여 담아내며, 말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담아내는 현대 시조의 한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3) 만해 한용운 선생의 정신적 계보를 잇는 시편들 - 〈신성, 님의 침묵〉, 〈님의 침묵, 만해 해바라기의 미소〉

만해 한용운 선생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스님이셨으며 시와 논설, 소설을 쓰신 문장가였다. 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공약 3장을 손수 지으셨을 만큼, 독립운동에도 참여한 현실 참여적인 대문호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임정봉 시인의 시 세계도 만해 선생의 시 세계와 맥이 닿고 있음이 느껴진다.

〈님의 침묵〉은 만해 선생이 지은 시집 이름이며, 시의 제목이다. 〈님의 침묵〉에서 만해의 님은 곧 조국이고 부처님이셨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길운 것은 전부다, 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님의 침묵, 만해 해바라기의 미소〉에서도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의 네 계절로 나누며, 각 계절마다 “댕그랑”이라는 의성어를 사용한다, 범종 소리이며 역사적 각성의 신호음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침묵의 깊은 애국심”이라는 구절은 만해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번역한 핵심 문장이라 할 수 있다.

〈님의 침묵〉을 직접 호출하면서도, 원작의 서정성을 역사적 계절적 서사로 확장한다. 즉 ‘해바라기의 미소’는 빛을 향해 고개를 드는 존재의 형상이며, 이는 식민지와 분단의 시간을 관통하는 희망의 지속성을 상징한다. 이 시는 만해 시를 기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의 정신을 역사적 현재형으로 소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