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결심 (내 삶의 언어로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고요한 결심 (내 삶의 언어로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17.00
Description
《지지 않는 하루》, 《서재 이혼 시키기》 작가 이화열 신작!
“내 삶의 언어로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몽테뉴는 ‘철학이란 곧 죽음을 배우는 일’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우리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그 마지막 걸음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어느 날, 이화열 작가는 시어머니 아를레트가 스위스 조력사망기관에 조력사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요한 결심》은 조력사 결정부터 시어머니의 마지막 여정에 동행하기까지, 작별을 준비하면서 보낸 세 달의 시간, 죽음이 일깨운 삶의 감각을 기록한 책이다.

“일 년 전, 시어머니가 스위스에서 조력사를 선택하셨다. 말기암도 중증질환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 결정은 큰 충격이었다. (…) 그녀는 ‘인간다움’이라는 품위를 지키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본능을 내려놓았다. 체념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으로 남고자 한 신념이었다.” _여는 글에서

작가는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남고자 했던 한 존재의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삶의 주체성을 조금씩 잠식해 가는 노화의 과정과 그 안에서 지켜내야 할 존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늙음과 죽음을 일상의 언어로 기록했다. 삶이 다르듯,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모두 다르다. 어떤 이에게 삶은 ‘죽지 않으려는 욕망’이지만 또 어떤 죽음은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문장’이 되기도 한다. 젊을 때는 죽음이 나와 상관없는 일 같아 관심이 없고, 나이 들어서는 두려움 때문에 외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작가는 죽음을 생각할 때, 삶은 더 또렷해진다고 이야기한다. 또 준비된 죽음이든 아니든, 결국 우리는 살아온 대로 죽는다고도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게, 단호한 사람은 단호하게. 죽음이 평온한지, 고통스러운지 살아있는 동안 알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삶에 녹아있는 철학’을 담백하고 위트 있게 글로 옮기는 작가 이화열은 그녀의 일곱 번째 에세이 《고요한 결심》에서 ‘어떻게 나이 들고 죽을 것인가’, ‘의존하지 않고 존엄을 지키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이 삶이 내가 원한 삶인가. 어떻게 사랑하며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이별을 준비할 것인가. 잘 떠나는 삶은 어떤 삶인가.
저자

이화열

저자:이화열
섬세한시선과담담하면서도위트있는필치로일상을담아내는에세이스트.프랑스에서박사과정중파리지앵인현재남편을만나파리에정착했다.음악듣고,요리하고,글쓰는일에서행복을느낀다.
《고요한결심》은누구나피해갈수없는늙음과죽음을일상의언어로기록한책이다.지은책으로《서재이혼시키기》,《지지않는하루》,《배를놓치고기차에서내리다》등이있다.

목차

여는글

1부.인간은죽음앞에서자신의언어를갖는다

길위를걷는노인
조건의산물
가불된애도
나로남기위한결심
쿠키의위안
목요일의샴페인Ⅰ
축제와죽음
친절한감옥,불편한자유
존재의우아함에대해서
세월의침전물
손끝으로더듬는시간
거절의기술
노인의침묵
완벽하고공정한인생의룰
목요일의샴페인Ⅱ
사랑하는순간,이미애도는시작된다
죽음보다더깊은사랑
존엄의무게
죽음을받아들이는방식
기다림이라는모순
자신과의관계를정리하는일
거미여인
시골집추억
시간의멜랑콜리
벨메르,벨피
사라지지않는맛
의존이라는권력
시간의맛
아름다운거리
나는그러지않는편이좋겠습니다
죽음을생각할때삶은더또렷해진다
식빵반죽
아버지의부고
제페토의무덤
목요일의샴페인Ⅲ
날짜가정해졌다
목요일의샴페인Ⅳ
고요한결심
마지막만찬

2부.똑같은삶이없듯,똑같은늙음도없다

다시돌아오지않을여행
아무것도없는것으로
시간되감기
아를레트의레시피
텅빈집
부재와존재
청개구리의울음
슬픈건고독한죽음이아니다
기억의정원
벗어날수없는꿈
떠나는연습
아버지의전화번호
어머니와나
혼수그릇세트
짜장면에대한단상
죽음을이야기할때우리가말하는것들
지상에서천국으로
어머니의유언장
피아노수업
백오세생일파티
유품정리
내가사랑하는풍경
진화하는인류와관계맺기
귀한손님
늙음도저마다다른문을가진다
이사하는날

출판사 서평

인간은죽음앞에서저마다자신의언어를갖는다

작가는시어머니의고통을이해하게되면서존엄을지키기위해스스로선택한조력사결정을마침내존중한다.그럼에도사랑하는이와이별해야하는슬픔과두려움은무척컸다.뿐만아니라작가가거주하는프랑스역시한국과마찬가지로안락사(의사의손을빌려죽음에이르는것)나조력사(의사의도움을받지만스스로마지막버튼을누르는것)가모두허용되지않기때문에‘죽음을승인받는일’과‘국경을넘는일’을함께준비하며자신이죽음에조력하고있는것은아닌지죄책감도고스란히느낀다.
“정말우리가해줄수있는게아무것도없을까?”
“이건삶이아니야.너도알잖니.내가할수있는건,아직정신이또렷할때이고통을끝내는일이야.”
낯설고끝을알수없는기다림의시간인세달동안,시어머니는결코흔들리지않았다.자신의삶을무척사랑하고,무임승차를하거나빨간불한번무시한적없던그녀가법을어기는일조차감수하며국경을넘어자기자신으로남기위해떠나는여행을결심한것을보며,작가는죽음을받아들이는방식은결국자신이살아온삶의태도와닮아있다는것을깨닫는다.
《고요한결심》은조력사나안락사에대한찬반을묻는책이아니다.‘어떤선택이옳은가가아니라,존엄을지키며끝까지자기삶의주인이될수있는가’를묻고있다.철학자가아니어도,우리는자기삶의언어로죽음을준비할수있다.

어떻게나이들고,어떻게죽을것인가!

“살아있는내내,우린‘과거’혹은‘젊음’을기준으로비교한다.(…)육체적문제들이얼마든지수정가능하다는전지적환상이깨지는순간,우리는늙음을이해하게된다.만약‘미래’,그리고‘늙음’을기준으로산다면,매일조금씩쇠락하는느낌을더잘견딜수있을까.”_본문에서

앞서말한것처럼살아온대로죽는것이라면,우리는어떻게나이들어야할까.작가는노년을맞이하는다양한삶의태도를지켜보며,‘늙음도저마다다른문을가진다’고말한다.삶에부드럽게조응하는문,들어가기위해비밀번호가필요한문,단단히잠긴문.어떻게하면젊음을유지할수있을지,더건강하게살려면무엇을해야할지골몰하지만,우리는나이드는삶,이른바노년에는관심이없다.때문에똑같은삶이없듯,똑같은늙음도없다는것을자주잊는다.그러나누구나노년에‘존엄’과‘자유’를어디까지지켜낼수있을것인가,하는질문앞에서게된다.고독사를걱정하지만우리에게정말필요한건,늙음이닥치기전에타인에게어떻게의존할것인지를스스로에게묻는것이다.결국이질문은‘지금나는어떻게살아야할것인가’,‘앞으로어떻게살고싶은가’로돌아오기때문이다.

책속에서

그날이후,아를레트가말했다.“다시는병원에가지않을거다.”그때나는그녀의단호한말투에담긴뜻을전혀이해하지못했다.그저깐깐한노인의고집쯤으로여겼다.그러나그말은의료에자신을내맡겨생명을억지로연장하지않겠다는뜻이었다.장치에매인채죽음을기다리는시간을거부하는선언,끝까지자신으로남겠다는결심이었다._30쪽

“나는이제아무짝에도쓸모가없다.”더이상파이를굽지못하는그녀의부엌은따뜻한온기가사라졌다.이제그녀는간병인과가사도우미없이는살아갈수없다.죽음보다더두려운것은,어쩌면매일조금씩죽어가는자신을지켜보는일일것이다._32쪽

사람들은늙음이라는불편한거울앞에오래머물고싶어하지않는다.그안에고유한삶과이야기가있다는사실도잊는다.아이처럼챙겨주지만,대화하지않는다.배려처럼보이지만,사실은회피다.침묵의방에서노인을데리고나올수있는가장단순한방법은,눈을맞추고질문하는것이다.사람들은질문하지않는다.자기이야기도제대로하지못하면서._61쪽

조력사,말그대로사랑하는이의죽음을조력하는일이다.머리는그고통을끝내야한다고말하지만,죽음에동조한다는죄의식에서완전히자유로울수는없다.만약이런고통스러운절차없이아를레트가모든시간을자기안에감춘채,사랑하는이들을밖에둔채,혼자마지막을선택했다면어땠을까.죄책감과두려움은줄겠지만,함께할수있었던시간을거부당한상실감은더컸을것이다.이작별연습은괴롭고고통스러운시간이지만,끝까지서로곁에있다는사실만으로도위안이된다.적어도우리에겐,배웅할시간이있다._72-73쪽

죽음을어떻게맞이할것인가는,그결정을누가하느냐보다어떻게평온하게받아들이느냐의문제다.죽음은삶의반대가아니라,삶의또다른그림자다.언제든찾아올수있는손님을맞이하듯,우리는죽음을준비하며살아야한다.지그문트바우만의사상을빌리자면,죽음을받아들이는일은‘죽음의가시에서독을빼는일’과같다.죽음을받아들이는방식은결국,자신이살아온삶의태도와닮아있다._83쪽

인간이자신에게조차소외되는이유는,멈추고존재하는능력을잃어버린데있는지도모른다.어떤침묵은텅빈것이아니라,답으로차있다.이겨내는것보다느긋해지는것.나이가들면서소리에둔해지더라도고요를들을줄아는것.우리는얼마나자주고요함속에머물러본적있던가.창문너머로펼쳐진구름바다를본다.이생은무엇을남길지가아니라,얼마나가볍게떠날수있는지를묻는여정같다._1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