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박지훈 독서 에세이)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박지훈 독서 에세이)

$19.80
Description
독서가 곧 밥벌이였던 사람이 들려주는
책 곁에서 배운 것들
책 읽는 일이 곧 밥벌이였던 저자 박지훈이 “책에 포위됐던, 때론 포박당했던” 시절을 더듬어 회상하는 독서 에세이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를 선보인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일간지 출판 담당 기자의 일상을 생생히 보여주고, 사물사물 눈에 밟히는 문장들도 함께 전한다. 총 34개의 꼭지에서 문학부터 사회과학, 경제경영, 철학, 역사, 과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알록달록 다채로운 책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매주 수백 권의 책을 마주하던 출판 담당 기자의 첫 에세이인 동시에, 책과 삶이 서로를 비추며 남긴 독서 기록이자, 세상 모든 책을 향한 절절한 연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에서 건져 올린 위로와 뜨끈한 사유의 불씨를 독자와 나누며 책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건넨다. 책에서 시작된 불을 책으로 끄며 살아온 독서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박지훈

저자:박지훈
스물다섯살때신문사에입사해20년가까이기자생활을하고있다.
사회부,문화부,종교부에서일했는데가장행복했던시기는문화부에서출판분야를담당한때였다.
어릴때부터책을좋아했고앞으로도그럴것같다.
경남남해에서태어났고대학에선국문학을전공했다.
아내와딸이있고고양이와강아지도키우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1부
독서에도길이있다면
―이동진의《닥치는대로끌리는대로오직재미있게이동진독서법》

그때그불빛은어디로갔을까
―트린주안투안의《마우나케아의어떤밤》

고래가삼킨시간속에서우리는
―수전올리언의《도서관의삶,책들의운명》

청춘은들고양이처럼재빨리지나가고
―김연수의《7번국도Revisited》

작별인사를할리는없겠지만
―프란스드발의《동물의생각에관한생각》

빛을향하는책
―호프자런의《랩걸》

완벽하진않더라도마침표를찍을수있다면
―은유의《은유의글쓰기상담소》

사랑할순없지만사랑해야하는
―이승우의《사랑의생애》

고양이가되지못해미안해
―진고로호의《엄마가물고기를낳았어》

굿나잇,에브리바디
―매슈워커의《우리는왜잠을자야할까》

그래봤자일,그래도일
―김호의《직장인에서직업인으로》

음악이흐른자리는마르지않는다
―존파웰의《우리가음악을사랑하는이유》

남의돈벌기가어디쉬운가
―한승태의《퀴닝》

그는갈매나무가되었을까
―안도현의《백석평전》

좋은질문엔답이없다
―아리사H.오의《왜그아이들은한국을떠나지않을수없었나》

나를키운엄마의밥상,세상의음식
―윤대녕의《칼과입술》

이름이라는사랑의뿌리
―줌파라히리의《이름뒤에숨은사랑》

2부
동그라미공동체를향해서
―아누파르타넨의《우리는미래에조금먼저도착했습니다》

우리없이우리에관하여말하지말라
―피터카타파노·로즈마리갈런드-톰슨의《우리에관하여》

2,500만년이흘러다시만난다면
―이낙원의《우리는영원하지않아서》

호모사피엔스의거울엔항상전쟁의얼굴이
―김동춘의《전쟁과사회》

존엄하게,합리적불일치를향해
―아비지트배너지·에스테르뒤플로의《힘든시대를위한좋은경제학》

오은영이될수없는부모들에게
―주디스리치해리스의《양육가설》

언어를불순하게,개인을위대하게
―고종석의《감염된언어》

내안에새로운사회가있는가
―김규항의《자본주의세미나》

대한민국부동산판타지의시작
―한종수·강희용의《강남의탄생》

민주주의의꽃을꺾는상상
―토드로즈의《집단착각》

차가운온정이세상을바꿀수있을까
―윌리엄맥어스킬의《냉정한이타주의자》

사랑의완성이결혼인것만은아니겠지만
―옥혜숙·이상헌의《우린열한살에만났다》

밤이와도종이울려도세월은가고나는남는다
―마쓰이에마사시의《여름은오래그곳에남아》

보이지않더라도들릴수있게,느낄수있게
―김승섭의《타인의고통에응답하는공부》

그러니우린손을잡아야해바다에빠지지않도록
―문미순의《우리가겨울을지나온방식》

영원한이별이사라진다면
―미치오카쿠의《인류의미래》

누구나시작은잿더미에서
―이문열의《젊은날의초상》

출판사 서평

출판담당기자의첫독서에세이
“세상엔좋은책이너무많다.”

독서가곧밥벌이였던사람이있다.20년가까이이어온기자생활가운데,문화부에서출판분야를담당한때를가장행복했던시기로꼽는박지훈이“책에포위됐던,때론포박당했던”시절을더듬어회상하는독서에세이《책에서시작한불은책으로꺼야한다》를선보인다.숱한문장들을눈과마음에이고지고살아온저자가이제껏마주한책세계를한권에담았다.다소생소할수있는일간지출판담당기자의일상을생생히보여주고,사물사물눈에밟히는문장들도함께전한다.신문기자로서박지훈의눈은매섭고도살뜰하게세상구석구석을향하는데,그때마다그의“마음을휘감았던”책속문장들이경이로운힘을발휘한다.책을읽는우리또한그힘에이끌려,발디딘땅에서한뼘벗어나‘다른세계’를상상하고‘더큰세계’를꿈꾸게된다.
시종일관찬찬하면서도뚝심있게아름다운그의글은여러대목에서독자를멈추어서게한다.예기치못한곳에서예상치아니한온기와객쩍음과다정한믿음을건넨다.그리하여책속문장은그안에머물지않고종내독자의일상과연결된다.가까워지고,커다래지고,어떤마음을주고받는다.“책좋아하는이”라면누구나기꺼이손에들책이출간되었다.일렁이는세상속에서붙잡아온아른거리는문장들이독자들을찾는다.

출판기자로일한경험이내게어떤유산을남겼노라고자신있게내세울만한것은없는것같다.내게도지성이라는게있다면거기에엷은무늬를새겼을거라고막연히짐작할뿐이다.하지만확실한게있다면그시절을통과하면서내가책을더사랑하게됐다는점이다.언제,어디서든책을읽는일이습관이되었다고나할까.
책을읽으면읽을수록새삼깨닫는게있다.세상엔좋은책이너무많다.그래서인지언젠가부터책을읽을때마다야릇한조바심을느끼곤한다.A라는책을읽으면서B라는책이보고싶어마음이바빠지고,어느순간온라인서점에들어가C라는책을장바구니에담는식으로.아무튼나는내이런습관이참마음에든다._21쪽

‘직업’에서‘삶의방식’으로,
눈도마음도동하게하는단한권을찾아서

출판담당기자로일하던시절,저자의일상을복기하자면이렇다.한주에문화부사무실책상에쏟아지던신간은200권안팎이었다.그는이를“성경속이스라엘민족이가나안으로가다가받아먹었다는하늘에서떨어진만나”(15쪽)에비유한다.신간이가득담겨불룩해진에코백을들고집으로향하던퇴근길에는묘한포만감을느꼈지만,머지않아깊은숙고의시간에잠긴다.총2개면에‘금주의책’으로비중있게소개할수있는책은많아야서너권에불과했던까닭이다.저자는“시의성과깊이,저자의이름값과출판시장에서가지는의미등을두루살펴‘결선’에오를책을선별”했다.그러고나면주마간산수준으로책들을훑어본뒤,‘최종작’을선정해읽고읽고또읽었다.
대학에서국문학을전공하고,문학으로기운독서취향을가졌던저자에게이모든일은처음에는그저‘직업’이었다.“분야를가리지않는열독만이내가지켜야할직업윤리였다”(16쪽)고말한다.그러나얼마지나지않아‘삶의방식’이되었다는고백이뒤를잇는다.《랩걸》의호프자런이“우주의비밀을움켜쥐고푸른새벽을맞았을때느낀감흥”은영영마주하지못할지언정,그의마음을호리고또홀리는책과만나는순간이무시로찾아왔고그때마다일의기쁨이배가되었다.물론세상모든직업인이그러하듯,고뇌와좌절또한툭하면문을두드렸다.그는“솔직히말해요즘세상에일간지서평코너를찾아읽는독자가얼마나되겠는가”(17쪽)말하기도한다.그러나좋은책과만났을때용솟음치는환희가훨씬더컸다.

책을사랑하는사람은많지만매주쏟아지는온갖장르의신간을아주빨리,출판사들이동봉한살뜰한보도자료와함께,심지어공짜로받아보는이는많지않다.사무실에쌓이는신간들을통해나는매번저자들이벌인고군분투의흔적을발견하곤했다.크고작은흠집이있더라도,그수준이기대에미치지못하더라도,모든책엔하나같이저자의노고와진심이총총히박혀있었다.그것들은어딘가를향해끝없이자맥질하다가최후에터지는해녀들의숨비소리같았다._66쪽

책에서시작된불을
책으로끄며살아온사람의이야기

독자보다먼저원고를읽고추천사를쓴《공부의위로》의저자곽아람의말마따나,이책은“교양서독자들에겐지적호기심을채우는만족감을,문학독자들에겐서사와문장을즐기는기쁨을”안긴다.직장인으로서품은고민은〈그래봤자일,그래도일〉〈동그라미공동체를향해서〉등에서풀어냈고,언론인으로서의경험은〈우리없이우리에관하여말라지말라〉〈호모사피엔스의거울엔항상전쟁의얼굴이〉등에여과없이녹여냈다.부모가되어비로소알게된다양한형태의사랑에관해서는〈고양이가되지못해미안해〉〈나를키운엄마의밥상,세상의음식〉등에서논한다.총34개의꼭지에서문학부터사회과학,경제경영,철학,역사,과학까지다양한분야를넘나들며알록달록다채로운책이야기가펼쳐진다.
책이가진또하나의특징은적재적소에따라붙는‘꼬리잇는책’들이다.저자는한꼭지안에서한권의주제책을선정해이야기를풀어가는데,“한때다독을넘어닥치는대로책을읽는남독의수준까지간적이있다”(335쪽)는말을방증이라도하듯한책에서다른책으로절묘하게꼬리를잇는다.마치“네가이책을재미나게읽었다면,이책또한마음에꼭들것이다”말하며제목도저자도몰랐던,그러나이상하게낯설거나성기지않은책을가슴팍에폭안겨주는것만같다.새로운세계로이끄는충실한안내자를따라가며독자들의책장과장바구니는한층풍성하고다양해질것이다.
이책은매주수백권의책을마주하던출판담당기자의첫에세이인동시에,책과삶이서로를비추며남긴독서기록이자,세상모든책을향한가슴절절한연가이기도하다.저자는책에서건져올린위로와뜨끈한사유의불씨를독자와나누며책을둘러싼다양한질문을건넨다.책을사랑하는독자라면,누구나한번쯤은“펼치는순간불이붙어읽어나가는동안재가되어버리는책”을만난경험이있으리라.저자는바로이타오르고사라져도다시시작되는독서의이야기를끝으로문을닫는다.

펼치는순간불이붙어읽어나가는동안재가되어버리는책,그런작품을만난다면그다음이어질일은뻔하다.대형산불이나면불로불을끄는맞불의방화선(防火線)을구축해야하는것처럼책에서시작한불은책으로꺼야한다._3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