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한정치인의회고에머무르지않는다.이책은국가기능이일시정지된자리에서,정부가다시움직이기시작한시간들을기록한증언록이다.우상호대통령실초대정무수석이이재명정부출범이후210일동안대통령곁에서직접보고,판단하고,감당했던선택과실천의현장을담았다.선거승리의환호가채가시기도전,인터넷마저끊긴텅빈대통령실에서시작된이여정은‘권력의기록’이아니라책임의기록,‘정책성과보고서’가아니라정치가다시작동하는과정을증언하는서사라할수있다.
책의출발점은화려한취임식도,정제된국정청사진도아니다.연필하나제대로없던사무실,초기화된컴퓨터,끊긴인터넷,남겨지지않은문서...국가운영의물적토대자체가사라진자리에서새정부는시작했다.저자는이를두고“이렇게국가기능이일시정지된상태에서이재명정부는출발했다”고적는다.이책은그‘정지상태’가‘작동상태’로전환되는과정을정치적수사없이증명한다.
1.한통의전화,그리고결단
책은한통의전화로부터시작한다.2025년6월3일,대통령선거일오후.저자에게이재명대통령후보의전화가걸려온다.
“저하고같이일좀합시다.”
이미다음해강원도지사출마를결심하고있던저자에게이것은단순한인사제안이아니었다.대통령실참모로들어간다는것은최소1년이상을온전히국정안정에바쳐야하는선택이기때문이다.더구나헌정중단의위기를겨우넘긴직후새정부의출범을떠받쳐야하는자리였다.이재명후보는단도직입적으로말한다.“지금국가는위기입니다.이것저것따질틈도없이당장일을시작해야합니다.저를도와주세요.”(p.13)
저자는그순간을이렇게정리한다.“국가가위기이니도와달라는요청에더버틸수가없었다.”
이결정이특별한이유는,이것이경력관리나정치적계산의문제가아니라윤리적·철학적선택으로제시되기때문이다.저자는분명히선을긋는다.“사람의일은하늘도모른다지만,1년이나남은선거를마음에둔채로대통령실에들어갈수는없었다.”
이처럼저자에게정무수석이라는자리는욕망의통로가아니라욕망을접는자리다.개인의계획을유보하고,공적책무를선택하는순간의내적동요와침잠이책의첫장을이끈다.
2.텅빈대통령실,맨손으로시작한국가운영
출근첫날,정무수석실문을열자보이는것은대여섯명의직원과텅빈사무실뿐이었다.컴퓨터는초기화돼있었고,인터넷은먹통이었다.벽에는시계자국만남아있었다.저자는묻는다.‘아니,이렇게까지깡그리치워버렸어야했나…?’(p.27)
대통령집무실은더심각했다.강훈식비서실장은“무덤처럼느껴졌다”고회상한다.볼펜한자루조차남아있지않은공간.저자는이를단순한부실인수인계가아니라국가기능에대한명백한업무방해로규정한다.
이렇게모든것이사라진상태에서정부는출범했다.인사검증,한미정상회담준비,관세협상전략수립,경주APEC준비까지...국가는기다려주지않았다.각자개인카드로식권을사고,개인노트북으로보고서를쓰고,밤에는업무시스템을복구했다.비서실장이복사기를돌리고,정무수석이회의자료를직접배포했다.저자는이시간을“한달간의맨손행정”(p.28)이라부른다.
3.혼돈속에서드러난리더십
이극한의상황에서저자가포착한것은이재명대통령의리더십이다.
“그런와중에도중심을잡고상황에맞춰정확하게업무를지시하고,회의를주재하고,직원들을격려하는이재명대통령을보면서나는무척놀랐다.”“아니,솔직히말하면혀를내둘렀다.”(p.31)
매뉴얼이사라진상태에서국가를이끄는일의어려움,감정이앞설수밖에없는상황에서분노를삼키고판단을유지하는리더십.저자는이를‘난세의군주’라는오래된기준으로설명한다.치세의지도자가아니라,혼돈을전제로설계된지도자의모습이었다고.
4.이재명실용주의의본질은‘속도’와‘감당’
저자가정의하는이재명식실용주의의핵심은명확하다.“정무수석으로일하면서내가겪은이재명대통령실용주의의핵심은‘속도’였다.”
여기서속도는성급함이아니다.지시하고,점검하고,성과로연결하는속도다.그리고그과정에서생기는반발과오해를피하지않고감당하는태도다.저자는대통령의국정운영을옆에서보며,“한번지시하면반드시점검한다”는특징을반복해서확인한다.“그건어떻게됐습니까?”(p.52)이질문은단순한확인이아니라,국정전체의리듬을만드는북소리다.지시는착수가아니라‘성과준비’의시작이된다.대통령이자주하는말도등장한다.“공직자가힘들어야국민이편하다.”(p.53)저자는이말을‘충직함’과‘유능함’의연결로해석한다.여기서충직함은“대통령개인에대한충성”이아니라국민과국가에대한충직함이다.국민의삶에도움이되는일이라면“힘들다”는이유로미루지않는태도.그리고유능함은속도를실무로번역해내는능력이다.이두가지가맞물릴때,속도는공허한구호가아니라체계가된다.이실용주의가가장논쟁적으로드러나는순간이있다.전임정부장관유임이라는고위험인사결정앞에서대통령은이렇게말한다.“아니,왜잘할사람을일시키면안돼요?”(p.61)
저자는책에서이재명식실용에대해이렇게말한다.“내가이재명대통령의실용주의를보며배운것은‘유연함’이다.전쟁처럼치른선거를통해집권했더라도,굳이공무원들까지네편,내편으로나눌필요는없다는것(막상그자리에올라가보면,이것이말처럼쉽지않다),‘개혁’이라는당위성앞에서도경직된사고와관행을떨쳐내는것(강경한입장을고집하는사람들일수록자신은무척유연한사고를하고있다고믿는다),‘실용’적인행정을펼치더라도목표는일관되게유지해야한다는것(에둘러가다길을잃는경우는또얼마나많은가),아무리‘속도’가중요하더라도현실적인제약조건을신중하게고려해야한다는것(‘속도’에매몰되다보면,종종‘일단저지르고보자’는식의모험주의에빠져허우적대기도한다)등이다.”(pp.63~64)
이대목에서저자는이재명정부초기의리더십을한문장으로묶는다.개혁과실용을함께끌고가되,그앞에‘속도’와‘성과’를전면에둔다.저자는말한다.경계에설때사람이가장어렵다고.관행과실용,개혁과현실사이의경계.그리고그경계에서“꽃이핀다”고.
5.소통은이미지가아니라‘감시를감내하는윤리’
국무회의생중계는상징적인장면중하나다.대통령실이‘소통’을말로만내세우는순간,그것은곧홍보가된다.반대로,과정을내보이는순간부터소통은시스템이된다.소통은말솜씨가아니라공개·경청·책임이결합된운영방식이며,그본질은결국감시를감내하는윤리에가깝다는것이다.
“국무회의도생중계하는게어때요?”(p.68)“국민은정책논의과정을여과없이볼권리가있잖아요.”
이재명대통령이강조해온소통의경로는대략세가지였다.통합을위한행보,국민과직접소통하는경로,현장의목소리를직접듣는방식.대통령은단호했다.
“누가내눈과귀를가린다는소리는듣고싶지않습니다.”(p.67)
기업이든소상공인이든,피해를입은국민이든그들의육성을있는그대로듣겠다는고집에가까운원칙이었다.그런데문제는‘원칙’이아니라‘실행’이다.원고는솔직하게말한다.
“소신은추상적인관념의덩어리이고,현실은예측할수없는수많은디테일이작용한다.”
그래서정무수석은대통령보다한발앞서리스크를고민해야한다.사상초유의국무회의생중계는7월29일,현실이된다.원고는그시간을“살떨리는1시간20분”이라부른다.생중계의결과는무엇이었을까.저자는단호하게적는다.“오히려‘불가사의한’반향을불러왔다.”
생중계는‘이미지정치’의재료가아니라,국정작동원리를국민앞에올려놓는창이되었다.
더큰변화는공직의태도에서나타났다.장관들은‘국민이먼저본다’는사실앞에서더철저히준비했고,장관이준비하면차관과국장이따라오고,그아래조직전체가움직인다.이책은이를“커다란그물망처럼”(p.72)퍼지는변화라고표현한다.투명성이공직기강을다시세우는방식이다.생중계국무회의를시작하며대통령은이렇게말했다.“적어도국정을책임지는사람들이어떤토론을하고,어떻게결정하는지를보여드리는것도민주주의에서굉장히중요한영역입니다.”(p.73)
모든것이공개되면소통은곧감시다.하루7~8시간씩국민의시선이집중되는‘유리상자’안에서일하는일.난처한순간에도숨을곳이없는긴장의연속을임기내내감내하겠다는결심.대통령은권력을편하게누리는길이아니라,불편함을선택하는길을택했다.이책이말하는‘소통’은결국이런문장으로정리된다.소통은이미지가아니라,감시를감내하는윤리다.정치의언어가아니라,행정의태도이며,‘보여주는민주주의’를통해공직사회와국민의기준점을함께끌어올리는방식이다.
6.위기외교의기록,그리고‘버티기’라는전략
이책은“정상화”라는말이추상적구호가아니라,무너진국정시스템의잔해위에서외교·경제·안보를동시에복원해가는실전의언어였음을증명한다.특히4장〈‘운명의신’이조용히움직였다〉에담긴외교파트는,독자가숨을고르게될틈을거의주지않는다.G7정상회의참석,트럼프2기행정부와의관세협상,그리고한미정상회담까지.저자는그시간을한문장으로정리한다.
“장르는서스펜스.”(p.115)
실제로6월4일출범직후의한국은“다발성외상으로중증외상센터에실려온환자”(p.98)같았다.어디부터손을대야할지막막했고,“국정을운영할최소한의시스템마저붕괴상태”였다.더큰문제는경제였다.계엄이후6월까지마이너스성장.IMF나팬데믹같은외부충격이아니라내부의붕괴로국가가뒷걸음질친상황이었다.
그런데이모든것위에,더시급한과제가있었다.대한민국의대외신뢰도회복이다.“앞으로어떻게될지모른다”는국제사회의우려를해소하지못하면,수출로먹고사는국가의엔진은다시걸리지않는다.그첫갈림길이취임13일만의G7참석여부였다.준비시간도,외교라인도,내각도온전치않았다.참모들의걱정을뒤로하고이재명대통령은결단한다.세계에‘한국의복귀’를선포하기위해서였다.
“DemocraticKoreaisback.”(pp.98~99)
이한문장은장식이아니라전략이었다.G7에서이재명대통령은9개국정상들과국제연합·EU·NATO수장들까지연쇄양자회담을소화한다.계엄과탄핵,전임대통령파면과새정부출범에대한관심은예상보다뜨거웠다.
“안도와찬사,기대가교차하는만남이1박2일내내이어졌다.”(p.100)
7.“도대체얼마를더달랍니까?”:관세협상,국가를짓누른3분의1
이책에서가장생생한압박감은관세협상파트에서폭발한다.취임첫날부터10월APEC에서의최소합의까지,대통령실의보고와회의주제“3분의1이상”이관세와협상이었다.대통령은묻고또묻는다.
“지금미국과의대화가어디까지가있습니까?”“미국이정말요구하는게뭐라고보세요?”“우리는어디까지양보할수있어요?솔직하게말씀해주세요.”“우리가못하겠다고버티면,구체적으로어떤위험이있습니까?”
목소리는가라앉고,참모들의답이비관적일수록대통령의입은“일자로굳게”닫힌다.늘낙관적이고유머로의지를드러내던사람이,이회의만열리면유난히고통스러워하는장면은독자에게묵직하게남는다.
트럼프2기행정부는협상의관행을지키지않았다.실무진이작은합의를하고돌아오면“인천공항에도착하기도전에딴소리”가미국언론으로흘러나오는식이었다.그리고2025년7월22일,미국이일본과관세협상을타결하면서협상장은더잔혹해진다.7월24일,구윤철경제부총리가출국을앞둔인천공항에서미국재무장관에게회담일방취소통보를받는다.관세부과시점(8월1일)을일주일앞둔때였다.
그런데역설적으로,이“인천공항회군사건”은내부결의를깨운다.사흘뒤김정관산업통상부장관은러트닉을만나기위해스코틀랜드턴베리골프장까지‘찾아간다’.저자는그장면을이렇게다시그린다.“찾아갔다기보다는‘추적’했다는표현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