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 : 다섯 평 검사실에서 만난 나의 피해자들에게

지키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 : 다섯 평 검사실에서 만난 나의 피해자들에게

$19.80
저자

김세희

저자:김세희
전성폭력전담검사.피해자의목소리를가장마지막까지듣는한사람이고자했다.이책은상처입은이들과절망에빠진이들을지키기위해물러서지않았던15년의현장을담고있다.

김해여자고등학교와이화여자대학교법학과를졸업했다.2007년제49회사법시험에합격하여제39기사법연수원을수료했다.2010년울산지검검사로임관하여대구지검,김천지청,서울남부지검,부산지검,서울중앙지검에서검사로근무했다.2015년대검찰청으로부터아동성폭력공인전문검사(2급)인증을받았고,성폭력사건을전담하며피해자보호에힘썼다.‘부산돌려차기사건’수사에서는생사를다투던피해자를위해성폭력정황을밝히는데앞장섰다.2020년검찰총장표창,2024년법무부장관표창을수상했다.영국퀸메리대학교에서방문학자로연구했으며서울중앙지검부부장검사를끝으로2025년4월검찰에서퇴직했다.현재는변호사로서사람의곁을지키고있다.작은책상을사이에두고마주했던이들을향한마음은지금도잊지않는다.

목차

추천의글
프롤로그

1성폭력사건들의진실
엄마의행복을걱정하는딸들*되돌아가는길을잃어버린딸들*지킬앤하이드*부산돌려차기사건과나*놀이터의그아이*그날의분위기*술은죄가없다*나쁜어른들과얼음*사랑의끝,시작되는공포*판도라의상자,휴대전화*성폭력고소사건의진실*왜웃으면서살아요?

2사건너머마주한얼굴들
사랑한다면변제*자전거도둑*여미새와어미새*하얀가루의유혹*디스코팡팡*가출패밀리*우리아이는죄가없어요*한칼에담긴증오*나는거짓말을잘해요*주민등록번호1의비밀*드릴말씀이있어요*마지막승부

3검찰청사람들
나는왜검사가되었나*인간김세희vs검사김세희*검사들의하루*여검사들은어떻게사는가*검사들의회식*검사들의인사이동*검사들의메신저*나에게손을내밀어준직원들*로또같은부장님*내가사직원을제출하던날

에필로그:다시인간김세희

출판사 서평

*아동성폭력공인전문검사,‘부산돌려차기사건’수사검사김세희에세이
*검찰총장표창,법무부장관표창수상
*이원석前검찰총장,곽아람기자,김진주작가강력추천

성폭력전담검사가기록한사건너머의사람들
다섯평검사실에서마주한이들의잊지못할얼굴을그리며
온마음을담아전하는진심

15년2개월,5,544일동안대한민국검사로살아온전(前)성폭력전담검사김세희의에세이.저자는2010년검사로임관하여성폭력사건을비롯해19,500건의형사사건을직접처리했다.그러나그는19,500건을‘사건’이아닌,‘사람’으로기억하고있다.자신의지난경력을훈장처럼내세우는대신검사실을떠난지금까지도잊지못한피해자들과피의자들의안녕을그리며,사건을판단하며망설였던순간,끝내해결하지못한질문들을다시불러온다.

이책에담긴것은평범한국민들이살아가는집과학교,골목과직장,가정안에서벌어진사건들이다.그가운데친족성폭력피해자,아동·청소년피해자,장애인피해자,가정폭력피해자처럼법의보호가절실하지만자신의피해를제대로말하기어려웠던이들이중심에선다.상처입고절망에빠진이들의간절한목소리를마지막까지듣는사람이고자했던저자는피해자들을보호하고억울함을씻어주기위해분투했던치열한시간을고백하며,사건이후에도계속될삶까지지키고자했던진심어린마음을전한다.

판결문에남지않는표정과침묵,
성폭력사건의‘법정밖진실’을기록한현장에세이

친족성폭력피해자들을만나고나면그들이떠난자리에마음이남아먹먹한가슴이늘무거웠다.그들이‘어쩔수없는’현실을받아들이는그슬픈눈빛이내마음에화살처럼박혔기때문이었다.그러나내겐그들에게“제발집으로돌아가지마라”고말할자격과능력이없었다.(410~411쪽)

법정에도달한성폭력사건은증거와법리의언어가된다.판결문에는범죄사실과적용법조가남는다.그러나피해자가자신의피해를말하기까지거쳐온시간,조사과정에서쉽게말문을열지못한이유,눈빛과침묵,앞으로계속될삶은담기지않는다.저자는검사로서,사건을통과하고있는피해자들을가장가까이에서마주한순간들을기록한다.

저자가처음만난성소수자는친족성폭력피해자였다.어린시절의트라우마로남성혐오가생겼다는피해자의고백이“날카로운고드름으로찔린것처럼”아팠노라회상한다(266쪽).저자가가장오래품어온피해자역시친족성폭력피해자였다.의붓아버지에대한피해진술을거부한,신출내기검사시절놓쳐버린그아이에게지금이라도닿기를바라며“그래도말이야,너의이야기를듣고분노하며너의의견이랑상관없이화를내주는어른이한명은있어야마음한구석이든든하지않겠니”라고마음을전한다(31쪽).이처럼‘법정밖’세상에는재판단계에도달하는것자체가위태로운사건들이허다하다.많은친족성폭력피해자들이가정이붕괴될지도모른다는두려움에서오는양가감정,가해자와의관계를유지하기위한가족들의회유등으로진술자체의어려움을겪는다(39쪽).장애인피해자의경우자신의피해를법률적언어로정확히설명하지못한다는이유로진술의신빙성자체를의심받기도하고,법정에서피의자나피고인의공격을받기도한다(70쪽).일부아동·청소년피해자는자신의경험이범죄라고인지하지못하다가오랜시간이지난뒤피해사실을알아차리기도한다(52쪽).

이러한법정밖진실을피해자한사람한사람에대한안타까움을품고지켜보며,저자는사건의법적처리후에이어질피해자들의삶이조금이라도더평안할수있는길을고민한다.기소와불기소,구형과항소라는법적처리로는지킬수없는것들까지지켜내기위해그가선택한것은피해자의목소리와마음을가장마지막까지듣는일이다.부산돌려차기사건의피해자김진주작가는이책을읽고이런사람이있기에아직세상에희망이있다고말한다.그역시검사김세희가지켜낸이들중한사람이다.가해자를향하여"나말고피해자에게사과하라"고호통쳤던저자는수사과정에서사건의성폭력정황을밝히는것을끝까지포기하지않았다.훗날김진주작가는사경을헤매는자신을위해분노해준저자에게“제가하고싶었던말을대신해주셔서감사해요”라는편지를남긴다(54쪽).

확신보다질문을품고
타인의삶을판단했던고민의시간

사건을처리하다보면사건과상관이없는,어떻게보면또상관이있을수있는피의자와고소인의삶을너무나도구체적으로들여다보게된다.(…)검사라는이유로너무쉽게피의자나고소인의비밀의문에접근하는나를보면서‘제가그런자격이있는건가요?’라고반문하고싶은경우가많았다.(277쪽)

검사라고하면흔히단호한표정으로범죄를추궁하고중형을요구하는모습으로표현된다.그러나이책에서저자는자신을‘언제나정답을알고있던사람’으로묘사하지않는다.오히려그가펼쳐보이는장면들은누구를믿어야하는지,무엇을발견해야하는지,어떤법률을적용해야하는지,처벌이피해자를위한최선이맞는지까지끊임없이질문했던나날들이다.검사는기록을통해타인의삶에들어간다.그리고그가당한,혹은저지른범죄행위를판단해야한다.저자는그삶을성급하게판단하지않는다.대신“내게온비밀들을내마음속일기장에적으며이를발설하지않으면서도어떻게사건에반영할수있을지고민”했던,엄벌에앞서‘두고두고고민’하는검사였다(278쪽).

저자는작은책상을사이에두고마주앉은이들을‘검사’이자‘사람’으로서마주하기위해고민한다.저자는“공부만조금할줄알던내가세상을배우고혜안을넓힌것은오로지내가만났던피해자들과피의자들덕분이었다”고고백한다(405쪽).저자에게그들은‘피해자’나‘피의자’라는지위로만머물지않는,“검사실밖삶의주머니와함께”검사실을방문해세상에대해서들려준제각각의‘사람들’이었다(16쪽).한인간의삶이몇줄의문장으로,‘범죄사실’로정리되기전에는무엇이있었을까?사건을통해자신에게온이들의내밀한삶앞에서,저자는확신보다질문을품는다.

그렇기에저자는피해자의목소리를마지막까지들으며그들이앞으로살아갈삶을어루만질뿐만아니라,잘못을저지른이들을위해서는그가죗값을제대로치를수있도록,반성의기회가필요한이에게는한번더기회를줄수있도록마지막까지고민한다.저자는초임검사시절,여럿이자전거를훔쳐특수절도죄로송치된얇디얇은기록속에서다른친구들에게휩쓸린듯한어리숙한낌새를발견한다.간단한사건이지만고민끝에“직접얼굴이라도한번봐야안심이될듯”한그소년을소환하고,결국소년은범죄를저지르지않았다는것을확인하고그에게‘나쁜친구들과어울리지않겠다는반성문’을받아낸다.이후우연히방문한주유소에서쑥스러운듯자신을돕는친절한직원이바로과거의그소년임을알아챈저자는,햇살아래어엿한사회인으로건강하게살아가고있는그를응원한다(177쪽).

‘검사김세희’에서다시‘인간김세희’로,
사랑했던직업과함께성장하고이별하기까지

마음아팠던것은,내가검사라는나의직업을어느순간부터직업이아닌사명으로자각하고진심으로사랑했기때문이아닐까.누구도알아주지않았지만그리고그런기대를하지도않았지만스스로마음속에품은검사의모습을향해나는조금씩전진하며성장했었다.그렇게나는검사가되었다.(303쪽)

이책은‘검사김세희’의현장에세이인동시에‘인간김세희’의성장담이다.법대를졸업하고사법시험과사법연수원을거쳐검사가되었지만,저자가처음부터검사를소명으로생각했던것은아니다.시작점은그저“사법연수원성적에따라지원할수있는하나의‘직역’”에불과했다(291쪽).그런그가‘검사’라는명함하나를달랑들고세상에처음나왔을때,“수십년간책상에앉아시험을치르며세상과단절된채”공부만하며살아온자신에게는피의자와고소인사이에서실랑이하는것이힘들고버거웠다고한다.퇴근후TV홈쇼핑방송만들여다보며VVIP가되기도했으나,피의자의물건을홈쇼핑에서봤다는사실을인식한자신을자각하고그만두기도했던,‘마음을붙이지못한날들’을고백한다(293쪽).

그런저자가어떤‘얇은사건기록’을두고선배검사들과치열하게토론하며자신의처분이누군가의삶에미칠결과를체감했을때직업은소명이되었다.고등학생피해자를추행한피의자에게‘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을적용하려했으나,부장은피의자가피해자의나이를인식했다는사실을입증할수있는지문제를제기한다.저자는피해자가입었던옷까지제출했지만부장과선배검사들을설득하지못한다.“피의자가너무나쁘지않나요?”라고감정이앞선저자에게선배는적용법률과피의자를향한도덕적비난은다른문제라고알려준다.저자는이사건을통해‘이해가가지않는사건’을처리하는법과‘얇은사건’도허투루처리하지않는법을선배들과머리를맞대고의견을나누며배웠음을,그때“검사라는직업이입체적이고실질적으로”마음속에박혀와“인생의한페이지를검사로서써내려”갈수있었다고고백한다(300쪽).이후저자는검사실직원들과허심탄회하게마음을나누고,일년에한번볼까말까한동기와메신저로“전생에죄를많이지었나봐”농담아닌농담을주고받고,선후배검사들과의지하며검찰이라는조직안에서미제사건과야근으로가득한생활을함께버틴다.

그러나여성검사이자엄마로살아가는일은또다른싸움이었다.저자는월요일새벽집을나서면금요일밤에야출근지에서돌아와아이를볼수있었다.아이가아프다는연락을받아도즉시갈수없었다.육아시간을사용하던어느날에는결재가반려되자아이를데리고다시검찰청으로향한다.“마른입에서피냄새가나는것”을느끼며일을마치고나온저자에게아이가묻는다.

“엄마뭐했어?”
“잘못한것고쳤어.”
“에이,한번에잘하지그랬어.”

그날저자는“검사도아니고엄마도아닌것같은묘한불쾌감과서글픔”을떨치지못한다(336쪽).좋은검사이자좋은엄마이고싶었던여성들이자신을몰아세우며버티는모습을지켜보았고,자신도그렇게살았다고말한다(340쪽).결국2024년8월어느월요일새벽출근기차에서처음으로떠올린‘퇴근하고싶다’는생각이걷잡을수없이번져‘영원한퇴근’이라는결심에다다른다.“내가검사라는직업을사랑하는만큼검사라는직업은나를사랑하지않는다는생각에갑자기사시나무처럼외로워”진것이다(397쪽).‘책임감이라는돌덩이’를머리에이고사는생활,아이와떨어져보낸시간이한꺼번에밀려와그는마침내“나만이할수있는선택”인사직을고한다.그러나“검사로서아낌없이노력을다했기때문에그누구보다도검사를사랑했던한사람으로서미련없이그시절을내마음속추억으로남겨둘수있게되었다”고,검사라는직업을통해성장했으며,직업을떠나며또다른방식으로성장했음을담담히밝힌다(407쪽).

누군가를지키기위해지지않는다는것

이책을통해평범한한여성이검사라는이름으로나서주어진일을마치기위해최선을다해고뇌하던나날들을고백하고싶다.내가일선에서사건을처리하며느꼈던고민을세상에조금이나마알리고싶다.(410쪽)

저자의책임감은아직끝나지않았다.검사실책상을떠나와서도여전히그책상에서마주한얼굴들을기억하고있는저자는이제는변호사로서,새롭게사람의곁에서서기억속피의자와피해자들을다시떠올리고있다.법은모든피해를원상회복할수없다.그럼에도법을집행하는‘인간’의태도는결정적인차이를만든다.누군가의말을믿고,함께분노하고,혼자싸우게두지않는행위는‘제도’라는시스템안에서‘연대’를만든다.이원석전검찰총장은저자가“가해자를,그리고범죄를단죄하는칼잡이에그치지않고,피해자의생명을살리고다시살아갈힘을주고세상에당당히나올수있도록한‘활인검(活人劍)’의일을한것”이라고말한다.『탁월한피해자』를쓴곽아람기자는“수많은피해자에게기댈언덕이되어주었을그의발언,피해자를지키고불의에지지않고자하는그의진심이법정밖으로나가더많은이들에게읽혀야만한다”고말한다.

저자는상처입고절망에빠진이들이마주한낭떠러지에서‘법’으로써그들이내일을향해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