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시계

얼음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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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처럼 이채우 시인은 흘러간 시간의 의미를 과거 공간에서 찾는다. 그것은 옛 고향의 정서를 드러내 보임으로서 과거 시간의 현재화를 꾀한다. 과거 회상적인 작품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는 향수를 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채우 시인의 작품의 본질은 흘러간 시간 속에서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에 있다. 함께 살던 이와 사별하여 홀로 남겨진 이의 아픔을 그려낸 작품들이 관심을 끈다.
「한 사람 빈 자리」 라는 작품에서 보면 남해 어느 섬마을에 길림성에서 온 조선족 청년과 섬 처녀 사이에 생긴 슬픈 사랑 이야기이다. 슬프다고 해서 못 이뤄진 사랑이 아니라 이루어진 사랑인데 결혼 후 사내아이까지 낳고 2년 만에 아내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아이와 함께 남겨진 남편은 아기를 등에 업고 힘겹게 고기를 잡으며 산다. 그렇게 세월이 지난 뒤 남자는 회갑을 맞이하고 잔치를 하는데 아들과 며느리가 웃음으로 다가와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다. 옆에 남은 빈자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을 못내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함께 살다가 2년 만에 떠난 옆지기가 그립지 않을 수 있을까. 하물며 몇십 년을 함께 동고동락으로 부대끼며 함께해온 옆지기라면 일마다 그립고 또 생각 끝마다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터다. 이채우 시인에게는 그렇게 옆의 부재가 일상의 모든 사연을 지배하고 있음을 느낀다.
저자

이채우

호:해월(偕越)
·경남남해출생
·「문예사조」시등단,·「문예운동」수필등단
·동의대학교행정대학원졸업(행정학석사)
·녹조근정훈장
·새부산시인협회회원,한국문인협회회원
·부산문인협회회원,영호남문인협회회원
·해운대문인협회회원,
·시집:『오늘이후의길을묻다』,『이별보기와희망찾기』,『높게혹은낮게』,『그대가두고
산사랑』,『파도가시를쓰고노래하는동백섬』,『겨울에도꽃이핀다』,『새로운적소(謫所)』,『얼음시계』

목차

차례…4
시인의말…3

제1부얼음시계

얼음시계…10
기장바닷가…12
바라밀다波羅密多…14
폐교…16
피아골억새…18
그리움이불타다…20
지붕…21
상사화…22
여행을떠나다…24
파미르고원…26
심야고속버스…27
이사…28
고구마마력…30
액자속여인…32
오디나무햇살…34
정동진일출…35
사랑은구멍난돛단배다…36
눈에든구룡연…37
기도하는멸치…38
여백…39
단풍든눈물…40

제2부강물의이력

강물의이력…42
한사람빈자리…44
여름대숲…46
새벽길에서…48
간헐천…50
적정…52
구두의꿈…53
호미…54
닫힌문닫고…55
홍매화를보며…56
흔들리지않는사랑…57
드러내는속내…58
멀미하는사랑…60
묘원소나무…61
연가…62
사진속에서…63
먼길을가다…64
월식…65
돌아올수없는길…66
손을잡다…68

제3부낙타를찾다

낙타를찾다…70
사막을걷는초침…71
오아시스가는길…72
남해도물건리노을…74
노을따라…76
마늘의노래…77
비내리는풍경…78
지키지못한약속…80
망미동…82
남섬에서…83
세일책방…84
먹이사슬…85
날개…86
불면인사랑…88
봄손맛…89
선착장간이역에서…90
붕어빵…91
묵은삽…92
하롱베이교향곡…93
지족나루터…94
어머니의베틀소리…96

제4부개미누에의푸른멀미

개미누에의푸른멀미…98
고욤나무꽃ㆍ2…99
적소謫所…100
상생하는못…101
금송리징검다리…102
렌즈를깔아끼우고…103
어머니가두고간호미…104
낙타눈물…106
풀은말한다…108
창포꽃필때…109
바이칼무속산책…110
파도와언어…111
절정…112
노을바다…113
눈물젖은노래…114
노을속단풍잎…115
죽방렴멸치를뜨다…116
서리꽃사랑…118
마트료시카인형…120
황산바람…122
떠나버린것들…123

◻해설/박제된시간을찾아서-강영환…124

출판사 서평

이채우시인에게는특정주제가시간여행이라고불리어도좋은시가있다.시간속에서존재를들추어내고삶과죽음의경계를말한다.

바람소리에귀를기울인다
바람은허공이간직한맥박이다
벗어놓은시간이바람등을탄다
북극을향해날개를편다
부산이소실점으로남는다
북극곰을만나서걸음을멈추고
겨울잠을잔다

잠에서깨어난시계가
해빙바람타고남극으로간다
추위를안고설원에발디디고
잠든대륙을깨운다
잠에서잃어버린시간을찾아
블리자드*를마주하며
펭귄을데리고빙하를뒤진다

시간은결빙된태허太虛를뛰어넘는다
우주에얼굴숨기고
어둠과빛을품고보이지않는블랙홀로
소리없는소리를내지르며
밤낮을바꾸는
별빛머금은얼음시계다

-「얼음시계」전문

바람은자연이운행하는숨소리다.화자는그숨소리를피가뛰는맥박이라여긴다.맥박소리는시계가가는초침소리이기도하다.그런시간이다시바람의등을타고날개를펼친다.시간이북극으로간다.현실공간이던출발점인부산이소실점으로남고북극곰을만나겨울잠을전수받고겨울잠에도빠진다.얼음공간은시간이멈춘곳이다.화자는잠든겨울에서깨어나해빙바람을타고다시남극으로간다.
장자는북극해에사는곤이라는큰물고기가붕새가되어남극으로날아가는비유가등장한다.이는시간과공간을초월해이뤄지는상상의세계다.이채우시인의시간은남극에닿아설원에발을딛고잠든대륙을깨운다.잠에서잃어버린시간을찾아나선다.세차게몰아지는극지의바람속에서펭귄을앞세워빙하를뒤진다.블리자드는남극에서빙관氷冠으로부터불어오는맹렬한바람이다.이작품의화자는시간으로설정되어있다.그러기에공간의이동이쉽게이뤄진다.부산에서북극으로그곳에서다시남극으로쉽게이동할수있다.그것이시인의상상력이만들어낸가상공간이다.시가지닌상상력은가상공간을얼마든지만들수있다.시간은빙하를뒤져서숨어있는태허를끄집어낸다.태허는시간과공간이탄생한블랙홀이다.이렇듯시간과공간을마음껏넘나들면서펼치는세계는자유롭다.그리고경이롭다.시인이꿈꾸는세계이다.
이채우시인은오감으로접근할수있는대상에다시간개념을이입하여시간의의미를찾아나서는특별한공간을창조한다.얼음은멈춰버린공간이고거기에시계가붙여져그것은멈춰버린시간을의미한다.삶과죽음의경계를이루는것은시간이며그것이멈춰선얼음공간으로떠난다.시인은시간을극복하는방법으로여행을꿈꾼다.여행에서영원한시간을만난다.태허를뛰어넘는시간을발견한것이다.시간이전의시간이얼음시간이다.얼음시간에는꿈꾸는별빛이있다.

노인과죽은할멈이나누는생사의경계를넘나드는정분이넘치는따뜻한작품이다.앞서인용한시「봄손맛」에서처럼내외간에나누는불멸의사랑을소재로하는작품이다.사별을주제로한사랑의모습은더있다.

남해어느섬마을
길림성에서온조선족총각과섬처녀
수평선눈에넣고쪽빛바다마시며
갈매기주례로결혼한두사람
두해도안되어사내아이하나놓고
폐결핵으로아내는먼길떠났다

돌아올수없는연인가는길
산다화꽃망울터뜨리고햇빛속삭이는새섬
등에업힌아기울음은그치지않는다
파도는몽돌을부여잡고하얀슬픔을토하고
먹구름은섬에검은소낙비를뿌린다

고기잡이로가슴에맺힌멍을물거품에씻으며
고깃배에서보내던시간
어느새갑년이되어잔치베풀던날
눈물감추던아버지
아들이웃음지으며꽃다발로다가와도
며느리가앳된웃음보여도눈썹에이슬이맺힌다

오로지한사람빈자리가
할멈떠난바다다

-「한사람빈자리」전문

남해어느섬마을에길림성에서온조선족청년과섬처녀사이에생긴슬픈사랑이야기이다.슬프다고해서못이뤄진사랑이아니라이루어진사랑인데결혼후사내아이까지낳고2년만에아내가폐결핵으로세상을떠난다.아이와함께남겨진남편은아기를등에업고힘겹게고기를잡으며산다.그렇게세월이지난뒤남자는회갑을맞이하고잔치를하는데아들과며느리가웃음으로다가와도떠난아내를그리워하며눈물짓는다.옆에남은빈자리가아프기때문이다.떠난사람을못내그리워하는내용이다.함께살다가2년만에떠난옆지기가그립지않을수있을까.하물며몇십년을함께동고동락으로부대끼며함께해온옆지기라면일마다그립고또생각끝마다떠올리지않을수없을터다.이채우시인에게는그렇게옆의부재가일상의모든사연을지배하고있음을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