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옆 강물

장미꽃 옆 강물

$12.00
Description
어쩌면 김원용 시인의 시적 대상이 세상의 모든 여성이 된 이유도 아내에 대한 못다 한 사랑이 남은 탓이라 여겨진다. 홀로 남겨진 이 세상의 독거에서 오는 고적감 혹은 외로움이 아내를 소환하거나 일상에서 만나는 여느 여인 앞에서 아내를 소환하는 일이 빈번한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살아생전에 잘해주지 못한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이 다른 여인들을 보더라도 사랑의 감정보다는 사물로서 대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이유다. 그러기에 시인의 눈에 든 여인은 여자이기보다 일개 사물이 되어 내 주변에 남는 것이다. 그렇기에 홀로 있는 시간에는 곁을 떠난 아내를 소환해 일상에서처럼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이런 작품들에서 김원용 시인의 진솔성이 묻어나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어찌 아니라고 지워버릴 수 있겠는가?
이런 모습은 미국 영화 ‘제리 주커’ 감독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 무어 주연의 ‘사랑과 영혼’에서 보여주는 티격태격하는 소소한 다툼이 일상에서처럼 펼쳐진다. ‘세상 어디에 있든 나는 오직 당신을 향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연인 ‘몰리’의 곁을 떠나게 된 ‘샘’은 천국으로 향하지 못하고 연인 곁을 맴돈다. 하지만 육체가 없는 ‘샘’의 존재를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다른 영혼의 도움을 받게 된 ‘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사랑을 전하고자 한다. 영화의 내용은 남자의 영혼이 살아 있는 연인의 주위를 맴돈다는 것이고 김원용 시인의 시에서는 지상에 남겨진 자신이 천상에 거주하는 아내를 소환하거나 아니면 소소한 일상의 틈새에 아내가 나타나 간섭을 하거나 잔소리를 해대는 모습으로 쌍방 교류가 이뤄져 생전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재현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 방법은 김원용 시인이 만들어 가는 공간구조로 삶과 죽음의 분리가 아니라 한 공간임을 보여 주고 있다 할 것이다.
저자

김원용

아호愛林
함경남도출생
2009년《文藝春秋》등단
한국문인협회,부산가톨릭문협회원,(사)부산문인협회시분과위원장역임
금정구문인협회회장역임,(현)새부산시인협회회장
(사)부산시인협회우수상(2016년)(사)부산문인협회우수상(2017년)
백호(임제)문학대상(2017년),부산가톨릭문인협회우수상(2020년)
부산문인협회부산문학상대상(2024년)
시집:『내마음의홍등』,『크산티페(Xanthippe)』,『날아다니는포옹』,『난분분바람』,『그러니까먼로』

목차

시인의말…5
목차…6

제1부

거울…13
고요를타고오다…14
골방…16
국화향…17
까만바다…18
꼴의값…19
꽃사슴…20
나,붉은장미야…21
나는모래알…22
물든잎새…23
갇힌문…24
아야…25
와인,울고있다…26
눈사람…27
어두운접촉…28
간이역상사화…30
강의실선풍기…32
깊은만남…33
계절없는여인…34
낯선표정…36

제2부

노을빛…39
눈,수난시대…40
누렁탱이호박…42
눈동자속그대…43
동아줄…44
꽃잠…46
눈빛끝자락…48
봄스캔…49
봄까치꽃…50
생일에…52
엄마생각…53
엉덩방아…54
육교에고사리…55
장미꽃옆강물…56
청어…57
춤추는전봇대…58
하고싶다…59
횡보…60
곁에누가…61
아침기도…62
궁핍한눈빛…63
구월비…64

제3부

그믐달빛그늘에젖다…67
나,다시그대를볼수있으려나…68
놓친휴가…70
물려받은의자…71
벼랑끝에도신이있다고…72
바람멍…74
서녘하늘-인생길…75
붕어입질…76
사월의배꼽…77
섬사랑…78
아르테미스…79
업스커트…80
7942…81
위층1004호…82
외면…84
유년시절…85
폭삭…86
하늘로가는…88

제4부

8월해무…91
그림자사랑…92
꽈리고추…93
달콤한눈물…94
손안에여자…95
외딴섬…96
가슴앓이…97
파라다이스온천…98
사꾸라…99
낮달맞이꽃…100
매미울다…101
거리두기…102
억동리동화…104
가버린…105
불나방…106
참새한마리…107
팡팡…108
침실모나리자…109
희아리…110

〈해설〉끝나지않은사랑-강영환…111

출판사 서평

키낮은구두엉덩이흔들며지나간다
고개저으며
크게뜬눈을문지른다
곱슬머리에쟈스민향
하늘닳도록지나도묻혀버릴수없는모습
앞으로달려가본다
걷힌안개속
쌍꺼풀없는여인이낯선표정이다

‘실눈이잖아’

에고,
이러다돌아버리겠다
이젠벗어날때도지났잖아
왜,
다람쥐쳇바퀴도냐고
뒷덜미를잡아당기는눈총에뒤돌아본다
하늘이내려앉아있다

-⸢낯선표정」전문

누구나일상에서흔히만날수있는장면이다.길을가는데앞서서키낮은구두에큰엉덩이를흔들며앞서가는여인이있다.그모습은화자의가슴에묻어둔여인의모습과도닮아있어머리는아닐것이라고흔들면서도눈을비비고다시금바라본다.곱슬머리에자스민향은생전의그녀가간직한모습이어서하늘닳아없어질때까지잊을수없는모습과같다.그래서걸음을빨리해앞으로추월해서그녀의얼굴을확인해본다.아니나다를까안개가걷혀버린그녀모습은쌍꺼풀이없는낯선여인이다.그런데중요한것은그여인이실눈이라는것이다.화자의가슴속에남아있는사랑했던여인의눈매도실눈을가지고있었다.그래서실눈을잊지못하고있는데공교롭게도그낯선여인도실눈을하고있다.가슴속여인이나의일거수일투족을묶어두고나를옭아맨다.
그래서미쳐버리겠다는푸념이터져나온다.하늘에있는그녀가그만큼여러해가지났으면벗어날때도되었건만아직도다람쥐쳇바퀴를돌듯실눈에곱슬머리의환상에사로잡혀벗어나지를못하고있음을질책한다.그질책이따가워다시고개를돌려돌아보니낯선여인의얼굴에그녀가겹쳐보여서하늘이내려앉은것이다.영혼에사로잡혀있는시적화자의일상이환영에서벗어나지못함을보여주는작품이다.이렇듯하늘에있는그녀가지상의현실을간섭하고통제하고그러면서점차서쪽으로가고있는자신을발견해낸다

*추천사
이는프로이드가말한‘예술이란일종의독특한방법으로쾌락원칙과현실원칙을화해시켜새로운현실을형성한다’는의미에부합된다.그렇게함으로써‘양떼들의풀밭에고래가간다’든가‘바다밑제비집에사슴이알을낳고’와같은추상이만들어질수가있다.김원용시인의시는영혼에사로잡혀있는남겨진독거의일상을깊은내면으로처절하게짚어가고있는모습을보여준다.

그녀엉덩이보다잘익은
누렁호박담을넘어왔다
꽃필무렵부터
이웃집사랑방을기웃거렸다
흔들리는앞동산들고웃어주던호박꽃
갈라진엉덩이와함께
누렇게달아오른채뒤틀고있다
엉덩이가전부인그녀가
들큼한냄새를밀치며
탕탕한오줌발로
가마솥뚜껑을밀쳐내려힘쓴다
간밤에입술깨물며
달려들던누렁엉덩이
무쇠솥안에서끓고있다

-⸢누렁탱이호박」전문

잘익은누렁호박이담을넘어왔다.이호박은꽃이필때부터이웃집사랑방을기웃거렸다.이호박은앞동산(아마도젖가슴의비유)을들고웃어주던호박꽃이었고갈라진엉덩이와함께누렇게달아오른몸을뒤틀고있다.이호박은다시영혼의세계로이어지면서들큼한냄새를밀어내며가마솥뚜껑을밀어내려힘쓴다.다시현실이다.간밤에입술깨물며덤벼들던누런엉덩이가무쇠솥안에서끓고있는상황을전개한다.이작품에서호박은여인을비유한다.여인은현실의여인과환상속의여인으로이어진다.시간과공간을넘나드는관음증적인상상력이지탱하는현실과영혼의세계는김원용시인에게는포기할수없는행복의공간이다.그런상상만으로도행복을느낀다.
김원용시인의작품에는아내에대한그리움을그린작품만있는것은아니다.시인의작품속에는현실에대한깊은통찰과함께이웃의아픔도짚어보는공동체적삶의의미도담고있음을발견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