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감나무 물든 잎에

먹감나무 물든 잎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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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백명조 시인의 자연을 통해 나타나는 리얼리티는 장력이 작용된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산다. 요즘은 사라졌지만 초등학교 때 사생대회란 것이 있었다. 전교생이 자연 속에서 자연 풍경을 그려내는 일이다. 동무들 그림 중에는 자연을 꼭 빼닮은 그림도 있고 선이 마구 흔들려 사실과 많이 왜곡된 그림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못 그린 그림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자신이 보고 느낀대로 그렸기에 아름다운 그림이다. 자연을 그려 본다는 것은 자연을 마음에 들이는 일이다. 어릴 때 보았던 또는 그렸던 자연 풍경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사는 자연을 호흡하게 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서구에서는 자연을 정복하는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동양에서는 자연과 함께 사는 법 혹은 자연에 동화되는 삶의 방식을 취한다. 백명조 시인의 작품들은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고 자연의 의미를 내 안에 새겨보는 귀한 생각들을 담고 있는 시편들이다. 편하게 말하는 법으로 자연 친화적이라고 하는 것보다 나아가 자연 속의 나이며 내 속의 자연을 발견하는 자연에 동화된 삶의 모습이라고 보면 좋다.
2014년 《문예시대》를 통해 등단한 백명조 시인은 첫시집 『동그라미 물소리』를 상재한 바 있다. 백명조 시인의 작품들은 자연을 대상으로 삼는다. 전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백명조 시인은 도시 변두리에 집을 두고 시 이외의 지역에 농지를 소유하고 그곳을 오가며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며 농사일을 하는 농부이다. 그의 삶에서 우러나는 자연 친화적인 태도에서 자연이 차지하는 시인의 삶에서 자연을 제외하고는 어떤 영역을 가져올 수가 없다. 거기에다 주말을 이용해 등산을 다닌다. 이런 삶의 방식에서 백명조 시인이 자연을 소재로 하는 서정시에 몰입되어 있음은 불문가지의 태도이다.
저자

백명조

아호:원남(圓南),마산진북출생
2014년❮문예시대❯시신인상등단(2014년)
부산문인협회회원,강서문인협회이사,한국가람문학회이사,
새부산시인협회이사,동인지물길문예회원,낙동강시낭송회회장
수상:한국가람문학회문학상,강서문인협회,
칠점산문학상
저서:『동그라미물소리』(2022년9월)『먹감나무물든잎에』(2025년7월)

목차

시집목차

시인의말…5
목차…6

제1부

가고싶은바다…13
가끔은가을에생각나는꽃…14
가을소묘…15
감기,몸살…16
강아지풀…17
강물이흘러도…18
걸어야산다…19
고등어…20
공룡능선에서…22
꽃밭으로앉은광대풀꽃…24
구월길목에서…25
구포오일장…26
그때는몰랐다…27
꽃가게에서…28
꽃무릇ㆍ2…30
꽃샘감기…32
꽃무릇에게…34
나는솔향안고청설모는잣먹고…35
낙동강이아프다…36
나목…38

제2부

낙상…41
난전스타남여사…42
나를잊지못했다…44
너와함께…45
겨정느티나무…46
네노래에그리움이묻어있다…48
늦더위꼬리…49
손주사랑…50
등산화를묻다…52
따뜻한선물…54
떄죽나무꽃…55
라일락향기날리면…56
산행뒤막걸리한잔…57
말이없는청령포…58
망초꽃무리…59
명경이된낙동강물…60
보배며느리…62
목타는백화등…63
바람이전한사연…64
박꽃…66
백로의여유…67
벽소령가는길…68

제3부

비그친오후…71
보물창고…72
보약…74
비가와도일은있다…76
비오는날의풍경화…77
성철스님사리친견하던날…78
용이할배무지개꿈꾸며…79
생각도못했는데…80
서글픈정상…81
아버지의노래…82
아지랑이로남아있다…84
신새벽연지…86
아침이오는강…87
알면서도하는말…88
애호박…90
어질게살다간나그네들ㆍ1…92
노을사랑…93
얼레지…94
여우비라도와주면…95
역부로쉬어보는날…96

제4부

외로움ㆍ2…99
윗세오름에가다…100
인동초꽃…102
잠시새가되어…104
강물과약속…106
천주산참꽃…107
하현이데리고온그리움…108
해질녘낙동강…109
이른봄날에…110
아울렛할인판매…111
할머니와걸레…112
풍경화가된모녀…113
찔레꽃ㆍ2…114
자드락비…115
동네사랑방이된미용실…116
비오는날에ㆍ2…118
봄나들이…120
목욕탕에서모녀…122
명절유감…124

〈해설〉자연에동화된일상-강영환…126

출판사 서평

자연과교감하는백명조시인의서정시들을접하면서드는생각은현대시가지닌난해성이다.현대적인시의모습을생각한다면시적대상들이도시적이거나새로운산업의영역에속하거나정신적영역에속하든가가상현실을넘나드는방법론이나몽환또는분열증적인정신의모습에서찾는다.현대시가현대인들에게얼만큼위안을줄수있는가는알수없다.현대시를읽고감상하는현대인들은또한얼마나행복감을느낄수있을것인가그에대한해답은명쾌할수가없다.오히려맑고깨끗하고투명한서정시한편이현대인들의찌든삶에생명수를공급하고스트레스를풀어새로운활력을충전받을수있는숲속의피톤치트와같은역할을해줄수있을것이라고본다.그렇다면굳이.난해한형이상학의몽환적인시보다는사물시와같은안이훤히들여다보이는투명한서정시한편이더유익한것은아닌지따져봐야할것같다.

애살스레심지않았는데
바람일까새일까
묵정밭에자리잡았다
한사코뽑고자르고했다
나를닮은것같다

땅을기고나무를감고올라
그늘찾는유월볕에
발자국소리뜸한
잡초덩굴속에서도
흰옷으로왔다가노란옷으로가는
금은화,
보란듯이
마파람에향기실어
눈뜨고있음을알려
발길끌어들인다

향기가잠시쉬어가라하네
염치눈감겨마실보내고
땀내나는일손접어
긴꽃자루떼어꿀맛보며
꽃차만들어
코로마시고눈으로먹고입으로삼킨다

-「인동초꽃」전문

애살스럽게직접심은것도아닌데묵정밭귀퉁이에인동초가자라고있다.내가심은것이아니라면자연발아로생긴덩굴나무일것이다.새가실어나른씨앗일까?아니라면바람에불려온씨앗때문일까?밭을일구는데장애가되어뽑고자르기를몇번인가했어도잘자라고있다.그모습이나를닮았다고느낀다.핍박받아도무너지지않고또는포기하지않고끈질기에생명을이어가는인동초는‘땅을기고나무를감고올라/그늘찾는유월볕에/발자국소리뜸한/잡초덩굴속에서도/흰옷으로왔다가노란옷으로가는/금은화’라고매우사실적으로묘사해내고있다.하얀꽃으로피어나질때쯤에노란꽃으로바뀐다는것은오랜관찰을하지않으면알수없는인동초꽃만의내밀한비밀이다.그래서인동초꽃을금은화라고부른다.이런모습에서백명조시인이자연에동화된모습을느낄수있다.
백명조시인이대상으로하는꽃들도대개가알려져있어도각광받지못하고소외된작은풀꽃들을대상으로한다.광대풀꽃,때죽나무꽃,망초꽃,인동초꽃들이다.
이들꽃들은세상의중심에서서귀염받지못한수수하고소박한꽃들이다.백명조시인은이렇게소외받는작은풀꽃들에게관심을준다.소외받고사는자신과동병상린의모습이아니겠는가


격자무늬창에든하현이
늦게든밤잠을데려가고
나뭇가지바람이스산하여
달빛내린뒤란에나섰다

굴뚝새,귀뚜리는울고
먹감나무물든잎에별은한갓진데
댓잎부딪치는소리에
가슴에일렁이는달빛

둥근달에기러기날고
갈댓잎에귀뚜리앉은
삼화를그려보내준
말수적은미소담은얼굴

떠밀려온강물앞에
다시등불을켠다
화가가된푸른날개로
화폭에서날고있는내동무

-「하현이데리고온그리움」전문

격자무늬창에뜬달이늦게든잠을데려갔다.그래서잠잃은밤화자는바람소리나뭇가지에스산하게들려와달빛이내린뒤란으로나선다.그곳에서는굴뚝새와귀뚜라미가나처럼잠들지않고울고있다.먹감나무물든잎은물든그대로인데대밭에댓잎부딪히는소리에도내가슴에일렁이는달빛이다.그달빛은내잠을앗아간달빛이다.달빛속에는떠오르는얼굴이있다.
내게그림한점을그려준친구얼굴이다.그림내용은둥근달에기러기날고갈대잎에귀뚜라미앉아있는삽화이다.내마음은먹감나무물든잎그대로인데그림을그려준친구는어떻게달라져있을까를짐작해보며미소담은얼굴이달속에떠오른다.나는세월따라흘러온강물앞에다시등불을켠다.친구는화가가된푸른날개를달고화폭속에서날고있을친구다.하현달이데리고온그리운친구를생각하는가을밤을과장되지않은정감으로담담하게그려내고있다.백명조시인의작품들은현란한상상력은동원되지않아도들뜨지않은전원의풍경이수면위를흘러가는물안개처럼고요함을가져다주는작품들로이뤄져있다.이렇게사실적인모습으로안과밖을드러내는사고에빗대보면백명조시인이추구하는서정시는자연친화적이면서의미가선명하게드러나보이는도시인들에게힐링을제공하는산소같은느낌을주는순수함그자체를체현해내고있음을알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