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를 은유하다 (주희령 시집)

사이를 은유하다 (주희령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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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8년 《부산시인》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한 주희령 시인은 첫 시집 『공중침대』, 두 번째 시집 『달빛에 가다』를 상재하여 자신의 시 세계를 확고히 다져온 시인이다.
두 권의 시집을 건너온 주희령 시인의 시적 사고는 훌쩍 성숙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외부로 향하던 날카로운 시선이 세 번째 시집에 오면 둥글어지고 이해와 긍정과 포용으로 그 시선이 내면세계로 향한다. 그 내면은 세상을 아우르는 품 넓은 시각을 찾아 이웃과 함께 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한 권 시집에 담는 시인의 세계는 시집에 담긴 시의 수만큼이나 많다 할 것이다. 시인을 이해하는 방편은 시인의 작품 속에 있다. 시가 시인의 고백임을 간과할 수 없기에 시인이 가진 세계 또는 시인의 사고들은 모두 시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주희령 시인의 작품집에는 분명하고 독특한 시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 자신만의 특별한 포토존을 갖고 있어 사물이 갖고 있는 존재에 대한 본질적 탐구와 나와 사물과의 관계 설정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재인식하는 철학적 사고를 담는다. 이런 탐구는 세 번째 작품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자신의 기대에도 충족되고 있다. 주희령 시인의 작품을 관통하는 의식의 출발점은 시인이 몸담았던 공간과 현재 몸 담고 있는 공간 사이에 놓여 있다.
저자

주희령

아호:娥利
2018년《부산시인》시등단,
2019년《부산수필》수필등단
수상:부산문인협회문학상우수상
부산시장상,《부산시단》작품상,
영호남문학상작품상,부산문인협회공로상,
영호남문인협회부회장,새부산시인협회이사,
금정문인협회이사,부산문인협회회원,
저서:『공중침대』,『달빛에가다』,『사이를은유하다』

목차

시인의말…3
목차…4

제1부

교감…11
시루의노래…12
나의기도…14
며느리의잔설깃든봄날…16
흙,획을긋다…18
불어라봄바람…19
나의몽당연필…20
잃어버린봄…22
청룡동산책…24
보랏빛소포…26
유채색정원…27
숲으로가는길…28
게발꽃…30
시민공원두레박…31
비맞는붉은약속…32
노란국화처럼…34
라인댄스…35
염색을하며…36
사이를은유하다…37
혼자피는저녁기도…38
낮은구름…40

제2부

지하철서면역…43
길위의여웅…44
광안대교…45
거가대교…46
안동여행…48
무지외반증…50
말을삼키다…52
시인빵집…54
접시꽃기도원…56
기차여행…58
푸른미로…60
점자부호…61
눈덮인그림자…62
마음거리…64
강물을마시다…65
포옹…66
새벽밥이일어선다…67
솜인형…68
기장미역…70

제3부

득음…73
그꽃들,떨어지다…74
길을찾아서…76
사진속온기…77
일곱살의목마…78
백색고해…79
파도와함께…80
낯선시작…81
A4눈빛으로…82
단맛을껴안다…83
가슴으로접은종이학…84
종이외출…85
개펄은회임중…86
동백꽃노을…87
푸른차표…88
찢어진삼월…90
먼지낀메달…91
그믐밤…92
부푼과자봉지…93
버려진메트리스…94
스위치를켜다…96

제4부

덤으로온가을…99
사랑을복용하다…100
강물을잉태하다…101
바람꽃사랑…102
주일아침…103
겨울나무…104
서가에핀꽃…105
공중전화를걸며…106
묵은책…108
벡년가약…110
김씨의바람…112
발자국소리…114
제주돌담…115
꽃이분칠하다…116
전철역작은도서관…118
한장,비망록…120
숫자와놀다…121
사이를은유하다ㆍ7
흔들리는오후…122
가슴에피는꽃…123
은빛계절을베어물다…124
뜨거움속으로…126

☐해설/사이발견으로찾아가는자아-강영환…127

출판사 서평

시방알몸인저개펄은
회임중이다

쏟아부은짜장뻘들판에
살아거품무는동굴속이
물먹은대머리무용수
허공을춤추는다리들

율포바다세발낙지
뿜어내는탄소독을삼키며
어둠을움직이는바다
상한상처
혀로핥는부활의힘

탯줄로이어지는자궁
만삭으로먹물쏟는숨결
뻘가슴팍에구멍뚫는낙지들
성깔이찐득하다

-⸢개펄은회임중」전문

시인은갯벌이회임한것을본다.갯벌이새생명을잉태하고있음을발견한다.갯벌이살아있음을선언한것과다를바없다.갯벌과의오랜조우가낳은상상력이다.즐겨먹는짜장면에짜장같은갯벌에구멍을내고살고있는낙지를대머리무용수로만들어내는묘사가재미있다.무용수는허공에다리를비틀며생의마지막춤을춘다.썰물이나간후남는율포리개펄은생명으로가득하다.배출된탄소를정화시켜주는공학적지식을다져와개펄이병든지구의상처를혀로핥아부활시켜주는어머니같다고말해준다.탯줄로이어진뻘자궁속에서만삭이되어먹물을쏘아내는낙지의모습은뻘가슴에구멍을내는성질머리가고약하다.마지막‘찐득하다’는징헌남도정서를담고있는맛깔나는묘사다.한번달라붙으면떨어지지않는끈질기다는의미와지속적으로엉겨붙는다는두의미를함축하고있는갯벌이지닌속성을해안가어민들의성정을잘드러내주는어감을담은이미지다.이언어는갯벌과낙지와갯벌에서삶을영위하는갯가사람들의끈끈한삶을한단어속에함축해넣은걸쭉한표현어다.이런표현은주희령시인의작품도처에서발견되는특징이다.


밤깊어
어둠이나를접은자리
그림자가길게늘어지는방한편,
손끝에작은문하나있다

스위치를켠다
빛이켜지는대신
잠든내목소리가켜진다
사라졌다고믿었던내앞길들이
빛으로가는실이되어
어둠속에서되살아난다

스위치를켠다는건
내안에나를
다시불러내는빛을부른다는걸
나는안다

-⸢스위치를켜다」전문

이작품은나와나사이를찾아가는모습을그린다.밤이깊어어둠이나를접어방안으로밀어넣고잠들라이른다.그림자가길게늘어지는방안에서문하나를발견한다.문은사이를연결해주는통로다.통로를통해나서기위해스위치를켠다.빛을불어들이기위한행동이지만빛대신내목소리가켜진다.그렇게스스로밝히는어둠속에서발견한것은문저쪽에존재하는나의목소리다.그동안사라졌다고여겼던나의길들이펼쳐진다.가느다란빛줄기로어둠속에서살아나고있는것이다.스위치를켠다는것은바로나를찾기위해빛을불러오는것임을스스로자각한다.
주희령시인이발견하는사이는나의실체를찾아가기위한통로를안고있는문과같은존재다.어둠속에서문을발견하고어둠저쪽으로나가기위해불을켠다.그곳에는나의목소리가나를맞이한다.내가나를찾은것이다.결국사이는자아를찾기위한방편임을스스로찾은것이다.그것을의도했던의도하지않았던주희령시인이찾은은유는인간이도달하고자하는깨달음의한모습을보여준것이다.더넓고깊은사유의세계로나아가고있는시인의세번째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