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없는 의자

그림자 없는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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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복단 시인의 작품들 무게 중심은 일상의 비일상화에 있다. 지극히 일상적인 대상을 드러내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일상적이지 않은 모습이 웅크리고 있다. 김복단 시인의 시적 대상은 대개가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만난 사물이거나 일어나는 사건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렇지 않을 때는 과거 유년의 공간에서 만났던 사물이나 사연을 대상으로 삼는다. 시인은 그래야만 한다. 현실의 삶 속에서 그 대상을 취할 때 가장 진솔한 접근이 될 수 있으며 독자와의 공감대도 쉽게 확장할 수 있기에 그런 것이다. 보통 사람의 경우에 하찮은 존재로 보이는 사물들도 시인의 눈이나 귀나 혀에 닿으면 특별한 존재로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타자 인식이라는 시인 만이 갖는 세상 인식 방법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타자인식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관심을 배가 시키기 때문이다.
2022년 《문장 21》을 통해 등단한 김복단 시인의 특징적인 현실은 바다, 봄, 달빛 등의 풍경과 가족들 아버지, 어머니, 오빠를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화자의 정서는 자신 안에 숨겨온 그리움이다. 김복단 시인의 작품에 드러난 정보들로 유추해 볼 때 시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공간적 장소는 전남 장흥이며 천관산 기슭 아래 작은 포두섬이 보이는 해변 마을로 드러난다. 시인은 유년 시절을 보냈을 과거 공간에서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내고 그들과 보냈던 옛일들을 회상해 보고 싶은 것이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볼 때 부친에 대한 그리움이 깊은 것으로 드러난다.
저자

김복단

전남장흥출생
부산경상대졸업
2022《문장21》봄호시등단
부산문인협회회원부산시인협회회원
부산크리스천문인협회회원,
부울신문문학포럼회원

목차

자서…3
목차…4

제1부

못다한사랑…11
어머니발뒤꿈치…12
가을달빛…13
고향의봄ㆍ2…14
아버지는등불ㆍ2…16
부치지못한편지…18
발자국…20
파도울던집…21
봉안당편지…22
강물위에나뭇잎…24
젊은구두한켤레…26
등대…27
물속그림자…28
바람과더불어…30
눈썹달…31
아버지시조창…32
구두한켤레…33
바람속으로간사랑…34
돌물섬달밤…35
달빛내린갯벌ㆍ2…36
보리익는소리…37
그림자없는의자…38
두레박에담긴달…40

제2부

갯바구니…43
달무리사랑…44
반딧불이사랑…45
달빛뒹구는마당…46
가파도바람…48
청보리밭…49
경화역…50
바람이만드는꽃…51
타지않는바다…52
가을이만삭이다…53
노을젖은다대포…54
붉은광란…55
숨쉬는거울…56
개구리노래에봄이눈을뜬다…57
맹인의동전…58
너를보낸다…59
그대는아는가…60
범어사의하루ㆍ1…61
유리잔에담은향기…62
달맞이꽃…63
새벽빛…64
무릎꿇은새벽…65
새벽빛ㆍ2…66

제3부

등불을끄고…69
갈대…70
갯바위…71
모과…72
산이불러온안개비…73
얼음을깨다…74
해지는언덕에서…75
손거울속할미꽃…76
여름이오는소리…78
주소불명…79
범어사풍경에들다…80
금샘…81
계곡물소리…82
노을번지는바다…83
기다림의바다…84
6ㆍ김복단시집
미포해변…85
오륜대숨결…86
그리움을벗다…87
동박새…88
봄편지…89
쥐불놀이…90
동백꽃…92
바닷가에앉아…93
눈을맞추다…94

제4부

수신인없는편지…97
저녁노을…98
강물곁에서…99
봄빛을찾아서…100
커피잔에담긴햇살…101
등불켠연못…102
그림자두고간바다…103
별내린밤…104
천자의면류관ㆍ1…105
시월향기속에…106
달빛고인골목…107
빗속을걷다…108
눈그친밤…109
까치밥…110
팔장끼고지나간바람…111
새…112
기다린낙엽…113
단풍…114
산성마을까치울음…115
얼음강…116
봄날은창밖에…117
가을을품다…118

작품해설/익명성에숨겨온그리움ㆍ강영환…120

출판사 서평

지하단칸방에서숨죽이며꽃피우는제라늄
창틈햇살은밥이고싶다

정오지나도록하늘길가다
감나무에걸린핏기없는낮달에게
김이나는쌀밥이고싶다

새벽부터성지곡벤치에앉아
급식기다리는노인에게한그릇밥이되고싶다
지하도인조석바닥에서
소주병과뒹구는노숙인에게
어머니고봉밥이고싶다

무논오가다못박힌발바닥이
누군가에게피가되어
숨죽인심장을고동치게한다면
밥은천번죽어도좋으리

-「밥이되어」전문

지하단칸방은가난한삶의모습을상징한다.지하단칸방창틀에올려놓은화분에심겨진제라늄에꽃을피운햇살은가족들에게밥이되고싶다.그리고정오지나도록하늘길을가다감나무가지에걸린핏기없는낮달에게도김이나는쌀밥이고싶다.새벽부터성지곡벤치에앉아급식을기다리고있는노인에게한그릇밥이되고싶고,지하도바닥에서소주병과뒹구는노숙인에게어머니가퍼주는고봉밥이고싶다.무논오가다못박힌발바닥이누군가에게피가되어숨죽인심장을고동치게한다면밥은천번죽어도좋겠다는염원을담아내는작품이다.이시에등장하는지하단칸방제라늄,핏기없는낮달,급식을기다리는노인,소주병과뒹구는노숙인,무논오가다발바닥에못이박힌이는농부를이르는말이다.농부의발바닥이이뤄낸밥이다.그밥이누군가에게가서피가되어숨죽인심장을고동치게한다면밥은천번을죽어도좋다고말한다.
도상태시인이시적대상으로삼는사물들은다양하다.그들을바라보는시선도익살스러운위트를통해재치를담아낸다.청년기에접한‘이화에월백한’달빛에경도되어그와동등하거나뛰어넘는정서를형상화해내겠다는은연중에도전정신이느껴진다.시인은마땅히그러해야한다.그러나지나간과거작품에얽매인다는것은미래를향한발목에족쇄를걸어두는일이나다를바가없다.그시조는그것으로존재하도록내버려두어야한다.시인의내면에저장해두고그울타리안에서연연해할필요가없는것이다.도상태시인에게더요구되는것은가난하고소외되고외롭게사는아들의가슴에도는피가되기를염원하는시인의태도가그를더성숙시켜주는매재일수있다.밥을대신한화자의누군가를위하는마음을담아내형상화를이루는모습이곧시인의미래가됨을인식해야할것이다,김복단시인이간직한서정의바탕에는그리움의정서가깔려있다.앞에서들었듯이아버지나어머니그리고오빠에대한진한그리움이내재해있고또다른그대에대한그리움이존재함을느낄수있다.여기에나타나는그대는획정되어진실체가아니라익명성으로두리뭉실드러내는대상인것이다.그것은그대가지칭하는대상이한정되지않고열려있는의미인것이다.

댓잎사운대는우물가에서
그대향한물길따라내려간다
떨리는손끝으로줄을잡고
사랑의손길긷는다

깊은우물속어두운물결위로
달빛살며시내려앉고
별들은숨죽인채바라본다

두레박에흔들린작은빛
잡힐듯잡히지않고
물결사이를흔든다

기다림끝에길어올린달빛
밤을밝히는너와나의이야기로
품을수없는아름다움이
나를비추고있다

-⸢두레박에담긴달」전문

대밭곁에우물이있다.바람이불어댓잎이사운댄다.그소리를듣는순간그대에그리움이몰려온다.그대에게가는물길따라우물속으로내려간다.떨리는손끝으로두레박줄을끌어올려사랑의손길을긷는다.그때깊은우물속어두운물결위에달빛은살며시내려앉고별빛은숨죽인채바라본다.두레박을끌어올릴때두레박이흔들려퍼올리는빛이잡힐듯하지만결국잡히지않고물결사이를흔들고있다.기다림끝에길어올린달빛이밤을밝히는너와나의이야기를만든다.그이야기는누구도품을수없는아름다움으로나를비춘다.이작품은우물에잠긴달을두레박으로퍼올리는일을그대와나눈사랑이야기로환유해드러낸것이다.이시에등장하는그대는누구인가?

그대가떠난자리에
나는어떤향기도놓지않았다

한송이꽃도얘기도
눈웃음치던기억조차도
그저비워두었을뿐인데
당신없는빈자리는
더커져만간다

함께앉았던의자에
그대앉아있을것만같아
햇살보다먼저눈빛이닿는다

낡은의자위엔낙엽만앉아있고
바람에실려온온기
숨가쁜티끌하나도
모두당신을닮았다

사람들은떠난자리를
바람이채워준다지만
비워진그자리는
오지않는당신이라는걸

-⸢그림자없는의자」전문

이작품에서그대는익명성이다.그렇지만지극히사랑해마지않았던그대이다.그런그대가떠났다.떠난빈자리에는어떤향기도놓지않았다.한송이꽃도함께나누던얘기도마주보며눈웃음치던기억조차도떠난빈자리에두지않았다.그럴법도하지만그대를깡그리잊고싶은태도그대로다.그저빈자리로비워두었을뿐인데그자리는점점커져간다.커져가는빈자리에마음이간다.함께앉았던의자여서아직도그대가앉아있는것만같아서햇살보다먼저눈빛이닿는다.낡은의자에는계절이바뀌어낙엽만앉아있고바람에실려온온기가있는데숨가쁜티끌하나도당신을닮았다.얼마나지독한상사인가.사람들은말한다.떠난자리는바람이채운다고하지만정작비워진그자리는오지않은당신이라는사실을…빈의자가의미를담은하나의존재가되는모습이다.
김복단시인의익명성은모두를아우르는트릭을갖는고도의돌려치기수법일지도모른다.그익명성이대신한것은아버지이며,어머니이며,오빠일수도있겠다는짐작을갖게한다.그답은오직시인만이알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