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물 드는 길 (이석래 시집)

봄물 드는 길 (이석래 시집)

$12.00
Description
이석래 시인은 자연과 일정한 객관적 거리를 지니고 타자 인식으로 다가온다. 흔히들 ‘물아일여’라든가 ‘혼연일체’라든가 하여 자연과 한 몸이 된 자아를 추구하지만, 이석래 시인은 자아와 자연을 엄밀하게 구분하여 자연물의 타자화에 진심인 것으로 보인다. 빠지지 않고 바라보아야 정확한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게 구하는 본질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를 진찰할 때 의사가 먼저 아프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시인이 다가가는 사물을 한 사물로 제자리에 두고 객관적 거리를 두고 사물의 말을 들어야한다. 이 방식이 이석래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장식인 것이다. 타자의 삶에 관여나 개입하지 않고 인식 거리에서 지극히 객관적 시각과 시점으로 지켜볼 뿐이다. 그런 관점이 돋보이는 서정 시집이다.
저자

이석래

李石來약력

시인,시조시인,호:달밭
울주군서생출생『문예춘추』시등단(2006)『부산시조』시조등단(2008)

현재:(사)부산문인협회고문,새부산시인협회고문
한국문학신문부산본부장사하문인협회고문
(사)한국문인협회문학사편찬위원장,한국시조시
인협회회원,(사)부산불교문인협회수석부회장,
부산시조시인협회회원,

역임:『한국동서문학』발행인,사하문인협회회장
부산광역시사하구의회의장,경남정보대학교수
새부산시인협회회장2대·3대·4대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19대이사장

수상:부산문협제1회『문학도시』작품상수상
한국문학신문시조대상수상
대통령표창장(2010),국민훈장목련장수훈
한국해양문학상장려상수상,부산시인상수상
부산문학상대상수상,낙동강문학상대상수상
한국문협월간문학작품상수상,부산예총특별
공로상수상,대한민국예술대상(문학)수상-대
한민국예술총연합회

시집:『을숙도를스쳐흐르는강』,『사계의노래』『다
시부르는사계의노래』,『담쟁이은유』『산송山
松앞에서』『꿈꾸는벽시계』『봄물드는길』

목차

자서…3
목차…4

제1부

백무동너덜겅길…11
텃밭…12
불국사봄밤…13
불사조·1…14
내안에빈집·1…15
다대포노을…16
황사바람…17
불사조·2…18
마스크를벗다…19
우리시대의입맞춤…20
금선돌탑…21
내안의빈집·2…22
등나무꽃필때…23
호국의별백선엽…24
다다익선多多益善…25
낙강의봄…26
선자령길…27
겨울무등산…28
마삭줄꽃…29
원동역이별…30
금련사…31
공곶이수선화·2…32
은행나무…33
봄볕농부…34

제2부

들국화꽃날…37
빈센트반고흐…38
신천리이팝…39
입춘대길…40
상처…41
간송전형필…42
외양포봄빛…43
수세미오이꽃…44
목백일홍…45
오대산중대사자암…46
소록도천사…47
보리밭…48
위양못이팝…49
태종사수국水菊…50
평사리들…51
수승대관수루…52
불사조·3…53
봄물드는길·1…54
아메리카호랑이…55
두만강밤·1…56
순비기꽃…57
도시유목민…58

제3부

비석마을…61
서면문화거리파지손수레…62
천년백지…63
버들피리…64
매향에끌리다…65
노숙자와천사…66
예당호에서…68
소의말言…69
꽃을건네다…70
영남루…71
낙강변유채꽃…72
충렬사…73
금시당백곡재…74
은박꽃아침…75
패랭이꽃…76
통도사반야용선·2…77
분쟁경계선금불초…78
도산서원…79
화장사가침박달꽃…80
거창꽃창포원…81
명지둑길…82

제4부

을숙도갈대…85
가야진사용신제…86
가야금박물관…88
평사리엔틱찻집…89
튤립…90
칠십리길손…92
눈아래피는설연화…93
오동꽃…94
처녀뱃사공노래비…95
봄을캐다,쑥…96
물음표가된할매…98
납매臘梅…100
미나리꽃…101
봄물드는길·2…102
수수꽃다리…103
묵은비…104
두만강밤·2…105
백두산천지…106
무색한절기…107
해海논식당…108
주남저수지·2…109
내안의빈집·2…110
투구꽃…111

☐해설/끝없는변주혹은욕망의미끄러짐ㆍ강영환…113

출판사 서평

그여자는사랑을위해옷을입고
사랑을위해옷을벗는다
그여자에게는좋은옷이필요하다
오래두고먹을옷이필요하다
배가고파먹는옷이아니다
몸을가리기위해필요한옷이아니다
허기를채우기위한옷이다
그여자는옷을입지않고갖고논다
바닷가아니라도
눈길모이는패션쇼가아니라도
여자들이갖고노는손바닥면적이된
최소한몸에의지한옷을보면
그녀도얼마나갖고싶어하는지안다
그여자는태양을위해옷을입고
햇살을위해옷을벗는다
옷이그여자를갖고논다
1
-⸢그여자의옷」전문

시인의시를다읽고난뒤든소감은‘아득함’이다.시의방대한양에대한압도감에의해서든시의깊이가주는막연함에의해서든모든시를읽고난뒤의감정은‘먹먹함’이다.말로표현할수없는한세계를보고난뒤의감상이라고나할까?그런점에서한시인의생애를몇마디말로압축할수는없다.이글은한시인이질러간미학적사유와감정에대한내나름의단상에불과하다.
강영환시인은산문이나머리말등에자신의시론에대한여러글을남기고있지만나에게인상적으로다가온글은다음과같다.즉,“어떻게하면침묵에가까운언어를구축할수있을까.나의언어가닿을수있는곳은의미의세계이지만나는침묵으로전할수있는의미를찾아나선다.시가사물이되기를희망한다.”(「자서」,『뒷강물』,2002)는내용이그것이다.이내용은시의본질을시인나름대로규정하는말이자자신의시작태도를표명하는것이기도하다.시가갖는초월적신비와그것을통한심미적자유의확대!
‘침묵의언어를구축하고싶다’는말이나‘시가사물이되기를희망한다’는말은창조의신비와자유를획득하고싶은마음의표현이자동시에세속적관념과가치로부터해방되고자하는마음의표현이다.이러한말들은상당한사유와실천을전제하지않고서는나오기힘든말이다.그말을독자의한사람으로서내가이해하고받아들이기위해서는강영환시인이구축한한세계를살아보지않고서는안될것이다.그의한생과시적세계의중심부를음미하기위해우리는그가그리는시적풍경속으로질러들어가볼일이다,

쑥부쟁이흐드러진가을산덤불사이
가는길막아놓은큰거미줄있다
불안한눈조심스레
그물코에맞춘다
벗어나려사분사분빗장을열려하나
몸부림강할수록포승줄옭아매는
하찮은거미집하나
문을꼭꼭잠근다

나방의비명은숲을온통흔들다
가을하늘가장자리장례식이끝난다
긴다리바짝세운몸
음험한눈빛이다
생명사슬을지을능력이없는나
내무능이투영된듯,한줄도짤수없다
제몸을풀어헤치어
새세상을짜고있다

-「내안의빈집ㆍ2」전문

쑥부쟁이가피어있는가을산덤불사이에거미줄이걸려있다.불안한눈이조심스럽게그물코에맞춘다.벗어나려고빗장을열려고하니몸부림이강할수록포승줄로옭아매는거미집이다.하찮게보이는거미집이지만나서지못하도록문을걸어잠근다.거미줄에걸린나방이지르는비명이숲을흔든다.하늘가장자리장례식이끝난다.긴다리를바짝세운거미는나비를잡아먹은음험한눈빛이다.생명사슬에관여할수없는화자는사건현장에내무능이투영된듯나는거미줄을한줄도짤수없어스스로몸을풀어헤쳐새로운세상을짜고있다.이작품의해석이다.화자는어느편에도서지않는다.거미줄에걸려버둥거리는나비도나비를먹어치우는거미에게도어떤생각의꼬투리도덧칠하지않는다.단순히방관자의입장이다.자연의섭리에개입하거나관여하여거스르고싶지않은화자의생각이읽혀진다.

이석래시인은스스로우주의중심이되어사물을만나고특정한사건들을연출한다.시인이시속에불어넣는숨결은자신의숨소리이며감각이며맥박이다.이것은자신의느낌과생각이다.작품속에자신을발견할수없다면그작품은껍데기에불과할것이다.하나의유기체가되기위해서시인은생명력을불어넣으며그생명력은곧시인의느낌이나생각이되는것이다.그래서시인이대상을어떻게만날것인가는시를어떻게쓸것인가와다를바없는모습이다.

거리에서만난숱한웃음소리보다
입술맞추고싶은
타자보다잘생긴별
하얀밤흰포말이는달빛미소닮았다
시들지않은웃음
혈기도는푸른시절
새하얀방울이날듯깨침꽃이피었다

흰치아다드러낸오월여왕얼굴이다
스물다섯수술
다섯암술양성화
순백색꽃을피운작은만두닮은열매
함박꽃꽃눈으로웃는
미소짓는비구니다

-「화장사가침박달꽃」전문

가침박달꽃은중국과우리나라에만사는세계적인희귀종으로천연보호수다.장미과에속하며진한향기와화려한자태가사람들눈을끌기에차고넘친다.잎은어긋나고꽃은촛대같이우뚝서서우아하고화사하기그지없다.청주시내화장사경내에핀가침박달꽃을만난감회를풀어낸작품이다.화자는꽃앞에서경건해진다.그꽃은스님들이깨우침에이르렀을때갖는표정을지니고있기떄문이다.그꽃은거리에서만나는숱한사람들의미소보다가서입술맞추고싶은잘생긴별이기때문이다.꽃은하얀밤포말이는달빛미소를닮았다.그미소는시들지않으며혈기도는젊은시절새하얀방울이날듯깨우침꽃으로핀것이다.그꽃은하얀치아를다드러내고웃는여왕의모습처럼근엄하고품위있는자태를갖고있다.스물다섯의수술과다섯암술을가진순백색의꽃은만두닮은작은열매를단다는과학적관찰기록을하게된다.그꽃은함박꽃에맺힌꽃눈으로미소짓는비구니모습인것이다.꽃을수식하는말로는‘입술맞추고싶은별’이며‘흰포말이는달빛미소’이며‘시들지않는웃음’‘형기도는푸른시절’이며‘깨우침에도달한꽃’이며‘오월여왕얼굴’이다.‘함박꽃꽃눈으로웃는비구니’라는것이다.참아름다운수식어들을시인은발견해낸것이다.이는시적화자를완벽하게가침박달꽃에빙의되지않고서는일궈낼수없는은유인것이다.독자들은라깡이제안한끊임없는‘욕망의미끄러짐’현상을목격하고있는것이다.다음시에들면더깊어지는욕망의현실을발견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