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행복한가 (명은애 시집)

그래서 행복한가 (명은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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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명은애 시인은 2012년 《청옥문학》으로 등단하여 『그대 가까이』, 『시간은 디자인된 삶을 재단한다』, 『본질에 빠지다』, 『봄비 연인』, 『벌목공에게 숲길을 묻다』 등의 시집을 상재한 바 있으며 2025년도 《녹색문학상》을 수상한 명은애 시인의 이 작품집은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절제된 감성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연전에 명은애 시인은 십수 년을 함께 해 온 반려견을 잃었다. 그 상실감으로 서너 달 여를 가슴앓이를 했다 전한다. 지니고 다니던 조그마한 만년필 하나도 애착을 갖고 사용하다가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동반한다. 하물며 여러 수십 년을 함께해 온 동행과 헤어져 다른 길을 가야 할 때의 상실감은 무엇으로도 메꿀 수가 없을 것이다. 명은애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는 것은 상실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반성하며 행복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우리네 여인들의 전통적 한에 기댄 이별을 주제로 삼는다. 그러나 지나친 감정의 노출 없이 깊고 깊은 상실감을 적절하게 그려 낸다. 자신의 탓이 아닌데도 자신을 돌이켜 보며 자신의 부족으로 만들어진 상실감으로 여기면서 그 상실감에 틈을 내어 차원이 다른 이별의 정서를 보여준다.
저자

명은애

부산출생
2012년계간《청옥문학》등단
한국문인협회,한국산림문학회회원
부산문인협회연수이사,사하문인협회부회장
불교문인협회,새부산시인협회사무국장
2021년한국문입협회회장상
2022년부산문학상우수상수상
2023년부산문인협회이사장상수상
2024년한국해양문학상우수상수상
2025년녹색문학상수상

시집
『그대가까이』
『시간은디자인된삶을재단한다』
『본질에빠지다』
『봄비연인』
『벌목공에게길을묻다』

목차

목차…4
자서…3

제1부

마르지않는자리…11
흔들리는식탁…12
그대님은거리…13
뜰안에머무는빛…14
다대포노을정…15
보랏빛엽서에게…16
물문장…17
건망증…18
종이인형…20
찰나…21
목마가있는골목…22
보이지않는길…24
검은우주…25
나를사랑하는나…26
사진한장에묶인날…28
그래서행복한가…29
독백…30
지금부터아프기로한다…31
정동진역…32

제2부

한계령·1…35
한계령·2…36
상수리나무…37
물안개너머…38
은애빵집…40
감자꽃…41
이별여정…42
구상나무…44
달력…45
마른장마…46
경계에핀꽃으로너를읽는다…47
마지막문장이가라앉은밤…48
복날…49
사이를당기는밤…50
세시십이분…51
영도송도…52

제3부

이끼의시간…55
이끼눈물…56
이끼에게…57
암생이끼…58
빗자루이끼…60
깃이끼…61
솔이끼…62
자카란다연서…63
잃어버린향기…64
그대기다리는숲…65
가슴에라일락…66
느티나무숨결…68
자작나무언덕…69
이팝나무꽃흩날리면…70
거먹숲…71
파도가들려주는한마디…72
고사목…74
닫힌문…75
일어서는갈대밭…76
넘어지다…77
자작나무숲다비…78

제4부

일어서지않는시간…81
소복한도시…82
피비루스…84
열정속으로…86
비의속살…88
달빛안부…89
길고양이…90
불꽃바다…92
노을,그분탕한…93
갈대의눈빛…94
어느날갑자기…95
나는누구인가…96
동거…97
가슴에비…98
불빛심장…100
남몰래울어주는그림자가있다…101
가슴을횡단하는병…102
다대포에가면…103
북극성을품은백합나무…104
두개의얼굴…105
굴참나무…106
빗밤…107

해설/상실감에낸틈과생명시학·강영환…108

출판사 서평

달력숫자를세다12월31일밖에서멈춘다
32일로가는길목마다지워지지않는말들이앉아있다
그렇게쉽게지워질사이는아닌데
시간은흘렀어도마음은아직그자리에묶여있다
때로는시간보다의자가먼저손을놓아야한다는데
나는아직문고리를쥔채서있다
사람이무섭거나무서워지려고하거나
금간그릇은물소리에도몸을떨고
패인상처는스치는눈빛하나에도살결을움츠린다
다시아프면한없이무너질것같아
지금아프기로한다
열이나는것도아니고기침이나는것도아니지만
가슴이자꾸만젖어들어몸이따라눕는것이다
여행가방을꾸릴시간
나는변명을접어넣는다
몸보다먼저가슴이앓고있다는말은
끝내적지못한채아프기로한다

-「지금부터아프기로한다」전문

마지막달력이벽에남아있을때다가오는새해를기다리는마음으로남은날을미리세어보다가세는날들이12월31일밖으로넘어선다.31일밖에있는날은32일이다.그러나달력에는32일이없다.그런데도32일로가는길목마다지워지지않는말들이앉아있다.우리의의식속이며상상속에서다.그말들은쉽게지워질사이는아닌데시간은흘러갔어도마음은그자리에묶여있다.때로는시간보다의자가손을놓아야하는데그러지못해서나는새해로들어서지못하고아직12월의문고리만잡고서있다.
의자는내가앉은자리,즉나의존재를드러내는도구다.내존재는아직12월에남아있다.문고리를놓지못하고떨고있는것은사람이무섭거나무서워지거나둘중하나다.금이간그릇은물소리에도금이더갈라질까봐몸을떨고상처는스치는눈빛하나에도살결을움츠린다.다시아프면한없이더무너져내릴것같아지금아프기로한다.미래에다가오는아픔보다매를먼저맞겠다는심산이다.지금의아픔이미래의아픔보다는덜하겠다는예상을하는작심에는지금열이나는것도아니고기침이나는것도아니지만가슴이젖어들어몸이자꾸따라눕기에지금아프기로작정한것이다.이아픔의치료약은여행이어서가방을꾸리면서여행을가는변명으로아프다는걸접어넣는다.그변명은몸보다가슴이앓고있다는말이지만끝내여행계획서에적지못하고그냥아프기로한다는의도적환상임을안다.이렇게예고를해서아픈병은이지상에는없다.시적화자는여행이가고싶어병을앓고싶을뿐여행을가는이유를만들기위해스스로아프기로한것이다.


명은애시인의이번작품에는한과이별의정한만이있는것은아니다.우리삶이가진무게를시를통해끌어내기도한다.시는시인이바라보는세계를드러낸다.세계를바라보는시인의느낌이나생각을통해생명에대한존중을엿볼수가있다.

바람난회오리버드나무숲을삼킨다
그때마다가지는속없이흔들린다
그렇게허리꺾이며산다
그래야만남을수있다
바람이눈을찌를때마다
눈썹이빠지고눈시울이짓무른다
나를찾기위해서라도남몰래
가는선으로나이테를긋는다
섬섬한둥치등돌린밤이면
발등에떨어진가지,뒤척이는잔별탓하고
날개가없거나다혈질이아니거나열매는
꽃잎없는꽃,옆모습을훔쳐본다
햇살속에서오래몸을비우고
뼈에바람을불러들인다
동공에버드나무꽃을채운나는
안으로각세운뼈거품헤아리며
차갑지도뜨겁지도않은내입술로
꽃을만나따뜻해진다
뿌리가숨쉰다그래서묻는다

-「그래서행복한가」전문

바람난회오리는무엇을말하려는것인가.회오리는바람이다.바람이바람났다는의미는말하지않아도번외의사랑에빠졌다는말일것이다.평상시바람이아닌번외의거칠고질서가무너진바람이버드나무숲을삼킨다.나뭇가지는속없이흔들린다.버드나무는바람에허리꺾이며산다.그래야만살아남을수있다.바람이눈을찌를때마다눈썹이빠지고눈물에눈시울도짓무른다.그런아픔속에서나를찾기위해서는남몰래속에다가는선이라도나이테를그려넣는다.나이테는자신의존재감을의미하리라.나무에게나이테는존재를알리는도구다.섬섬한둥치가등돌린밤이면발등에떨어지는가지가있고잔별을탓하거나날개가없거나다혈질이아니거나열매는꽃잎없는꽃옆모습을훔쳐본다.버드나무는햇살속에오래몸을비우고뼈에바람을불러들인다.세월에순응해살아가는것이다.동공에다버드나무꽃을채운화자는안으로각을세운뼈거품이얼마나많은지헤아리며차갑지도따뜻하지도않은감정없는내입술로꽃을만나따뜻해진다.그때뿌리가숨을쉰다.그래서묻는다.행복한가.이시는결과에대한물음만남고과정은삭제된다.시인은사람들이추구하는행복이만들어지기까지의과정에물음을던진다.결과만남아있고삭제된과정속에는숱한이야기들이존재한다.그숱한이야기들은독자의몫이다.독자들상상력의몫으로돌린것이다.예를들면바람이버드나무를거세게흔든다.그래서바람은행복한가?이며‘익은홍시가떨어져감나무아래에누워입벌린노인얼굴이홍시범벅이된다.그래서행복한가’이렇듯숱한사실들이그래서앞에존재하며그과정은뒤에숨는다.제목을‘그래서’라고붙인것은이말은이미모든사실들이결론에이른상황을나타내는말이다.‘그래서어쩌란말인가’라든가‘그래서넌행복한가’와같이되물어서그런상황을발생시킨화자를떠난이에게결과를추궁해보고싶은속내를은연중에드러내고있음이다.그것을명은애시인이의도적으로조작해현대인들의사고행위를시험에들게한다.결과에대한과정의접근방식으로차용한시적언술이재미를준다.시를쓰면서이런재미하나쯤갖고싶다.2025년녹색문학상수상작품집인『벌목공에게숲길을묻다』에서보여준위트와뉘앙스를담은역설을이번작품집에서도보여줌으로써시인의시적표현의역량을짐작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