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가까운 사람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지 않나요?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화를 내고, 고마우면서도 부담을 느끼는 사이를 오가며 살아갑니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아이가 남긴 흔적을 치우다 보면 문득 숨이 내려앉는 저녁, 답장 하나에 하루의 감정이 뒤집히던 연애 시절, 부모님의 안부 전화가 반갑기보다 업무에 눌린 하루 끝에서 잠시 버겁게 느껴졌던 순간들. 서운함과 미안함이 뒤엉켜 ‘어디서 어긋나기 시작했을까’를 되묻게 되는 그 자리 위에, 이 책은 살며시 손을 올려놓습니다.
당시 현역 해병 상사였던 저자는 모든 휴가를 모아 43일의 국외 여정에 들어갔습니다. 휠체어를 탄 형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기로 한 결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라 불렀고, 시간이 흐르며 ‘형님’이 되었으며, 끝내 ‘형’이라 부르게 된 사람과의 길이었습니다. 그와의 떠남은 군대의 규율과 가족의 책임, 조직의 질서를 잠시 내려두고 한 사람이 품은 의지 앞에 서 보기로 한 일이었습니다. 두 발과 네 바퀴가 같은 길 위에 선다는 것. 비포장 흙길과 긴 오르막을 함께 넘는다는 것. 그것은 말처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형의 속도에 발을 맞춘다는 건 보폭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익숙해 온 걸음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순례길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여러 번 흔들립니다. 한 사람은 감정을 안으로 눌러 담았고, 다른 한 사람은 말을 꺼내기까지 긴 시간을 건너야 했습니다. 같은 말도 서로 다른 온도로 스며들었습니다. 계단 몇 칸, 식당 의자 사이의 간격, 도로의 턱 같은 구조물들은 극복하지 못할 장애라기보다 잠시 멈추게 하는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진짜 간격은 눈에 보이는 곳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벌어졌습니다. 이어지지 않는 말과 길어지는 침묵 속에서, 그는 혼자 의미를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이게 당연한 일인지, 괜히 예민해지는 건 아닌지, 말해야 하는지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를 여러 번 검열하는 사이, 틈은 조금씩 깊어졌습니다.
앞서기도 하고, 뒤에서 속도를 맞추기도 하는 동안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지만 마음은 쉽게 닿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발걸음과 바퀴의 진동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문득 이렇게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내 곁의 사람과 같은 속도로 걷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을 품은 채 걷던 어느 날, 순례길의 한가운데, 철의 십자가 앞에서 그는 가방에 달아온 작은 명찰을 떼어 들었습니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장병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었습니다. 수백 킬로미터의 바람과 흙먼지를 지나며 색은 바래고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십자가 기둥에 조용히 기대어 두었습니다. 손끝에 남은 거친 결을 쓸어보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멈춰버린 시간 하나를 이곳에 잠시 세워 두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켰습니다.
『너니까 하는 거야-함께 간다, 끝까지』는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동안 드러난 마음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강함을 찬양하지도, 극복을 선언하지도 않습니다. 오래 붙들어 온 ‘강해야 한다’는 믿음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무엇을 끝내 놓지 않으려 했는지를 담아냅니다.
끝까지 버틴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끝까지 지워지지 않으려 했던 한 사람의 시간입니다.
삶은 덜어내기보다 쌓여갑니다. 함께 걷기 위해 고른 선택들은 그 위에 겹쳐집니다. 누군가의 속도를 살피며 마음을 낮춰 본 적이 있다면, 이 이야기는 쉽게 지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시 현역 해병 상사였던 저자는 모든 휴가를 모아 43일의 국외 여정에 들어갔습니다. 휠체어를 탄 형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기로 한 결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라 불렀고, 시간이 흐르며 ‘형님’이 되었으며, 끝내 ‘형’이라 부르게 된 사람과의 길이었습니다. 그와의 떠남은 군대의 규율과 가족의 책임, 조직의 질서를 잠시 내려두고 한 사람이 품은 의지 앞에 서 보기로 한 일이었습니다. 두 발과 네 바퀴가 같은 길 위에 선다는 것. 비포장 흙길과 긴 오르막을 함께 넘는다는 것. 그것은 말처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형의 속도에 발을 맞춘다는 건 보폭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익숙해 온 걸음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순례길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여러 번 흔들립니다. 한 사람은 감정을 안으로 눌러 담았고, 다른 한 사람은 말을 꺼내기까지 긴 시간을 건너야 했습니다. 같은 말도 서로 다른 온도로 스며들었습니다. 계단 몇 칸, 식당 의자 사이의 간격, 도로의 턱 같은 구조물들은 극복하지 못할 장애라기보다 잠시 멈추게 하는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진짜 간격은 눈에 보이는 곳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벌어졌습니다. 이어지지 않는 말과 길어지는 침묵 속에서, 그는 혼자 의미를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이게 당연한 일인지, 괜히 예민해지는 건 아닌지, 말해야 하는지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를 여러 번 검열하는 사이, 틈은 조금씩 깊어졌습니다.
앞서기도 하고, 뒤에서 속도를 맞추기도 하는 동안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지만 마음은 쉽게 닿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발걸음과 바퀴의 진동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문득 이렇게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내 곁의 사람과 같은 속도로 걷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을 품은 채 걷던 어느 날, 순례길의 한가운데, 철의 십자가 앞에서 그는 가방에 달아온 작은 명찰을 떼어 들었습니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장병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었습니다. 수백 킬로미터의 바람과 흙먼지를 지나며 색은 바래고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십자가 기둥에 조용히 기대어 두었습니다. 손끝에 남은 거친 결을 쓸어보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멈춰버린 시간 하나를 이곳에 잠시 세워 두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켰습니다.
『너니까 하는 거야-함께 간다, 끝까지』는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동안 드러난 마음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강함을 찬양하지도, 극복을 선언하지도 않습니다. 오래 붙들어 온 ‘강해야 한다’는 믿음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무엇을 끝내 놓지 않으려 했는지를 담아냅니다.
끝까지 버틴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끝까지 지워지지 않으려 했던 한 사람의 시간입니다.
삶은 덜어내기보다 쌓여갑니다. 함께 걷기 위해 고른 선택들은 그 위에 겹쳐집니다. 누군가의 속도를 살피며 마음을 낮춰 본 적이 있다면, 이 이야기는 쉽게 지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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