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니까 하는 거야 함께 간다 끝까지

너니까 하는 거야 함께 간다 끝까지

$25.00
Description
가까운 사람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지 않나요?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화를 내고, 고마우면서도 부담을 느끼는 사이를 오가며 살아갑니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아이가 남긴 흔적을 치우다 보면 문득 숨이 내려앉는 저녁, 답장 하나에 하루의 감정이 뒤집히던 연애 시절, 부모님의 안부 전화가 반갑기보다 업무에 눌린 하루 끝에서 잠시 버겁게 느껴졌던 순간들. 서운함과 미안함이 뒤엉켜 ‘어디서 어긋나기 시작했을까’를 되묻게 되는 그 자리 위에, 이 책은 살며시 손을 올려놓습니다.
당시 현역 해병 상사였던 저자는 모든 휴가를 모아 43일의 국외 여정에 들어갔습니다. 휠체어를 탄 형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기로 한 결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라 불렀고, 시간이 흐르며 ‘형님’이 되었으며, 끝내 ‘형’이라 부르게 된 사람과의 길이었습니다. 그와의 떠남은 군대의 규율과 가족의 책임, 조직의 질서를 잠시 내려두고 한 사람이 품은 의지 앞에 서 보기로 한 일이었습니다. 두 발과 네 바퀴가 같은 길 위에 선다는 것. 비포장 흙길과 긴 오르막을 함께 넘는다는 것. 그것은 말처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형의 속도에 발을 맞춘다는 건 보폭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익숙해 온 걸음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순례길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여러 번 흔들립니다. 한 사람은 감정을 안으로 눌러 담았고, 다른 한 사람은 말을 꺼내기까지 긴 시간을 건너야 했습니다. 같은 말도 서로 다른 온도로 스며들었습니다. 계단 몇 칸, 식당 의자 사이의 간격, 도로의 턱 같은 구조물들은 극복하지 못할 장애라기보다 잠시 멈추게 하는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진짜 간격은 눈에 보이는 곳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벌어졌습니다. 이어지지 않는 말과 길어지는 침묵 속에서, 그는 혼자 의미를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이게 당연한 일인지, 괜히 예민해지는 건 아닌지, 말해야 하는지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를 여러 번 검열하는 사이, 틈은 조금씩 깊어졌습니다.
앞서기도 하고, 뒤에서 속도를 맞추기도 하는 동안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지만 마음은 쉽게 닿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발걸음과 바퀴의 진동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문득 이렇게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내 곁의 사람과 같은 속도로 걷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을 품은 채 걷던 어느 날, 순례길의 한가운데, 철의 십자가 앞에서 그는 가방에 달아온 작은 명찰을 떼어 들었습니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장병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었습니다. 수백 킬로미터의 바람과 흙먼지를 지나며 색은 바래고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십자가 기둥에 조용히 기대어 두었습니다. 손끝에 남은 거친 결을 쓸어보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멈춰버린 시간 하나를 이곳에 잠시 세워 두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켰습니다.
『너니까 하는 거야-함께 간다, 끝까지』는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동안 드러난 마음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강함을 찬양하지도, 극복을 선언하지도 않습니다. 오래 붙들어 온 ‘강해야 한다’는 믿음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무엇을 끝내 놓지 않으려 했는지를 담아냅니다.
끝까지 버틴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끝까지 지워지지 않으려 했던 한 사람의 시간입니다.
삶은 덜어내기보다 쌓여갑니다. 함께 걷기 위해 고른 선택들은 그 위에 겹쳐집니다. 누군가의 속도를 살피며 마음을 낮춰 본 적이 있다면, 이 이야기는 쉽게 지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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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현승

저자신현승은20년간해병대부사관으로복무했다.명령보다앞서책임을붙들었고,흔들림이허락되지않는자리에서버티는시간을통과해왔다.사람들은그를강한사람이라불렀다.그말이쌓일수록그는오히려한발물러나자신을뒤에두었다.
"나는왜늘마지막에나를두는가."
2023년,그는모든휴가를모아휠체어를밀며산티아고순례길800km에들어섰다.비포장길에서는바퀴가빠지지않을틈을찾고,오르막에서는숨의간격을나누며속도를맞췄다.방향은같았지만속도는달랐다.'함께'라는말은누군가를대신해짊어지는결심이아니라,서로다른무게를인정한채같은쪽을바라보는선택에가까웠다.
길위에서돌아온뒤에도삶은크게달라지지않았다.같은출근시간,같은보고,같은명령.그는다시조직의시간표안에섰다.달라진것은단하나였다.질문을더는미루지않았다는사실.
그질문은결국문장으로향했다.오래버티는일만으로는설명되지않는시간이있었고,책임의이름으로밀려났던자신을다시불러세울언어가필요했다.글은감정을털어놓는배출구가아니라,스스로를지우지않기위해남겨두는자리였다.누군가의등을밀어주는문장을쓰기전에,먼저자신의발이딛고설땅을확인하는일이었다.
그러나현실은단순하지않았다.야근과당직이겹친날이면글은가장먼저밀려났다."이게내한계인가."쓰다멈추기를반복했고,멈출수록문장은더짧아졌다.짧아진문장사이에서그는깨달았다.오래버티는방식만으로는자신을지킬수없다는사실을.그래서견디는시간을늘리는대신,남겨두어야할것을정하기로했다.스스로를지우지않는쪽으로.
2025년전역후그는고철현장에서한낮을보낸다.절단기의불꽃이튀고,쇳덩이가부딪히는소리가공기를가른다.손에남는것은금속의진동과무게다.쇳덩이를옮길때마다팔과어깨에힘이실리고,그무게는하루의길이를가늠하게한다.그자리에서그는생각한다.사람을지치게하는건약함이아니라,멈춰설기준없이흘러가버리는시간일지도모른다고.밤이되면그는책상앞에앉아낮에미뤄둔문장을다시꺼낸다.낮에들었던쇳소리와밤의고요가겹치는자리에서,그는다시자신의이름을적는다.
그의글은성공담이아니다.극복을외치는구호도,개인의의지를치켜세우는이야기도아니다.대신구조를향해질문을던진다.왜우리는오래버티는일을미덕으로배워왔는가.책임과기대가겹쳐질수록,왜가장먼저자신을접어두는가.
《너니까하는거야-함께간다,끝까지》는완주를증명하려는기록이아니다.속도가다른사람과나란히걸으며,끝내자신의걸음을놓지않으려했던시간에더가깝다.이책은무너지지않기위해애써온사람들의자리에서,우리가무엇을붙들고살아왔는지돌아보게한다.그리고묻는다.버티는일은언제부터자신을지우는일이되는가.
당신은지금,누구의기준으로하루를버티고있는가.그하루속에,당신은얼마나남아있는가.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PART1ㆍ함께라는말의시작
사우나에서시작된작은질문
길위에서마주할답
길을준비하는마음의시간
PART2ㆍ함께걷는다는것의현실
관계는맞추는것이아니라,함께하는것
다른속도,다른방향
우연의얼굴,마음의시선으로
길위의선택,함께간다는것
PART3ㆍ다름을이해하는시간
한계를넘어,피레네
동행의끝,혼자걷는법
홀로걷는시간,나와마주하다
순례길이아니면길이아닐까
속도를맞추는법
아직,용서할수없기에걷는다
휠체어,버팀의끝에서
라면한그릇,같이먹을수있을까?
마음이먼저미끄러질때
예기치않은정지선
같은곳을향하여
PART4ㆍ길위에서마주한세계
이곳은우리를위한곳이아니다
통과하지못한600m
서툰마음을안고걷는다
나는함께걷는사람인가?
길을잃는것도,결국길의일부다
길위에서우리는"함께"일까?
순례자의길,도전자의길
기억되는것
라면하나에담긴온기
우리는함께가고있었을까?
"형은말없이,나는말로"
관계의고민,함께걷는일
부딪침을피한다고갈등이사라지는걸까?
PART5ㆍ익숙함의끝에서,이별을배우다
철의십자가,기억의무게
멈추지않는법
예상치못한순간,관계는변한다
순례길에서마주한뜻밖의선물
길위에서,경계를넘어
기억될수있다면
사랑은길을따라흐른다
사랑은,가장가까운거리에서가장어려운것
돌봄의무게를견디며,나를돌아본날
함께,그말의무게
기묘한동행,그리고약속
PART6ㆍ서로의걸음으로완성되는길
길위에서,함께걷는법
익숙해질때,이별이다가온다
오늘이다.순례길의목적지
마지막을조심해야했다
도착,그리고우리를기다리는사람들
친구라는말이남긴자리
이책을읽을당신에게
에필로그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는오랫동안'잘버티는사람'이되기를배워왔다.조직은책임을강조했고,관계는이해를요구했으며,사회는쉽게무너지지않는태도를성숙이라불러왔다.그러나그과정에서스스로를지키는기준에대해서는거의묻지않았다.이책은바로그지점에서멈춘다.오래버티는삶이아니라,무엇을지키며버틸것인가를다시묻는다.
『너니까하는거야-함께간다,끝까지』는그질문을다시꺼내는책이다.강함을찬양하지도,극복을선언하지도않는다.대신우리가오래붙들어온'강해야한다'는믿음의방향을차분히되짚는다.오래버티는사람을더믿음직하다고여겨온기준,참고견디는일을성숙이라불러온관성,배려하는동안점점희미해지는자신의자리까지.
이책은순례의기록에서출발하지만성취를전면에내세우지않는다.속도를맞춘다는것은누군가를대신해주는일이아니라서로를지우지않는방식일수있음을보여준다.도움은앞에서끌어당기는힘이아니라,곁에남아보폭을맞추는움직임으로그려진다.완주의환호대신멈춰서서방향을다시묻는장면들이반복되며,강함의기준은조금씩이동한다.끝까지버티는힘에서,관계안에서도자신을잃지않는기준으로.강함은오래견디는능력이아니라,무엇을끝내내려놓지않을지스스로정하는결단에놓인다.
이책이향하는독자는분명하다.늘먼저감당해온이들,무너지지않는것이의무였던이들,괜찮은사람으로남기위해스스로를뒤로미뤄온이들.하루는끝났지만집문을닫는순간에야어깨가무거워졌던이들."괜찮다"는말을건넨뒤,혼자남은자리에서마음이낮게가라앉던이들.

이책은위로로마무리하지않는다.대신독자앞에질문을남긴다.버티는일은언제부터스스로를지우는일이되었는지,강함은단단함이아니라방향에서비롯되는것은아닌지,우리가끝까지붙들어온기준은과연우리의것이었는지.
당신이붙들고있던강함은누구를위한것이었는가.
그안에,당신은얼마나남아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