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밥 (심혼을 위한 시 양식)

시밥 (심혼을 위한 시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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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은 묻는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먹었는가.
밥이 몸을 살리듯, 시(詩)는 심혼(心魂)을 살린다.
열두 번의 시집을 펴내는 동안 최수호 시인이 한결같이 지켜온 믿음이 있다. "사람은 한 권의 경전이 있듯 누구나 씨앗 한 개를 갖고 있다"는 것. 그 씨앗을 길러내는 일이 곧 시를 쓰는 일이고, 그렇게 조리된 시가 바로 『詩밥』이다.
이성의 시대, 문명으로 세련된 도시에서 영성은 증발하고 문자는 유행이 지난 옷처럼 외면받는다. 그럼에도 이 시인은 멈추지 않는다. "누구인지도 모르게 내 옆에서 시를 써주는 듯 절로 신명이 나는" 경지에서, 언어의 박물관 깊숙이 잠들어 있던 '등황색, 이숙(異熟), 시마(詩魔), 매지구름, 파천황(破天荒), 말리(茉莉)꽃, 이불(泥佛)' 같은 어휘들을 불러내어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시인은 스스로를 "눈멀고∼마저 빛 부신 눈부처로/ 신들린 듯 시를 짓"는 존재라 부른다. 시신(詩神)의 말을 받아 전하는 강신무(降神舞)처럼, 그의 시는 넋두리이자 방언이며 기도이다. 「침묵의 시, 그 대화」에서 "오! 하느님 태양이 솟는/ 새벽처럼 시를 쓰겠습니다"라고 다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열두 번의 시집을 거쳐온 시인의 숙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대신 상징과 환상을 덧입히고, 판화시집·웹툰·디지털 감각 등 시각 예술의 현대적 감수성으로 인간 존재를 탐색해온 최수호 시인. 그가 이번에 차려낸 밥상 위에는 광기(狂氣)와 신명, 고독과 구도(求道)의 향기가 그득하다.
저자

최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