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말하지못한이야기가있다
말해도이해받지못할것같아삼킨말이있다.다큰자식이전화를받지않는다는말.십년전에떠난사람을아직도생각한다는말.매일아침마주앉는그얼굴이죽도록싫다는말.남들다하는걸나만못하고있다는말.검사결과를듣고병원주차장에서한참을못나왔다는말.
그런말은쉽게꺼내지못한다.못난사람이될것같아서,다들잘사는데나만이러는것같아서삼킨다.삼키고웃고출근하고밥을차리고잠자리에누워천장을본다.
이책은그렇게삼켜온말들의목록에서시작한다.그리고첫장에서이렇게말한다.
‘당신이이상한것이아니다.사람이라서겪는일이다.그마음에는이미이름이있었다.’라고.
팔고(八苦),이천오백년전에붙여진이름
태어나고.늙고.병들고.죽는일.사랑하는이와헤어지고.미워하는이와마주하고.구해도끝내얻지못하며이몸과마음을나라고믿는일.여덟가지고통이라는뜻의팔고다.2500년전에붙은이름인데오늘우리가겪는일이여기서한치도벗어나지않는다는것이놀랍다.스마트폰이생기고수명이두배로늘고세상이몇번을뒤집혔어도사람이아파하는이유는그대로다.
그래도작은위로가생긴다.내고통이개인의실패가아니라인간의조건이었다는것을알때숨이쉬어진다.‘나만이런게아니었구나.나는보통의사람이었구나.’라는위안이이책이독자에게건네는첫번째지혜다.
삼십년동안같은자리를지킨사람
그여덟에대한답을건네는명상가채환은귓전을두드려생각의흐름을끊는귓전명상을창안했다.방석도향도자세도필요없이누구나그자리에서할수있는방법이다.어렵게만들지않은것은그가만난사람들대부분고요하게앉아명상이란걸할여유조차없는상태로찾아왔기때문이다.
마음이무너진채찾아와어디에도못다한이야기를꺼내놓고돌아갈때다른얼굴이되어있던사람들.유튜브채널〈귓전명상채환TV〉에도매일같은사연들이쌓였고그는그하나하나에답했다.이책은그답들가운데가장자주반복된물음들이다.
이책이여느위로의책과다른지점은반드시한걸음을더가게한다는데있다.자식이마음대로되지않아괴로운것인지,자식이내뜻대로되어야한다는생각이괴로운것인지를갈라보여준다.미운사람때문에괴로운것인지,미워하는마음때문에괴로운것인지를되묻는다.떠난사람이그리운것인지,그사람과함께였던내가그리운것인지를짚는다.이구분이들어오는순간독자는이상한경험을한다.고통이사라지지는않았는데무게가달라진다.삼십년을짊어지고온짐이사실은내가붙들고있던것이었음을알게되기때문이다.저자는그짐을내려놓으라고하지않는다.다만그것을지고있는자가누구인지한번만돌아보라고한다.
읽다보면어느대목에서눈이멈춘다.내이야기를어떻게알았을까하는문장이나온다.그순간이이책은자기의일을시작한다.
말이쉬워서끝까지읽힌다
책에는경전용어가없다.어려운개념도없다.저자는사람들이실제로쓰는말로묻고그말로답한다.‘한분이제게이런사정을들고오셨습니다.’라며문이열리고곧바로답이이어진다.명상책을펼쳤다가몇장못가덮어본사람이라면이차이를안다.이책은아는사람을위해쓰이지않았다.지금아파서뭐라도붙잡고싶은사람을위해쓰였다.
엮은이는저자의강연과상담자료를분류해이책을엮었다.저자의말이가진구어의결을그대로살렸고흩어져있던답들이하나의흐름을이루도록배열했다.읽는사람이어느페이지를펼쳐도자기자리를찾을수있게하기위해서다.
책속으로
세상에서가장질긴인연이무엇이냐물으면자식이라고답할수밖에없습니다.그리고가장아픈인연이무엇이냐물어도또자식이라답하게됩니다.같은답이두번나오는것은가장사랑했기에가장아픈까닭입니다.사랑이깊은만큼그인연은질기고질긴만큼우리를오래울립니다.-p.19「사랑한것인가,붙들고있었나」중에서
자식걱정에신경을곤두세우다보면눈이따갑고소화가막히고속에가스가차고잠이자꾸얕아집니다.여기저기안아픈데가없어어디가크게고장났나덜컥겁이나기도합니다.그러나실은마음이미처풀지못한것을,몸이대신끌어안고앓는것입니다.몸은거짓말을하지못합니다.마음은괜찮은척,견딜만한척할수있어도몸은그러지못합니다.그러니몸이자꾸아프다는것은더이를악물고애쓰라는신호가아닙니다.도리어이제그만좀내려놓고너자신을돌보라는몸이보내는다정한신호입니다.그신호를나무라지말고가만히귀기울여주십시오.-p.46「몸은거짓말을하지못한다」중에서
부모가자식에게줄수있는가장큰선물은‘너는사랑받을자격이있는아이다’이한마디를그무의식에깊이심어주는것입니다.사람은자기가사랑받을자격이있다고여기는딱그만큼만사랑을받습니다.‘나는사랑받을자격이없다’고여기면사랑이곁에와도알아보지못하고,‘나는충분히귀하고사랑받을존재’다하면그사랑이자꾸만찾아옵니다.-p.60「손을펴야모두가산다」중에서
작은먼지하나에온우주가담겨있다는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는말처럼마음하나가환히열리면그한사람이온세상을밝힙니다.키가작고얼굴이크고학벌이어떻든,그것은정말중요한것이아닙니다.남이제멋대로매긴잣대로나를재는그순간,우리는제손으로제빛을끄는것입니다.옛어른들이먹고살기바빠사랑을살뜰히챙겨주지못했을뿐이지,결코내가본디못난존재여서가아닙니다.그작은촛불같은자신을,부디업신여기지마십시오.
-p.80「부모를원망하는마음」중에서
후회는누구에게나있습니다.후회없는삶이란어디에도없습니다.후회는인생의한조각이자,도리어나를키우는스승이기도합니다.다만수행자는후회에오래머물지않고참회로넘어갑니다.후회는뒤늦은뉘우침에그치지만참회는뉘우치고다시는그일을반복하지않겠다는정진의힘을품습니다.그리고후회도미움도,끝내다감정일뿐입니다.감정은항상하지않고늘변합니다.감정무상입니다.변할것에마음을단단히붙들어둘까닭이없습니다.
-p.92「형제,가장가까웠던남」중에서
그런데우리는이별을자꾸끝이라부릅니다.바로거기서고통이생깁니다.이별이라는그한마디에,우리가스스로마음에마침표를찍는것입니다.그러나돌이켜보십시오.첫사랑에헤어질때도며칠을굶고눈물로베개를적셨지만그상처도끝내아물고또다른인연을만나지않았습니까.만남과헤어짐은손바닥의양면이요,동전의양면입니다.만남이있으면헤어짐은불보듯따라옵니다.우리는사실매일매일작은이별을하며삽니다.그러니이별은끝이아니라또다른시작입니다.이별을하고나면그사람에게로향하던마음의화살이갈곳을잃고허공을떠도는데그화살을가만히거두어나에게로돌리는것,그것이곧새로운출발입니다.그동안온통그사람에게쏟던마음을이제나에게돌려주는것입니다.
-p.125「사랑은본래이별로갑니다」중에서
인연이없으면외롭다하고,인연이생기면그사람때문에힘들다하고,그인연이또떠나가면다시외롭다합니다.많이먹으면배부르다싫고,적게먹으면배고프다싫고,비가오면햇볕을바라고,햇볕이나면자외선을탓합니다.이것이우리마음입니다.그러니그간사한마음이또올라올때‘아내마음참재밌구나’하고가만히지켜보면됩니다.
-p.172「가장가까운사람이가장아픕니다」중에서
인생은한송이꽃과같습니다.꽃이피어야비로소열매가맺히는데우리는꽃을다건너뛰고열매부터바랍니다.그러나꽃이피고또져야,비로소열매가됩니다.이제막피기시작한데서열매를조급해하지마십시오.모든것에는과정과단계가있습니다.지금이순간이,바로그꽃을피우는때입니다.그러니아직열매가없다고자신을탓하지마십시오.지금당신은,꽃을피우고있는중입니다.
-p.291「태어남,그자체가기적입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