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의 방식

어떤 죽음의 방식

$20.13
Description
◆ 2023 영국 왕립 인류학회 공공 인류학상 수상작

사랑하는 이가 스스로 택한 죽음
그 거대한 심연을 이해하고자 기억의 지층을 파내려가는
한 고고학자의 치열한 기록
고고학자 세라 탈로가 자신의 배우자의 죽음을 통과하며 써내려간 회고록 『어떤 죽음의 방식: 사랑과 상실의 고고학』이 복복서가에서 출간되었다. 영국 레스터대학교의 역사고고학 교수인 세라 탈로는 평생을 죽음과 매장에 대한 고고학 연구에 헌신해온 학자다. 수천 년 전, 수백 년 전의 묘지와 유적지를 오랜 시간 탐사하며,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방식, 남겨진 자들이 죽은 자와 자신의 관계를 보살피는 방식 등에 관해 수십 편의 논문과 책을 써왔다. 그런 그녀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마주하며 그 진통의 한가운데를 통과해온 과정은, 결코 추상화될 수 없는 죽음의 본질을 살갗으로 느껴야 했던, “죽음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본” 시간이었다. 탈로의 남편이자 같은 고고학자인 마크 플루체닉은 뇌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진행성 신경질환을 앓아오다가 투병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경험은 탈로를 뿌리째 흔들어놓는다.
갑작스레 맞닥뜨린 상실 앞에서, 기억의 지층을 고고학적으로 탐사하듯 이 책에서 탈로는 마크와 함께했던 기억들, 마크가 병으로 쇠약해지며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던 과정, 그의 마지막 선택과 ‘그날’의 황망했던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간다. 그러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고고학 분야에서 논의되는 죽음과 상실에 대한 학문적 이해와 유려하게 연결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선택과 죽음을 다룬 내밀하고도 치열한 기록을 통해, 죽음과 상실, 돌봄, 사랑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며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은 2023년 영국 왕립 인류학회에서 수여하는 공공 인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생생하고 감동적인 회고록에서 고고학자 탈로는 남편의 죽음 이후 자신의 슬픔을 다뤄나가며 역사 속의 장례 의식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 그 결과, 슬픔에 대한 일반적인 회고록과는 달리, 신선할 정도로 강인하면서도 여전히 부드러운 정신을 지닌 새로운 방식의 회고록이 탄생했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저자

세라탈로

SarahTarlow
고고학자이자저술가.1967년영국에서태어났다.1989년셰필드대학교를졸업하고,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1990년에석사학위를,1995년에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레스터대학교
역사고고학교수로,특히죽음과매장에대한고고학연구로가장잘알려져있다.탈로의연구는영국과북유럽의역사고고학에중점을두고있으며,옥스퍼드핸드북시리즈의『죽음과매장의고고학에관한옥스퍼드핸드북』을비롯하여죽음과매장연구와관련된여러권의책,저널,선집을출판했다.2016년같은고고학자인남편마크플루체닉이진행성신경질환으로투병중에자살로생을마감했다.『어떤죽음의방식』은탈로의첫번째회고록으로,남편마크를간병하던기억과그의죽음에대한이야기를다룬다.

목차

작가의말

1병든사람을위한연고
2이야기를끌어나가는다른여러방법
3너무많이사랑한고고학자들
4상실의고고학
5다시메우기
6중기구석기의연민
7주차장의성리처드
8철기시대의문제적물건
9테르미누스안테퀨
10사천살의사지마비환자
11현장학교
12블루피그
13아마도한명,하지만확실히는모름
14양립할수없는믿음들
15펠로데세
16카파코차
17땅의인류학
18사별의슬픔과헤드헌터의격분
19무덤Bj581
20틀니의역사
21두번째유해
22수렵채집인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상실의잔해속에서건져올린
좌절과연민,그리고숨은사랑의기억들

2016년5월의어느화창한아침,탈로는아이들과함께남동생가족의집에서하룻밤을보낸후집으로돌아온다.오자마자마크를찾지만,불러도그는대답이없다.마침내마크의방에들어선탈로는,그가침대위에서차갑게죽은채누워있는것을발견한다.그녀와아이들이집을비운사이그가홀로죽음을택한것이다.
마크의죽음을이해하기위해,그거대한심연에다가서기위해,탈로는기억이라는상실의유적지를발굴하며그의죽음에이르기까지의과정을세심하게복원해간다.평온하던그들의삶은마크에게갑작스러운신경질환이닥치면서위태롭게흔들렸다.병이진행될수록마크는특유의학자다운명석함도,유머감각도,자신감도,취미도,활기도잃어간다.마침내스스로걸을수도,용변을볼수도없는상태가된다.탈로는최선을다해마크를돌보지만,그가거동할수없게되면서생계와육아,고강도의간병까지홀로떠맡으며점점더탈진상태가된다.나아지지않는상황에지쳐불쑥불쑥분노에휩싸이기도하고,욕실로들어가문을잠그고몰래흐느껴울기도한다.이처럼탈로는마크에대한헌신과연민,따뜻한마음뿐아니라,어쩔수없이솟아올라오는나약함,뾰족함,못나고어두운마음까지이회고록에서솔직하게꺼내놓는다.그것은인생의늪에빠진마크의좌절과고통뿐만이아닌,자신의바닥을마주하는시간이기도했다.

그햇살환하고따뜻했던5월아침,노란깃털이불이덮인침대에서그모든일이끝나고수년이지난지금,그것이,사랑이,우리삶의쓰레기틈새를뚫고솟아오르는버섯처럼다시나타났다._344쪽

운명이내준과제와고통속에서몸부림치면서,서로를부둥켜안고각자의삶을최선을다해감당해내던날들.그것은그만큼어쩔수없이서로에게무수한상처를주는나날이기도했지만,그밑에는또한언제나사랑이깔려있었음을탈로는발견한다.무뚝뚝한마크는젊은시절수줍게건넨첫고백이후사랑한다는말을두번다시입에담지못하던남자였으나,일상곳곳에서그만의방식으로사랑을표현하곤했다.마크가혼자서갑작스럽게죽음을택한것은스스로의존엄을위해서이기도했지만,탈로를지키기위한것이기도했음을그녀는안다.마크의삶이그러했던것처럼그의죽음역시,그만의숨은사랑의방식이었음을깨닫는다.

죽음은선택할수있는것인가
죽어가는,사랑하는이의마지막선택을
우리는어떻게이해할수있을것인가

마크의고통과죽음은오늘날우리가죽음을준비하고맞이하는방식에대한깊은성찰로탈로를이끈다.무엇이좋은죽음이고존엄한죽음인가,사랑하는사람의마지막나날을좀더편하게해줄방법은무엇인가.
마크는죽어가고있었지만,두사람사이에서‘그의죽음’은그저외면하고피해야할무엇일뿐,진지한대화의화두가되지못했다고탈로는말한다.그녀는차라리“마지막에우리가서로에게더솔직했더라면”,그가원하는죽음에대해허심탄회하게이야기할수있었더라면좋았을것이라고회고한다.
마크는홀로죽음을선택했고,비밀리에계획하고그것을실행했다.탈로에게자신의생각을알리지않았다.탈로가마크의계획을알고서도그의죽음을막지못했다면,현행법상그녀는남편의자살을방조하거나돕거나부추겼다는이유로기소될위험에처했을것이기때문이다.그랬기에그는기습적으로죽어야했다.탈로는자신이무엇보다화가나는건마크가“혼자죽어야만했다는사실”이라고말한다.“그의인생에서가장힘들고가장외로웠을그순간”에그의곁에있어줄수없었다는것.작별인사조차하지못했다는것.

그가죽을때내가그의곁에앉아있었더라면얼마나좋았을까.그가의식으로부터,고통으로부터,삶으로부터툭떨어질때내가그의손을잡고있었더라면._331쪽

현대의법률과의료체계의모순을지적하며,탈로는사람은누구나자신이원하는때에원하는방식으로존엄하게죽을권리가있다고말한다.오늘날존엄사에대한다양한논의가있지만,안락사와조력사망은영국을비롯한대부분의나라에서불법이다.디그니타스가운영하는스위스의안락사클리닉같은기관이있으나,확실한‘말기’진단을받아야만도움을받을수있다.마크의병세는회복의가망이보이지않았고,하루하루나빠지며고통받았지만,병의원인이불분명했던탓에그는공식적인말기진단을받지못했다.그래서조력사망은마크의선택지가될수없었다.그런그가결국택한죽음의방식을탈로는가슴깊이존중하고,애틋하게곱씹는다.
죽음은삶의필수적인과정이며,자신의죽음,또는사랑하는이의죽음은누구나피할수없이맞닥뜨려야하는인생의과제이다.그것을적극적으로성찰하는것은결국삶을더욱사랑하고의미있게살아가기위한한방법이될것이다.상실의과정을정면으로통과하며죽음의방식을성찰하는이책은,유한한삶을살아가며사랑하는이의곁을지키는모든이들에게좋은동반자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