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과 철학 좀 하는 괴물

프랑켄슈타인과 철학 좀 하는 괴물

$13.88
저자

문명식

1964년에태어나고려대학교법학과를졸업했다.자연,환경,철학에관심이깊어이분야의다양한교양서를번역하고,어린이생태잡지[까치]에서기자로일했던경력을살려쉽고재미있는어린이책을썼다.청소년을위한철학책을오랫동안구상하다괴물을통해인간의문제를제기한19세기고전『프랑켄슈타인』의줄거리에서아이디어를얻어『프랑켄슈타인과철학좀하는괴물』을썼다.마지막원고가된『법은누군가가만든것이다』을남기고2014년1월갑작스런병으로생을마감하였다.지은책으로는『푸른별의환경파수꾼』,『조선블로그』,『국어교과서도탐내는맛있는고사성어』,『꺼지지않는등불간디』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괴물과함께‘나는누구인가?’의답을찾아가는철학소설
―2014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저작및출판지원당선작!


『프랑켄슈타인』은1818년여성작가메리셸리가열아홉의나이에쓴작품으로문학성과주제의식에서고전의반열에오른문제작이다.신의영역에도전한천재박사프랑켄슈타인과,그가창조했으나흉측한외모때문에어디에도끼지못하고저주받은삶을살아가는괴물의좇고쫓기는이야기다.줄거리자체만으로문학적완성도와재미가완벽한데,긴박하고흥미진진한이야기곳곳에만만치않은철학적질문이담겨있다.인간존재에대한,관계에대한,사회에대한그리고미래에대한끊임없는질문들.이책은『프랑켄슈타인』의스토리를씨줄로하고거기에서파생된철학적질문에대한답을찾아가는과정을날줄로하여새롭게창작한청소년을위한철학소설이다.

괴물로태어난세상,도대체어떻게해석해야할까?

사춘기가되어갑자기괴물취급당하는아이들,자기몸이괴물로변하는걸느끼는아이들.갑작스런변화로낯설게만느껴지는세상은또얼마나부조리한가?
이책은마치작가가괴물이된듯한심정으로인생의본질적인질문을붙잡고씨름하며,나를괴물로만들어이세상에던진신에게왜세상은이따위로창조되었는지,또나는왜이렇게괴물스러운지처절하게묻는다.그질문의답을찾는과정에서자연스럽게서양철학의주요개념들을접하게된다.

자기도취에빠져생명을창조했으나괴물임을알고달아난프랑켄슈타인박사,
자신의의지와상관없이태어나철저히배척당하는괴물,
그리고그사이를오가는깐족대기달인플라톤영감
이제그들의치열한철학적토론이펼쳐진다.

첫째,나는존재한다.고로묻는다.‘나는누구인가?’


“느낌말이오?그러니까처음눈떴을때기분이어땠냐고?…최초의순간을떠올리는건너무나고통스러운일이오.…불이었소.사방이온통붉은빛이었고,그빛과그림자가눈앞에서정신없이너울거렸소.(본문8-12쪽)

태어난것도힘들어죽겠는데깐족대는영감플라톤의질문공세에시달리는불쌍한괴물.플라톤의대화법에영락없이낚여들어생각을이어가는괴물을지켜보다보면독자는자기도모르게존재론과인식론적사유에빠져들게된다.플라톤은혼돈에빠진괴물앞에서한껏지식자랑을하면서,세상의본질(아르케)을찾으려했던고대철학자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

“아르케인지나발인지는이제됐고.”
“그러니까자네가괴물취급을받는거라고.”
“이봐,사람이라면이런철학적인질문을던질수밖에없어.그걸반드시해결해야하고.그렇지않으면인간으로서살수가없거든.”
“그게무슨개소리야?”
“개소리가아니야.이세계는무엇이고자신은어떤존재인지고민하지않는존재를인간이라고할수는없어.애초에그런고민을하지않았으면지금의인류는없었을거야.”
“이봐,자넨,괴물일까?인간일까?궁금하지않나?자네의괴로움은그걸알수없기때문이아닐까?”(본문33-35쪽)

플라톤의질문은괴물을고민에빠지게만든다.눈을뜬뒤본능으로만움직여왔던괴물은지금까지자신이경험했던것들을의심하며자신의존재에대해궁금해한다.난대체어떻게태어났고,나를이따위로태어나게만든창조자는대체누구란말인가?

둘째,나는생각한다.고로묻는다,‘인간이란무엇일까?’

깐족대기달인플라톤은,괴물을만들어낸자신의오만함에괴로워머리를쥐어뜯고있는프랑켄슈타인박사를찾아가,또그놈의대화법이라는낚시를던진다.인간의본질인‘이성이란뭐지?다른어떤생물에게도없는인간의고유한특징인이성은과연무엇일까?생각한다는것은대체뭐야?’플라톤의질문은프랑켄슈타인박사가괴물을만들어낸이유를끄집어낼때까지집요하게이어진다.
플라톤은,이성이란인간의가장큰특징임에도불구하고,이성을발휘하고살지못했던인류의역사를하나하나짚으며,중세시대에는인간의이성보다신을중심으로사고했기에,인간은인간답지못했다고역설한다.그렇기에인간은그냥존재하는것만으로인간이되는게아니라,스스로생각하고판단하는이성이제대로발휘됐을때에만이인간답다는것이다.

“인간이란영혼을가진존재요.이성,그러니까스스로고민하고생각하는능력을가진존재란말이오.”
“그렇다면영감님말씀은중세사람들은인간이아니었단말씀인가요?”
“그럴리가.그렇다면그들과비슷한생각을하는당신이사람이아니란말이오?그건아니잖소.…아니,그게아니고…그러니까…인간답지못하게살았다는거하고인간이아니었다는거하고는분명다르지않겠소?말하자면그들은인간임에도인간답게살수없었다는거요.이성을발휘하지못하고사는사람을인간다운사람이라고할순없지.”
“그런데말입니다,만약이런존재가있다면…그러니까…몸은사람이되이성은불완전한…그런생물체가있다면그는사람입니까,아닙니까?”
“당연히불완전한사람이겠지요.가만,그건내가예전에실제로본어떤괴물같은존재로군요?”(본문68-70쪽)

셋째,나는분노한다.고로묻는다.‘정의란무엇인가?’

괴물은흉측하게생겼다는이유만으로모든사람들로부터배척당하고살해의위협을받는다.그럴수록사람의정이그리운괴물은한가난한가족을멀리서정성껏돌봐주지만,그들역시괴물을배척하고배신한다.이제분노만남은괴물은폭주하기시작한다.이모든사실을알게된프랑켄슈타인또한분노와동시에고민에빠진다.괴물에게도정의가있다면과연괴물의정의와인간의정의가조화로울수있는지?괴물이받아야할몫은무엇인지?

“복수만이자네의고통과원한을풀어줄수있다고생각하나?”
“나에게인간의도덕,시민사회의법칙을말하지마시오.다시말하지만,괴물에겐괴물의도덕법칙이있으니.”
“나는약속을어기고신의를저버린자를존중할생각은없소.더구나자신이창조한존재의고통과슬픔은외면한채그존재가자신이속한무리에입힐해악만두려워하는자라면.”
“나는그를심판할거요.나의의사와상관없이나를이낯설고험한세상에던져놓고그에대해일말의책임도지지않으려는파렴치한존재를응징하는건나의권리고,그권리를행사하는건나의정의요.”(본문177-178쪽)

아이들이이야기의마법에이끌려근본적인문제도구체적으로공감하게되고,머리뿐만아니라가슴과마음으로이해하게된다면철학은더이상골치아픈학문이아니라,지금당장자신앞에놓인여러문제와난관을해결해나갈힘을기르도록도와주는친구같이편한존재가될것이다.『프랑켄슈타인과철학좀하는괴물』은바로이점에포커스를맞추고있다.

이야기에서철학으로철학에서만화로만화에서다시철학으로!

원작자메리셸리도울고갈만큼진지한철학적질문을주렁주렁매단,원작의괴물보다이백킬로그램은족히무거워진듯한프랑켄슈타인의괴물을위해일러스트레이터원혜진의만화가동원되었다.『아!팔레스타인』으로2013년부천국제만화대상어린이상을수상한작가는원작의진지함을훼손하지않으면서괴물,프랑켄슈타인,플라톤영감을개성이한껏살아난캐릭터로형상화함으로써,스토리전체에활기를불어넣어줄뿐만아니라어려운철학적주제가한눈에쏙쏙들어올수있게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