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의 삼번요추 (저온숙성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글자의 삼번요추 (저온숙성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27.00
Description
이봐 해봤어? 네! 27년 글자와 사귀며 깨달은 것…
글 쓰고 말 하는 디자이너 심우진의 관점으로 본 아마도 처음 들어봤을 타이포그래피 교양서. 유럽의 타이포그래피 역사는 여전히 훌륭한 선생이지만, 이제 우리의 관점으로 글자를 대하는 자세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때가 됐다. 그렇게 하면 더 쉽고 재밌고 빠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글이 가장 기뻐할 것이다.
오랫동안 글자와 사귀며 깨달은 것은, 타이포그래피도 읽기-쓰기-듣기-말하기의 기계적 확장일 뿐이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중요한 건 소통하려는 자세였다. 인스턴트 소통이 늘어수록 말-글-글자체를 한 몸으로 보는 사람의 향기는 진해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의 새로운 교양, 타이포그래피
글자로 말하는 비대면 소통의 시대, 바쁘다는 사람 붙잡고 이것 좀 읽어보시라고 조를 일이 많은 시대다. 발표 자료, 계획서, 보고서 결국 모든 문서 작업이 디자인이다. 사람들이 예전만큼 책을 읽지 않는다지만 읽는 양은 늘었다. 메신저 없이는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원격 근무는 문서 작업을 더 늘렸다. 이제는 초등학교 수업에 타이포그래피가 등장한다. 폰트를 다루는 지식과 기술을 뜻하던 타이포그래피는 이제 더 잘 읽고 더 잘 쓰기 위한 새로운 교양이 되었다.

타이포그래피가 디자인의 기본인 이유
각국의 디자인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기본으로 삼는 이유는 수천년 역사와 유물이 있어 고전적이고, 여전히 널리 쓰므로 현대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어서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풍성한 이야기가 있어 가르치기 쉽고 확고한 미래가 있어 배우기도 안전하다. 수천년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기술과 예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만한 디자인 교양도 드물다.

글자에 유별난 나라
지난 20여년 동안 폰트 시장도 급성장했다. 그만큼 한국인의 폰트 소비가 늘었다는 뜻이다. 어느새 한국은 폰트 강국이다. 한국어 방송인데 한국어 자막을 정성껏 넣고, 문서에는 갖가지 폰트를 섞어 쓰고, 기업과 지자체는 무료 폰트를 실어 나른다. 다른 나라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그런데 글자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이 많다. 글자라면 익숙한데 폰트라면 낯설다. 그 온도 차에 고독을 느끼던 디자이너가 맘 먹고 쓴 책. 알고 쓰면 더 쉽고 재밌고 빠르다.
저자

심우진

타이포그래퍼,타입디렉터,교수,작가
27년동안글자를다루며궁금해하고시도해보고이야기한사람.글자가좋아서책을디자인하다가책을연구하다가디자인을가르치다가출판을하다가글자를연구하다가결국글자를만들어버리고폰트회사임원으로비즈니스를하다가이제는작가를해보겠다며쓴자전적타이포그래피에세이.자기가쓴글을자기가편집해서자기가만든폰트로자기가디자인해서자기가출판한,여러모로흔치않은스타일의책.

① 연구⸺국립한글박물관의의뢰로진행한「한글기본문장부호신설제안」,「KS문자코드체계개선안-문장부호를중심으로」,「한글기본문장부호코드체계제안」이있다.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는「한글글꼴용어2022」,「한글타이포그래피환경으로서의문장부호에대하여- 표준화이슈를중심으로」를발표했다.
② 저술⸺『찾기쉬운인디자인사전』,『찾아보는본문조판참고서』.공저로는『글짜씨23』,『책에대한책에대한책』,『글짜씨19』,『쓰고잇고읽는』,『섞어짜기-나만의타이포그래피』,『마이크로타이포그래피-문장부호와숫자』,『타이포그라피교양지히읗』(6호,7호),『타이포그래피사전』등이있다.번역서로는『하라히로무와근대타이포그래피』가있다.
③ 교육⸺2008년부터중앙대학교,홍익대학교,계원예술대학교,가천대학교,건국대학교,국민대학교,한글타이포그래피학교,한국출판인회의등에서타이포그래피를강의했다.
④ 타입디렉팅⸺2017년부터22년까지「산돌정체」,「산돌그레타산스」,「산돌칠성조선소」,「배달의민족을지로체」,「IBMPlex®SansJP」,「산돌라바」등다양한프로젝트를맡았다.
⑤ 경영⸺2018년부터22년까지산돌연구소장으로비즈니스모델과조직을국내외대규모프로젝트중심으로개편하고RND를이끌었다.
https://www.instagram.com/simwujin/

목차

27년동안글자를만지면서

살짝긴소개⸺지나온이야기
안녕하세요,글자바보입니다
기묘하고느린아이
어떻게하면이런게나오지?
도망치듯떠난유학,멍청한깨달음
그림자도밟으면안되는분들
얼떨결에입문한장인도제방식
저한테왜이러세요
21세기행환승역-디지털
일본에서만난일본식
두개의심장을달고귀국
좌충우돌파구인디자인
천생연분인디자인
고수의비법-덜어내기와집중하기
생계형강사
소소하지만확실한일
박쥐같은삶
조직의달고쓴맛
첫출근은인천공항
글쓰는디자이너

만인의예술⸺쓰기이야기
쓰기의물리-자세
쓰기의미학-부드러운저항
현재를감각하는습관-마음챙김
필촉탐험대
가로와세로어느쪽이반듯이긋기어려울까
말하기보다유연한쓰기
쓰기가꿈꾸는건강-근골혈육
쓰기에비친나감각하기
직관의힘을키우려면
도구로감각하는현재
텁텁한한글쓰기교육
쓰기의흥

쓰기의기계적확장⸺복제술이야기
목판⸺면단위로복제하기
대중문화를이끈목판
직접칼을쥐고새겨보니…
목판에서태어난인서체
목판제작현장을떠올리며
체의요소
인서체요소와9차로도로
미묘하게틀어지는복제의맛
알고보면되게다른목판과활판
활자의자격-벌
활판⸺글자단위로복제하기
서구타이포그래피의시작
새기술은새용어를만들고…
결국활자가걸어온길-작게작게작게
읽기공간의디자인
갖가지용어⸺문자·글자·활자·타입·폰트·서체
문자와글자의뜻을나눈이유
용어는맥락을따를뿐

한몸의여러움직임⸺스타일이야기
체⸺여럿을묶는하나
한자인서체의여러이름-송체·명조체·인서체
일본식근대활판술과명조체
한글명조체가이상한이유
옛책스타일-인서체+판식
동아시아트랜드의다른말-당자·명조체·카라아게
한자의분신술-자체
원류의거점들-송·명·청
한자의매력-추상
스타일의단위-인치-파이카-포인트
차가운활자의뜨거운감각
잘만든글자체의조건-빼기
아슬아슬하게걸치는못생김의미학
덜생김-못생김-잘생김의삼각관계
3:1의싸움
혼돈기에꽃피운모아쓰기프로그래밍
기계식모아쓰기스타일의탄생-탈네모꼴
디지털로급성장한한국폰트시장
탈네모꼴에깔린마음
누구를위한디자인인가
이름없는영웅-닮은꼴
글자마다변신하는쪽자의마음
가독성과판독성의공진화-휴머니스트산세리프

폰트·키보드·프린터를하나로⸺한글타자기이야기
개천에서태어난용-한글타자기
일찍이겪은열손가락타자문화
쓰기의폭주기관차
문자메시지1 세대-인쇄전신기
열손가락의마술-한글타자기발명
다양한벌식
60년대의인기타자기
누가표준이될것인가
1969년한글자판표준안의의미
키이야기-디지털에남은타자기유산

고독한하이브리드⸺한글이야기
한자의손익분기점-문자경량화
한글의음악성-모아쓰기라는악보
자음과모음그리고부음
모아쓰기세계관-문이자를낳음
논란-자방고전(字倣古篆)
한글의회화성-모아쓰기라는그림
풀어쓰기시도
한글전용-말하듯글쓰기운동
한글타자기-가로쓰기-풀어쓰기-교과서연대
「한글전용에관한법률」(1948)
「한글전용촉진7개사항」(1968)
20세기끄트머리에서끝난한글전용
쉬운문자의힘
한글지상주의를넘어
애매한문장부호
어느날훅들어온식구
까다로운문장부호디자인
천년묵은문장부호
문장부호의뜻
그래도못다한이야기
문장부호1 세대

극약처방⸺타이포그래피이야기
타이포그래피를디자인의기본이라고하는이유
그래봤자한낱도구
도구의다른말-몸의확장
몸짓의에너지-흥
소리문자의음악성
글줄의회화성
먹과백의제로섬게임­
중요한데헷갈리는행간
원래는행간이아니라항간
자간에손대기전에알아야할것들
가독성보다중요한것들
읽기와조깅의평행이론
리듬요정의들여짜기
전자책화면설정
새로운유형-타자용글자체
최초의쓰기플랫폼과읽기의측량-원고지
육백년선배
글자의체급과펀치력
살아있는글자의거리감각-프록세믹스
생태적타이포그래피
오래된신기술-베리어블폰트
다국적·다국어·다문자시대
유용한법칙 ①-首尾相關
유용한법칙 ②-分과倍

삶의오른팔⸺세계관이야기
세를위해련하기-디자인의뜻
디자이너를소비하던디자이너
그래픽의요람-벽
닮아야닮지않을수있다
늑대와노루궁뎅이버섯
책장을등뒤에두는이유
기본이없다는말
더나은피드백
못쓴글씨라는허구
쓰기테라피
스스로정의하기
원근과직관
멈추면사라지는것
똑바로앉아야하는이유

출판사 서평

만들기의재미,과정의공유
어떤식당에가니,무슨재료로어떻게만들었으니이렇게드시다가반정도남았을때이렇게드시면색다른풍미를느낄수있다는‘디자인의도’가꼼꼼하게적혀있었다.그런다고맛이보장되는건아니지만,손님과맛의과정에대해이야기하려는마음이멋져보였다.그래서따라해봤다.

한겹씩쌓아가듯쓰기
언제부터인가메모하는습관이생겼다.수첩과펜이없으면불안했다.진지하게타이포그래피와관련한글을남겨야겠다고생각한건2017년부터였다.글쓰기앱인스크리브너(Scrivener)로다듬다가폰트를바꿀수없는점이아쉬워타이포그래피환경이더나은율리시스(Ulysses)로옮겨초고를마무리했다.완성한원고로조판하고싶었으나슬럼프에빠져분위기전환이필요했다.스케치한대로인디자인에서한쪽에8~900자를넣는리듬으로판면을짰다.원고를흘려보니신기하게도1/3정도의꼭지가한페이지에쏙쏙들어갔다.느낌이좋아서나머지도8~900자리듬으로고쳤다.지루했던글쓰기가다시재밌어졌다.글쓰는공간도문인창작실,동네도서관,스터디카페,집,작업실등여러곳을두고옮겨다녔다.컴퓨터는맥북에어(2020,M1)를,교정은아이패드프로12.9인치와애플펜슬을썼다.그렇게환경과도구를바꿔낯선감각으로한겹씩쌓아가듯썼다.

글의콘셉트,새로운관점과전개
컨셉트는타이포그래피에대한새로운관점과전개였다.먼저자기소개가길다.왜이런글을쓰는지설명하고싶었다.평소책을읽을때도그런게궁금했다.이야기의큰흐름은이렇다.쓰기는호모사피엔스의정신을맑게하는운동이며,목판은동아시아정체성을이해하는데중요하고,한글타자기는한국의정체성을뚜렷이보여주는사건이다.중간에디자인의주요개념인스타일이야기를넣었고,이어서한글과타이포그래피이야기가이어지며세계관으로마무리한다.
이렇게만들었으니아무생각없이끌리는대로띄엄띄엄읽으시다가처음부터차례대로읽으면깊은풍미를느낄수있다.
공간-쓰기-운동-몰입
책의내지는전주제지의그린라이트를썼고,인쇄는지구의건강을생각해검정잉크만썼으며표지는비닐을씌우지않았다.부담없이읽도록아담한크기에가벼운무게로만들었다.분위기도가볍길원했지만고유명사가많아찾아보기를넣었다.하루루틴을만들어규칙적으로지냈고집중력유지를위해탄수화물섭취를줄였다.잘맞는운동과식단을찾았다.몸에이렇게집중한건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