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0일생 (김서진 장편소설)

2월 30일생 (김서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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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퍼즐이 모두 맞춰지고 과거가 복원되어도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선량한 시민》으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김서진의 두 번째 장편소설 『2월 30일생』. 충동적으로 저지른 살인과,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을 마치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들을 통해 현 세태와 왜곡된 인간 심리를 서늘하게 그려낸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2월 30일, 존재할 수 없는 날에 태어난 한 여자의 죽음을 통해 60년 전 현대사의 비극과 한 집안의 어두운 비밀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방송국 피디 현재는 가족 행사로 J시의 고향 집에 내려와 있다 뜻밖에도 얼마 전 헤어진 연인 혜린을 만난다. 혜린이 앙심을 품고 자신을 협박할 목적으로 고향 집까지 쫓아 내려왔다고 생각한 현재는 불같이 화를 내고 술에 잔뜩 취해 귀가한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혜린이 주검으로 발견되고, 현재는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정작 혜린이 죽던 날 필름이 끊겨 그녀와 함께했던 마지막 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
저자

김서진

저자김서진은부산에서태어나부산대학교심리학과를졸업했다.대학원을마친후경남대학교등에서강의를하다KBS극본공모에당선되어100여편의단막극을썼다.늘방송에부적합한내용을쓴다는평가에의기소침해하다아예방송으로만들수없는이야기를해보자고작정하고쓴첫소설『선량한시민』으로2013년제9회세계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에드거앨런포와아서코난도일의팬이며,공포영화광답게살인,죽음,공포라는소재에매료되어있다.그결과비극적인현대사를배경으로대를이어벌어지는살인사건을다룬『2월30일생』을완성했다.

목차

눈[雪]의감촉
내가범인일까?
오래된신문,흘러간사건
다시살아나는사람
불놀이
이화에월백하고
한남자와네명의여자
기억은다르게적힌다
검은너울
2월30일생
그녀의사진한장
이것은꿈일까
어리석은선택의연쇄
마지막한점불빛
그냥지나가지는않는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나에게가장큰잘못이있다면
지난날에대해아무것도몰랐다는것이다.

25년의시차를두고같은장소에서죽은두여자
60년현대사를가로지르는한집안의비밀과욕망의얼굴
세계문학상우수상수상작가김서진의두번째장편소설


『선량한시민』으로제9회세계문학상우수상을수상한작가김서진의두번째장편소설『2월30일생』이나무옆의자에서출간되었다.평범한여성이아무이유없이충동적으로저지른살인과,마을에서벌어진연쇄살인을마치놀이처럼즐기는사람들을통해현세태와왜곡된인간심리를서늘하게그려낸소설『선량한시민』은치밀한스토리와연속되는반전,예상을뛰어넘는결말로독자를사로잡았으며이는다음작품에대한높은기대로이어졌다.작가는자신의관심사와역량을더힘껏밀어붙여또하나의추리소설『2월30일생』을내놓았다.2월30일,존재할수없는날에태어난한여자의죽음을통해60년전현대사의비극과한집안의어두운비밀을집요하게파고든역작이다.
이소설은또한소설NEW시리즈의첫번째책이다.소설NEW는뉴웨이브(newwave)문학을지향하는나무옆의자의새로운소설시리즈로,본격문학과대중문학의경계를넘나드는중간소설(middlebrowfiction)을의미한다.

그녀가죽었다.정말로내가범인일까?
방송국피디현재는가족행사로J시의고향집에내려와있다뜻밖에도얼마전헤어진연인혜린을만난다.혜린이앙심을품고자신을협박할목적으로고향집까지쫓아내려왔다고생각한현재는불같이화를내고술에잔뜩취해귀가한다.그로부터일주일후혜린이주검으로발견되고,현재는살인용의자로체포된다.그는결백을주장하지만정작혜린이죽던날‘필름이끊겨’그녀와함께했던마지막시간을전혀기억하지못한다.범행동기는충분하고알리바이는입증하지못하는상황.공교롭게도인근의부랑자가범행을자백하면서현재는풀려난다.그러나세간의시선은여전히그를진범으로보고있고,죽기전혜린의행적도의문투성이다.그녀는무슨이유로J시에왔으며왜죽어야했는가.정말로내가범인일까?이것은현재가풀어야할숙제이자독자의의문이기도하다.
현재는자신을취조했던최형사로부터혜린이죽기전에‘만리’라는여자에대해묻고다녔다는것과,혜린의언니정희로부터혜린이‘박대길’이라는인물을찾아다녔다는정보를얻는다.만리는25년전혜린이죽은곳과같은장소에서숨진여인으로,그녀의죽음은끝내범인을잡지못해자살로처리됐다고한다.박대길은할아버지집안의머슴으로6?25때할아버지를보도연맹으로몰아위험에빠뜨렸고,전쟁당시에동네사람에게죽임을당한인물이었다.현재는최형사와정희가무언가를감추면서혜린과만리의죽음의진실에대해자신에게암시를주고있다고생각한다.그리고그것은어떤식으로든할아버지와관련된일인것같았다.

과거는그냥흘러가지않는다.내버려두어도스스로일어난다
현재의할아버지는J시에서전설적인인물이다.독립투사집안에서태어나온갖풍상을겪다가J시에서치과의사로성공하여명망있는지역유지가되었다.그는조폭부터경찰까지모두와호형호제하며지냈고,부인이있음에도여러여자들과거리낌없이연애를했으며,일흔이넘은나이에간통으로고소를당해도많은사람들로부터지지를받았다.“뭐든탐을냈고탐나는것은다가져야직성이풀리는양반.”그것이매력으로간주되는사람.특히나6?25때꼽추였던누나이조를업고야반도주한이야기는하나의영웅담으로두고두고사람들에게회자되었다.한마디로그는J시사람들의욕망의투사체였다.그런데호탕하고거침없는그도자신을위험에빠뜨린장본인인대길에대해서만큼은유독이야기하길꺼린다.
만리의사건을다시조사하던현재는정희가만리의딸이고당시이순옥이라는동거인이있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만리가죽고혜린이태어났으니정희와혜린은친자매간이아니었다.J시에서유명한다방마담이었던만리는할아버지와도가깝게지낸것이분명했다.만리와대길,할아버지와관련된과거의인물들.혜린은왜그들을찾아다녔고,혜린과정희는어떻게자매가됐으며,이순옥은누구인가하는의문이꼬리를문다.
한편현재는박대길에대해알아보기위해할아버지의고향으로가지역사학자를만난다.사학자는6?25때할아버지고향에서일어난보도연맹학살사건과박대길이할아버지를보도연맹원으로몰아간사실,박대길이할아버지의누이이조를탐냈다는이야기,박대길의죽음,그리고이후사람들사이에떠돈박대길이살아있다는소문을세세히말해준다.그리고87년에한여자가대길을찾아왔었다는마을사람의이야기까지확보한다.박대길에대해알아볼수록현재는죽은박대길이살아나고있음을느낀다.아니,그는살아있을가능성이높았다.그리고그는혜린의죽음의진실을밝힐수있는결정적인인물이었다.

무엇보다박대길이라는이름은나를알수없는두려움에휩싸이게만들었다.그는수십년전에죽은사람이었다.도대체무슨이유로혜린이그를찾으려했다는말일까.마치귀신이튀어나오는것처럼,오랜시간억눌려있던땅기운이꿈틀거리며그사악한힘을토해내듯나는뭔가가,아주불길한뭔가가긴시간을뚫고튀어나오려한다는느낌을받았다._본문에서

소설은과거의사실을효과적으로전달하기위해몇몇장(章)에서현재를화자로삼은1인칭시점에서대길을초점화자로삼은3인칭시점으로바뀌어과거의시공간으로거슬러올라간다.또정희의유서로이루어진장은이제까지밝혀진사실들을다시한번확인해주듯이모든인과관계와사건의연쇄를해명해준다.퍼즐은모두맞춰지고과거는복원되었다.그러나죄는사라지지않는다.

개인의욕망이부른비극과이를구원하는윤리적인선택
소설에는가족삼대가등장하는데,대범하고카리스마넘치는할아버지와섬세하고모범적인손자의유대는부자간보다깊다.할아버지는자신이부러워한모든것을손자에게주었고손자가살아온삶의모든과정을자기일처럼지켜보며사랑했다.손자도할아버지의거침없는솔직함과당당하게욕망을드러내는모습에혐오보다는매혹을느꼈다.이들은서로의치부까지도속속들이알고있다.그러나모든진실이밝혀졌을때두사람은대립할수밖에없다.할아버지는과거를지우려하고손자는과거를똑바로불러내사실을밝힐것을요구한다.마치낡은세대와신세대의대결처럼서로를사랑하면서도팽팽하게대립하는조손간의모습은소설의주제를함축한다.할아버지는끝까지과거를부정하고거짓에무감각하지만손자는자신의죄의가능성을인정한다.과거에대해아무것도몰랐다는것역시죄다.그리하여그는죽은연인을끝까지기억하는길,스스로를구원하는길을택한다.

하지만나는기억한다.오랜시간이지나고나면혜린의얼굴도,목소리도,그작고야윈몸도희미해지겠지만,모든것이다흔적도없이지나가지는않을것이다.끝까지혜린은내가사랑했던,나를미치도록흥분하게만들었던그모습으로기억될것이다.그것이할아버지와는다른나의방식이다._본문에서

작가는한여자의죽음을통해현대사의비극과한집안의어두운가족사를60년시공간을가로지르며촘촘히엮었다.빈틈없이이야기구성으로독자의예측을쉽게허락하지않으면서끝까지긴장의끊을놓지못하게하는솜씨는놀랍다.게다가치밀하게서사를구축하면서우리에게과거란무엇이고,기억은믿을만한지,개인의굴절된욕망이어떤비극을부르는지를끈기있게묻고답한다.작가는“전부터나는지독한악당에관한이야기를한번만들고싶었다.몇가지조건이있었다.(……)나는그가우리와비슷한모습이면서오히려선망의대상이되기도하는인물이기를바랐다.동시에그는우리시대의어떤분위기,어떤핵심을드러낼수있어야했다.(……)외람되지만나는『태평천하』의윤직원이나『삼대』의조의관같은인물을만들어보고싶었고,그를통해우리의현대사60년을관통하는키워드가욕망이라는것을드러내고싶었다”고‘작가의말’에서밝혔다.『2월30일생』은작가의희망과독자의기대를만족스럽게성취한작품으로기억될것이다.

[추천사]

‘2월30일’은존재할수없는시간이다.그런데그날태어난사람이있다.『2월30일생』은우리가가진‘기억’이과연실재한것에대한기억인지,혹우리가잘못된기억을진짜인양믿고있는건아닌지를,섬뜩하게물어온다.후미진천변에서살해된여자가나의연인이었고,그범인이‘나’일수도있다는점에서,이섬뜩함은공포이상의것이다.존재할수없는시간에태어난한여자의죽음을통해,우리의현대사에드리워진어두운개인사적그늘을집요하게파고든『2월30일생』은추리소설의문학적·미학적성취라할만하다._하창수(소설가)

2월30일생,세상에존재하지않는날에태어난여인.‘현재’라는이름을가진남자는그녀를사랑했고,잃었다.그리고뒤늦게그녀가누구인지,과거를파고든다.현재가두려워하는것은언제나과거가아니라현재였다.하지만할아버지의그림자가짙게드리워진과거,우리들의처참한역사를들여다보면서알게된다.진정으로두려워해야할것은과거를지워버리려는헛된시도라는것을.『2월30일생』은한여인의죽음을통해,그이전의숱한죽음들을통해지워졌던개인의역사를복원한다.그리고마침내,뒤틀린사랑까지도복원한다.슬프지만긍정적이고,유일한개인의구원을찾아내는힘있는소설이다._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