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거꾸로’보라
‘산과들에서자라는나무와풀들은인간이아무것도하지않아도알아서잘크는데,어째서나의사과나무들은그렇지못할까.’그가처음품었던이소박한의문에서부터‘기적의사과’는시작되었다.화분을키우는사람도,텃밭을가꾸는사람도,본격적인농사를짓는사람도식물을기르려면씨앗에서싹을틔워야한다.우리가제일처음보는것은흙을뚫고나온여린새싹이지만,실제로싹이나기전에먼저자라는것이있다.바로뿌리다.우리눈에보이지는않지만씨앗이흙속에서처음하는일은뿌리를내리는일이다.흙속에서영양분을빨아들일뿌리가충분히발달되어야만비로소우리는흙밖으로머리를내미는새싹을볼수있다.
기무라아키노리의사과나무는관행농법으로기른사과나무보다훨씬튼튼하고긴뿌리를가지고있다.그의사과가농약도비료도주지않는데병충해도입지않고잘썩지도않고튼튼하고맛있는이유도바로나무가흙속세상에살고있는여러생명체들과잘‘협동’하면서먼저뿌리의힘을길렀기때문이다.《흙의학교》는기무라아키노리가최악의생활고를겪으며인고의시간을보내는동안몸과마음으로터득한자연재배노하우중가장핵심키워드라할수있는‘흙’에관한이야기를쉽고재미있게들려주는책이다.
그는자연을‘거꾸로’보라고말한다.지상부의가지나이파리가몸과다리이고,머리는흙속의뿌리라는상상을해보라는것이다.흙을먼저생각하지않고는튼튼한이파리도맛있는열매도불가능하다는사실을의외로많은사람들은모르고있다.눈에보이는것에만집착해자연에억지로인간의방법을강요하며밀어붙이는농사를짓고있다.그러면서서서히인간도자연도서로공멸하는길로가고있다.저자역시스스로‘살아있는’흙을이해해야만‘아무것도사용하지않는농사’가가능하다는진리를깨닫기위해10여년이라는시간이걸렸다.
적같은건어디에도없다
기무라아키노리는우리가농약과비료를사용하기시작하면서농부가오랜시간흙과맺어왔던끈끈한연대가파괴되었다고강조한다.그가시행하는재배법은사실‘아무것도안하는것’이아니라적극적으로자연에관여한다.밭이‘자연스럽게’제할일을다할수있는환경을만들어주려면농부가엄청나게신경을많이써야한다.흙속미생물이라는강력한지원군의마음을얻지못하면자연재배는불가능하기때문이다.일단다종다양한미생물들과나름의역할을하고있는이름모를풀들이밭에서사과나무와잘살수있도록환경을만들어줄수있다면,농약으로‘해충’과‘잡초’를죽이기위해사투를벌이지않아도,비료로영양분을일부러주입하지않아도,사과나무는알아서가지에열매를달아준다.
‘자연은쓸데없는짓은절대하지않는다.’‘자연에는적같은것은없다.’기무라아키노리가무농약무비료자연재배를하면서배운중요한사실중하나다.인간들이해충이니잡초니,농사를짓는데방해가되는것들로규정한생명체들역시생태계의일부이며,다각자의존재에맡게부여받은일이있다.기무라아키노리는“병충해와싸우는것을그만두었을때비로소자신이앞으로무엇을해야할지알게되었다”라고고백한다.인간을포함한생태계에서혼자서살아남을방법은결코없다는것이그의자연재배가강조하는가장큰메시지다.
《흙의학교》는기무라아키노리가이야기해주는‘흙’에관한이야기를베스트셀러《기적의사과》의저자이시카와다쿠지가정리한책이다.농사에관해전혀문외한이라도기무라아키노리의흙이야기를듣고있으면,‘흙과뿌리가중요하다’는이야기가농부에게만적용되는이야기가아니라는사실에저절로공감하게된다.화분이든텃밭이든직접식물을기르고있는사람이라면내가뿌린씨앗을품을흙의기본성질을파악하고,그안에서미생물이함께잘살아갈수있는환경을만들어주기위해알아야할‘살아있는’실용정보들이반가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