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일터, 그 후

빼앗긴 일터, 그 후

$15.35
Description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그 후 40년, 이어지는 시간들
70년대 ‘민주노조의 전설’로 불리는 원풍모방 노조에서 활동하다 80년 신군부 하에서 해고된 저자가 오늘까지 통과해온 시간들을 돌아보는 자전적 에세이. 부침을 겪은 한 개인의 서사이자 시대에 대한 섬세한 통찰기다. 50년대 말에 빈농의 딸로 태어나 70년대에 산업전선에서 일하다 민주노조운동 과정에서 투옥, 해고 이력은 70년대 많은 여성노동자, 여성노동운동가들의 이력이기도 하다. 민주화의 초석이 된 그들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가? 주체이자 관찰자로 담담히 그려가는 개인적 사회적 삶의 궤적을 따라 역사 저편에 사라진 시간, 그리고 연연히 이어지는 시간을 만난다.
저자

장남수

1958년경남밀양농가에서태어나초등학교를마치고상경해공장에다니며야학에서공부했다.1977년원풍모방에입사해일하던중1978년‘동일방직사건’에연대항거한‘부활절사건’으로구속되어6개월만에집행유예로나왔다.복직하여원풍모방의노조대의원과탈춤반회장으로활동하다1980년12월이른바‘노동계정화조치’로계엄합동수사본부에의해강제해고됐다.이후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노협)홍보부장,거제와광명경실련사무국장으로일했다.50나이에고입,대입검정고시를거쳐성공회대사회과학부에입학해공부했다.
1984년자전적수기《빼앗긴일터》를펴내큰울림을준이래로노동현장안팎에서관련된글을꾸준히써왔다.2011년전태일문학상(생활글부문우수상)을받았고《문학의오늘》등에단편소설을발표했다.원풍노조조합원들의이야기를담은《못다이룬꿈도아름답다》(공저),《풀은밟혀도다시일어선다》(원풍동지회엮음)의구술정리에참여했다.현재제주에정착해그땅의어제와오늘을공부하며글쓰기를계속하고있다.

목차

웅덩이
뒤돌아보다
스무살엄마와만나다/차가운담벼락의기억/나의고향은/어린날의풍경
빼앗긴일터
서울길,쪽박산야학/든든한울타리원풍노조/부활절사건/동갑내기김경숙의죽음/문둥이탈을쓰고/계엄사에서사표를쓰다/그날,1982년9월27일/원풍노조와영등포산선
문밖에서
삼양동기억의명암/해남행도피휴가/신길동삼호빌라101호/노동자랑친구하지말라고외칠까/갈라진사람들
거제,또다른시작
대우조선친구들과/두불꽃묘비/거제의나날/해고자가해고자와결혼을?/따스한기억,거제경실련
대학문턱을넘다
오십대여대생/우리안의파시즘/만학도의사연/먼작가의길
엄마는안죽는줄알았어
엄마와할머니의시간/가장슬픈이별
다르게적는이력서
비극의봄,상처꽃과세월호/시장탐험대,아이들과함께
제주,이어지는글쓰기
들고나는바람처럼/내인생의책,마침내책장을/세대를잇는기록모임/제주의길을걷다
우리이름을다시부르다
그후우리는
후기

출판사 서평

스무살때엄마는,그리고오늘
원풍노조강제해체30주년을앞둔2012년2월만해마을에모인원풍노조원들아이들속의딸혜인은내가노조를알고연대투쟁을하다감방에갇힌스무살,딱그나이였다.나의시간과딸의시간은이어지는걸까.엄마와나의시간은?반세기를거슬러사라지고이어지는시간을돌아본다.(15쪽)

본문의첫장면,원풍모방노조조합원들의자녀모임.저자의딸을포함한청춘들은공권력에맞서울부짖는영상속스무살엄마의모습이낯설기만하다.이를지켜보는저자는‘공순이’에서불온한해고자가되어걸어온지난50여년의시간을돌아본다.
초등학교를마치고상경한저자는평생책과공부에허기를느낀다.1978년원풍모방입사는‘서울대입학’에준하는벅찬출발이었다.왕성한독서와노조활동으로의식은확장되고단단해진다.여성노동자들에게똥물을끼얹은‘동일방직사건’에연대시위한이른바‘부활절사건’으로구속되기에이른다.복직후활발한노조탈춤반활동등으로1980년계엄사에의해해고되는과정과더불어YH노조김경숙의죽음,신군부의무자비한노조탄압,82년원풍노조해산,집단해고등야만적인시대의장면들이생생하다.
일터를빼앗긴후삶의여정은당시민주화운동의좌절과궤를같이한다.저자는주저앉지않고80년대여러노동투쟁현장안팎에서지원,홍보하는역할에주력한다.생계의불안속에서도현실적계산을하지않는무모함은대우조선해고노동자와의결혼등매순간의선택에서엿볼수있다.스스로가장이기적인선택으로꼽는것은50의나이에검정고사를거쳐대학공부를하게된것.이는오랜창작의열망이기도한데,작가의길은멀다고토로하지만단단한글쓰기는이미공인된바다.
마지막장은2019년10월‘원풍모임’37주년을맞아원풍노조원126명의구술증언록《풀은밟혀도다시일어선다》의출판기념회에재개된탈춤공연이다.저자를비롯한탈춤반출신아홉60대중노인들의공연은해프닝의연속이지만삼대의어울림속에서로의존재를확인하며오늘로불러내는값진시간이다.

“참놀라운역사입니다”
《김경숙》을읽는내내내머릿속에는엄마의모습이겹쳐졌다.엄마와같은58년생개띠,원풍모방에서노동운동을했던엄마,김경숙이죽기하루전날농성장인신민당사에찾아가같이동참하다기숙사입소시간에쫓겨돌아왔고,다음날아침소식을듣고털썩주저앉았다는엄마.가난한집안의둘째딸로태어난죄로중학교도다니지못한엄마는교복입고다니는친구들을피해소를몰고먼길을돌아다녔고,오십이가까운나이에대학교1학년생이되어내게영어를배우신다.(63~64쪽)

“참놀라운역사입니다”는엄마에게보내는딸의경탄어린헌사다.저자의딸이30여년지켜본엄마의삶은굴곡도고비도많았지만달라지지않은모습들이다.어린날원하던교복을입어보지못하고집안의무게를짊어져야했던엄마의기억을함께아파한만큼이후생존권을박탈한국가권력에굴복하지않고맞서는과정,수십년간포기하지않은엄마와이모들의모습에경의를표하며그들의용기있는삶덕분에자신들이좀더희망을가질수있게되었다는사실을다른이들도공유하기를바라는마음이다.
70년대산업화와민주화에핵심적인역할을하고도주역으로대접받지못한이들은‘공순이’란이름으로차별과멸시를받은여성노동자들이다.강고한유신독재체재를무너뜨린데결정적인계기가되는YH사건등역사의한장을연여성노동자들과사건들은이책곳곳에서도만날수있다.불구하고여성노동자중심의70년대노동운동(민주노조운동)은저자도아프게토로하듯한때경제주의조합주의로80년대운동과단절되는한계를가진운동으로폄하되기도했다.하지만노동과삶에대한자각,인간다움이있었기에“가장기본적인생명력을가지고”있다는인식부터새로이역사적평가가이뤄져야한다는문제제기등이일고있다.

우리는,아니나는전선의한귀퉁이에있었고,무엇을논의하고결정할위치에있지않았지만꿈은소박했다.노동하는사람들이공순이공돌이로멸시당하지않는환경,노동의가치가존중되는것,8시간정도일하고적금부어작은집한칸이나마마련하는것,불안하지않은노동환경이미래로이어지는것,그로써인간다운사회를이루고좋은사회에서‘더불어인간답게’살아가는그런것이었다.(147쪽)

저자의소박한꿈은이루어졌을까?“40년이지나도되찾지못한나의‘빼앗긴일터’에남편의비정규직인생이얹힌다.안착이어려우니숱하게묶고풀고또이삿짐을꾸렸다”는저자는새로운터전으로바람의땅제주에서게된다.

자기서사,생활글의힘
부여잡은손,모아지르던외침,그많은얼굴은다어디있는가?빛과어둠이교차하는시간,씁쓸한기억도많지만그리운건또사람이다.제주길을걸으며지나온시간의나를만난다.(305쪽)

인생후반기제주에서조용한일상속에서찾은평온함의이면에는지난시절에의회한이없지않으나기본적인정서는낙관적이다.꽃이피고지듯“보이지않는다고사라지는것은”아니며“내가걷는이길”을누군가도또걷게될테니말이다.
“내몸의촉수는늘노동,그리고기록에닿아있다”고토로하는저자는제주의역사를공부하며글쓰기를계속하고있는바글을매개로하는시간과공간의확장이기대된다.평생토록지닌책에대한애정과글쓰기의욕구는어떤상황에서도자신을일으키는또하나의동력으로작용해온듯하다.결코평탄치않은길을걸어온자신의이야기,자기역사를담백하게그려낼수있는힘도거기서비롯된게아닌가.
서두에실린프롤로그격의〈웅덩이〉는옛고향집엄마의부엌과뒷간에관한삽화다.늘물이고여있던부엌웅덩이는벗어나고픈가난의질곡인동시에근원적인그리움의상징일수있다.‘글쓰기의원천‘인어린날의풍경에담긴저자의따뜻한시선은잃어버린것과꿈꿔온바를공감하게하며,감성적묘사가돋보이는대목들이다.이후지난한어려운시절의얘기에거부감없이빠져들게하는것도문장의힘이자생활글의구체성이갖는미덕이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