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시간

편집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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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떤 편집자의 시간, ‘평생 편집자’ 김이구의 편집노트
김이구는 80년대 중반 출판사(창비)에 입사한 이래 30여 년 동안 숱한 저명 작가와 저자들의 책을 편집한 정통 편집자다. 오랜 편집자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생각하는 편집의 의미와 가치, 편집자의 철학을 풀어가고자 했던 전작 집필기획이 갑작스러운 타계(심장마비)로 중단되었던바, 이 책은 그 집필 원고 일부에 지난 편집 관련 글들 중 주요한 몇 편을 더해 ‘평생 편집자’ 김이구의 일면을 담아낸 뒤늦은 결실이다. 그는 작가(저자)들 사이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어려운 과정을 함께한 든든한 조력자이자 신실한 편집자로 기려진다. 더는 편집자가 작가와 책 뒤에 숨은 ‘그늘의 존재’가 아닌,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도 하는 오늘, 지극히 소박한 어조이나 오랜 경험과 통찰이 밴 담백한 글들은 편집의 기본과 편집자의 덕목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한 편집자의 보이지 않는 긴 시간, 그 축적이 묵직한 존재감으로, 그리고 값진 ‘세대 경험’으로도 전해오는 것이다. ‘편집자라는 존재’에 대한 허심한 자기 정리와 더불어 활판 인쇄 시절 예화 등 지난 시간의 편집 풍경과 우리말(바로 쓰기)에 대한 자상한 일깨움 등도 시간의 간극을 넘는 귀한 읽을거리다.
저자

김이구

(金二求)
1958년충남예산출생.2017년타계.서울대국문과를졸업하고서강대대학원국문과에서〈박태원소설의공간형식연구〉로석사학위를받았다.1988년《문학의시대》에단편〈성금〉을발표하며소설가로등단하였고,1993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진정성의세계-방현석의소설〉로당선,문학평론을시작하였다.한국작가회의이사,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학위원회위원,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부회장을지냈다.지은책으로소설집《사랑으로만든집》《첫날밤의고백》과동화집《궁금해서못참아》‘창비말놀이그림책’시리즈,평론집《우리소설의세상읽기》《어린이문학을보는시각》《해묵은동시를던져버리자》등이있으며,엮은책으로《한낙원과학소설선집》《권태응전집》(공편)과‘창비청소년시선’외여러책들이있다.2015년제4회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을수상했다.
1984년창작과비평사(창비)에입사한후‘평생편집자’로수많은책을만들었으며창비편집국장,상무이사,계간《창비어린이》편집위원,창비교육상임기획위원등을지냈다.2007년한국출판인회의올해의출판인상(편집부문)을수상하였다.

목차

서문또한군자가아닌가·최원식

편집자라는존재
편집자라는모순된자리에서
편집자,보이지않는권력
편집자와편집증-편집자는좋은배우자인가

편집의시간
활판과함께사라진‘돼지꼬리하나’
판권,책의또다른표정
‘읽을수없는고전’에서‘읽을수있는고전’으로
-‘재미있다!우리고전기획과고전소설의생명력

편집자의눈
교과서속수필,어떻게선택되나
교과서다운문장형식,문체를이루었는가
-교과서편집자가보는좋은국어교과서의요건
교과서대화편집방식바꿔야한다
문학성과시장성의경계에흐르는강박
-청소년문학시장의빛과그늘

우리말클리닉

출판사 서평

‘느린’편집자의지극함

탁월한우리시대의창조적지성과창조적재능들을가까이에서만나고그분들과함께작업할수있었던것을큰복으로알고있습니다.…이분들의보석같은글과마음이독자에게좀더정확하고편안하게전달되는데일조했다면그것으로저는소임을다한것이라생각됩니다._2007한국출판인회의올해의출판인상수상소감

소설가이자문학평론가,특히꼽히는아동문학평론가인김이구이지만그를수식하는주된말은‘평생편집자’이다.실제로1984년창비편집부에들어간후2017년급작스럽게세상을떠나기까지30여년을출판현장을벗어난적이없다.이른바‘문인편집자’이자’전문편집자‘의면모를갖춘정통편집자로굵직한족적을남긴그이지만일찍이‘올해의출판인상’수상소감에서,그리고이책곳곳에서보여지는것은‘겸손함’이다.이는단지겸양의미덕이아니라작가에대한존중과글을대하는지극함이라하겠다.누구보다창작의고통을아는바고원고를귀히여기는만큼단어하나문장한줄도허투루대할수없었을터이고,이를편집자의기본자세로삼았음이다.지엽적인것으로,간과되기쉬운것들에까지미치는그의세심함은때로‘느림’으로폄하되기도하지만결국작품의,책의완성도를높이고,중요한문제제기를낳기도한다.(일례로‘교과서대화편집방식’등)
어디서든자신을드러내지않는성품도그를기리는많은이들이뽑는덕목이다.이책‘서문’에서최원식교수가애통해하듯“남이알아주지않아도노여워하지않은”“타고난군자”였음인가.이런성품은“편집자는많은경우그림자처럼존재합니다.작가뒤에숨은그림자처럼두드러지지않은방식으로활동하면서실제로문학생산의질을좌우하고소비·독서패턴에커다란영향을미치는위력적인존재가바로편집자입니다.”(〈매개지식인으로서편집자의즐거움과괴로움〉(《우리소설의세상읽기》)중에서)라는자신의언급처럼편집자의자세로자연스럽게체화된다.소극적이거나수동적인자세가아니라편집의,편집자의본령을강조하고그역할의중요성을인식함은물론이다.실제로아날로그시대에서디지털시대로의전환을체험한세대로출판환경의변화를적극적으로받아들이며꾸준히자신의역할을찾아갔음은다양한형식의책기획과책너머활동으로드러난다.

한편집자의시간,그존재감
그의오랜편집자경험을바탕으로풀어가는“편집의원리,의미와가치,그리고편집자의삶의철학”을담고자했던전작집필기획이갑작스러운타계(심장마비)로중단되었던바,이책은그집필원고일부에지난편집관련글들중주요한몇편을더해‘평생편집자’김이구의일면이나마담아보고자한뒤늦은시도다.미완의안타까움이크지만그가쌓아온시간과그존재감은묵직한무게로계속남을듯하다.

1.편집자라는존재
“편집자란모순된자리에서서‘다룰수없는것을다루는’존재”이다.저자가초보편집자로서전문영역의원고를만져야했던당혹감의일성이기도하지만여전히유효한말이다.독자에게전달되는글의상태를최종적으로결정하는것은편집자의손인바그권한과책임을피할수없으며언제나배우는자세로겸손함을유지해야하기때문이다.이어지는글에서는계간지담당편집자로신인작가등단,발굴에기여한자부심(권력)에서사소한교정실수가빚는엄청난결과까지(“편집자는말을있게도하고없애기도하니이얼마나무서운권력인가.”)소소한예화들까지곁들여생생함을더한다.

2.편집의시간-지난시절편집풍경
저자가편집자로일하기시작한1980년대는활판인쇄로책을만들던때다.당시편집자들은“자신들을‘교정쟁이’라고자조적으로부르기도했는데,대부분의시간을교정지에코를박고빨간볼펜으로교정을보는데보내야했기때문”이다.빨간볼펜을무기삼아‘돼지꼬리둘’(삭제)‘돼지꼬리하나’(글자바로세우기)교정부호를그리던정경,일일이손으로이뤄지는문선,조판과정등저자가전하는작업풍경은아련한느낌이다.21세기편집자들에게는생소한,흥미로운내용이다.‘책의또다른표정’으로전하는지난시절의판권(간기)스케치도사뭇흥미롭다.

3.편집자의눈
실제교과서개발에관여한실무경험과감식안으로국어교과서전종을검토한글들은지난교과과정을대상으로한것이지만근본적인문제제기로서여전히가치를지닌다.특히교과서대화문편집방식에대한세심한지적은주목할만하다.또한저자의아동청소년문학에대한관심과기여도는공인된바다.상업적성과를거둔‘소설’에편중된청소년문학(상)에대한문제제기도경청할만하다.

4.우리말클리닉
저자의우리말에대한식견은익히알려진바다.편집자에게는물론글쓰기의기본요건으로저자,독자에게모두긴요한내용이다.‘클리닉’이라는제목을고수하며실생활에서흔히접하는잘못된용례와여러예화를끌어와내리는자상한진단과처방이친근감을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