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단편소설 선집)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단편소설 선집)

$13.00
Description
평창의 작가 방민호가 새로 가려 뽑은 한국인의 필독 작품 11편을 수록한 『메밀꽃 필 무렵』. 이 선집에서 이효석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모두 열한 편의 단편소설로 축약해 보이고자 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책을 엮어 내고자 했다.
저자

이효석

저자이효석(가산可山,1907.2.23∼1942.5.25)은강원도평창군에서태어났으며경성제일고보법문학부영문과시절부터소설을쓰기시작하여첫단편「도시와유령」(1928)으로문단에데뷔했다.졸업후이경원과결혼,함북경성으로옮겨경성농업학교영어교사생활을했다(1931∼1932).등단무렵유진오등과함께했던동반자작가를청산한이후,구인회에서도탈퇴(1933)함으로써독자적인문학을펼쳤다.숭실전문학교교수로부임(1934)하여평양에거주하면서대표작「메밀꽃필무렵」(1936)을발표하는등빼어난소설들을선보였다.아내의갑작스런죽음(1940)이후만주등지로여행을하였으며,돌아와서는창작집『이효석단편선』과『벽공무한』을펴냈다.평소건강이좋지않아요양을자주다녔으나갑작스러운뇌막염으로삼십오년의짧은생을마쳤다.세련된감성과어휘로써깊고넓은작가적역량을보여준그는「낙엽을태우면서」같은산문들과,이선집에수록된것과같은,특유의화려하면서도고적하고,우아하면서도신비로운소설작품들을남겼다.

목차

메밀꽃필무렵○007
낙엽기○023
산○035
들○047
소라○073
수탉○093
돈○103
풀잎○113
일요일○159
하얼빈○175
오리온과능금○193
해설○209

출판사 서평

이효석,
예술과자연을사랑한
스타일리스트

■이효석의단편소설의창작시기와그대표작들


예부터재능많은작가들은하늘에서서둘러거두어가는법인지이효석또한서른다섯살이라는이르디이른나이에세상을떠나고말았다.1907년2월23일에강원도평창에서태어난그는1942년5월25일에지금은갈수없는북쪽평양에서세상을떠났다.
그가정식으로문학창작활동을시작한것은1928년7월『조선지광』이라는잡지에「도시와유령」이라는단편소설을발표한때였으니,그의창작활동은십오년이다못되는사이에끝나고만셈이다.
이짧은시간동안이효석은실로많은단편소설,중·장편소설,그리고희곡과산문들을남겼으며그의작품들이지금도이곳저곳에서발견되고있다.지금그의아드님인이우현선생과『이효석의삶과문학』의저자이상옥선생께서이효석의새전집을제작,완성해가고있다.이효석문학의전체규모가조만간더욱밝게드러날것이다.
필자가살펴본바에따르면그의소설창작과정은크게세개의단계로나누어볼수있다.첫째시기는이른바‘동반자작가’시기에해당하는때로서1920년대후반부터1930년대초까지유행하던현실비판적사회운동과의교호관계가엿보이는작품들을창작했다.창작집『노령근해』(1931)가이를대표한다.그러나이때에도그는리얼리즘에머무르지않고부정적현실에대한낭만적대타항으로서의이상향을즐겨그리고또삶의정치경제적측면을넘어인간의본성적사랑을중시하는경향을보였다.이선집에실린「오리온과능금」(『삼천리』,1932.3)이그대표적인예다.
둘째시기는1933년경에발표된「돈」(『조선문학』,1933.10),「수탉」(『삼천리』,1933.11)등을계기로완연히삶에서성과본성과사랑이갖는의의에깊은관심을표명한작품들을창작하게된때다.장편소설『화분』(인문사,1939)에이르는이시기에그는이효석의이름을세상에널리알린주옥같은명편들을창작하게된다.우리가잘아는「메밀꽃필무렵」이며,「낙엽기」(『백광』,1937.1)같은작품들이모두이때발표되었고,연작성강한「산」(『삼천리』,1936.1),「들」(『신동아』,1936.3),「소라」(『조선농민』,1938.9)같은문제작들도이시기에발표되었다.
셋째시기는이효석이장편소설『창공』(『벽공무한』,『매일신보』,1940.1.25.~1940.7.28.)을발표한후세상을떠날때까지에해당하며,이시기에이효석은한편으로는일본어소설을발표하는가하면다른한편으로는이시기의특징적소설현상가운데하나인사소설쓰기로나아갔다.이선집에실린「하얼빈哈爾濱」(『문장』,1940.10),「풀잎」(『춘추』,1942.1),「일요일」(『삼천리』,1942.1)등이그것으로,이작품들은지금까지일반독자들에의해서는거의주목을받지못했고,연구자들역시큰의의를부여하지않았던것들이다.그러나일제말기에해당하는이시기에이효석은현실을지극히비판적으로날카롭게꿰뚫어보고있었음이이들작품을통해드러난다.
이선집에서필자는그의폭넓은작품세계를모두열한편의단편소설로축약해보이고자한다.한작가를이해하기위해가급적많은작품을살펴볼수있으면좋겠지만,우선이열한편만으로도이효석이어떤작가인지가늠할수있는기회가될것이라생각한다.
논의를시작하기에앞서아쉬운점은첫번째시기의작품들을싣지못한것이다.여기에는필자나름의몇가지고려가작용했다.무엇보다이책은전문가들만의것이아니라소설을애호하는많은분들이읽어야할책이다.따라서되도록많은사람이향유할수있는작품을중심으로책을엮어내고자했다.

■인공적사회와본성적자연의대비

그러면이효석소설의본령으로간주되고있는두번째창작시기의작품들에대한논의를시작해보도록한다.이효석의소설가운데에는자연을중심적인테마로삼은두계열의작품들이있다.아름답고섬세한이효석소설의문장미의진수를발견할수있는것이두계열의소설들에서다.그중제1계열은「산」,「들」,「소라」등이대표작이다.이세계를한마디로요약하면사회와역사의외부에서자연을향유하며그자연쪽에서인간사회와역사를조망하는시각을보여준작품들이다.
다음으로,제2계열은「분녀」,「고사리」,「메밀꽃필무렵」,「개살구」,「산협」등으로대표되는것으로서,산골과전원을배경으로체제와관습의울타리를넘나들면서살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를그린것이다.
먼저,제1계열의작품들에는자연을중심에놓고인간의삶을평가하고자하는이효석의시각이예각적으로표현되어있다.이들작품들은자연으로돌아간인물들이얻은자유에관한이야기라고할수있다.일례로「산」의주인공중실은마을밑에서머슴살이를하다주인영감에게첩과놀아난다는의심을받게되자주인집에서뛰쳐나왔을뿐만아니라아예마을을떠나산속에들어와홀로살아간다.주인집에살면서그는사람대접을제대로받아본적이없다.해마다새경을제대로받지못하였고옷한벌버젓하게얻어입어본적이없다.하다못해명절에놀이할돈도얻지못해개보름쇠듯해야했다는것이다.그러나이제마을을떠나산으로올라와버린그는그어떤존재보다자유롭다.산속에서그는나무가된것같은기쁨을맛본다.“몸은한포기의나무다”세속의사람살이에지친중실에게산은살아있는인간개체로서의생명력을회복시켜준다.
「들」은「산」보다도깊이들어간다.여기서주인공학보는「산」의중실과같이세속또는사회에서쫓겨난존재다.학교에서퇴학당하고고향에돌아와있는것이다.「들」의공간적배경을이루는학보의고향은「산」에서의산과같은기능을한다.또바로여기에이효석의소설에나타나는고향의상징적의미를헤아릴수있는열쇠가있다.이효석소설의고향은백석의시에나오는고향과는달리공동체적유대와친밀감,전근대적질서와관습의세계가아니다.같은농촌이고산골이라고해도이효석의소설에나오는고향은그러한질서나관습조차작용하지않는공간,자연적이고야생적인삶을가능케하는공간으로나타난다.“고향을그리워하는마음이란곧산천을사랑하고벌판을반가워하는심정”이라는학보의생각은이효석의생각을그대로보여주고있는것이라해도될것이다.
작중학보는「산」에서의중실처럼봄의들의경이로운초록빛에한껏매료되어있다.학교에다니며운동을하는그는중실이세속에서지주의횡포에시달렸던것처럼감시와구속에쫓기는삶을살았다.그러나들은그에게깊은해방감을선사한다.야취에젖은그는들에서옥분이를만나그민출한자태에마음을빼앗긴다.둘은다음날과수원에서만나벌판에서장난치는자웅들처럼야합을한다.친우인문수와함께들판에서야영을하면서는무한한우주의운행에마음을빼앗긴다.야영은그에게들에대한깊은일체감을심어준다.이렇게자연속에파묻혀자연과하나가됨으로써학보는비로소사회를원근법적으로조망할수있게된다.사회라는것,그것은공포를내장한메커니즘이다.
무한하고도그윽한자연에비하면세속은한갓좁디좁은구속체계일뿐이다.자연쪽에서보면인간의사회와역사는“공포”를자아내는강압의체계다.「산」과「들」의주인공들은자연쪽에서멀리작게보이는사회와역사를조망한다.그렇다고해서그들이사회나역사에대한인식을구비치못한것은아니다.그들은지주와학교체제에저항하였고그때문에세속에서자의,타의로추방되었다.세속에머물러있을때는그것이모든것이었다.그러나일단세속에서벗어나면사회와역사는멀리작게보인다.자연과우주의시공간에통합된사회와역사는보잘것없고초라하다.「산」과「들」은사람들위에무섭게군림하는식민지체제또는억압적인사회의힘을자연에합류한사람의살아있는힘에대비시킨다.
한편제2계열에속하는소설들가운데에는이효석의대표작으로손꼽히는「메밀꽃필무렵」이포함되어있다.이소설은서정적인소설로이름높은데오히려그때문에이작품을포함한일군의작품들속에서유기적으로분석되고평가되지못하는측면이강하다.이작품에따라붙는서정소설로서의명성역시작품의진면목을일면가리는측면이없지않다.「메밀꽃필무렵」은앞에서언급한제2계열의여러작품들과함께놓고읽어야할필요성이있다.이자리에서자세히설명할수없지만이계열의작품들은고향으로요약되는관습적힘의한계를상기시키는측면이강하며「메밀꽃필무렵」은이런이야기들의연쇄속에위치한다.
「메밀꽃필무렵」은허생원과동이의이야기다.이두사람은나중에둘다왼손잡이라는것으로부자관계임이강력하게암시된다.지금은늙어서병든나귀처럼초라해진허생원의이야기가밤을패면서이어진다.그것은아름다운사랑의기억이다.장돌뱅이로떠도는허생원은봉평장에들러밤에옷을벗으러물방앗간에들어갔다가성서방네처녀를만난다.작품은독자들로하여금동이가이두사람의아이라는것을알수있게한다.장성해서아버지처럼장돌뱅이가된아들이나이든아버지를업고달빛아래개울을건너는장면은참으로아름답다.「메밀꽃필무렵」은신분이다른남자와여자가결혼이라는관습적절차의울타리바깥에서우연히인연을맺어자식을낳고이후아버지와아들이서로의관계를인식하지못한체함께밤길을걸어가는이야기다.이렇게말하고나면이효석소설세계의중요한특징가운데하나가모습을드러낸다.제도적관습과질서의테두리를넘어금기에접근하는자연적존재로서의사람들,이러한‘월담’을통해서실현되거나좌절되는욕망과사랑,그로인해싹트는절망과희망의이야기를이효석은즐겨그렸다.인간세계는좁은산골마을조차제도적관습과질서가지배하는것처럼보인다.그러나사람들은그안에서만살아가지못한다.본성이나욕망,사랑의크기에비추면그것은작다.위압적이다해도종국적인지배력을행사할수는없다.「메밀꽃필무렵」은그러한자연적인간의숨겨진이야기다.이소설에서아주많이인용되는다음의부분은그러한자연의힘에동화된인물들의모습을숨막히도록아름답게그려내고있다.

이지러는졌으나보름을갓지난달은부드러운빛을흐붓이흘리고있다.대화까지는칠십리의밤길,고개를둘이나넘고개울을하나건너고벌판과산길을걸어야된다.길은지금긴산허리에걸려있다.밤중을지난무렵인지죽은듯이고요한속에서짐승같은달의숨소리가손에잡힐듯이들리며콩포기와옥수수잎새가한층달에푸르게젖었다.산허리는온통메밀밭이어서피기시작한꽃이소금을뿌린듯이흐뭇한달빛에숨이막혀하얗었다.붉은대궁이향기같이애잔하고나귀들의걸음도시원하다.길이좁은까닭에세사람은나귀를타고외줄로늘어섰다.방울소리가시원스럽게딸랑딸랑메밀밭께로흘러간다.
-『메밀꽃필무렵』중에서

이대목은이효석소설문체의아름다움이잘드러나있다.그는추상적이고난삽한개념어를버리고감각적이고도간결한문장을즐겨구사한작가였다.필자는이선집에서그러한이효석문장의특성이잘나타나도록교정,교열에신경을썼으며,특히당시의번잡한문장기호등을정리하여한결잘읽힐수있는작품이되도록다듬어내고자했다.

■시각적으로나의미상으로나혼잡이없도록쉽게읽을수있는깨끗한현대역

한마디도대거리하지않고하염없이나가는꼴을보려니도리어측은히여겨졌다.아직두서름서름한사인데너무과하지않았을까,하고마음이섬?해졌다.주제도넘지,같은술손님이면서두아무리젊다고자식낳게되는것을붙들고치고닦아셀것은무어야원.충주집은입술을쫑긋하고술붓는솜씨도거칠었으나젊은애들한테는그것이약이된다나하고그자리는조선달이얼버무려넘겼다.너녀석한테반했지.애숭이를빨문죄된다.한참법석을친후이다맘도생긴데다가웬일인지흠뻑취해보고싶은생각도있어서허생원은주는술잔이면거의다들이켰다.

지문과대화가섞인부분을아래와같이지문과대화를분리하여읽기쉽도록하였다

한마디도대거리하지않고하염없이나가는꼴을보려니도리어측은히여겨졌다.아직도서름서름한사인데너무과하지않았을까,하고마음이섬?해졌다.
“주제도넘지,같은술손님이면서두아무리젊다고자식낳게되는것을붙들고치고닦아셀것은무어야원.”
충주집은입술을쫑긋하고술붓는솜씨도거칠었으나
“젊은애들한테는그것이약이된다나.”
하고그자리는조선달이얼버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