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넘어 (고통의 인문학)

아픔넘어 (고통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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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문학의 유일한 언어는 공감과 공명의 메아리
2014년 4월 16일 이후 '고통의 바다(苦海)'는 더이상 종교적 은유가 아닙니다. 인문학의 언어는 차가운 머리에서 '화인' 찍힌 가슴으로 떨어지면서 산산이 부서져버렸습니다. 시인의 탄식을 빌리면, "이제 인문학의 언어는 지난날의 언어가 아닙니다." 인문학이 사태와 사건의 근원을 명료하게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은 깨어졌습니다. 가공할 고통 앞에서 인문학이 낼 수 있는 유일하게 인간적인 언어는 고통의 자리에서 공감과 공명의 '메아리'가 되는 것 뿐입니다.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메아리는 아직 서사도 분석도 아닌, 말 이전의 소리입니다. 왜냐면 메아리를 있게 하는 고통의 원음이 말이 아닌 신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통의 인문학'은 '인문학의 고통'이기도 합니다. 도로테 죌레가 상처입은 "동물의 외침"에 더 가깝다고 했던 희생자의 신음소리가 탄식과 항의와 연대의 말로 바뀔 때까지 고통의 메아리로 계속 공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죌레는 “언어가 없는 죽음의 바다에서 육지를 찾아내는 것”이 신학이라고 했는데, 인문학의 임무도 신음이 말이 될 때까지, 그래서 아픔을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언어를 찾을 때까지, 고통 받는 이들의 곁에서 경청하며 동행하는 것입니다.
저자

유기쁨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대학원에서종교학을전공하여박사학위를받았고,한신대와감신대에서학생들을가르쳤다.4년전에가족과함께시골마을로내려와작은집에서잘생긴백구두마리,누렁이한마리와함께살고있다.주로‘종교와생태학’분야에관심을가지고글을써왔고,최근에는닭을키우면서인간과인간외동물과의관계성에대해,나아가인간이세계와맺는관계에대해새로이생각해보게되었다.최근발표한논문으로는「잊힌장소의잊힌존재들:생태적위험사회의관계맺기와종교」,「현대종교문화와생태공공성:부유하는‘사적(私的)’영성을넘어서」,「핵에너지의공포와매혹:한국인의핵경험과기억의정치」,「인간적인것너머의종교학,그가능성의모색:종교학의생태학적전회를상상하며」등이있고,지은책으로는『생태학적시선으로만나는종교』가있으며,역서로는『문화로본종교학』,『산호섬의경작지와주술:트로브리안드군도의경작법과농경의례에관한연구』,『세계관과생태학:종교,철학,그리고환경』,『원시문화』,『세계종교로보는죽음의의미』(공역),『진짜예수는일어나주시겠습니까?』(공역)등이있다.현재서울대학교농업생명과학연구원선임연구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서문
말할수없는이들에게로:‘서발턴(subaltern)’의재해석_최순양
고통에대한꼴라주,혹은고통의인문학_이상철
우리의연결을상상하라:다른생명의고통_유기쁨
안개넘어햇빛있는데로:고통과선(善)의신비_정경일

출판사 서평

고통앞에서인문학적언어를찾는것은곧인간적언어는찾는것

종교학자유기쁨,윤리학자이상철,여성학자최순양,신학자정경일은고통앞에서인문학적언어를찾는것은인간적언어를찾는것이라고믿습니다.사회적이슈나현상에재빠르게'리액션'(반응)하는게인문학의덕목처럼되어버린오늘의세태에서,필자들은자신들의글곁에서오래도록서성였습니다.그리고"고통에공감하고공명하며머뭇머뭇조심스레고른"필자들의언어는고통에대한속시원한해답도고통을잊게하는위안도아닙니다.그보다는고통을고통스럽게들여다보는시선입니다.?

‘보편성’을절대시하는사고방식의위험성

최순양은'보편성'을무기로하는우리의사고방식이때로는위험할수도있음에주목합니다.특히고통받는이들을'이해'한다는것의폭력을자크데리다의'타자'와가야트리스피박의'서발턴'개념을사용해드러냅니다.그럼,고통앞에어떻게말해야할까요?우선데리다의타자개념을통해필자가강조하는것은'겸허함'입니다.그것은"나의이해와판단속에존재하는선입견과고정관념을객관적으로바라보는일,그리고그것을깨부수기위해노력하는일"입니다.비슷한맥락에서필자는서발턴을재현하려는지식인의의도와목적은불가능한것이라는스피박의통찰로부터'깨어있음'과'겸허함'의중요성을강조합니다.그리고이와같은자기비판적숙고를통해필자는"나의경험과지식너머에있는이들의고통의소리에귀기울이고,공감적상상력을발휘하는것이나의깨달음이며해방이라는것,그것이신에대한신비로다가가는만큼이나중요한영적과제"임을고백합니다.

고통받는이들그리고이들과연대하는인간이주체

?이상철은세월호참사이후한국사회의고통의서사들이마치콜라주처럼얽혀있음을보면서,고통에대한판단중지와함께한국사회에겹쳐진고통의단자(monad)들을하나씩분해하여들여다봅니다.이를위해우선고통에대한현실의묘사없이고통을이상화하고성스러운사건으로비약시키는그리스도교의신정론을비롯해고통과악,죽음의해석사를비판적으로살펴봅니다.그리고고통에대한현대철학의관점중에서에마뉘엘레비나스와슬라보예지젝의사유를심도있게소개합니다.레비나스에게서는'타자의얼굴'과대면하는것에서발생하는'윤리'를,지젝에게서는'대타자'인국가의붕괴와그붕괴로인한틈과균열을책임지고메우는윤리적주체의등장에대한통찰을강조합니다.이를통해필자는고통속에서신도국가도아닌고통받는이들이,그들과함께아파하며연대하는인간이주체임을이야기합니다.

"대안적/대항적생태공공성(公共性)"을제시

?유기쁨은'생태적위기'와'심리적마비'의시대에"미지의다른존재들의고통이우리의,나의고통과도연결된다는사실"을상기시켜줍니다.심층생태학,심리학,종교학,철학,인류학,사회학의성찰을엮어내며필자는도덕적고려의범위를동물과식물로까지확대하면서인간이외의다른생명의살아있음과고통에좀더섬세한감수성을가져야한다고주장합니다.그리고필자는다른존재에게고통을주는인간의힘(폭력)을직시하게하면서,이를극복하기위한"대안적/대항적생태공공성(公共性)"을제시합니다.생태환경자체가모두와관련되는‘공(公)적’성격을지니므로,생태환경에영향을미칠수있는사안에대해서는,개인과사회가함께논의하고소통에참여하며공개적으로결정하는‘공(共)적’접근이필요하다는것입니다.필자는이렇게살아있는존재들의고통에충분히귀기울이고,함께모여서배제된자들이목소리를낼수있는자리를마련하는것이고통의시스템을넘어서는첫걸음이된다고말합니다.

1980년의'오월엄마들'과2014년의'사월엄마'들

?정경일은기형도의시「안개」를지도(地圖)삼아신자유주의가강요한불안의지형을들여다보고한강의소설『소년이온다』를나침반삼아신자유주의의영토로부터벗어나는길을찾아봅니다.1985년에발표된「안개」에는신자유주의의그늘을예언하는듯한시어들로가득합니다.예를들면,시인은얼어죽은취객을“쓰레기더미”로알았다는삼륜차운전사의말을뉴스리포트처럼전하며시대의잔인성을더적나라하게폭로했는데,그로부터이십여년이지나‘대처주의(Thatcherism)’의상흔이깊게남아있는영국에서사회학자바우만은마치기형도의시에“도덕적·정치적사유”를입혀응답하듯이『쓰레기가되는삶들』(2004)을썼습니다.필자는생존을위한개인주의와경쟁주의가초래한불안의안개를응시하다안개넘어"햇빛있는데로"이끄는이들을만납니다.그들은"얼결에"서로돌보고사랑하다목숨까지내어준1980년오월광주의사람들입니다.살아남아삶이"장례식"이되어버린사람들입니다.시간의강을건너가슴으로연대한1980년의'오월엄마들'과2014년의'사월엄마'들입니다.필자는이들에게서고통받는자가자신의고통을초월하여타인의고통에참여하고치유하는"선의신비"를발견합니다.

책표지글씨"아픔넘어"를써준고이창현군의어머니최순화님은이미아픔을넘은이가아니라아직아픔속에있는이입니다.그는자식을잃고신과인간의위로를받기조차거절하며울었던라헬처럼모든위로를거부한채진실을향해아픔의땅을맨발로걸어가고있습니다.필자들이'아픔넘어'라는제목을통해말하려는것은아픔'너머'내일을기대하자는것이아니라지금여기서죽어간이들을기억하고살아있는이들과연대하며함께아픔을'넘어'가자는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