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소녀 이정옥 장편소설

가위소녀 이정옥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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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정옥의 청소년 소설 『가위소녀』. 세상을 잘라 버릴 수 없어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잘라 내버릴 수 없어서 제 머리칼만 되는대로 잘라내는 '위소'의 이야기를 담았다. 복잡한 머리속대신 머리칼만 삐쭉빼쭉 잘라내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가능한 또래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위소가 자신과 결코 다르지 않은 현실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또래들과 갈등을 겪고 위기를 맞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와 학교를, 세상을 돌아보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

이정옥

저자이정옥은연세대학에서국문학을전공하고로박사학위를받았다.하버드대학옌칭연구소에서객원연구원을지내고대학에서강의를하다가장편소설『숨은시간』을썼다.(주)우리같이대표를맡아출판에힘?쓰면서『소년과바다』를번역했고『대통령님,어디계세요?』를비롯한문학작품을기획,편집했다.지금은늘바라던대로소설창작에몰두하고있다.

목차

목차
1.그래,똥
2.아아,일등
3.뚝,무지
4.잠깐,꽃
5.얼싸,생각
6.똑바로,봄
7.그냥,아직은
8.와,씨뿌리기
9.휴,옮겨심기
10.그래도,고백
11.브라보,라이프
12.제발,제발
13.두고,두고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세상을잘라버릴수없어서
세상으로부터자신을잘라내버릴수없어서
제머리칼만되는대로잘라낼수밖에없는나를사람들은‘위소’라부른다.
그래,똥이고고작,위소다!
언제부터시작?된건지는모른다.알고싶지도않다.시도때도없이가위를잡는나를보고‘가위소녀’나떠올리고‘위소’라줄여부르는것따위는.웬만한사내아이보다더짧고우스꽝스러운머리꼴이어도상관없다.머리통에대고가위질하는순간만큼은돌아버릴것같은내머릿속을견딜만하니까.삼촌때문에엄마때문에새빨간낮도깨비가...
세상을잘라버릴수없어서
세상으로부터자신을잘라내버릴수없어서
제머리칼만되는대로잘라낼수밖에없는나를사람들은‘위소’라부른다.
그래,똥이고고작,위소다!
언제부터시작된건지는모른다.알고싶지도않다.시도때도없이가위를잡는나를보고‘가위소녀’나떠올리고‘위소’라줄여부르는것따위는.웬만한사내아이보다더짧고우스꽝스러운머리꼴이어도상관없다.머리통에대고가위질하는순간만큼은돌아버릴것같은내머릿속을견딜만하니까.삼촌때문에엄마때문에새빨간낮도깨비가된할머니가공연히내밑바닥성적이나트집잡을때도핑계따윈대고싶지않다.삼촌이싸놓은똥이나치우고다니느라,‘정리’에빠져든엄마를지켜보느라지쳤다고참다못한내입에서구질구질한변명이새나올까,가위부터찾을밖이다.
복잡한머릿속대신머리칼만삐쭉빼쭉잘라내고마는나를드러내고싶지않다.가능한한또래들한테서멀리떨어졌다.거리를유지하기위해선누구에게든관심을갖지않는게최선이었다.중학생이돼서도그방법을고수했지만내뜻대로되는건아무것도없다.나는위소였고,나는위소니까.
문제는무지다,너무높아서좁아진세상처럼!
내가위소인이유는간단명료해보일수도있다.자폐엄마와자폐삼촌과아빠의부재로인해빚어진문제아로취급한다면.그렇지만세상만사가어디그리간단한가.무엇보다부모탓이나할만큼내가그렇게단순하지도않고철없지도않다.내문제를결손가정탓으로돌리기엔할머니할아버지가부모(역할)로서별손색없다.
대부분의문제는무지에서발생한다.내존재를인정하고싶지않은동시에내게모든걸걸겠다는할머니의맹목.나를핑계대고너무높아서좁아진세상으로이사해놓고는‘드넓은세상으로나왔다’며혼자감격하는할머니가사는(살고싶어하는)세상을내가얼마나재미없어하는지짐작조차못하는할머니.‘이땅에사는한모두를위한교육같은건없다’고확언하는할머니지만,선택받은초고층아파트주민들사이에서갈수록초라해보이는할머니가저높은곳에서내려올생각을못하는게누구때문인지도모르지않는나는……무슨말이라도내보내야숨을쉴수있을것같은데도목구멍저깊숙이주먹을욱여넣을뿐이다.너무높아서좁은세상에갇혀버린내가하루하루견뎌내고있는세상은얼마나더자폐적인가.되는대로가위질을할수밖에없는것이다.
이야기는삶을먹고삶을낳지,상상력은삶을바꾸고!
세월호참사를목격하고작가는해묵은를버렸다고한다.수년전에제목을정하고내용을바꿔가며여러번고쳐쓴원고를통째삭제해버렸다는얘기다.이유는자명하다.4월16일이전의세계를반복할수는없었기에처음부터다시시작할수밖에없었다는뜻이다.관성화된,고착화된문체를벗어나야했고김빠진언어를쓸어버렸다는뜻이기도하다.위소가위소인것은‘자신의말’을제대로할수없었기때문이므로.
자신의말을할수없어서아무렇게나함부로제머리를잘라내는순간,위소의머릿속으로쳐들어와전류처럼반응을일으키고사라지려고하는말.그말을잡아채고장악해서위소에게돌려주어야했다.그러기위해선무엇보다위소가보고듣는인물들이펄펄살아있어야했다.그리고위소가그인물들을자신의말에담을때,이물감을느껴야했다.그냥술술넘어가지않아서,자꾸만눈에거슬리고목구멍에걸려서,사유의계기가될수있어야했다.
그리하여그냥산같아서‘산할머니’라고부르는산할머니가다시는무너지지않기위해선택한삶이구체성을,설득력을얻으면서진짜산같아진다.또한마법의수학수업을펼치는‘마샘’이가장잘할수있는숫자를가지고세상이그이전과같을수없음을보여주려는것을두고두고알아가게된다.고작그것밖에안되더라도할머니할아버지로서는매번죽을힘을다하고있다는것을알아보고,“어허,고놈참…”하는증조할아버지와소통하는가운데결국자기자신을대면하기에이른다.
이모든것은위소가자신과결코다르지않은현실을함께살아가고있는또래들과갈등을겪고위기를맞는가운데깨닫게된다.고릴라아빠든뭐든있는그대로의가족을아무렇지도않게꺼내보이고당연한듯이불평불만을일삼는‘외계인’들의언어며,성적에눈먼‘성적스’들을제치고새로운가능성으로떠오른‘유생각’의‘고백’을받아들이게되기까지,위소에게필요한건‘가능성의시공간’을포기하지않는상상력이다.있는현실을딛고,있어야하는현실을꿈꾸는상상력.그래서삶을먹고삶을바꾸는상상력이위소로하여금자신의가위질을돌아보게하는것이다.
위소가자신의말을시작하는순간부터작가가한시도잊지않았던것하나는청소년문학의특수성이다.모쪼록『가위소녀』를만나는일은즐거워야하고,재미와감동이넘쳐흘러자기안에꼭꼭스며들어야,자기자신을,가족을,친구를,학교를그리하여세상을돌아보게될일이기에.
작가의말
세월호참사를목격한후,나는해묵은를버렸다.4월16일이전의세계를반복할수는없었기에처음부터다시시작하는게옳았다.또한세상을잘라낼수없어서,세상으로부터자신을잘라내버릴수없어서,제머리칼만되는대로잘라낼수밖에없었던위소와더불어정녕자유롭고싶었다.두문불출한채다시쓰고고쳐쓰고또고쳐쓰는수밖에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