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피 (강희진 장편소설)

포피 (강희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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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강희진 신작 장편소설 [포피]. 『포피』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인물의 구술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화자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자 ‘포피’라는 닉네임으로 키스방에서 일하는 탈북 여성이다. 키스 매니저인 그녀가 자신의 삶에 관심 가지고 찾아온 소설가인지 난봉꾼인지 모를 손님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구설(口設)이 이 소설이다.
저자

강희진

저자강희진은경남삼천포에서태어났다.그곳에서청소년시절을보냈고,연세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했다.고등학교때부터글쓰기를즐겨대학때까지소설로각종문학상을수상했다.이후문학보다훨씬역동적인영상에매료되어방송국이나영화판을기웃거렸지만별로얻은것도없었다.다만KBS드라마극본공모에당선되어다큐드라마도집필하느라사회의그늘에서사는여러사람을만나게되었는데,그것은이후작가로성장하는자양분이되었다.『포피』역시그당시취재경험덕분에가능했던작품이다.
항상젊은것은아니라는것을깨달고나자마땅히할일이없어다시소설에매달렸다.소설을쓰면서자신이그동안문학을너무우습게봤다는것을알았다.그리고천신만고끝에2011년『유령』으로1억원고료제7회세계문학상공모에당선되었다.『유령』은분단문제를다룬소설로벌써몇편의연구논문이나왔다.
이후오랫동안공들여쓴작품역사소설『이신』을출간했다.『포피』는분단이만들어낸탈북자얘기를다루고있지만가볍게좀독특한상황에놓인여자들의특별한사랑이야기로읽어도무방할것이다.

목차

코끼리가족
키스매니저
기억의지속
향기,독,아편,고구마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꽃
소녀와죽음
텅트레이닝키스
키스의진미
자위하는남자의자화상
좀비들
작가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키스방매니저로일하는탈북대학원생포피.
성과욕망에대한거침없는토로와아찔한키스예찬속에
탈북자의악몽같은과거와소비자본주의의현재가남김없이드러난다.

“키스는고급문화입니다.
키스방에오는것은,그가그냥수컷이아니라
문화를향유할수있는인간이기때문이죠.”

제7회세계문학상수상작가강희진신작장편소설
온라인게임에빠져살아가는탈북청년을중심으로분단상황과가상현실문제를다룬소설『유령』으로제7회세계문학상을수상한작가강희진이신작소설『포피』를출간했다.『포피』는처음부터끝까지한인물의구술로이루어진독특한형식의소설이다.화자는심리학을전공하는대학원생이자‘포피’라는닉네임으로키스방에서일하는탈북여성이다.키스매니저인그녀가자신의삶에관심가지고찾아온소설가인지난봉꾼인지모를손님에게자신의과거를들려주는구설(口設)이이소설이다.

“욕망이정상적으로유통된다는것은그사회가건전하다는반증이라믿어요.”
화자(포피)는신분이약간의심스러운소설가에게이야기를시작한다.그녀는어린시절을북한에서보냈고,중국에서머물다가남한에정착해지금은대학원에다니고있다.여느탈북자들과마찬가지로돈이필요해일자리를찾지만탈북자라는신분때문에취업이쉽지않아키스방에서일하게되었다.포피의삶의과정은적지않은탈북여성들이걸어온길이다.다만포피에게키스방은단순한돈버는장소가아니라세상을떠돌면서받은마음의깊은상처를치유하는공간이기도하다.그녀는자신속에있는모든욕망을신랄하게뱉어냄으로써마음의안정을찾는다.
먼저그녀는수많은종류의키스와키스기술,키스방에서있었던온갖에피소드를들려줌으로써현재우리사회에서일어나고있는기형적이고위선적인성문화를폭로한다.그과정에서좀비처럼키스방이나매춘업자를찾아다닐수밖에없는부유하는남한젊은이들의외로움,욕망,좌절이적나라하게드러난다.또한,요즘인터넷문화의발달로많은여자들이,특히여대생들이큰고민없이매춘이나조건만남,유사성행위로용돈을,학비를,성형수술비용을마련하고있다는사실도자연스럽게소개된다.게다가화자와같은처지에있는탈북여대생들은돈이너무절박해매춘을하지않고는자신과가족의생존자체가위협받을수있다는사실도충격적으로제시된다.그들에게성매매특별법은인간의존엄성을지키는법이아니라자신과가족의인간적인삶을짓밟는악랄한족쇄라고그녀는주장한다.

“키스는즐거운쾌락이며희열이죠.”
포피는키스매니저답게키스의기술뿐아니라키스라는행위의성격과의미까지꿰뚫는다.그녀는혀를사용하는키스를고급문화라고일컬으며북한처럼억압적인사회에서는키스를침팬지처럼입으로만할거라고단언한다.따라서섹스가아니라키스를하기위해키스방을찾은남자는“그냥수컷”이아니라“문화를향유할수있는인간”이라고말한다.그녀에게키스는남근중심의성교와달리애초에남녀가평등한조건을가지고시작하기때문에누구든능동적인역할과수동적인역할을번갈아가며할수있는행위로인식된다.샤갈,뭉크의그림과보들레르,마광수의시가등장하는키스에대한문화적고찰은소설의한층을이루는흥미로운요소다.

“북한에서의악몽은,뭐라고할까?트라우마가분명해요.”
화자는숱한얘기를쏟아내면서자신의과거까지하나씩떠올린다.그녀는어렵고힘들었던어린시절의기억을상당부분잃어버린상태이고,이는살아가기위한,어쩔수없는무의식의선택이었다.그만큼화자에게과거는끔찍한트라우마였다.
그녀는어린시절을북한에서학교도제대로다니지못하고,엄마와장마당에나가두부밥과아편(포피)을팔면서살았다.아버지는양귀비를키워아편을생산하는집단농장의농원이었지만,제대로식량배급을받지못해엄마의장사에의존해서먹고살았다.그런데어느날갑자기북한의배급체계가완전히무너져아사의상황이닥친다.동네사람들이하나둘쓰러지고,설상가상으로동생까지병이든다.옆집에서아이들이죽어나가자,엄마는식량을아들에게만몰아줘자식중하나라도구하자고결심하지만,화자는그것을눈치채고고구마자루를산속에숨긴다.그런데어이없게도그자루속에정제한아편덩어리가들어있었다.아편을팔아동생의약을구하려던엄마는미친듯이고구마자루를찾지만화자는그것을내놓을수없는상황이었고,그일은화자에게평생지울수없는죄책감으로남는다.
죽음의그림자가차츰다가오는가운데큰아버지가인민위원회로부터반당분자로몰리는바람에가족은아픈동생을두고중국으로건너가기로결단한다.강을건너는중간에아버지는군인들한테붙잡히고만다.화자와엄마가중국에정착하자,북쪽에서아버지가죽었다는연락이온다.엄마는다시북한으로끌려가지않기위해어쩔수없이조선족남자와결혼하고,비록얼마동안이지만모녀는아사와죽음의기억을잊고행복한생활을꾸려간다.더구나어린화자는막내삼촌을좋아하게된다.그리고북한의악몽을잊어갈때쯤,북쪽의아버지가살아있다는소식이날아들고,엄마는막내삼촌을유혹해남한으로가려한다.
몇달후막내삼촌의도움으로화자와엄마는무사히남한에온다.한국에들어온엄마는막내삼촌을불러주기로한약속을잊어버리고,자본주의사회에정착하려고안간힘을쓴다.머리가비상한화자는공부에매진해명문대에입학하고여기생활에적응하지만엄마는정체성에혼란을겪는다.몇년뒤,삼촌이불쑥나타나엄마에게결혼을종용하지만,엄마는북쪽에남편이있다고거부한다.이런혼란속에서엄마는북에서탈출한남편을구하기위해막내삼촌을유혹해그의돈을훔쳐중국으로떠난다.

“여기서백년을산다고해도남한사람이될수없다는걸알았습니다.”
명문대생이된화자는탈북자라도노력만하면남한사회의일원이될수있다고생각했지만현실은달랐다.문화와사고의벽은넘기힘들었고,대다수탈북자에게‘탈북’은사슬이었으며그녀역시예외는아니었다.하지만그녀는비록남한사회에서대접못받아키스방이나전전하지만천국에대한꿈이있다고말한다.
포피는자신의인생역정중일부는기억하고,일부는전혀기억하지못한다.탈북과정의정신적인충격으로기억을잃어버린것이다.그래서친지들이꿈속에서변형,혹은왜곡된형태로나타난다.더구나큰아버지의공개처형장면은,흐느낌,비명소리,고함소리로나타나끝없이그녀를괴롭힌다.악몽같은지난날과잃어버린기억사이에서고통스러워하는그녀를구원하는것은수다다.말을쏟아내는행위로그녀는억눌린욕망을해소하고기억을온전히복원하면서고통에서차츰벗어난다.그리고이제그녀는새로운인생을시작하려한다.

작가는전작『유령』에서온라인게임에빠진탈북청년을내세워탈북자의소외와분단문제를다뤘다면『포피』에서는키스방에서일하는탈북여성을주인공으로삼아인민의삶이붕괴된북한체제와남한소비자본주의의윤리적실상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문학평론가김미현은“『포피』는탈북여성을주인공으로내세우면서도기존의이데올로기적접근이나페미니즘적인접근에서보여주었던상투성과계몽성을피해가고있는새로운탈북소설”이라고평했다.강희진의소설로분단문학의진화,나아가한국문학의새로운활력을읽어도되는이유다.


“세상에죽음만큼중요한게있다면아마도사랑일거예요.
물론제경험에서우러난얘기죠.제삶에서말입니다.”


●추천사
이소설을읽고수치심을느낀다면아직까지우리들의양심이살아있다는증거일것이다.뉴스에나오지않는현실이소설에담겨있다.탐사보도보다도더치밀해서가슴이저민다.키스는즐거운쾌락이며희열이라고주인공은말하지만그말이더슬프게한다.현실과허구,남한과북한이양날의칼을자유자재로구사하는작가의능력에서새로운탐사문학의출발이보인다.무엇보다이소설에집중하는것은이것이바로외면할수없는진짜이기때문이다.-박성원(소설가,계명대교수)

『포피』는탈북여성을주인공으로내세우면서도기존의이데올로기적접근이나페미니즘적인접근에서보여주었던상투성과계몽성을피해가고있는새로운탈북소설이다.남한소비자본주의의상징인‘키스방’과북한공산주의의상징인‘탈북여성’의결합으로인해소설의긴장과갈등이자연스럽게구조화되면서죽어도살아있는남북한‘좀비들’의실상이중층적으로제시되고있다.주인공‘나’가손님인소설가에게자신의전사(前史)를구술하는소설형식을처음부터끝까지유지하는필력도놀랍다.반성이아니라질문이요구되는문제작이다.-김미현(문학평론가,이화여대교수)

소설은누군가의이야기이다.『포피』는이야기하는화자의개성으로우선눈길을끈다.『포피』의주인공은중국을거쳐한국에자리잡은새터민,탈북자이다.우리사회의일부이면서타자인‘그녀’는독백을통해구어적세계의풍만함을조성한다.주목해야할것은그녀가키스방의키스매니저로일하고있다는점이다.백석의시부터키스의역사까지아우르는그녀는매우도전적이며개성적인서술자임에틀림없다.이개성적화자의고백앞에지금,이곳대한민국의윤리적실재는남김없이드러난다.그것은소설을통해세상과대결하고픈작가적의지의표명이기도하다.
-강유정(문학평론가,강남대교수)

책속으로추가

전이상심리취향같은건없는사람이에요.하긴모르죠.지옥에살다왔으니제심층심리속에뭔가,나도모르는무엇이숨어있는지.그건알수없는일이죠.괴물이살고있을수도…….하지만저는천국에대한꿈이너무강렬한사람이라,다른사람들보다상흔을덜가진것같아요.남한사회에서대접못받아,키스방이나전전하면서당신같은소설가의호기심이나자극하지만,저는자신을이만큼끌어올렸다는사실이약간은대견스러울때도있어요.(187쪽)

대딸방,키스방,페티시방,애인대행혹은조건만남등에서공통적으로사용하는통에아예하나의용어로굳어진‘민간인필’이란말을생각해봐요.(중략)실제이들카페에들어가마니아들의후기를읽어보면,카사노바들이얼마나민간인필을원하는지,경험이덜한수수한여자를찾기위해서돈과에너지를투여하는지눈물이날지경입니다.이런곳에서그런여자를찾아다니면서욕망을채워야하는당신들의처지를생각하면이해가되지않는바도아니에요.타락한자본주의를살아가는불쌍한카사노바들이죠.당신들이진짜좀비죠.(237쪽)

전어린시절의좌절때문에,말을쏟아내지않으면,<양들의침묵>에나오는미치광이의사가되든지,‘임금님의귀는당나귀귀’라고외치지못해죽을병이든복두쟁이가될겁니다.그리고이제엄마가그젖꼭지를내민다고해도제욕망은해소되지않아요.왼손식지를빨수도없잖아요.삼촌이,제가사랑한단한명의남자가남긴마지막선물인데,어떻게다시상처를내겠어요.구원은오직말뿐이죠.수다만이절구원해줄수있는유일한길이죠.그러니당신이야말로제게는구원같은손님입니다.(238~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