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와 역사학자

사회학자와 역사학자

$13.00
Description
반지성주의 시대 합리성의 유토피아를 꿈꾸다!!!

여기, 격렬하지만 우정이 넘치고, 비판적이지만 유머가 가득한
다섯 번의 놀라운 대화가 있다.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이고, 전투적이면서도 건설적인
대화다운 대화를 찾고자 한다면,
반지성에 맞서는 무기를 찾고자 한다면,
이 책을 보기를 바란다.

이 책은 세계적인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와와 역사학계의 거장 로제 샤르티에의 대담집, 『사회학자와 역사학자』(Le sociologue et l’historien, 2010, Agone)를 한국어로 옮긴 글이다. 위르겐 하버마스, 앤서니 기든스와 더불어 현대 사회학을 상징하는 이론가인 부르디외는 장, 하비투스, 상징투쟁 등 자신의 핵심 개념을 놓고 프랑스 혁명의 문화적 기원을 연구한 아날학파 4세대의 대표 학자 샤르티에와 격렬하면서도 우호적인 대화를 나눈다. 프랑스학계의 두 거장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부르디외의 개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지, 사회와 역사를 분석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
이 대담은 그 명성에 비해 복잡한 개념과 다양한 주제, 난해한 문체 탓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르디외 개념을 저자 자신의 육성으로 쉽게 설명하며, 무엇보다도 부르디외 자신이 어떤 배경, 태도, 목표 아래 연구에 임하고 있는지, 학계와 일상에서 왜 과학적이면서도 전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지 분명히 밝혀준다. 이 책은 부르디외 이론의 풍부한 현재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오늘날 현실을 분석할 수 있는 수많은 개념과 도구를 제공해준다. 부르디외를 알고 싶지만 방대한 저술에 주저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최선의 입문서가 될 것이다. 또 반지성주의, 혐오표현, 남성지배, 종북 논란 등 당대의 문제에 천착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다양한 이론적, 실천적 무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피에르부르디외|로제샤르티에

1930년프랑스의시골마을당겡에서태어나뛰어난학업성적으로파리고등사범학교에입학했다.25세에철학교수자격시험에합격한뒤군복무를위해알제리에갔다가식민지현실과전쟁의참상에큰충격을받고사회학자로전향했다.프랑스학계의관행을거부하며박사학위를받지않았지만,탁월한연구성과를인정받아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의교수가되었다.1981년에는프랑스지식인들의최고영예로꼽히는콜레주드프랑스교수(사회학전공)에선임되어2001년정년퇴임할때까지재직했다.2002년만71세의나이로삶을마감했다.부르디외는전세계적으로높이평가받는학문적업적을남겼으며,사회학을넘어철학,미학,인류학,경제학,정치학,커뮤니케이션학등인문사회과학전반에큰영향을미쳤다.그는또당대의사회문제에적극적으로발언하고개입한실천적지식인이기도했다.대표작으로는『구별짓기』,『실천감각』,『실천이성』,『파스칼적명상』등이있으며,사후에도『국가에대하여』를비롯한콜레주드프랑스강의록의출간이이어지고있다.

목차

서문생생한목소리로6

1장사회학자의직능23
2장환상과인식48
3장구조와개인71
4장하비투스와장91
5장마네,플로베르,미슐레112

옮긴이후기135

출판사 서평

부르디외가말하는부르디외
라디오대담으로듣는부르디외입문

이책은부르디외를결정론자로이해하는잘못된방식에이의를제기한다.이와달리부르디외는행위이면의구조에의문을제기하면서도자유주의가능성을진정으로도입한다.
―더모닝스타

다섯번의라디오방송,부르디외의이론을정리하다
1988년프랑스의공영라디오채널인프랑스퀼튀르부스에는이제막대중적명성을얻기시작한콜레주드프랑스교수인부르디외와책과문화에관한연구로이름이알려진역사학자샤르티에가마주앉아있었다.두사람은앞으로다섯차례만나부르디외의개념을놓고심도깊은대화를나누기로했다.부르디외는자기자신마저비꼴정도로대담은시종일관유머로넘쳤고우호적인분위기로흘러갔지만,그이면에는격렬한논쟁이오갔다.샤르티에는역자학자만의입장이아니라일반독자의관점에서부르디외개념의한계를날카롭게지적하며,부르디외는오랫동안기다려온맞수를만난듯이자신을둘러싼삿된비난에서벗어나그개념이지닌함의와목표,의도를차분히풀어낸다.
다섯번의대화는사회학자의임무,환상과지식,구조와개인,하비투스와장,예술가와예술장에관한이야기로이어진다.두사람이워낙다양한주제를다루고저술이아닌대화의특성상,이야기가자유롭게흘러가지만이같은순서는나름대로일관성을보인다.대담의앞부분은사회학자의사회적기능,상식및환상을뚫어내는지식과지식인의전투적역할을다루고,중반에는현행사회를유지하고재생산하는지배적구조와이를분석하는방법을설명하며,이런저런결정기제아래개인의자유,이른바행위자성이여전히가능하다고주장한다.그리고마지막장에서는프랑스의근대문학,미술을사례로예술가와예술장의형성을다루고미학및예술에관한새로운접근만이아니라,무에서유를창출하는자유의가능성과그조건,한계를동시에탐색한다.
한마디로정리하면이책은부르디외의수십년동안의작업을대상으로구조(또는권력)의힘과그힘에서벗어날수있는자유(또는저항)에관한다양한접근을소개하고있다.

사회학자는왜불편한가?

부르디외:그렇죠.저는사회학이불편함을준다고생각합니다.(24쪽)……사회학자가자신의작업,그리고자신의글쓰기와맺는관계는,제가아는한정신분열에관해의사들이설명하는내용과정확히일치합니다.사회학자는무언가를말해야하거나혹은행해야하지만,그것을말하거나행하는바로그순간자신이방금말하거나행한바를하지않았다고말해야합니다.(45-46쪽)

첫대담을여는말에서샤르티에는도발적인질문을던진다.‘사회학자는견디기힘든’존재라는것이다.달리말해참기힘들고,불쾌한사람이란뜻이다.소크라테스가고대그리스아테네사람의등에를자처했듯이,부르디외는이지적을기꺼이받아들이며,동시에왜자신이동료학자,엘리트계층,심지어대중을귀찮게하는지설명한다.사회학자,또는사회학자체가성찰성을특징으로하며,남들이의식하지못하는그들의진실을진단하고말하기에사회학자는견디기힘든존재이며,나아가자기자신에게도그잣대를들이대기때문에사회학자로산다는것자체가견디기힘든일이라고말이다.그런데도사물의자명한질서에도전하는것,자기분열을껴안고이른바‘사회적’진실을말하는것,남들의비난을감수하고기꺼운마음으로‘과학적’진실을말하는것,그렇게함으로써상식을파괴하고비판과해방을추구하는것,이것이사회학자의임무라고말한다.

오늘날지식인의역할은무엇인가?
이와연결된문제로서오늘날지식,지식인의임무는과거와달라졌다고한다.이제지식인은학계내부의위계적규칙에따라직업적안정과사회적지위를추구하는학자도아니고,무의미한통계치만앵무새처럼나열하는정책전문가나여론조사원도아니다.또지식인은계몽주의의거대한기획아래인간의완성을전망하는예언자도아니고,마르크주의의전망아래미래의해방을예단하는메시아도아니며,대중이나특정계급을대변하고지도하는당-지식인도아니며,남들에게특정한담론,프로그램,품행을주입하는통치기술의전문가도아니다.오늘날지식인의임무는사회학자와마찬가지로죽어버린지식생산과정과그산물에구멍을내고,대중의바로옆에서,바로밑에서그들의구체적현실을대상으로새로운개념을발명하고그들에게사유수단을제공하는일이다.

샤르티에:지식인은정말로오랫동안피지배대중에게어떤담론을부과하는역할을자임했습니다.그러나선생님의관점에서는지식인의기획이완전히달라집니다.이제는지식인의역할이피지배대중에게지배메커니즘을스스로분석할수있는무기를제공하는일이됩니다.

부르디외:우리는결정된채로태어나지만,자유로운상태로생을마칠수있는작은기회를갖고있습니다.또한우리는사유하지않는상태로태어나지만,주체가될수있는아주작은기회를갖고있습니다.……우리는자신이접하는사유대상을제것으로만들고나아가사유수단을제것으로만들때자기사유의주체가될수있지만,그나마아주미미한정도로만그렇게될수있습니다.(49-50쪽)

이런맥락에서지식인은모든것에답하는총체적지식인이아니라,일부러부분적인질문을만들어제기하며,현상태의인식도구를가지고우리가할수있는한최선의답을구해야한다.달리말해멀리있는대상이아니라,우리가까이에있는구체적현실에근거해새로운개념을발명해야한다.

개인은얼마나자유로운가?
그러나사회학자건아니건,인간은구조(또는지배)의결정력에서무조건벗어날수없으며날때부터온전히자유로운존재가아니다.다만부르디외에따르면주체는구조의중력에서약간은벗어날수있는,딱그정도의자유로운존재이다.그러나자유라는행위에는부지런함,특히앎에대한끈질긴습득이라는조건이붙어있다.우리는누군가가우리를위해대신사유하는게아니라,자신이접하는사유대상을제것으로만들고사유수단역시제것으로만들때비로소자유로운상태로죽을작은기회를얻게된다.
이런자기앎이있을때,우리는현행사회를유지하고재생산하는다양한결정기제를바꾸거나적어도효과적으로공략할수있다.두사람은대화의중반부에서이런실천을방해하는기존의몇가지거대한이론,교조화된접근,무한한자유를주장하는자원주의,과학적지식이아니라상식과권위에기대는가짜이론을가차없이비판한다.

부르디외:제가보기에메시아적희망은변혁의가장큰장애물가운데하나입니다.우리는이런메시아적환상을합리적희망들로대체해야합니다.적절한수준의,매우이성적인,어떻게보면온건한희망들말입니다.이런종류의희망은자주개량적이거나타협적이라는불신에시달리지만,실제로는아주급진적인형식속에서모습을드러냅니다.(69쪽)

특히이런비판에는‘메시아적구원’과거리를두려는사회학의‘합리적유토피아주의’가배어있다.예컨대당대의공식지식인교조화된마르크스주의는노동자계급이라는혁명의메시아를기다를뿐,자본주의발달에따라왜그들이체제내화되는지설명하지못한다.게다가계급투쟁만이아니라,다른수준에서벌어지는투쟁,이른바교육,문화등상징영역에서벌어지는지배와저항의교차,정확히는분류화투쟁을이해하지못한다.단적으로부르주아자식은왜대학에더많이가고노동자자식은왜노동자가되는가.
부르디외가보기에이미굳어진개념,실천으로는이런현상을분석하지도바꾸지도못한다.기존의지배적·상식적개념은너무거칠어서설명력이떨어질뿐아니라오용의위험도있어서현실을오히려왜곡한다.부르디외는이렇게말한다.“제얘기는‘지금읽고있는것에주의하시오’라는메타담론을실어나릅니다.”(47쪽)

구조의힘을역사화하다
부르디외와동시대를살았던몇몇철학자는자신의작업을외부,바깥의사유라고부른다.어떤학자는후기구조주의자체가서구바깥에서기원했다고본다.특히푸코는자신의계보학을인류학―알다시피부르디외도인류학작업을수행했다―에빗댄다.인류학자가낯선세계의문화를탐색하듯이,계보학자는서구문화안에서바깥의관점을취해야한다.그렇게함으로써우리는역으로자기문화를규정하는결정기제를밝혀낼수있다.이낯설게하기전략은결국우리를구속하는체계,우리가의식하지는못하지만실행에옮기는허용과배제의체계를드러내는일이다.
푸코의전략과마찬가지로부르디외는우리를구속하는지배적체계,개인의자유를한정하는구조의힘을분석하려고한다.특히부르디외는두가지상보적인이론적전략을구상한다.하나는구조(또는지배)자체를보편적이고초역사적인실체가아니라역사적과정의산물로여기고,한사회에서특정한시기에들어서는장의발생과그규칙을분석하려고한다.예컨대서양중세에서는돈보다명예가더중요하고태평양의섬에서는호혜적인선물교환이이루어진다.그리고행위자는그장의규칙에따라,그내부의상징재(돈,명예,지위,명성등)를놓고치열한싸움을벌인다.이런접근을현대사회에들이대는것은결국장의의례,또는장이부과하는사고범주,이해범주,지각도식,가치체계따위를무대위에올려그자의적성격을백일하에드러내고변형하고전복하려는전략이다.
다른하나는장과결합된개인의행위에초점을맞추어거꾸로구조에변형을가하기도하는이론적장치를도입하는전략이다.그것이바로하비투스개념이다.하비투스는객관적구조,또는다양한결정기제가내려앉아개인에게내면화된성향체계이다.바꿔말해개인은사회세계의구조를내면화하고그구조를행위,품행,선택,취향을인도하는분류도식으로전환한다.하비투스는개인의의식이나관념보다는가족,교육,미디어등물질적장치를매개로비의식적인영역,육체에각인된다.그러나중요한사실은이체계가구조의힘에영향을받기도하지만어느정도는열려있다는점이다.따라서이를둘러싼투쟁이일어나는것도당연한일이다.기존의구조가재생산될것인가,조그마한자유와변혁의가능성이있는가?결국부르디외가구상한것은장과하비투스,권력과저항의복잡한변증법이아닐까.부르디외의희망은체제를재생산하는것이아니라변혁하도록하비투스의방향을바꾸는일이아닐까.

브루디외:따라서하비투스는숙명이아닙니다.그것은사람들이흔히저를두고해석하는식의불가피한운명이아닙니다.하비투스는성향들의열린체계입니다.그것은경험들의영향아래끊임없이노출되고,그런경험들에의해서마침내변화하게됩니다.여기까지말한다음,이런주장에재빨리수정을가해야합니다.일련의경험이하비투스를[변화시키는대신]강화할개연성이있습니다.그러한개연성은특정한사회적조건에연계된사회적숙명속에새겨져있습니다.……하비투스는특정한상황과의관계속에서만무언가를생산합니다.그것은스프링과같지만,방아쇠가필요한것이죠.게다가상황에따라하비투스는정반대로작용할수있습니다.(99쪽)

자유의좁다란가능성을탐색하다
그렇다면저항,행위자의자유는어떤조건에서가능할까?현대의모세는어떻게가능한가?지나친단순화의위험을무릅쓰면,한가지접근을상상할수있다.그러니까교육,가족,미디어등체계적재생산이일어나는과정자체를바꾸는방식이다.이는개인의행위를결정하는특정한결정기제에개입하여,개인의성향체계를조형하는물질적장치를바꾸는일이다.특히불평등을줄인다는목표아래,교육개혁은부르디외이론에서크게영감을받았고프랑스뿐아니라여러나라에서계급간,계층간학력격차를줄이려는노력으로나타났다.
그러나이런제도적접근에도행위자의자유로운활동이어떻게가능한지는여전히의문이남는다.이책의마지막부문에서부르디외는마네,플로베르등의예술가와예술장을다루면서이문제를파고든다.이들은가장화가다운화가,가장작가다운작가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도‘조금의자유’,이른바무에서유를창출한사람들이다.이들은자신에게부과된결정기제의한계를넘어상징적죽음을감행했을뿐아니라그대가로새로운장을창설하거나새로운정당성의원리를제시하고새로운미적취향을개발했다.

부르디외:제작업이추구한평소의논리때문에,이런인물들을연구한셈이죠.특히저는언제나장의발생과정에관해이해하고자했는데,제시각에서플로베르와마네는근본적으로장의창설자라고일컬어질수있습니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