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드론,사이버전쟁……
전쟁은사라지지않았다.형태가달라졌을뿐이다
우리는예상치못한형식의전쟁폭력들과마주하고있다
▶우리시대‘파편화한전쟁’-전쟁폭력‘진화’의결과로생겨난새로운전쟁모델그리고그대응방식
1989∼90년동서냉전의종식으로시작된새로운시대에과연인류는전쟁의위협에서보다자유로워졌는가?평화로운세계공동체의이상에보다가까워졌는가?
다시격화된중동및근동(서아시아)에서의다양한전쟁들,발칸과우크라이나등해체된동구공산주의국가지역에서의내전과게릴라전,9ㆍ11테러에서최근IS의전방위적테러에이르기까지기존의전쟁개념으로는파악할수없는전쟁폭력들앞에서세계사회는당혹해하고있다.
이책은그형태가마치파편처럼불규칙적이고소규모로수행되는최근의전쟁들을고전적전쟁유형즉영토를가진대칭적국가들이정규군을동원해치르는전쟁에비추어파악하지말고전쟁폭력‘진화’의결과로생겨난새로운전쟁모델로보자고주장한다(그에따르면고전적국가간전쟁의마지막사례는1980∼88년의이라크-이란전쟁,에티오피아와에리트레아간전쟁이다).이‘파편화한전쟁’은‘전쟁의민영화’(국가가아니라준국가적/하위국가적정치행위자,반半민간인정치행위자,비영토적정치행위자가전쟁을수행한다),‘전쟁폭력의비대칭화’(전쟁주체,무기기술과군사조직,군사전략상의비대칭화),‘전쟁의탈군사화’(정규군이전쟁수행의독점자가아니다)를특징으로한다(이셋은모두함께일어난다).
전쟁문제에관한한‘움직이는1인싱크탱크’라불리는뮌클러교수는20세기양차세계대전에서21세기현재의테러리즘에이르기까지전쟁의전제가되는정치적ㆍ사회적ㆍ문화적조건과자원들이어떻게변화해왔는지를흥미진진하게추적하고,그변화와21세기전쟁폭력의양상은서로어떤상관이있는지,그리고현재의전쟁폭력에가능한현실적인대응방식은무엇인지탐색한다.
▶구질서의해체와새롭게생겨난‘모호한전쟁’의뫼비우스띠-하이브리드전쟁
이책의목적은지난100년의전쟁사전체를서술하려는데있지않다.그보다는한편으로는안정적인평화의구역을,다른한편으로는지구를감싸는모호한전쟁의‘띠’를만들어낸/내는모순적과정들을관찰하려는데있다.바로,남아메리카(특히콜롬비아)에서시작해아프리카(말리와나이지리아에서소말리아까지)를넘어,그다음아랍세계상당부분(예멘과시리아,이라크와리비아)을거치며북쪽으로뻗어가서,현재는평화가찾아온발칸중부에서시작해흑해지역을거쳐캅카스로확장하여,아프가니스탄과파키스탄을포괄하고동남아시아도서지역에서잦아드는전지구적전쟁의띠말이다.
이전쟁들은근세초기유럽에서스페인국제법학파와네덜란드법학자휴고그로티우스(휘호흐로티위스)가발전시킨‘전쟁아니면평화’,‘국가간전쟁아니면내전’,‘전투원아니면비전투원’이라는이항적질서체계를벗어나는데서‘하이브리드전쟁’이라칭해지기도한다.
이새로운전쟁에는선전포고도평화협정도없다.대신성명과회담이반복되고,그에따라폭력사용이일시적으로중단되거나축소되기도하지만결국은다시격화될뿐이다.이와같은전쟁들은그중한전쟁이언제시작되었는지정확히확인하기가어렵다.특정한한전쟁을끝내는것은,아니끝이라고정의내릴수있는지점이어딘지확인하는것조차도,더어렵다.전쟁이어떤단계에있는건지도알수가없다.그결과우리가지금전쟁집단을상대하는것인지평화집단을상대하는것인지확실하게말할수가없게되었다.우리는예상치못한형식의전쟁폭력들과마주하고있다!
▶21세기전쟁의현상학에대한총제적분석?자신의관심사부터골라읽는재미
저자의사유는정치학적고찰뿐아니라정치사상사적,사회사상사적,사회학적,인류학적,심리학적,철학적고찰에이르기까지그야말로총체적이다.이책은이처럼깊이가깊고학문분과의경계를자유롭게넘나드는글쓰기로전쟁사,세계사,국제사회의변화와새로운국제질서의형성,미래사회의패러다임등에서통합적ㆍ통섭적사고가필요한독자들에게안성맞춤이라하겠다.한국어판은원서에서수없이등장하는전쟁의세부배경과관련개념에대한설명을옮긴이주로달아독자들의이해를도왔다.
『파편화한전쟁』은전체적으로는전쟁패러다임의변화를통한전쟁폭력의경계와평화의조건을성찰해보려는독자에서부터,구체적으로는현대의전쟁에대해역사적관심이있는독자(제1부「20세기의대전쟁들」),전쟁의정치사상사적ㆍ정치문화사적고찰을넓히려는독자(제2부「탈영웅적사회와전사에토스」),새로운전쟁폭력의등장에따른21세기국제사회의지정학적변화와국제정치적전망,정치공간의변화,이를파악하는지정학적사고의효용과유의점에주목하고픈독자(제3부「고전적지정학,새로운공간관념,하이브리드전쟁」),전쟁에서의살해와희생,전쟁과영웅(적희생양)이라는철학적측면에대해고민하는독자(제3장「신화적희생자와현실의사망자」),세계사적분기점혹은“20세기의원초적재앙”(조지F.케넌)으로제1차세계대전이전쟁사와사회발달사에서차지하는위치(유럽의우위마감,미국의부상,부르주아세계의위신상실)나,제1차세계대전을통한역사적학습을거친이후의전쟁으로서제2차세계대전등양차세계대전의전쟁사적ㆍ세계사적ㆍ사회사적측면을들여다보려는독자(제4장「제1차세계대전과부르주아세계의종말」,제5장「제2차세계대전-세계질서를둘러싼전쟁」),그리고-지금도어디선가일어나고있는-IS,알카에다,보코하람등이벌이는전방위적테러들의실체와그에대한서구의달라진대응전략을알고싶은독자(제10장「이미지전쟁-비대칭적전쟁에서미디어의역할」)에이르기까지다양한지적호기심의독자군을만족시켜주는미덕이있다.
▶탈영웅적사회,전쟁패러다임의변화-‘영웅적사회’의‘테러리즘’과‘탈영웅적사회’의‘드론전쟁’
‘전쟁은달라진조건하에서계속되고있다’는뮌클러생각의매력은그가전쟁폭력문제를다루면서항상정치사상사적?정치문화사적맥락을고려한다는점이다.그가보기에현재의서구사회는양차세계대전을거치면서돌이킬수없게‘탈영웅적’사회가되었다(“죽음을의미와상징으로채울수있는사회만이영웅적사회라고할수있다.전前영웅적사회나탈영웅적사회에서는전쟁과전투행위에서의죽음이단지살육의결과로파악되고또그렇게취급된다.”“탈영웅적사회란,사회에서희생과명예라는관념이사라진경우를말한다.”).
탈영웅적사회에서는시민들에게,심지어군인들에게조차희생자세를기대할수없다.그래서탈영웅적사회는자국민이많은희생을치러야하는장기간에걸친전쟁을견디지못한다.이에반해일례로레반트지역(레바논,시리아대부분,이라크북부)의사회들은영웅적사회전단계에서영웅적사회로전환하는중이며,이런사회에서소위자살테러범ㆍ폭탄테러범등‘전사’로서영웅적희생의가치는매우높이떠받들어진다.
뮌클러는테러리즘을무기에서열세인‘영웅적’사회의‘전사’들이무기에서절대적으로우세한서방탈영웅적사회의취약한‘집단심리’를노리는나름의합리적전략으로해석한다.반면에외연이뚜렷한정치체를구성하는게아니라사회깊숙이은신하면서네트워크형식으로움직이는테러리스트들에대해서,통신감청과드론을이용한공격은뮌클러가보기에탈영웅적사회가택할수있는합리적전략이다.
“〔네트워크구조의테러리즘에맞서는서방의〕세번째모델은버락오바마대통령의임기초부터실행되는드론전쟁이다.여기서는첫번째모델에서처럼대규모보복공격이수행되지도않고,두번째모델에서처럼원하는변화과정을작동시키기위해한국가를-수십년은아니더라도-수년간점령해야하는것도아니다.드론전쟁은〔테러리즘의〕네트워크개념을진지하게고려하는(대응)행위형식이다.”(251쪽)
▶칸트의‘영원한평화’에대한비현실성비판-뮌클러가말하는‘21세기글로벌플레이어’의관건
일찍이칸트는국가간전쟁이사라지면‘영원한평화’가올것이라고믿었고이는현대의많은평화연구가들에게로계승되었는데,뮌클러는이러한생각의비현실성을통렬하게지적한다.종식된것은국가간대규모전쟁의시대였지전쟁시대전반은아니며,현인류사회에서전쟁폭력의강도나그결과의참담함은국가간전쟁이라는모델에맞지않을뿐이지결코약해지지않았다는것이다.칸트와그이후평화연구가들이동등한권리를갖는국가사이의수평적관계를평화의조건으로꿈꾸었다면,뮌클러는세계질서형성권력으로서의글로벌플레이어가필요하다고생각한다.새로운전쟁의종식에는중개자나평화자로서등장하는제삼자가필요하다는이유에서다.
뮌클러의사유는현대사에서전쟁폭력이가장극심했던지역이‘제국이후’의공간이라는사실에기초하고있다.여기서‘제국이후’의공간은합스부르크제국과러시아차르제국의붕괴후에생겨난중유럽및동유럽공간,오스만제국지배하의근동및중동,제2차세계대전후에는소련제국해체후의캅카스지역,유고슬라비아연방공화국해체후의발칸지역등을말한다.
뮌클러는21세기에세계질서를규정하는권력으로서글로벌플레이어는서넛에불과할것이라고본다.미국은당연히그에속하고중국도거의그럴것이라고보지만,러시아에대해서는회의적이다.뮌클러는유럽이,그럴의지를갖는다면,군사력은약하지만경제력과규범적우위를바탕으로하나의글로벌플레이어가될수있을것이라고생각한다.그리고21세기의글로벌플레이어에게는그간진행된공간혁명으로인해영토지배보다는정보ㆍ자본ㆍ인간등유동적인것의흐름에대한통제가관건이라고전망한다.
알카에다,보코하람,IS테러리스트들이오래전부터수행하고있는‘전쟁’.프랑스대통령프랑수아올랑드는그에맞서드디어선전포고를했다.하지만독일국방장관우르줄라폰데어라이엔은그것을‘전쟁’으로규정하길여전히꺼린다.경계가매우모호하고의미가불분명하며복잡한이‘전쟁’을보다잘이해하고자하는사람은반드시이책을읽어야한다.-《데어타게스슈피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