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찾아서

사명을 찾아서

$16.00
Description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책은 왜 자꾸 나오고,
출판사는 왜 자꾸 생기는 걸까?
작가 유리관이 앞으로 차릴지 안 차릴지 모를 미래의 어느 출판사의 사명 후보와 그 뜻을 생각해내는 책. 이것이 사명을 찾아서다. 이 책을 구매할지 안 구매할지 모를 미래의 독자 여러분, 이 책의 서두를 읽어주길 바란다.

해보면 안다? 겪어보면 안다? 당해보면 안다? 그 전에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출판사를 차리겠다는 허튼 생각……. 요즘 같은 시대에는 ‘차린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출판사를 차린다는 일의 실상은 일종의 별명 만들기에 더 가깝지 않은가?
내게는 다음과 같이 느껴진다. 어쩌면 출판이라는 일의 정수는 이 나라에서 제공하는 출판사 검색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특정한 정체를 지시하는 사명(社名)을 하나 만드는 데 있을 뿐인 거 아니냐? 그 외 나머지 도서 따위와 관련된 일들은 다 ‘부차적인 잡무’일 뿐이다. 출판사 등록만 되어 있고 책은 내지 않는 저 수많은 출판사들이 뜻하는 것은?!
만약 우리가 인쇄를 출판의 필수 요소로 여기지 않겠다면, SNS 에 가입할 때의 닉네임 정하기와 출판사명의 등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는 합당한 질문 같다. 혹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면, 그로부터 출판이란 무엇인지를 역으로 추적(영 쓸모없는 일인 것도 같지만)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인터넷-표현 환경에서 개인 계정이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당장 떠오르는 하나. 출판사명이라고 하면 어쩐지 개인적일 수가 없다. 식당 이름처럼 대표 이름을 직접 쓴다든지 성을 쓴다든지 (최가네출판 등) 하는, 그런 건 곤란하다. 이 점은 개인이라는 개념이 물심양면으로 원 없이 폭주하고 있는 오늘날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왜 출판사는 개인적일 수 없을까? 책이라는 물건에 내재된 특별한 성질 때문일까? 다른 상품과 구분되는? 혹시 이에 비추어보건대, 사실상의 전자출판사라고도 할 수 있을 우리의 인터넷-별명들은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닐까? 아니…… 대체 무슨 소리지? 또는…… 어쩌면…… 너무 성급하게 굴지는 말자.
앞으로 차릴지 안 차릴지 모를 미래의 어느 출판사의 사명 후보와 그 뜻을 생각해내는 것이 이 회의의 목표였다. 회의란 모름지기 피할 수 없고 피하고 싶은, 항상 필요하지만 별 효용은 없는, 시작은 하기 싫은데 끝내기엔 석연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회의는 전혀 괴롭지 않았다. 대부분은 일터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짬짬이 딴짓으로 몰래 썼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묘사된 인명, 단체, 회사 및 그 외 일체의 명칭, 사건과 에피소드 등도 모두 허구로서 창작된 것이다. 왜 아니겠나?
이미 존재하는 출판사명과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피했으나 등록되지 않은 독립출판사들과 미래의 출판사들에 대해서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이 이름들에 대한 아무런 권리도 없다. 아니 그래서 출판사를 차린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 〈회의를 지나서〉, 본문 5~7쪽
저자

유리관

일해야한다,일하고싶다,일하기싫다사이에서흔들리는출판노동자.생계외마음의보전을위한취미로읽기와쓰기를하며,문예계팀블로그곡물창고(gokmool.blogspot.com)에서사이버창고관리인으로도일하고있다.일기집『교정의요정』(민음사,2024)을썼다.

목차

회의를지나서
GMCG/검열사/輕惡黨/공짜책/관둠/국립출판사/금치산미디어/
꽈배기책방/납골당/낱획/눈보라/데모판/돈버는방법/돌말/돼지와개/두족류/랑데부/리비아콜로라도/말시위/먼지로/몌구에서/무엇을출판하지않을것인가/무자비/민중출판공사/밀고와투서/반지하출판사/배교밀담/보석내장/비몽사몽북스/ㅅㅈㅁㄹ/사금파리/사타내셔널/생각의자/서가행/소각로/슈레더/야유회/엑토플라즘/오른날개/우리는도대체뭘하고있는걸까/
일망타진/작가훈련소/장마서림/잿더미/전쟁하는꿈/챔피언출판사/초오류의책/초즌/침팬치/캐치북/콘테나-추레라/콜호스프레스/탐침/태업선/토렴집/파산사/팸플릿/플루크스/할매틀니/해골박/흡혈문화사/히드라
배드베드북스

출판사 서평

여기까지가이책의첫부분이다.21세기의출판사는가치창출을위해무엇이든되어야하고,더는출판사가아니어야한다.어쩌면이미아니게된것인지도모른다.하지만원래는무엇이었지?정말그것이었나?

“당신은절대출판사를만들지마라”
저주와악담으로채워진희망가득한도서
읽으면당신도출판사를차리고싶어진다!

유리관작가가출판사의이름을짓는다.세상에존재했으면하는출판사들의이름을,존재해선안되는출판사들의이름을.
책읽는사람은거의없는데,책은왜자꾸나오고,출판사는왜자꾸생기는걸까?만약출판사의쓸모가다른업종의쓸모보다형편없는것이라면……유리관작가는어째서더의미없고쓸모없는출판사를자꾸만지어내어우리에게소개하는걸까?가상의출판사의사명을짓는일은어쩌면세상에서가장무용한일일지도모른다.
그리고그엄청난무용함이문학의본질일지도모른다.이책을문학이라고불러도되는걸까?솔직히그마저도확언할수없다.《사명을찾아서》는문학의무용함을찬양하지않는다.이책에가장많이등장하는것은저주와악담이다.

당연하게도누가하지말라고하면제일하고싶어지는법이다
출판을하고싶지만용기가나지않는사람들에게
용기따위는없어도된다!
하지말라고하니까해야할뿐이다

무엇을왜출판할것인가?《사명을찾아서》는직접답을주거나질문하지않는다.출판사를차리지말라고,오로지상상속에서만차리라고명령하는것같다.당연하게도누가하지말라고하면제일하고싶어지는법이다.
출판을하고싶지만용기가나지않는사람들에게이책을선사한다.용기따위는없어도된다.하지말라고하니까해야할뿐이다.
우리가꼭출판사의별명만만들필요는없을것이다.그게무슨회사든상관없다.회사는사명(使命)을잊게되거나망하게된다.사명을잊지않은가상의회사들을만나러갈시간이다.
Esistschwerer,dasAndenkenderNamenlosenzuehrenalsdasderBerühmten.DerGeschichtsschreibungistdasGedächtnisderNamenlosengeweiht.유명한자보다이름없는자를추모하는것이더어렵다.역사적해석은이름없는자들을추모하기위한것이다.-발터벤야민의묘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