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맛의 사과 : 여행자의 조식

빙하 맛의 사과 : 여행자의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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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아침 먹을까요?
여행지에서의 조식을 사랑하는 최상희의 집요한 조식의 기록이자 이상하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행기 『빙하 맛의 사과』. 여행지의 조식이 여행의 1순위는 아닐지라도, 여행을 즐겁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꼽는 조식 신봉자이며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작은 것에 집착하는 편인 저자가 서랍 안쪽에 넣어두고 가끔 꺼내보고 싶은 작은 장면들을 이야기한다.

책 페이지마다 투명한 공기와 청량한 햇살, 잘 익은 과일 향과 갓 구운 빵 냄새와 신선한 커피 향이 배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나 무심코 숨을 크게 들이쉬게 된다. 단정한 문장과 간결한 언어 사이로 조붓한 골목과 광활한 초원과 가라앉는 섬과 빙하의 길과 무수한 별이 내리는 밤의 사막을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저자

최상희

저자:최상희
『그냥,컬링』으로비룡소블루픽션상을,『델문도』로사계절문학상을받았다.『바다,소녀혹은키스』로대산창작기금을받았다.그밖에『하니와코코』『옥탑방슈퍼스타』『명탐정의아들』『칸트의집』등의청소년소설과『북유럽반할지도』『치앙마이반할지도』『여름,교토』등의여행책을썼다.

목차

prologue
Lost&Found-볼로냐
프레고,프레고-포지타노
뒤섞인기억-베니스
초승달의크루아상,두개의방-피렌체
떠나간고양이들의밤-니스
팬케이크의부엌-엑상프로방스
할아버지의커피-아비뇽
마카롱의아침-파리
그것은마법의순간-볼리비아
주저하는토스트-인도
바다위의식탁-발틱해
사우나의밤,무민의아침-헬싱키
빙하맛의사과-노르웨이
시나몬시리얼과바닐라요거트-스웨덴

출판사 서평

아침에는달고부드럽고진한것을먹으며하루를견딜준비를하고싶다.

여행의시작

여행을좋아한다.여행지에서의조식을사랑한다.아직아무도쓰지않은신선한공기속에맘껏먹어요,라는다정한말과함께차려진소담한아침식사.뜨거운커피가가득담긴주전자,바삭거리며부서지는크루아상,갓구워낸팬케이크,부드러운버터와레몬즙약간에햇살한스푼첨가한잼,바닐라맛요거트와시나몬향시리얼,그리고아침공기속으로손을내밀어딴빙하맛의사과.긴장과피로가서서히사라지며여행의근육이살며시움직이기시작한다.여행의기억은그런사소한아침에서출발한다.

그것은마법의순간

스마트폰도없고,해외로밍도안하고,구글맵도번역기도없이여행서와지도를들고떠난여행이있었다.까마득한옛이야기처럼신비롭고이해되지않는방식으로여행하던시절이었다.그리오래전일은아니다.지도와메모한주소만으로길을찾았다.찾았다기보다는헤맸다고하는편이맞을것이다.덕분에낯선이들과눈을맞추고이야기를나누는일이많았다.작은친절과호의,그런것들을골목모퉁이에서우연히만났다.대륙을잇는기차를타고밤의국경을건너고아침에만잠깐열리는국경을걸어서넘었다.비행기를타고날짜변경선을넘기도했다.시간과공간을훌쩍건너,그곳에있는무언가를만나러간다.어쩌면여행,그것은마법의순간.

여행하는물고기

여행지에서유독홀로혹은함께여행하는여자들을많이만났다.명절이라고모인친척들의남자없어?결혼계획없어?애낳을생각없는거야?의무차별공격에서도망쳐떠난홍콩단체여행에서여자들로만가득찬관광버스를타고돈독한전우애속에서평화롭기그지없는여행을한적있다.여행을떠난여자들의얼굴에는감출수없는설렘과생동감이넘쳐흐고홀가분해보였다.이른새벽볼리비아국경을넘을때는인디오여자가말없는동행이되어준적있다.인디오여자는추위에떠는이방인에게자신의숄을둘러주며따스한미소를지어주었다.비앤비숙소에서아침을차려주던이도,골목길에서손짓과눈짓으로길을가르쳐주던이도,우유니사막에서고산증에효험있다는코카잎을나눠주던이도,모두여자들이었다.그들은밤하늘에말없이빛나는별같은존재들이었다.여행의길을담담하게비춰주는우연하고도따스한빛.전반적으로고통스러운가운데에도작은기쁨이간혹있어세상은가까스로견딜수있는지모른다.우리는숨을쉬기위해물을찾아파닥이는물고기처럼,그렇게여행을떠난다.

별것아니지만위로가되는

푸른새벽빛이스며드는낯선거리에도착해뜨거운커피한잔,혹은운이좋다면일찍문을연식당에서달걀을곁들인토스트를먹는다.아침이밝아오고신선한공기가천천히몸안을관통했다.고산증과짜증,간밤의불면과긴장을견딜수있는건8할은아침식사덕이었다.초원위에서인디오아줌마가끓여준따스한차한잔과아침햇살이드는베키오다리를바라보며먹는호텔조식,사막에서하룻밤보내고먹는모래섞인달걀요리,빙하맛의사과로시작하는외딴섬의하루,처음보는과일에도전하는담대한아침,넉넉한이탈리아논나의손맛,그곳이아니면맛볼수없는신선한공기와이국의햇살.별것아니지만그별것아닌것의위로를받고또다시길을나선다.여행뒤에거창한여행담이생기거나내가아닌새로운존재로거듭난다거나하는일은없다.그저떠올려보면슬며시미소짓게되는사소한기억하나지니게될뿐.서랍안쪽에넣어두고가끔꺼내보고싶은작은장면들,그것을위해여행을떠나는것인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