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시전집 (1953-1992)

이연주 시전집 (1953-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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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연주 시전집』을 통해 시인 이연주의 초기 시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전집의 마지막 작품으로 수록한 한 편의 시극 「끝없는 날의 사벽」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쌓인 공간적 조건으로서의 ‘사벽’은 시인이 바라본 절망적 현실의 출구 없음에 대한 한 은유로 읽힌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들을 음악적인 형식과 구성을 차용하여 교열, 배치하기 위해 고심이 많았던 시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극 「끝없는 날의 사벽」은 역설적으로 가장 온전히 보전 되어 있는 시인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

이연주

저자이연주는
1953년전라북도군산출생.
1985년시동인'풀밭'활동시작.
1989년「죽음을소재로한두가지의개성1」외1편으로《월간문학》신인상수상.
1991년《작가세계》가을호에「가족사진」외9편발표,정식등단.첫시집『매음녀가있는밤의시장』(세계사)출간.
1992년타계(10월12일).
1993년유고시집『속죄양,유다』(세계사)출간.

목차

매음녀가있는밤의시장

15겨울석양
16길
18집행자는편지를읽을시간이없다
19사람의고향
20장마의시
21시외전화
22지리한대화
24집단무의식에관한한보고서
25가나마이신에게
26가족사진
27추억없는419
29유토피아는없다
31위험한진단
33눈뜬장님
35어떤길에대한추측
37유한부인의걱정
38비극적삼각관계
39세상이변하고있다고
40어떤행려병자
41매음녀1
42매음녀3
43매음녀4
45매음녀5
46매음녀6
47매음녀7
48고물상에서의한때
49쓸데없는추억거리중
50방화범
51바다로가는유언
52좌판에누워
53네거리에서
54그렇게,그저그렇게
55누구의탓도아닌,房
56낙엽이되기까지
58헛구역질
59유배지의겨울
60풀어진길
62발작
63열차는어디로가고
64악몽의낮과밤
65문밖에서문밖으로
66커피를마시는쓰디쓴시간
67얕은무의식의꿈
68무꾸리노래
69여섯알의아티반과가위눌림의날들
70윤씨
71모가난밤의공기속에서
72잡초
73모음의부드러운지령앞에서
74허공에매달린시대
75난쟁이를웃다
76아버지,11월
77죽음을소재로한두가지의개성1
78무엇이잘못
80죽음을소재로한두가지의개성2
81차용된인생
82송신탑이흠씬젖어버렸을까
83신생아실노트
84외로운한증상
86끌과망치가필요한때
87마지막페이지
88삼촌편지
89담배한개비처럼
90라라라,알수없어요
91고압지대에서흐리고한때비
92연애에있어서
93혼자가는뿔
94불행한노트
95다림질하는여자
96아름다운음모
97폐물놀이
98이십세기최고의행위
100인큐베이터에서의휴일
101현대사적추억거리
102욕망의우환
103파동의꼭지점에와서
105잠꼬대
107구덩이속아이들의희미한느낌
109네거티브
111밥통같은꿈
113빵과나
115긴다리거미의주검
117초록등거미와거미줄의마이너스적관계
119백치여인의노래
120세모여자
121우리는끊임없이주절거림을완성한다
122비인칭의엔트로피
123출산에피소드
124길,그십년후비오는날
125삼류들의건배
126길,그십년후비오는날다음날

속죄양,유다

129익명의사랑
130겨울나무가내속에서
132적과의이별
133사랑은햇빛을엑기스로뽑아
135우리라는합성어로의환생
137탄생의머릿돌에관한회상
139따뜻한공간이동
140속죄양,유다,그리고외계인
142봉숭아꽃물들일때주검저너머에서는
143성자의권리序
144성자의권리1
146성자의권리2
147성자의권리3
149성자의권리4
151성자의권리5
152성자의권리6
154성자의권리7
155성자의권리8
156성자의권리9
158성자의권리10
160서역
161제3의살에게
162재의굿놀이
163함박눈을훔치다
165두개의나사못을위하여
167흡혈귀
168매맞는자들의고도
169독재자
171흰백합꽃
173우렁달팽이의꿈
174몰락에의사랑
175만일누군가가아직도나를사랑한다면
176최후사랑법
177얼음석
178할머니의바다
179무정부주의적미립자의고뇌
181봄날은간다
182간증하는여자
183점선면
185밤꾀꼬리에게의고마움
187사랑의용병
188수박을밑그림으로
189안개통과
190벌레를불쌍히여김
191무덤에서의기침
194충격요법을실험중인진료실
200성마리아의분만기
204돌아가는길
205즐거운일기
206행로와의이별
207終身

동인지발표작

211불의서시
212물의사도
213밀알
214이~아~오
225남은,그리고
217쓰레기처리장
218정신
219동행일기
220겨울강
221등대
222詩說36
223다시봄
224해바라기
225산을내려온배암1
226산을내려온배암3
227산을내려온배암4
228산을내려온배암5
229산을내려온배암7
230산을내려온배암8
231산을내려온배암9
232산을내려온배암10
234산을내려온배암11
235산을내려온배암12
237산을내려온배암13

시극
239끝없는날의사벽

출판사 서평

시인,전깃불이감춘어둠을만나다

미발표작대거발굴?수록한,이연주시세계의결정본,『이연주시전집』

『이연주시전집』,최측의농간,2016.

한번의잠자리끝에
이렇게살바엔,너는왜사느냐고물었던
사내도있었다.
이렇게살바엔
왜살아야하는지그녀도모른다.
이연주,「매음녀1」,부분.

제발잊지말아,저전깃불이얼마나큰어둠을감추고있는지……
이연주,「신생아실노트」,부분.

이연주가자신의여성적정체성을분명하게자각했던것처럼보이지는않는다.하지만우리는그녀가치열성과정직함으로인하여저절로여성적정체성의추구라는문을향해걸어갔던모습을확인한다.좀더버텼더라면,그녀는힘찬페미니스트가될수있었을지도모른다.어쨌든,우리는그녀의죽은몸-잘린혀위에서출발한것이다.우리는앞으로아주잘말하게될것이다.
-김정란(시인)

환한전깃불이감추고있는커다란어둠.그어둠속으로걸어들어가만져지고보여지는것들에대해서말하던시인은그어둠에대해더잘말하기위하여가려진어둠그자체가된것처럼보였다.

시「매음녀」연작으로문단과세간에화제를불러모았던시인이연주가세상을등진지도20여년이흘렀다.그오랜시간동안시인은말이없고시인을둘러싼소문만이무성하였다.스캔들과가쉽거리의소용돌이속에서시인이연주의이름은너덜너덜해져갔다.시간이흘렀고세상은변했다.몸부림치는구절들보다속삭이는구절들로,무거운것들보다는가벼운것들로.말장난이나치며비루한삶을견뎌나가자고우리가합의했던가?

이나라에서개인을억압하는국가의폭력과가장쉬운혐오/멸시대상으로서의여성의실존적조건이부재한적은없다.시인이생의끔찍한측면에지나치게집착혹은의존하고있지않았는지반문하기는어렵다.어쩌면시인은바라보았거나감내한현실을“고작그정도”로밖에시화(詩化)하지못했음을답답해했는지모른다.그답답함에대한증거들은남겨진시편들로도충분하지않은가.“내부가헐어버린사원으로가자”고썼던시인은속편한희망을말하거나요원한구원을기다리지않았다.

‘시인’,‘그녀들’이되다

이연주는단순히‘그녀들’을동정하거나,‘그녀들’의비참을보고하는것으로끝내지않는다.그녀는정말로‘그녀들’이된다.아니다.좀더정확하게말하자.그녀는‘그녀들의육체들’이된다.얻어맞고착취당하고파먹히고그리고피를빨린뒤에도시의하수구에내던져지는혼이없는살주머니.그육체들은욕망의주체가아니라,객체일뿐이다.이연주는그육체들에완전히동화되어있었다.그녀의시적자아는스스로매음녀가되어생의바닥을지렁이처럼기어간다.

김정란,〈이연주를기억하며〉중에서.


그녀들을동정하거나보고하는것이아닌‘그녀들’,나아가‘그녀들의육체들’이되기.어쩌면망각되어가는시쓰기의한방법으로서의‘타자되기’라는방식을통해그모든의미에서의총체적폭력을‘불온하게’재현하고자했던시인.그가바로‘이연주’다.이를테면다음과같은구절을통해우리는기어코‘그녀들의육체들’이된시인을명징하게만날수있다.

몇번의마른기침뒤뱉어내는
된가래에추억들이엉겨붙는다.
지독한삶의냄새로부터
쉬고싶다.

원하는방향으로삶이흘러가는사람들은
어떤사람들일까……
함박눈내린다.
이연주,「매음녀4」,부분.


유언,혹은예언으로남은시쓰기의현장

다음날도그다음날도옷장뒤어디옴팡한구석에서나는것같은,거리의골목골목에서무엇이물컥물컥썩고있는것같은냄새때문에,왜이렇게기분이나쁘지,기분이나빠견딜수가없구나.
이연주,「외로운한증상」,부분.


국가/자본에의해자행되는성역없는폭력과억압이세련된형태로은폐되거나고도화되어간다.그에발맞춰,혹은그보다빠르게우리의감각들은조금씩더무뎌져간다.우리가예민한감수성을소유하지못했다면억압을직접적으로마주하거나‘알기는’어렵다.그러나우리안의신경질적감각들이완전히사라진것은아니어서살아가다문득우리를둘러싼‘질서’의세계가끔찍하게‘느껴질때’가있는것이다.그느낌의근원을추적하는일.시인이연주가남긴시편들에는그추적하기의치열함이다다를수있는살풍경들이담겨있다.그녀의입을통해“낙엽이되기까지”의과정으로진술되는우리,현대인의삶을보라.

모두가습관처럼어깨를들먹이고
등불에서빛을훔쳐낸자들은고해소로간다.
몇십알의알약과두어병의쥐약과
목걸대로이용할넥타이와,유산으로남기는
각자의몫을들고

바람은액자의틀을벗긴다.
무수한나뭇잎들이떨어질것이다.
엄숙한햇살한점밑에
나를빠져나온내가뒹굴고있다.

이연주,「낙엽이되기까지」부분.


이런프레임으로세계를바라보았던시인의일상은어떤것이었을까.그녀가죽음에대해끊임없이생각했던것은거의필연적으로보이기까지한다.그녀는세상에남을자신의말,혹은말의부스러기들(유언)을시쓰기라는전략을통해끊임없이고쳐쓰고있던것이아니었을까.

모든폐기물들이나와함께
하수구를흘러내려간다
수런거리는날들을,내가나를덮고
온갖찌꺼기들에뒤섞여유언하나를남긴다
땅위에서는아득히들려오는
개짖는소리,사람들의아우성
벽을쳐대는희미한혼령의소리도들려왔다
잃는다는것을모른다,나는이미
바다의틈사이로스며들고있는것이다
죽은쥐들과살육당한동물들의뼈다귀와
독한냄새를피우는배설물들과
나는강을건널것이며
물고기들은바다로흘러들어온
지상의폐기물들의살을먹는것이다

이연주,「바다로가는유언」,부분.


빗물받이홈통속을흘러내려간다
날은몹시어둡고
「넌끝장난거야」
번개를동반한우뢰가불안한내일을알린다
까딱하면머리통이깨질수도
어깻죽하나가달아날수도있다
거꾸로내리꽂히듯나는쿠당쾅쾅주르륵죽,
몸을가눌수가없구나
어쩐담,
혈액은이미늙었고쓰다만기록물들
차갑게식은내살을떠나고있다
이연주,「길,그십년후비오는날」,부분


죽은시인을만나는일

유언,혹은예언처럼남아있는이연주의작품들이잊혀져가는현실을살며최측의농간은절실하게생각하고부지런히행동하였다.이연주를두고이렇게잊혀지고말시인이아니다라는말에공감하는이들이적지않았으나누구도적극적인움직임을보이지는않았다.이번시전집의발간을구체화하는과정에서가장지난하고힘겨웠던부분은유족‘이용주’님의소재를파악하는일이었다.등기가말소된주소지를찾아다니며뜬소문에불과한이런저런말과서류의부스러기들을부여잡고허탕치길수차례.풀밭동인김진희님의제보를통하여극적으로유족‘이용주’님과연이닿았을때의그비현실적으로느껴졌던순간!
놀랍게도이용주님은북디자이너로써활발히활동하고계신분이었다.어려움끝의첫만남에서이용주님은시인과관련한이런저런추억들을들려주셨고시전집의출간에흔쾌히동의해주시면서직접책의디자인작업에참여해보고싶다고제안하셨다.이용주님은시인의남동생으로써시인의생전에시인과각별한유대관계가있었던분이다.

최측의농간에서발간하는『이연주시전집』에는사람들이놀랄만한두가지특별한점이있다.그하나는시인의남동생‘이용주’님께서이책의모든디자인작업을책임지셨다는것이다.북디자이너로써오랜세월활발히활동해오시던이용주님께서는생전의시인과나누었던교감과추억,시인이남긴작품의울림을바탕으로의미있는결과물을완성해주셨다.

새로실리는25편의미발표작품들

또하나의특별한점은동인지에만발표되었던25편의작품을수록했다는것이다.애초『이연주시전집』의기획은두권의절판시집『매음녀가있는밤의시장』(1991,세계사),『속죄양,유다』(1993,세계사)의합본,복간을염두한상태로시작되었다.그러나유족이용주님을포함한풀밭동인(시인이생전에활발히몸담았던)회원들과의교류를통해시집에공개되지않은다수의동인지발표작이있다는사실을알게되었을때우리는전율하였다.이번시전집은그전율의결과물이기도하다.최측의농간에서발간하는이번시전집을통해동인지에만발표되었던(사실상미발표작에가까운)시24편과시극1편이단행본의형태로는처음수록된다.이작품들의발굴,수록또한풀밭동인의역할이결정적이었다.동인멤버이대의시인께서는직접동인지를정리하여원고를제공해주셨고그외에도여러가지수고를마다하지않으셨다.
24편의시를통해우리는이연주시인의초기시세계를엿볼수있다.대부분첫번째시집이나오기전쓰인그작품들이시집에수록되지않은이유는명확하지않다.원고들을둘러싼이런저런소문이돌았지만최측의농간에서는한편이라도더시인의작품을소개하는데에뜻을모았다.
전집의마지막작품으로수록한한편의시극「끝없는날의사벽」의존재감은단연압도적이다.사방이벽으로둘러쌓인공간적조건으로서의‘사벽’은시인이바라본절망적현실의출구없음에대한한은유로읽힌다.유족이용주님에따르면시인은고전음악에조예가깊었다고한다.그녀는자신의작품들을음악적인형식과구성을차용하여교열,배치하기위해고심이많았던시인이었다.그런의미에서시극「끝없는날의사벽」은역설적으로가장온전히보전되어있는시인의작품처럼보이기도한다.

가을바람이분다.전깃불이밤을집어삼킨시대.바람을맞으며전깃불아래선우리는“저전깃불이얼마나큰어둠을감추고있는지”“제발”잊지말라고썼던시인을그리워한다.그녀가말했던“맨몸으로버티는용기와저항의힘”을생각한다.

이것봐,총과칼로써네몸을무장하는거야어렵지않지,문제는맨몸으로기도문한구절없이버티는용기와저항의힘이란다.기도문이란다만죽은자들을위한문장일뿐이니까………(중략)…제발잊지말아,저전깃불이얼마나큰어둠을감추고있는지……
이연주,「신생아실노트」,부분.

‘이연주’라는한시인의이름을오래기억하고있던독자들이시인과다시‘새롭게’만날수있기를,시인을알지못했던독자들이한국에이토록놀라운시인이있었음을가슴깊이전율하는계기가되기를최측의농간은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