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의 겨울 (양장)

속초에서의 겨울 (양장)

$13.00
Description
『속초에서의 겨울』은 몸과 가장 가까운 소설, 섬세한 에로티즘을 보여주는 소설, 경계에 서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무대는 북한과의 경계에 위치한 항구도시 속초다. 유럽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혼혈의 젊은 여인과 고향 노르망디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영감을 찾으러 온 만화가의 만남. 차가운 속초 바다 포말 위에 떨어져 녹아드는 눈송이처럼 섬세한 감각으로 직조된 이 소설은 보기 드문 독창성과 풍요로움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며 출간과 동시 유럽 각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상내역
- 2016 프랑스 문필가협회 신인상 수상
저자

엘리자수아뒤사팽

1992년프랑스인아버지와한국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엘리자수아뒤사팽은파리와서울,스위스의포렌트루이를오가며자랐다.비엔느스위스문학연구소에서학위를취득했으며현재스위스에살고있다.첫소설『속초에서의겨울』로스위스의문학상인‘로베르트발저상’을수상하고프랑스문필가협회신인상,그리고프랑스어로쓰인첫번째소설에한해심사하는‘레진드포르주상’을수상하는등출판과동시에...

출판사 서평

문화,언어의장벽너머로속초와노르망디의경계를허무는조용한관능의미학
엘리자수아뒤사팽은사랑의삼각형을연출해낸다.화자는모델지망생인준오와결혼을약속한사이지만유독황량한어느겨울,생선비린내만이감도는작은항구도시에소리없이찾아든중년의프랑스인만화가에게이끌린다.『속초에서의겨울』은몸과가장가까운소설,섬세한에로티즘을보여주는소설,경계에서있는소설이다.소설속에서그몸을비비고,따뜻하게감싸고,어루만지고,상처입히고,치유하고,고친다.손가락,얼굴,배,젖가슴,무릎,눈썹,코,엉덩이……텍스트는아름다운신체적에너지로관통한다.한껏수줍어하는이아름다움은약혼자준오의성형에대한강박과확연한대조를이루기도한다.

엘리자수아뒤사팽은서양과극동의만남을연출해낸다.두개의한국을나누는경계,두문화를나누는경계,아직끝나지않은전쟁,아물지않은상처,빛과어둠을관통시키는두사람사이의종이벽.그녀는거기에새로운말들을내던질준비를하고있다.-[르쿠리에]

엘리자수아뒤사팽의소설에서가장인상적인것은매우간결한문체로감각적으로나감성적으로나아주풍부한세계를떠올리게하는능력이다.‘거의아무것도아닌것’의예술에탁월한솜씨를보여주는그녀는디테일하나하나에놀라운환기력을불어넣는다.-[리르]

정체성탐구와향토음식탐방사이,한국의항구도시에서전해온아름다운사랑의연대기.
-[렉스프레스]

『속초에서의겨울』은단숨에읽으면안된다.‘프랑스인’케랑은카뮈의이방인을떠올리게하고,엘리자수아뒤사팽의글쓰기는우아하고간결한뒤라스의영향을엿보게한다.엘리자수아뒤사팽이고른낱말들은조금씩음미해야한다.-에릭에소노(소설가)

정체성을탐색하는글쓰기
“전늘정체성혼란에시달렸어요.자신을정의하기위해창작에매달리고자하는욕구를느꼈죠.제가찾아낸최고의방법은글쓰기였어요.”『속초에서의겨울』은엘리자수아뒤사팽에대해많은것을말해준다.그세대의작가들대부분이그러하듯자신으로부터시작하는것,다른사람들이무엇일수있는지발견해내는척하면서자기자신이무엇인지파헤치는것.자신이만들어낸인물에게다른사람들이벗어버리고싶어하는외투들을입힘으로써그에개성을부여하는것.혼혈의이젊은여인은자신의정체성을탐색하기위해글을쓴다.그녀의성이이미아버지의나라프랑스와자신이끊임없이되돌아가는어머니의나라한국사이에펼쳐진독특한지도의극들을드러낸다.
“저는프랑스중부코레즈에서태어났고,아버지가침술사로일한파리에서유년기를보냈어요.어머니가취리히라디오방송국에서일했기때문에우린그두도시를자주오가며지냈죠.(……)어릴적에는프랑스어와한국어를완벽하게구사했어요.엄마와함께외가에가면한국말을했죠.하지만외할아버지와외할머니는아버지가프랑스사람이라는사실을결코받아들이지않았어요.그점이늘가족내부에서일어나는불화의근원이되었죠.그래서저나름대로입장을정해야만했는데,아주힘들었어요.아마도그게절글쓰기로이끌었을거예요.”바로이러한욕구에서이처럼탁월하고섬세하고간결하며또한우수에젖은텍스트가탄생했다.

결국,글쓰기는내가현실에서찾아내지못한거처를창조해내는방법이었던것같다.모든경계너머에서모든공간이동일할수있고모든상상이가능한그런거처말이다.그거처에서나는한국에서태어나자랐을젊은여인,내가일상을통해알고싶었던만큼한국을속속들이아는젊은여인을상상했고,그상상은『속초에서의겨울』로점점구체화되었다.
-<한국어판서문>중에서

『속초에서의겨울』은속초의한펜션에서일하는혼혈여성과영감을찾아그곳을찾아든프랑스중년남자의사랑이야기라기보다는,글쓰기라는예술적작업을통해모든경계너머에서자신의정체성을찾고자한한경계인의치열한기록이다.-<옮긴이의글>중에서

프랑스북서부노르망디에서동해최북단의항구도시속초까지,
어느혹독한겨울외로움과고독이라는이름으로맞닿은아름다운사랑의연대기
소설의무대는북한과의경계에위치한항구도시속초다.비수기인한겨울,도시는거의비어있다.주변의쑥덕거림과곱지않은시선을의식하며살아가는혼혈의화자는외지고낡은펜션에서일하며요리와청소를한다.몇안되는손님가운데영감을찾아속초까지흘러든만화가케랑은화첩에그림을그리는한편방에서나오는일이드물다.화자는집안을돌아다니며,그를둘러싸고있는얇은벽들주변을서성이며그를염탐하고관찰한다.서서히두인물사이에보이지도들리지도않는연금술이일어난다.그들의실루엣이서로마주치고,몸이스치고,그림자가말없이닿는다.시간은흐르고,감정들은정지되어있고,관계는이어진다.이모든것들이색깔,냄새,씁쓸하고달콤한맛의조화에적셔진채고요하고느리게관능적인분위기속을떠다닌다.
할일이아무것도없는것같은조용한고장에낯선방문객으로눈길을끄는노르망디출신의프랑스만화가,춥고갇힌세상에서늘다른세계를꿈꾸는혼혈의젊은여인,이두사람사이에맺어지는미묘한관계가이야기에효과적인긴장감을불어넣는다.끊임없이침묵에위협받는그들의텅빈대화는닫힌질문에서애매모호한답변으로이어진다.자신의예술이아니고서는그것을표현해낼수없다는명백한사실을그려내기위해.답변은곧중년의과묵한프랑스인에게는붓의예술로,마치속죄하듯요리를함으로써어머니를넘어서려는혼혈의젊은여인에게는화덕의예술로표현된다.이는식욕을가장하기위해,욕망을믿기위해오징어순대를먹고막걸리를마시는,사랑이없는기묘한사랑이야기다.

그에게는떠날권리가없었다.그의이야기를들고가버릴권리가없었다.세상반대편에서그것을남들에게보여줄권리가없었다.그에게는바위위에서바싹말라갈내이야기와함께날버려두고갈권리가없었다.
그것은욕망이아니었다.그것은욕망일수없었다.아니었다,프랑스인,이방인인그에게는.아니,확실했다,그건사랑도욕망도아니었다.나는그의눈길에서뭔가변했다는것을느꼈다.처음에그는나를보지않았다.그는내존재를그가꿈을꾸는동안그꿈속으로미끄러져들어오는뱀처럼,염탐하는동물처럼여겼다.(p.149)

섬세하고감미로운침묵의대화,기다림그리고이루어지지않은만남
결코끝날것같지않은겨울에갇힌한국의항구도시속초,열에들떠어시장수조속을맴도는물고기들의비린내,혹한에꽁꽁얼어붙은이느린세계에서한젊은여인이생존을시도한다.도시전체가그러하듯,그녀는낡은펜션에서가사를도맡아하며손님을기다린다.‘속초에서는할게아무것도없다.’아무튼겨울에는.‘곧버찌나무들이꽃을피우고,대나무가푸르게변할것이며그것들은봄에와서봐야한다.’하지만이추운계절에얀케랑이찾아든곳이바로이항구도시다.프랑스만화가는고고학자가모험을벌이는자신의만화책시리즈마지막권의무대로이눈덮인풍경을택했다.

겨울과물고기를내보이며속초는기다리고있었다.
속초는오로지기다리기만했다.관광객들,배들,남자들,그리고봄의귀환을.
엄마에게남은건오한밖에없었다.(p.97)

『속초에서의겨울』은속초의한펜션에들어서는어느프랑스남자에대한이야기로시작된다.하지만그는책을덮을즈음조용히떠나버린다.정말거기있었다고할수없을정도의여운만남긴채.하지만소설은사실그것보다는조금더많은이야기를담고있다.그리고무엇보다감탄스러울정도로간결하게씌어졌다.문장들은끝을향해달려가지않고,꼿꼿하게페이지들을가로지른다.
만화가는한젊은여인이일을하고있는속초의펜션에묵는다.그녀는안경너머로사십대의그남자를눈여겨본다.겨우스물다섯살,그녀는모델이되기위해서울로떠난남자친구와의관계를거의믿지않는다.유럽에서온예술가,그리상냥하지도않고그녀가만든음식에는입도대지않는남자가그녀를사로잡는다.어업관련일로한국에왔다가엄마를만나고는흔적조차남기지않고떠나버린프랑스인아버지를떠올리게하기때문인지도.사실그녀는자신의기원을알기위해대학에서모파상의언어를배웠다.케랑이비무장지대,박물관혹은설악산국립공원을방문하고싶다고말할때마다그녀는가이드를자청하며모호한이끌림에자신을내맡긴다.

“그러니까당신은프랑스사람이군요.”
“노르망디사람.”
내가알아들었다는표시로고개를주억거렸다.
“그곳을아시오?”그가물었다.
“모파상을읽었거든요…….”
그가내쪽으로돌아보았다.
“모파상의노르망디는어땠소?”
나는곰곰이생각해보았다.
“아름답고……약간은슬펐어요.”
“나의노르망디는더는모파상시절의노르망디가아니에요.”
“그렇겠죠.하지만그곳은속초와같아요.”
케랑은대답하지않았다.그는결코나처럼속초를알지는못할것이다.속초에서태어나지않고는,그곳에서겨울을나보지않고는,그냄새들과문어를모르고는그곳을안다고주장할수없었다.그외로움을겪어보지않고는.(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