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한국문학의독보적인아이콘,김혜순시인의미발표신작시,문학실험실에서시집으로묶어
2015년,김혜순시인은지하철역에서갑자기몸이무너지며쓰러지는경험을하게된다.그녀는매순간온?몸이전기에감전되는것같은고통속에서병원을찾았으나,메르스사태로병원을옮겨다니는이중의고통속에놓이게된다.세월호의참상,그리고계속되는사회적죽음들속에서,그녀의고통은육체에서벗어나,어떤시적인상태로급격하게전이되면서,말그대로,미친듯이49편의죽음의시들을써내려갔다.바로그결과물이여...
한국문학의독보적인아이콘,김혜순시인의미발표신작시,문학실험실에서시집으로묶어
2015년,김혜순시인은지하철역에서갑자기몸이무너지며쓰러지는경험을하게된다.그녀는매순간온몸이전기에감전되는것같은고통속에서병원을찾았으나,메르스사태로병원을옮겨다니는이중의고통속에놓이게된다.세월호의참상,그리고계속되는사회적죽음들속에서,그녀의고통은육체에서벗어나,어떤시적인상태로급격하게전이되면서,말그대로,미친듯이49편의죽음의시들을써내려갔다.바로그결과물이여기,이멀쩡한문명세상에균열을불러오며,문학적으로는고통없이는읽을수없는지독한시편으로묶였다.49편중대부분이한번도세상에나온적없는미발표신작시로,이시집은그자체로‘살아서죽은자’의49제의기록이라할것이다.
내안의죽음을정면으로응시,죽음을이토록처절하게다룬우리문학은없었다.
끔찍한살처분의현장을문명내부의문제로,나아가우리자신의문제로승화해문학적으로앓아낸,『피어라돼지』(문학과지성사)가‘죽음’의문명속에서희생되는타자(대상)의처절한죽음을문제삼는다면,이시집은여기서한발더나아가주체인내속에살아움직이는죽음을정면으로응시한다.이를두고문학평론가조재룡은다음과같이분석한다.“이시집은‘지금-여기를떠도는죽음의외투를입은채,공동체의유령이되어…망각에저항하고자기억에수시로구멍을내며…보이지않는보임을,그순간의광휘를,달아나는울음과새어나오는비명을담아낸목소리의기록’으로읽어야한다.”
타인의죽음을어두운밀실로밀어넣고는애써밀봉하려는사회,조재룡은계속해다음과같이이시집의의미를분석한다.“우리사회의한복판에당도한죽음의시간속에서,죽음의살점들,죽음의아우성을매만지는지금-여기,죽어야할수있는말이,죽으려하는문장이,망자-산자의구분을취하하는문자가,너-나의말,사자死者가된여인의절규가,공동체의폭력과공동체의신음이,너-나의참혹이,세계를노크하고,검은문을열어우리곁에사死-생生의목소리를피워낼것이다.”
문학실험실이준비한[틂-창작문고]시리즈의첫번째책
김혜순시인의『죽음의자서전』은2015년한국문학의질적발전과새로운정체성을모색하기위해,도전적이며미래지향적인언어탐구의작업들을기획하고실천해나갈독립문학공간으로출발한문화예술공익법인인문학실험실에서출간하는첫단행본으로서도그의미가상당하다.앞으로문학실험실에선
실험정신이발현되는창작작업을지속해지원할계획이며,[틂]시리즈를새로운문학의거주공간으로구축해장르를나누지않고,시,소설,희곡,텍스트실험등을출간해갈예정이다.소설은연작형태의단편3~4편을묶거나,중편소설등이선보일예정이고장르를극복한‘텍스트실험’과그간문학현장에서외면받아온‘희곡집’도문학의이름으로과감하게출간할예정이다.문학실험실의[틂]시리즈는정성을다한양장제본으로꾸며졌지만무겁지않은판형으로가볍게지니고다니며,어디서든읽은수있는우리시대의새로운교양서로자리매김할전망이다.6월중김종호소설가의연작소설집『디포의디포』가출간예정이며,이후김선재(소설),김태용(텍스트실험),성기완(시),이준규(시),진연주(소설),한유주(소설)(이상가나다순)등이출간될예정이다.
해설[‘죽음’이쓰는자서전]중에서
죽음의미로,사자死者들의대해大海,망자亡者들의투망.누군가그안으로들어가야한다고,침잠해야한다고,온몸으로받아내야한다고,그것은차라리산자,살고있는자의책무라서,제하얀백지로매일마주했다면,그는필경,출구없는그곳으로들어가기이전이나대해의심연에빠지기전까지,그렇게온통그물을뒤집어쓰기직전까지는,그누구도알수없으며알아도안되는죽음에골몰했던사람이었을것이다.아니다.‘골몰’이라는말은잘어울리지않는다.그것은죽음이꾸는꿈을기록해낼,합당한말의형식을발견하거나차라리고안하는일에가깝기때문이다.돌아나올가능성이전무하다는사실이자명한데도빠져드는일,검은저바다에제언어의부표를꽂아보는일은,주위에아무도없어,아무도내딛지않아,그내용과형식을누구도벌써알지못하기에,오로지실천을해야만하는일,그렇게과정으로만가능한제일상의일이되어버렸을것이다.마침내그일을감행했을저자신조차그파장과다가올사태를짐작하기어려운것은아니었을까.밀려오는공포와두려움,참혹과비극을감당하며,몸과그림자를함께부여잡고지내야하는지금-여기의삶이라고,그렇게우리모두의순간과순간이라는,저직관이아니었다면,불가능했을실천을우리는지금보고또읽으려한다.차라리외로운일,외로운길,외로운정념이었을것이다.사방이보이지않는다.출구가없다.지반이사라졌다.허공에떠있다.두발을내릴수가없다.입을놀릴수가없다.공포가세상을뒤덮고있다.죽임을당한존재들과죽어가는존재들을보고,만지며,그안으로침투하여,그렇게돌아든다음에야,비로소모든것이조금환해지는것이라해도,그에게남겨진것은차라리표현할수없는무형의실체,그덩어리였을것이다.이덩어리를기록하는작업은참혹한일,참혹을겪어내는일이었을것이다.
조재룡(문학평론가)